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늦게까지 일하고 왔었는데, 학교가 멀고, 운전이 서툴러 늦게까지 일을 하지 못하고 싸 들고 와서 하는 편이다.

하지만, 학부모 총회 및 공개수업 준비로 일찍 퇴근이 힘들어 일을 좀 하고 오게 되었다.

동학년선생님들이랑 빵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고, 집에 오니 엄마가 아직 밥을 안 먹었다는 소리를 듣고 두 아이가 나서서 밥을 차려주느라 분주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라...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필의 문구가 떠오른다. 간장에다 김을 싸 먹으라고 간장, 참기름 섞어 살살 저어 주기까지. 감격이다.

 

희망이는 참 행복한 아이다. 평화로운 가정 분위기 속에서 걱정없이 살던 이 아이가 요즘 날마다 슬퍼하고 있다.

친구가 북한이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른다고 했다고 전쟁이 나면 엄마랑 헤어질 수 있는데 어떡하냐고 울먹인다. 처음에는 울먹이더니, 이제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걱정한다고 일어날 전쟁이 안 일어나고, 걱정 안 한다고 일어나냐고. 니가 그렇게 걱정한 하루가 지났는데, 전쟁이 일어났냐고.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 걱정말라고 해도 공포가 쉽게 가시지 않는가 보다. 너무 무서워서 컴퓨터도 못 켜겠고, 뉴스 장면이 나올까봐 TV도 못 켜겠단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참 유별나다~ 하고 넘겼는데, 아이의 불안감이 심각해 보인다.

옆에서 찬이는 밤마다 지진, 쓰나미 안 나게 해 주시고, 불 안 나게 해 주시고, 전쟁 안 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우리 집이 바닷가쪽이 아니라서 쓰나미의 위험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한다.

기우!!!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긴 한데,

다른 일로 가슴 두근거리고 걱정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아이들 마음을 잘 보듬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자라고~ 엄마는 일 다 해 놓고 자야 한다고 이야기 하다가 훌쩍이는 모습 안쓰러워 꼭 안아 재워주었다.

 

희망이와 찬이의 불안이 더 많이 바빠진 엄마 때문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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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3-1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과 찬이는 정말 정이 많은 아이들이군요.
전쟁이 날까 봐 기도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다니....
그런 예민하고 여린 감성이 쭈욱 가기를 기도합니다.
세월히 흐르면서 어느 정도 무디어지겠지만요.
저도 바쁘니 수퍼남매 특히 아들의 마음이 허전한가 봅니다.
엄마의 빈 자리가 큰 가 봅니다.

울보 2013-03-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학교도 내일이 총회인데 공개수업은 나중에 따로 하시더라구요,,
많이 바쁘시겠어요,
신학기 시작한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아자아자 건강 잘 챙기세요,

은이혁이 2013-03-1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유독 전쟁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요즘 워낙들 정보공유가 빨라사 순식간에 퍼지더라구요~
저희 아이도 요즘 이 걱정을 많이 하던데 전쟁보다 걱정으로 맘쓰는 아이들에게 더 신경이 쓰이는것이 엄마이지 싶네요~ 저도 요즘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아 아이들이 거의 방치수준입니다~~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