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절반까지는 아니지만, 그 때 가르쳤던 아이들 중 참 많은 아이가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익숙해서 좋을까, 나쁠까? 새학년의 긴장은 덜하겠지만, 친숙함으로 적응은 빨리 할 수 있겠지!

4교시 수업을 하고 급식 후 하교 했으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제법 많은 일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 일도 못하고, 회의를 마치고 나니 퇴근 시간이다.

아이들은 학원을 갔으니 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가자고 맘 먹고 있는데, 후배가 먹고 하잔다. 그럼 일도 못하는데... 했지만, 다 먹자고 하는 일이니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 먹고,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마신다는 커피까지 한 잔 먹고 나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자리에 앉아 일하려고 하니, 나이스 새 업무 담당자가 찾아오겠단다. 2월말에 있었던 연수가 올해 아직 있지 않아서 새로 업무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참 답답도 하겠다. 내가 처음 일을 맡았을 때의 고충이 생각나서 정말 친절히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고 나서 진짜 일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내가 뭘 하나 싶다.

이렇게 몸 바쳐서 일할 필요가 있을까? 갑자기 속상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 없이 아빠랑 맨날 밥을 사먹으면서 지내고 있고, 놀아달라는 아이 떼어놓고 일하러 다녀도 일은 끝이 없고... 그래서 집에서 하자며 주섬주섬 챙겨 왔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학습준비물 안내서와 가정환경 조사서를 쓰는데 갑자기 짜증이 밀려 온다.

최대한 간단하게 꼭 필요한 조사항목만 넣자던 울 부장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이해가 된다.

그동안 긴긴 편지글과 긴긴 가정환경조사서로 나는 참 많이도 학부모님을 괴롭혔구나 싶다.

내가 준비하라고 알려줄 때는 힘들고 많은 줄 몰랐는데, 두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려니 힘이 든다.

그 동안 풀어 둔 학습지도 하나도 체크를 하지 않아 꾸벅꾸벅 졸면서 체크 하면서 또 짜증이 밀려든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고 있나?!

이제 조금 쉬어야겠다.

우리는 단거리를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1년이라는 긴긴 시간을 지치지 않고 달려야 하는 장거리 선수! 전진을 위한 잠깐 후퇴, 그 미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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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3-0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에요. 저희도 오늘 입학식 준비도 못하고 아이들 L자 화일에 넣어줄 가정통신문(주로 방과후 관련) 15장을 일일이 세어서 끼워 놓느라 1시간 30분을 꼼짝도 못하고 그 일만 가내수공업처럼 했어요. 정작 중요한 입학식 리허설은 해 보지도 못하구 말이죠. 그런 상태로 입학식을 하니 교장님은 빵빵하게 들렸다는 배경음악이 저희 1학년 교사는 1분 빼고는 전혀 듣지 못했다는 이 어이없는 일을 어떻게 말할까요?
정말 잔무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해마다 쓰는 가정환경 조사서도 1학년 때 한 번만 써도 되잖아요. 뭐가 해마다 달라진다고 해마다 쓰는 건지....

2012-03-03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2-03-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딸도 오늘 우체통에 9장인가 들고 왔던데,,가정 통신문을 그런데 얼마나 꼼꼼히 읽는 엄마들이 있을까 싶어요,,
오늘부터 4교시에 점심을 먹는 줄몰랐었어요,,
일찍 올줄 알고 기다렸는데,,
4교시에 점심까지 먹고 오더라구요,
올해는 주5일제를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이 많아지고,
힘들겠더라구요,,
그래도 아자아자 화이팅해야지요, 뭐 선생님들도 아자아자 화이팅하세요,,

희망찬샘 2012-03-03 07:07   좋아요 0 | URL
주 5일 수업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정작 아이들도 줄어든 방학, 늘어난 수업으로 힘들고 지친다는 말도 보이더군요. 또한 아이들이 다녀야 할 학원만 1~2개 더 늘었다는 말도 보이고요. 우리도 희망이가 너무 좋아하는 가야금 수업이 덜커덕 토요일로 하루가 옮겨가서 걱정이 되네요. 이거 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가정통신문을 어머님들이 잘 읽으셔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좀 더 편안한데... 울보님은 잘 읽으시지요? 저처럼 투덜투덜 하시더라도 꼬옥 끝까지 읽으셔야 해요. 류의 새학년 진급을 축하 드려요. 우리 희망이랑 같은 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들도 같이 홧팅이에요.

2012-03-03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3-03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 교사분들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지는 안타깝지만 감사한 글입니다.
가정통신문은 학생들도 귀찮아하고 선생님들도 힘드실텐데 뭣하러 계속계속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정작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집에 전달할 학생들은 아마 몇십분의 일도 되지 않을거고
막상 가져다 드린다 해도 정확히 그 내용을 이해하실 부모님은 더 적으시겠지요.
그래요 저도 울보님 따라 아자아자 화이팅이에요! ^__^

2012-03-03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