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을 참 재미있게 읽고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순오기님이 추천 해 주신 책.

으~ 그 책! 읽다가 재미 없어서 그냥 팽겨쳐 둔 책인데! 하면서, 그 때 내가 제대로 된 분위기에서 책을 못 읽은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살펴 보았다. 정말 그랬다. 이 책은 참 대단한 이야기 책인데, 왜 그걸 몰랐을까?

구니 버드는 이상한 아이다. 잠옷 차림에 카우보이 부츠, 초록색 쫄쫄이 위에 발레 치마 등의 복장부터 심상치 않다. 그 구니 버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다. 자기가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차이나에서 왔다고 하지를 않나, 나폴레옹을 구해 준 덕에 프린스와 팰리스에 가서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얻었다고 하질 않나, 교향악단을 지휘했다고 하지를 않나... 하지만, 구니 버드의 이 이야기들은 모두 뻥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사실. 이 사실 속에는 재미있는 상황들과 말놀이들이 숨어 있으니.

구니 버드는 2학년이다. 2학년 아이들이라! 음. 조금만 방심하면 통제불가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 안달을 하며, 잠시만 한눈 팔면 말콤처럼 코에 무언가를 박아놓을 위험도 있고, 남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말만 하고 다른 짓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구니 버드의 이야기가 어떤 일을 벌였을까?

먼저, 절대로 말하지 않는 펠리시아를 말하게 했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말콤을 집중하게 했으며, 아이들 각자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 말할 수 있는,모든 아이들이 이야기꾼임을 알게 해 주었다. (우와! 대단한 구니 버드)

첫째 이야기 : 구니 버드는 어떻게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아빠 고든 그린과 엄마 바바라 그린은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아이의 이름은 ㄱ, ㄷ을 포함하는 이름으로 짓고 싶어 한다. 여러 이름을 생각해 보지만 맘에 안 들었는데, 아이를 낳고서는 그 아이가 여행지에서 본 어떤 새를 닮았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사진첩을 찾다가 앨버트로스라는 새가 때로는 구니 버드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렇게 이름을 지었더란다. 이 이야기에서는 이야기에서 무척 중요한 등장 인물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의 주요 등장인물은 구니 버드라는 사실을 한 번 더 못 박아 둔다. 이야기의 사이사이 친구들이 질문할 시간도 주어 가면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구니 버드의 센스어린 이야기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 구니 버드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차이나에서 왔을까? 선생님은 차이나에서 워터타워까지는 절대로 차를 타고 올 수 없다고 하시지만, 구니 버드는 자신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지도를 찾아보니 미국내에 여러 곳에 또 다른 차이나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고. 그렇다면 양탄자는 또 무슨 말? 트럭에 고양이와 함께 있던 구니 버드가 양탄자 속에 들어 가 있는 고양이를 꺼내려 하다 자기도 그 양탄자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만 양탄자가 차에서 떨어져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 그 짧은 순간에 분명 양탄자는 날았다는 사실은 분명 거짓이 아닌 게 확실하다. 고양이는 그 때 사라져 버렸고, 이 사건든 구니 버드의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다.

세 번째 이야기 : 프린스와 팰리스와 다이아몬드 귀걸이 이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 아이들처럼 선생님도 이야기에 빠져 들어 구니 버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구니 버드, 나폴레옹은 1769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황제란다." "나폴레옹은 개 이름인데요." 라는 식의 문답. 구니 버드는 이야기에 긴장감이 필요함을 알고 청중의 반응까지 살펴가며 이야기를 새롭게 이끌 줄 안다. 선생님은 이야기 중에 들러리로 나오는 인물을 부차적인 인물이라고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프린스는 왕자가 아닌 강아지 나폴레옹을 키우는 옆집 아저씨의 이름이며 팰리스는 궁전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가게 이름이고 감옥은 놀이판 안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 구니버드의 모든 이야기들이 엉터리가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구니 버드와 함께 재미있는 말놀이 세계에 빠질 수 있게 된다. 

네 번째 이야기 : 구니 버드는 왜 교향악단을 지휘했을까? 학교 가는 길에 길 잃어 방황하는 버스 기사의 질문에 구니 버드가 성실하게 길 안내를 했더란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하면서 말이다. 그 버스는 교향악단을 태우고 공연장으로 가는 길이었으니 구니 버드가 길 안내를 하면서 손으로 이쪽 저쪽을 가리킨 것이 결국 지휘를 한 격이 되었다는 것. ㅋㅋㅋ~

다섯 번째 이야기 : 사랑스러운 캣맨이 암소에게 사로잡혔다 에서는 고양이가 암소에게 맘을 빼앗긴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캣맨이란 두 번째 이야기에서 양탄자를 타고 구니 버드랑 함께 날았다가 사라졌던 바로 그 고양이의 이름이다.

낯선 세계로 들어서게 되면 아이들은 주눅 들게 마련인데, 우리의 주인공 구니 버드는 주눅 들기는 커녕 교실을 접수 해 버리고 만다. 선생님까지도 말이다. 물론 구니 버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허용적인 태도 덕인 것도 같다. 아이의 장점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않고 인정해 주면서 살려주는 민주적인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구니 버드의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도 허락된 것이니까.

다시 한 번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니, 시시한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숨겨 놓을 줄 아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력도 무척이나 놀랍다. 또 다른 구니 버드 이야기도 나와 있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다른 분들도 한 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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