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범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고서는 이 다음에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하고 맘 먹은 적이 있다.
초임 발령지에서 우리는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1년 동안 공부를 했다.
과밀학급으로 2부제 수업을 했던 학교였는데, 2부제 수업을 해소하기 위해 세운 가건물이었다.
덕분에 당시 다른 학년에는 없는 냉온풍기가 들어왔고, 화장실은 수세식 양변기였다.
복토는 트임형이었고, 베란다 형식의 난간에 철망을 둘러쳐 두었던 곳.
우리 학년 왕언니는 가장 먼저 와서 물티슈로 아이들이 앉는 변기를 한 번 다 닦아 두셨고
(지금과 달리 그 때는 화장실 청소하는 분이 안 계셨다.)
아침마다 복도 철망에 매달아 둔 예쁜 화분에 물을 주셨다.
직접 나팔꽃 씨를 심으셔서 달아두셨고, 그곳에서 핀 예쁜 나팔꽃을 보는 재미가 좋았던 시절~
그리고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잘했재?"하고 말이다. 그분의 함박웃음까지 생각이 난다.
마음 맞추어서 어린이 날 행사를 학년 특색 있게 짜서
반마다 체험 영역을 달리해서 놀이마당을 꾸려줬던 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나도 이 다음에 저런 선배가 꼭 되어야겠다.'하는 마음을 먹었던 그 순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작년에 학교를 옮겨서 적응이 힘든 시절,
동학년 언냐들께서 많은 조언으로 도움을 주셨다.
덕분에 어리버리한 내가 학교 생활에 그런대로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아직도 단체톡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동학년의 왕언니께서는
학급 경영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하셨다.
그 분의 도움을 우리는 참으로 많이 받았고,
명예퇴임을 하시면서 그 동안 모아 두었던 많은 자료들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어제 저녁 그분께서 내게 1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다.
지금 기간제 교사를 하고 계신데, 굉장히 힘든 반을 맡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새로운 재미를 알았다고,
반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는데,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모르겠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들을 좀 추천해 달라시는 거다.
생각나는 대로 몇 권의 책을 알려 드렸다.
그런데 좋은 책은 끝이 없으니
내 서재 주소를 알려 드리면서 찾아보시라고 말씀 드렸다.
늦은 밤 당장, 컴퓨터를 켜시고 찾아보시면서,
책에 대해 아주 많이 알게 되겠다 하시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선생님과 함께 할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식지 않는 열정에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하고 두 번째로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