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책 없이 사기만 하니 책이 자꾸 는다.

책이 많아서 참 좋긴 한데, 이사를 하려니 걱정이다.

교실 이사는 그래도 며칠 낑낑거리면서 했는데, 학교 이사는 만만찮다.

급기야 이번에는 용달을 불렀다.

차를 부르는데는 5만냥인데, 책 짐이 60박스가 넘는다 하니 일하는 사람 2사람을 불러야 한단다. 한 시간을 일 하든, 세 시간을 일 하든... 사람을 부르면 10만원씩. 도합 견적이 25만냥이 나왔다. 아, 아깝다. 밀차를 이용하면 몇 번만 움직이면 될 텐데 말이다.

 

우리 교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한 층을 올라가야 해서, 계단 이동을 해야 한다. 남편, 시동생, 동서를 모두 소집하여 함께 옮기기로 했다. 네 사람이서 주차장까지 짐을 내리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차에 싣는 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짐을 우습게 봤는데, 차에 싣고 보니, 용달로 한 차 가득이다.

옮기는 학교에 짐을 넣은 것만으로도 어찌나 행복하든지.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이제부터는 혼자 하면 될 일이니 너무 좋더라. 그런데 짐을 옮기면서 새삼스럽게 이 많은 책 짐을 혼자 계단을 오르내리면 날랐던 작년 일이 떠올랐다. 도대체 뭔 일을 한 것인지...

 

 

짐을 다 옮기고 나서 기장 연화리에서 모둠 해산물과 전복죽을 먹었다. 해삼, 멍게, 전복, 성게, 낙지까지 골고루 골고루 먹으면서 입 안 가득 해산물의 향을 머금었고, 푸짐하게 나온 전복죽으로 노곤해진 몸을 달래었다.
첫 날 학교에 가니 우리는 지리에 어두우니 맛있는 것을 사 주시겠다면서 동학년 부장님이 데리고 간 곳이 있었다. 그 곳을 찾아 가려니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천지연이었나??? 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는데 나오지 않는다. 전화 걸어 여쭈어 보려니 전화를 안 받으시고...
내가 여기 다시 올 일 있겠나 싶어서 명함도 안 챙겨 왔는데 이럴 줄 알았더라면 명함을 챙겨 나올 걸... 싶었다. 희망 아빠가 너무 가고 싶어해서 이 곳을 찾아 가 보기로 했다. 갔던 길 되돌아서 방향 바꾸어 와 보니 조금 한적한 곳에 그 때 그 집이 있었다. '천지할매'가 상호였다. 동네에서 나름 맛을 검증 받은 곳이라고 했다. 모두들 다들 만족해서 좋았다.
기장 맛집을 부탁한다는 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벌써 봄방학 근무하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이다.ㅜㅜ) 이미 여러 곳을 두루 다녔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ㅎㅎ

 

 

 

날마다 출근하는 엄마를 보면서 찬이가 울먹이며 말한다. 따라갈 거라고. 학원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단다. 엄마가 좋은데 엄마가 옆에 없어서 힘들단다. 엄마 일하는데 방해 안 하고 옆에서 조용히 책만 볼 거란다.
찬이만 데리고 가면 문제는 간단한데 희망이도 혼자 집에 있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이전 학교 같으면 "시간 됐다, 이제 살살 학원 내려 가라."하면 되었지만, 그곳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니 일을 하려면 아이들의 학원을 빼야 한다.
애가 우는데 이게 뭐하는 일인고 싶기도 하고, 둘을 데리고 갔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은 문제 하나 안 풀었고 책 하나 안 읽었다.
그래도 그 많았던 책 상자를 둘이서 열나게 정리해 준 덕에 책들을 모두 서가에 꽂을 수 있었다.
주워 온 서가 몇 개와 이 교실에 있던 '행복한아침독서'기증 책꽂이 덕에 이리저리 꼭꼭 꽂으니 대충 들어간다. 이전 학교에서 들고 올 수 없었던 아침독서 책꽂이를 이 곳에서 다시 보니 반갑고, 좋다.
책을 푼 상자의 높이가 저 만큼~
짐 정리 도와 주시겠다고 한, *샘맘(재작년 어머니)님과 함께 하고 싶었으나 희망찬 두 일꾼 덕에 이렇게 정리가 무사히 되어 버렸다.

내 오늘은 기필코 이 교실에 책이 몇 권인지 헤아려 보리라.
오늘의 목표는 교실 깔끔 정리다. 교실 정리만 되면 나머지 일들은 집에서 하는 것이 가능할 듯하다.
아, 그런데 나의 외장하드는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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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2-26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짐은 정말 장난 아니죠, 고생하셨네요~~~ 짝짝짝!!!
누가 시켜서 하면 못하고 안할 텐데~ 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가족들 도움과 희망찬 일꾼 덕분에 그 많은 책들이 새학교에 자리를 잡았군요.

나도 학교에 두었던 책을 2월 내내 옮겨왔더니 책을 꽂을데가 없어서
어제까지 거실 책장 앞에 쌓아두었던 그림책들을 자리 만들어 꽂았어요.

희망찬샘 2013-03-09 06:39   좋아요 0 | URL
대충 꽂은 후 고르기를 하려 했는데, 그걸 못 하고 또 쳐다만 보고 있어요.

소나무집 2013-02-2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은 선생님들은 학교 옮길 때마다 완전 큰일이겠네요.
고생하셨어요.
새해에도 예쁜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하세요^^

희망찬샘 2013-03-09 06:40   좋아요 0 | URL
책이 조금 미워지더라는... ㅋㅋ~
파이팅!!! 감사합니다.

2013-02-26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띠 2013-02-26 12:11   좋아요 0 | URL
앗 아래글 보니 3학년 당첨이시군요. ㅎㅎ 교과서 수록도서 찾다보니 올해 1, 2학년 개정 교과서에 새로운 그림책이 많아서 신나더라구요. 5학년 개정은 멀었지만. 후후 올해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희망찬샘 2013-03-09 06:41   좋아요 0 | URL
그림책이 많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저도 많이 반가웠습니다. 자주 뵐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많이 꾸며야 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우왕~ 정말이지 너무 바쁘네요. ㅜㅜ

꿈꾸는섬 2013-02-2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실이사도 책이 많으니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든든한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새학기 시작전에 선생님들 많이 바쁘시겠어요. 정리 다 되고, 아이들 등교하면 올 한 해도 많이 바쁘시겠네요.^^ 책이 많은 선생님, 넘 멋져요.

현준이는 1학년반이 그대로 올라가서, 크게 신경쓸게 없더라구요.^^ 젊고 책읽기에 관심 많은 쌤이었음 싶지만, 그래도 좋으신분이라 다행이다하고 있어요.

희망찬샘 2013-03-09 06:42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랑 아이들이랑 모두 같이 올라갔어요? 아이들이 새 학년 스트레스가 없겠군요.

프레이야 2013-02-2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정말 대단한 일 하셨어요. 몸살 나지 않으실까요.ㅠㅠ
연화리 전복죽 먹으러 한 번 갈 때가 된 듯해요.ㅎㅎ

희망찬샘 2013-03-09 06:43   좋아요 0 | URL
올해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몸살 나지 않았답니다.
프레이야님은 기장의 맛집을 이미 저 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실 듯~

수퍼남매맘 2013-02-2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 상자라? 깜짝 놀랐어요. 진짜 고생하셨겠네요. 전 바로 옆교실로 이사가는 건데도 힘들던데....
학교 옮길 것을 생각하면 책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봄방학 때 매일 출근, 저도 똑같아요. 수퍼남매는 내팽개치고....
이 글 본 딸이 저도 교실에 와서 짐 나르는 것 도와주겠다고 이쁜 말을 하네요.

희망찬샘 2013-03-09 06:44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한몫을 크게 해 주었어요. 교실 환경 정리를 맡기면 뚝딱뚝딱 잘 해 줄 수 있는 솜씨!!! 환경 정리를 맡기세요. ^^

2013-02-28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9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10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