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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참 좋다 선생님 참 좋다 - 박선미 선생님과 초등 1학년 아이들의 알콩달콩 교실 이야기 ㅣ 살아있는 교육 22
박선미 지음, 하나 그림 / 보리 / 2010년 9월
평점 :
서재 댓글에 언젠가, 어느 분께서(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내 글을 읽으니 박선미 선생님의 이 책이 떠오른다고 하셨다.
읽어 보니, 이런 분과 나를 비교해 주시다니 참으로 영광이라는 생각이 든다.
1학년 아이들과 생활해 본 것은 내 교직 생활 전체 중에서 고작 1년이다.
벼르고 벼르다 한 1학년과의 생활은 걱정한 것과 달리 즐거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웃음이 나오곤 했다.
가려서 해야 할 말을 잘 모르는 1학년 특성상,
어제 저녁 집안에서 일어났던 안 좋았던 일들도 큰소리로 떠들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아이만 바라보는 학부모님들의 넘치는 관심에 마음 고생도 좀 했다.
별 내용 아닌데, 한마디한마디 예민하게 받아들이셔서 많이 조심해야겠구나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지내는 동안 참 즐거웠다.
그 아이들이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고 있다고 해서 고맙기도 했다.
찬이가 1학년일 때 맡은 아이들이니 우리 찬이 크는 만큼 그 아이들도 컸다.
이제 5학년, 어엿한 고학년이 되었다.
지금 나도 5학년을 가르치고 있어서, 그 때 그 아이들을 가끔씩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 책 읽으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유난히 힘든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신 듯하다.
글자 모르는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1학년 담임이 해야 할 일이지만...
글자 모르고 학교 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지라
교육과정은 글자를 잘 안다는 전제하에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글자를 모르는 아이를 가르치려면 많이 힘이 든다.
되짚어 보니, 글자 몰라서 힘들어 한 아이는 반에 없었다.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도 하나하나 가르치시면서 기다려 주셨다.
아이들의 상처난 마음도 하나하나 보듬어 주셨다.
아, 이 아이들 정말 1년 동안 행복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학년 때 가르쳤던 아이들을 한 해 걸러 올해 다시 만났다.
그 아이들 보면서 나는 아이들은 조금 기다려주면 발전하는구나! 하는 것을 크게 느꼈다.
느려서 유난히 내 속을 썩였던 아이들!
그래서 잔소리를 참 많이도 했던 아이들이 다시 만나니 쑥 자라 있었다.
부족한 나를 느끼면서 그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어야겠구나 생각을 한다.
책 속에서 민원 전화 받았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한다고... 선생님이 공부는 안 가르쳐주고 맨날 놀기만 한다고...
칭찬만 듣던 아이가 더 상처받기 쉽다는 말이 나온다.
작년에 한 학부모랑 감정 대립을 겪고 마음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감정이입이 팍 되었다.
항상 좋은 선생님 소리만 들었던 나는 작년에 교사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더군다나 이것저것 잘하는 것 많아서 예쁘다 했던 아이라 더더 배신감이 느껴졌고, 그 상처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나를 되돌아 보는 값진 시간이었음을 인정한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시간을 다시 한 번 더 반성해 보았다.
흔히 학부모 공개수업을 할 때 선생님들 하시는 말씀!
학부모님들은 수업 별로 신경 안 쓰신다고! 내 아이가 주인공이고 다른 아이들은 배경이라고.
아이들 발표 많이 시켜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아무리 모든 아이들에게 잘 해 주어도, 한 아이가 섭섭해 하니 내가 형편없는 교사가 되어 있었다.
교원 평가에서 받은 최악의 점수로 슬럼프를 겪었었는데...
선생님의 글을 보니 이렇게 아이들에게 쏟아붓고도 민원 전화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교사구나! 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반 선생님들이 맡기 힘들어한 발달장애아를 스스로 맡아서 그 아이와 함께 일구어낸 1년이 감동적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본받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 글쓰기 연구회 회원이신 선생님께서 지도하신 1학년 아이들이 쓴 글 하나하나가 살아서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
기쁨은 기쁨대로, 아픔은 아픔대로 생생하게 써 내려간 아이들의 글들!
틀린 글자 투성이인 그 글들이 이 책을 더욱 감동적인 책으로 만들어 준다.
학교가 참 좋고,
선생님이 참 좋았으면 좋겠다! 우리 반 아이들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