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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기공주 ㅣ 웅진 세계그림책 36
파트리스 파발로 지음, 윤정임 옮김, 프랑수와 말라발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강승숙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매만지면서 다음 날을 준비하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책 한 권을 읽어 주시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시고, 그리고 그 책을 통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 주신다 하니, 나도 지난 여름 연수를 계기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만나도록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 했다.
선생님이 책에서 추천하셨던 이 책을 사서, 아이들이 읽지 못 하게 포장 되어 온 비닐 채로 꽁꽁 묶어 두었다. 그리고 살짝 꺼내 보고, 또 넣어 두고... 요즘 매일 책을 읽어 주면서 "너희들을 위해 따끈따끈한 책을 주문했다."고 이야기 해 주면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본다. 바빠서 책을 미처 읽어주지 못한 날에는 어김없이 "오늘은 왜 안 읽어줘요?" 한다.
이 책은 오늘 읽어 줄 책이다.
국제앰네스티라는 세계 각국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고 한다. 이 단체가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인 미얀마(버마)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있는 부분은 사법권을 남용해 정치범을 투옥하지 말 것, 표현과 연대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을 폐기할 것 등이다.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지 여사는 미얀마의 상징적인 사상범이며 군사 독재 정권 아래서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여 1989년 이래로 2006년까지 모두 일곱 차례나 가택연금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아웅산 수지 여사의 무조건적인 자유와 더불어 미얀마의 모든 사상범의 자유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민주적이며 독립적'인 이 단체는 정부로부터의 어떠한 기금도 받지 않으며 회원국들과 회원들의 기부로 꾸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아웅산 수지 여사를 모델로 하여 쓰여졌다 사실은 책을 사기 전에 얻은 정보다.
수십년 전부터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 놓여 있는 미얀마의 처지를 비슷한 과거를 가진 우리 나라와 견주어 볼 때 이 책은 좀 더 짠한 느낌이 든다.
먼 옛날 미얀마의 어느 나라에 칠기 공주라 불리는 아가씨가 있었습니다.(어째 문장이 조금 이상하다. 미얀마라는 어느 나라 혹은 미얀마의 어느 마을에 가 되어야 하지 않나?) 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소박한 민중의 삶을 대변하는 칠기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슴 아픈 그 나라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 담아 낸다. 모든 것을 가지고도 더 큰 것을 가지고 싶은 '아주 거만한 왕'은 자신만을 위해 칠기공예를 하라고 명하지만, 공주의 작품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의 눈물을 보고는 크게 노한다. 공주는 그 죄로 감옥에 갇혀서 세상의 빛을 볼 수도 없는데...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쫓겨난 공주는 감옥의 조그만 틈으로 사람들과 칠기에 그릴 수 없던 것들을 목소리로 표현하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배고픈 줄도 목마른 줄도 모르고 쉬지 않고 말이다. 이야기를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점점 가벼워진 칠기공주는 숨결처럼, 바람처럼 가벼워지다 마침내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칠기공주 때문에 백성들이 두려워진, '태양보다 더 빛나는 왕'은 칠기공주가 그린 것과 똑같은 칠기(고통받는 백성의 모습의 그려진)가 온 나라에 퍼져 있음을 알고 분노하지만, 칠기 공주를 찾아 벌을 줄 수도 없다. 어느 칠기장이의 작업실에서 깨뜨린 칠기 조각조각 속에서 빛나는 칠기공주의 미소 띤 얼굴 앞에서 그는 더 이상 백성들이 자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라와디 강에 몸을 던져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평화로운 생활 속에서 자기 할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평화를 부르짖는 이들이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 아니겠는가? 하지만, 동화 속의 바람은 현실과 어떤 끈으로 연결 되어 있을까? 이 동화를 읽으며 가슴이 아파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그림은 눈을 사로 잡는다. 그림과 함께 오래오래 글을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읽어 주고 난 뒤 아이들의 반응
궁금한 거 없니?
근데요, 칠기공주는 살았어요? 죽었어요?
살았다고도 할 수 있고, 죽었다고도 할 수 있지.
칠기 공주는 어디로 간 거예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