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본사 -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본 1만 2,000년 인류사
이희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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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문명의 역사는 아나톨리아 반도와 메소포타미아 반도이다. 동서양의 교차점이었던 아나톨리아 반도는 동서양이 만나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였다.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지만 19세기 이후 유럽 지역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문명을 바라보면서 타 문화는 야만과 미개로 치부했다. 저자는 1983년 이스탄불에서 중동 역사와 이슬람 문화를 공부하며 동서양을 양분하는 인식론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이 책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아나톨리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괴베클리 테베-차탈회위크-아카드-바빌로니아-트로이-히타이트-페니키아-프리기아-헤브라이-아시리아-우라르투-신바빌로니아-리디아-메디아-페르시아-파르티아-사산조 페르시아가 7세기 중엽까지 이어졌고, 이후에는 이슬람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마이야-압바스-셀주크-호라즘샤-티무르-나스르-사파비-말리와 송가이-오스만-무굴 제국에 이르는 역사가 이어졌다. 이 기나긴 역사를 650 여페이지에 압축시키기 어려웠을 듯하다.

먼저 책의 장점부터 기술해보겠다. 각 단락의 서두에 한 제국의 일대기를 담은 도표와 설명이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다.(시간이 지나서 재독 시 이 부분만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또 영토의 분화 과정을 담은 지도, 문화재 같은 경우 사진이나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 좋았다. 그리고 저자가 문화 유적을 직접 답사한 여행기는 독자의 간접적인 여행 체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코로나가 여전한 상황인데다 답사 지역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마지막으로 문명과 관련하여 한반도의 역사와 연관성을 가지는 다양한 예시를 흥미롭게 설명해주어 저자에게 감사했다(이것은 국내 작가가 아니라면 경험해보기 어려운 것이다.).

단점은 많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전 궁금했던 질문이었는데 다양성을 존중한 이슬람 문화를 기반으로 한 이 곳이 왜 현대에 와서는 분쟁이 끊임없는 지역으로 변모했는지였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무래도 핵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짧게만 언급되는 정도라 아쉬웠다.(이 부분은 다른 책을 통해서 공부를 이어가야할 것 같다. - cf: 현대 중동의 탄생)
이건 책의 단점이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고 비슷한 듯한 인명, 지명들의 복잡도가 가져오는 피로도가 있다. 이건 어느 역사도 마찬가지이므로 감안하고 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집중해서 읽는수밖에 없다.

1994년 독일 출신의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가 이끄는 발굴조사단은 괴베클리 테페를 20 년간 집중탐사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곳은 인류 최초의 신전 유적으로 기원전 1만 2천년경 건설되었다. 수렵 채집시대에도 문명이 존재했음이 밝혀져 고고학계에 일대 사건이었다고 한다.
차탈회위크는 9,500년 전 인류 최초의 계획도시로 선사시대 거주지가 남아 있으며 도시문명의 기원인 장소이다. 특히 이곳은 남녀의 역할이 구분되지 않고 차별이 거의 없었던 공동체 사회여서 주목하게 된다. 이는 차탈회위크의 가옥이나 테라코타 모신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기원전 2350년경 아카드 왕국은 바빌로니아 북부에서 시작하여 최초로 오리엔트 전역을 통합했다가 구티인에 의해서 멸망당한 후 기원전 1895년경 바빌로니아 왕국이 오리엔트를 재통일한다. 바빌로니아는 아카드를 기반으로 수메르 문명과 오리엔트 신앙을 받아들였다. 함무라비 왕때 전성기를 누렸으나 기원전 1595년경 히타이트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히타이트 제국은 아나톨리아에서 인류 최초로 철기문명을 일으킨 500년 제국이다. 히타이트법은 함무라비법을 발전시키면서도 여성의 권리를 이전에 비해 신장시키는 등 제국을 떠받치는 근간이 되었다. 히타이트는 영토 팽창을 가속화하면서 이집트 람세스 2세와의 정면 충돌하면서 카데시 전투(B.C. 1274)가 벌어졌다. 전투는 이집트의 판정패였지만 람세스 2세가 승리를 선전했고 이집트는 이후에도 살아남으면서 히타이트의 승리는 묻히고 말았다. 히타이트 제국의 멸망의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천재지변, 기후변화, 전쟁, 화재 등을 꼽지만 가설일 뿐 밝혀진 것은 없다.

프리기아 왕국은 기원전 1200년경 수립되었으나 기원전 8세기 미다스 왕 때 아나톨리아 중서부를 장악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프리기아는 그리스와 오랫동안 교류하여 그리스적 색채가 강한 문화를 띠었다. 미다스 왕이 사망한 후 기원전 620년이 되면 리디아가 프리기아를 빼앗고 기원전 540년에 페르시아군이 리디아를 빼앗으면서 결국 페르시아가 지역의 주인이 된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그리스와 전쟁을 벌인 역사로 여러 문헌이나 영화를 통해서 익숙한 탓이다. 페르시아는 인류 최초의 대제국이었고 이후 페르시아 국가와 구분하기 위해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라고 칭한다. 페르시아는 관용정책을 표방하며 지방분권 정책을 실시하였고 종교적으로는 유일신 기반인 조로아스터교를 받아들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수도 페르세폴리스가 세계유산으로 남아 있다. 페르시아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에 의한 침략으로 멸망하고 이후 파르티아가 이곳을 통일한다.

파르티아 제국은 로마 제국에 맞선 나라로 지금의 이란을 중심으로 500년을 이은 제국이다. 부끄럽지만 파르티아 제국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듯하다. 로마 제국의 위용이 있었다고는 해도 우리가 얼마나 서양 중심의 인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용했는지 절감하는 대목이다. 파르티아는 오늘날의 이란과 이라크, 터키 일대를 포함하는 핵심 지역으로 로마와 중국, 동아시아 간 중개무역을 통해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고 한다. 한반도 문명과도 관련이 있는 곳이라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224년 건국되어 로마와 동로마 제국과 이웃하여 교역과 전쟁을 하면서 651년 이슬람 세력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번영을 누린 이란계 제국이다.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으로 이란 민족에서 아랍 민족으로 지배 세력의 중심이 이동하게 된다.

압바스 제국은 610년 무함마드가 알라로부터 계시를 받은 이후 651년 사산조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면서 시작되었다. 압바스 제국은 아랍인 중심에서 벗어나 피정복지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는 등 글로벌 국가의 면모를 보였다. 제국의 수도인 바그다드에는 세계 최초이자 최고 수준의 종합 아카데미 '바이트 알히크마'가 있었다. 이 때 신라와 고려에 관한 기록이 담긴 필사본이 작성되는 등 동시애 각지에 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10세기 이후 지방의 총독들의 힘이 커지면서 북아프리카 서부에는 파티마 왕조가 세워지고, 이베리아 반도에는 후우마이야 왕조가 칼리프를 자칭하게 도어 3인 칼리프 체제가 만들어진다. 10세기 중반이 되면 시아파의 부와이 왕조가 수도를 점령하고 실권을 장악하게 되어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는 종교적 권위에만 의존하게 되는 신세가 된다. 11세기 중반 셀주크 튀르크가 바그다드를 통합하지만 몽골이 1258년 바그다드에 침입하면서 500년 압바스 제국은 멸망하게 된다.

티무르 제국은 정치적으로는 몽골 제국을, 종족적으로는 튀르크를, 문화적으로는 이슬람을 표방하는 독특한 체계를 가진 제국이었다. 티무르는 이슬람 문화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에 기반하여 14세기 중앙사이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티무르는 정복지의 기술자와 장인을 수도에 데려와 학문의 발전에 밑받침하는 전략을 취하며 발전된 문화의 기반을 이끌었다. 티무르 사후 제국이 분열되고 16세기 초가 되면 우즈베크인의 무함마드 샤이바니가 중앙아시아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멸망하였다(이 때 권력투쟁에서 밀린 자히르우드딘 바부르가 1526년 인도를 정복하면서 무굴 제국의 황제가 된다.).

이베리아반도에도 이슬람 문화가 번성한 시기가 있었다. 시리아의 우마이야 왕조가 750년 멸망하고 살아남은 왕족 일부가 이베리아반도로 넘어가 왕조를 세우는데, 그것이 후우마이야 왕조가 된다.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번영하면서 이슬람 문화를 전하는 창구로 기능했다. 1031년 후우마이야 왕조가 해체되고 나서 여러 이슬람 공국들이 난립하다 나스르 왕조가 1492년 에스파냐에 의해 통합되기까지 이어진다. 나스르 왕조의 역사적 건축물은 현재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으로 남아 있다. 나스르 왕조는 수도 그라나다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문명을 이루었으나 가톨릭교도에 의한 레콩키스타로 인해 국토가 축소되다 무함마드 12세가 모로코로 망명하면서 1492년 멸망한다.

사파비 왕조는 오늘날 이란의 중심도시인 이스파한을 수도로 오스만, 인도의 무굴 제국과 맞섰던 제국이었다. 시아파 이슬람을 국교로 하면서 기존의 순니파 이슬람 왕조 통치자들이 사용하던 '칼리프', '술탄', '아미르' 대신 '샤'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압바스 1세 전성기에 군제를 영국식으로 개혁하고 오스만의 영향을 받았다. 이스파한은 실크로드 중심도시로 세계 최대의 국제도시로 성장한다. 현재 이스파한에 남아 있는 유적 대부분이 사파비 왕조 때 것이라 이란인들이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장소라고 한다.

오스만 제국은 페르시아 제국, 로마 제국과 함께 세계 3대 제국으로 불렸고 20세기까지 존속하면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으로 불린다. 1299년 수립되어 1922년 제국이 종말을 맞을 때까지 장장 623년의 역사를 영위하였고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설립되면서 오스만의 문명은 터키로 이어지게 되었다. 소수집단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인재를 다양하게 등용하였고, 예니체리를 통해 남동부 유럽, 서아아시아,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넓은 영토를 확보하였다. 이스탄불은 동서양, 이슬람과 기독교, 흑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문명의 접점인 곳이어서 발전에 유리하기도 했으나 매너리즘이 만연하고 내부 권력의 다툼, 산업혁명 이후 서구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18세기 이후 급격히 쇠퇴하게 된다. 1922년 마지막 술탄 메흐메드 6세의 폐위로 제국은 종말을 맞이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슬람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용이었다. 공존과 다양성은 문명을 발전시키지만 반대로 다른 종교를 탄압하거나 자국의 문화만을 강조하게 되면 문명은 쇠퇴하는 길을 걷게 된다. 이는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보여지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수많은 종교, 민족의 갈등으로 인해 내전과 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바뀔 수 없는건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외면해온 문명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세계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거시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계는 동양과 서양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고대 유럽인들이 '오리엔트'라고 불렀던 중간문명이 존재한다. '해가 뜨는 곳'이란 의미의 라틴어 '오리엔스'에서 유래한 오리엔트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아나톨리아, 레반트, 중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인류 최초로 문명이 발아하고 성숙해 간 인류역사의 중심 무대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에서 고대 오리엔트나 중세 이후 중동의 역사는 동양사와 서양사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보잘것없는 지역사에 불과하다. - P15

인류문명의 시원과 역사발전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왜 세계 4대 문명 중 세 곳이 아나톨리아반도를 중심으로 중동 일대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중해를 통해 인류의 찬연한 역사와 문명이 꽃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좀 더 신선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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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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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2057년의 대한민국이다. 


책의 표지가 말해주듯 처음에는 기후위기를 떠올렸다. 생태계가 파괴된 지구,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2042년 대한민국의 대부분은 물 속에 잠긴다.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죽겠구나 생각했다. 물 속에서 숨조차 쉬지 못하는 사람이 이런 환경 속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의 적응은 놀랍기만 하다. 변화한 생태계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 높이가 한참을 높아졌다고. 그래서 한국 주변에 댐을 세우게 되었다고.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댐이 무너지고 서울도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 그게 벌써 십오 년 전의 이야기라고. - P25


수호는 서울을, 서울에 살던 사람들을, 그리고 인간 양육키트의 주인을 상상했다. 일흔살 먹은 할아버지도, 자라나는 아이들도, 작고 부드러운 살덩어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그 누군가를. 만약 그런 게 실제로 있다면, 이 나라의 반절이 물에 잠긴 것도 그 때문이라면, 세상의 모든 고통은 원래부터 이토록 초라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믿어야마음이 편했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댐이 무너지면서 도시를 휩쓰는 장면을 눈앞에 그리기보다는.

뉴스로만 보았던 화제들이 머리 뒤편에서부터 빠르게 풀려 나왔다. 세종시로 옮겨 가는 정부 청사와 뚝뚝 떨어지는 서울 집값은 물론이고 세 번째 세계 대전마저 사소하게만 느껴지더니 그러면 자신의 평생은 또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2042년의 지구에는 육십칠억 명의 인간이 있었으므로 불행도 그만큼 있을 터였다. 따라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십오 년에 비하면 자신이 잠들어 있던 시간은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싶다가도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 P135


이 세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했다. 내가 속한 세계는 달라야 한다는 것. '우리는 당신들과 달라요.' 


멀쩡한 데가 하나 있긴 하다. 나도 듣기만 했는데, 강원도는 산이 높아서 바닷물이 안 넘어갔다는 거야. 예전에는 거기에서 우릴 구하러 오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못 오게 막는대. 같이 살기 싫다고. - P30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물이 주는 이미지란 2014년 이후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원래도 물에 대한 공포가 강했으나 나는 이 사고 이후 세월호의 침몰과 바다 속에 수장된 사람들. 아픈 기억이 떠올라 몇 년동안 나를 침잠하게 했다.


"내가 몇 번을 말하냐. 사고는 예전에 났어도 사람 마음은 속에서 끝이 안 난다니까." - P131


이후 이야기의 주제는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는데 이는 죽음과 영생, 기억이었다.


현재, 죽은 사람의 기억과 의식을 구현하는 기술이 있다. 내가 죽은 후 이런 기술에 맡길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열두 살부터 병원에서 누워만 지냈어. 방사선 치료니, 척추 주사니, 온갖 치료는 다 받으면서. 나아지지도, 아예 끝나지도 않는 상태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 있을 필요는없다고 생각했지."

열심히 살 필요. 열심히 살아 있을 필요. 선율은 세 음절을 빼고 더하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단번에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병원은 흔적으로만 보았어도 병에 걸리는게 어떤 일인지는 잘 알았다.  - P43


아이가 아프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것이 고통일 것이다. 그럴 때 그 기술에 의존하려 시도하지 않을까? 근데 과연 아이에게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컴퓨터와 기계가 얼마든지 추억을 저장하고 편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다른 형태로 살리려 했던 부모의 선택은 한 아이에게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었다.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작을 찾아 헤매곤 한다. 나무의 밑동을 자르면 가지도 말라 죽듯이, 그것하나만 쳐내면 다른 아픔은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믿음때문이다.  - P169


어머니는, 예전이었으면 그냥 죽었을 텐데 기술이 쓸데없이 좋아져서 사람을 괴롭힌다고 했다. 살아야 할 사람이나 죽어야 할 사람이나 나는 그게 쓸데없이도 아니었고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해. 여전히 그래. - P180


연명 치료에 대해서 현재도 많은 논란이 있다. 100세 시대가 되었으나 아프지 않고 온전히 사는 기간 사이에는 20여 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20년의 시간을 아프면서 보내야 하는데 과연 그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나의 고통보다는 주변인들이 나를 보는 고통이 커서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얇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그래서 좋았다.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인간은 그 안에서 적응할테지만 지금의 기후 위기를 되도록 천천히 겪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간의 의식과 기억이 기술의 발전으로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될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뾰족뾰족한 기억 위에 시간을 덧붙여서, 아픔마저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고통을 지우는 게아니라, 잊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마주보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다시, 다른 시간의 발판이 된다는 것.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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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6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내용이군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네요. 제게는 100세 넘으신 할아버지가 계신데 이제는 가실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시아버지를 사십년 넘게 모시고 사는 숙모 생각하면 더욱요 ㅠ 그래도 막상 자기 일이 되면 아직 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던데.. 전 책을 더이상 못 읽게 되면 삶의 의미가 확 사라질 것 같습니다(듣는 건 더 먼저 어려워질 것 같고요)

거리의화가 2022-08-07 13:14   좋아요 2 | URL
100세 넘으시다니 저는 주변에 그런 분이 없으셔서. 어쨌든 돌봄이라는 문제가 얽혀 있으니 참 뭐라 말하기는 무엇합니다. 여러 감정도 혼재하구요~ 저도 책을 못 읽게 된다면 그 어떤 것으로도 슬픔이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도 좀 덜 봐야 할 것 같네요(눈 건강을 위해)~

청아 2022-08-06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발췌문이 의미심장하네요. 남편과 얼마전에 연명치료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저랑 완전 반대더라구요. 저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경험한 뒤로 되도록 깔끔?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어요. 되도록 피해주지 않고, 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서요. 이런 책들을 읽으면 의식,무의식적으로 피하던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08-07 13:16   좋아요 2 | URL
저도 미미님과 비슷해요~ 주변에 피해가 안갔으면 좋겠어서 최대한 조용하게 가고 싶은데 하… 그게 쉽지는 않겠죠ㅠㅠ 옆지기도 저와 비슷해서 둘이 한날 한시에(!) 가지 않는다면 좀 피곤할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mini74 2022-08-06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앞에서만은 주객이전도되는 것 같아요. 차마 살릴 수 있는데 보낼 수 없어 부모가 혹은 자식들이 택하는 다양한 방법과 치료들, 그 속엔 정작 아픈이의 선택은 무시되는 경우도 있죠 책 속 어머님 말씀처럼요 ㅠㅠ 뭔가 슬프네요. 어느게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7 13:18   좋아요 2 | URL
어머니 말씀 슬프죠. 저 문장이 저는 좀 울컥하기도 했어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서~ 흠… 정답은 없는데 자식과 부모의 마음도 일면 이해가 되어서 결론 도출이 어렵네요. 죽음의 문제는 생각할수록 더 복잡하고 결론이 안나오는 문제입니다.

희선 2022-08-07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지금은 약이 좋아서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합니다 그 말도 맞기도 하네요 오래 사는 게 좋으면 좋겠지만, 그게 힘든 사람도 있겠습니다 아프지 않고 살면 괜찮지만... 한국뿐 아니라 어디나 물에 잠겼겠네요 빙하가 다 녹으면 사람이 살 수 있을지...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07 13:20   좋아요 2 | URL
약이 더 좋아지고 기술도 좋아져서 얼마든지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반대로 아프기 전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끌게도 하는 듯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기후 위기는 전 세계 공통이죠. 기존의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파랑 2022-08-07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f 소설이긴 한데 왠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영이 생존에 필수가 될거같아요 ㅋ

거리의화가 2022-08-07 13:21   좋아요 2 | URL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섬뜩함이 있는 소설입니다. 요즘은 이런 소설들이 많이 나오네요. 아무래도 기후 위기와 무관하지는 않아 보입니다ㅠㅠ
저는 수영을 전혀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는데 진짜 생존수영이라도 배워야 하는거 아닌지ㅜㅜ

프레이야 2022-08-3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의미심장하네요. 땡스투유~^^
다이브. 전 다이빙은커녕 수영도 못 배웠어요
물이 너무 겁나더라구요. 생존하려면 배워야할지도요.

거리의화가 2022-08-31 21:36   좋아요 1 | URL
물 무서워해서 수영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생존헤엄이라도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프레이야님은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공유해주시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2-09-08 0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 2022년 8월에 내린 비도 기억하겠습니다 며칠전에 지나간 태풍도... 예전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더하네요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9-08 08:52   좋아요 2 | URL
2022년 8월 내린 비가 아마도 오래 기억될 듯 싶어요. 점점 이런 일이 늘어나는데 인간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지만 최소한의 보완대책이라도 세워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2-09-08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 봐도 반가운 화가님 요즘 제 책지름신으로 강림하신 화가님 ㅎㅎ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09-08 09:16   좋아요 1 | URL
미니님의 책 지름신이 되다니 영광입니다~ㅎㅎㅎ 항상 미니님 리뷰 보고 저도 장바구니가 쌓여가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9-08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9-08 10:5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래에 물이 잠긴 세상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가 생각납니다. 한동안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이와 관련된 쇼도 했었던... <워터월드>의 세계는 물에 잠긴 이후 현재와 단절된 양육강식의 미래인데 반해, <다이브>의 세계는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미래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어느 미래가 더 현실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최소한 유토피아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어 보여 조금 어두워집니다...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9-08 12:49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다 보면 미래 세대가 살기 더 팍팍해진 세계가 될 것 같은 암울함이 느껴집니다. 요즘 SF소설들은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많이 담고 있는데 실제로 얼마 전 우리가 겪기도 한 일이지요. 최대한 위기를 지연시키는게 현재 세대의 책무일텐데 최근 에너지 위기로 정책이 후퇴하거나 지지부진한 것 같습니다.

scott 2022-09-08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57년의 대한민국
어떤 모습일지

화가님 리뷰 읽으며 예측하는 중 ㅎㅎㅎ

이달상 축하 합니다

오늘 지나면
낼 추석 연휴 시작
해피 추석 ^^

거리의화가 2022-09-08 12:51   좋아요 2 | URL
좋은 예측이 되어야 하는데 좋지 않은 생각만 드는건ㅠㅠ 그때 연금이라도 타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ㅋㅋ

스콧님도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8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당선 축하합니다~!! 추석때도 열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11 10:54   좋아요 2 | URL
열독 오늘 저녁부터 가능할 것 같아요ㅎㅎ 남은 명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10 0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시댁 잘 다녀오시고, 즐겁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래요**

거리의화가 2022-09-11 10: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시댁 갔다오니 이틀이 후딱 갔네요. 남은 연휴는 책읽으면서 보내야겠어요. 연휴 잘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09-10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오늘 알았습니다^^ 축하드려요. 화가님^^ 행복한 추석 되시길 저 또한 기원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9-11 10:56   좋아요 2 | URL
ㅎㅎㅎ 나무님 인사 감사합니다^^ 연휴 때 고생 많으셨지요. 남은 연휴는 휴식하며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나의책장 2022-09-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추석 연휴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특히나 짧게 느껴지는 연휴라서 그런지 연휴 마지막 날이라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날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1


알라딘 이용한지는 한참 되었으나 슈퍼바이백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해보았다.

작년 이전까지는 신간을 잘 사지를 않았던지라 이용할 일이 없었다.

예상은 했으나 신간을 사보니 소장할 것까지 없는 책들이 있어서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팔자 생각했다.

이번에 이용해보니 처음이라 해맸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 종종 이용할 것 같다.

신간은 아니지만 집에 더 이상 둘 필요없는 책도 조금씩 정리해서 중고로 팔아야겠다.



#2


과거의 기록은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된다.

10여년 전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일상을 기록했다.

주로 힘들거나 답답할 때 쓴 기록들이 많다.

마음에 안 드는 건 '그 일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있을까.' 싶어서다.

10년 전의 일기, 9년 전의 일기, 7년 전의 일기 속 나의 고민은 모양만 다를 뿐 비슷하다.

결국 내가 개선하려는 의지나 노력은 없었던 게 아닐까.

토로만 하고 끝이었나 싶어 좀 씁쓸해졌다.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은 나를 답답하게 한다.

공부도, 글쓰기도, 나의 모난 성격도 마찬가지다.



#3


국내도 그렇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외 정세가 심상치가 않다.

미중을 둘러싸고 대만은 시험 무대가 되고 있고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노리는 게 없는지 걱정스럽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연금수당 명목으로 준 돈이 달랑 99엔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과거를 통해 거울삼아야 하는 것은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어느 곳도 전쟁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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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5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년이나 기록을 하셨다니 그것 자체로 대단하신걸요?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아도 분명 뭔가 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화가님 슈퍼바이백 처음 이용해보셨군요. 저도 신간은 종종 사지만 그걸 족족 읽어내지 못하여 ㅋㅋ 거의 이용 못하다가 작년에 몇번 이용해봤어요. 빨리 읽으시는 분들은 사서 읽고 바로바로 처분하는 게 현명한 방식 같더라고요! 한꺼번에 처분해야지 하고 모아놨더니 가격이 뚝뚝 떨어지거나 매입불가 상품이 되어버린 경험도 있습니다.. 처분할 거면 빨리빨리 ㅠ

거리의화가 2022-08-05 12:57   좋아요 1 | URL
아... 너무 더디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은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기록했어요. 그래도 1년이면 적게는 몇 십개, 많을 때는 몇 백개의 글이 쌓이더군요. 내용이 비슷해서 왜 바뀌는 게 없나 좀 철렁했다고 해야 하나;;; 나이대도 바뀌었는데 고민이 왜 똑같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봤어요.
제가 생각한 대로 돈이 들어와서 만족스럽습니다. 신간을 앞으로 얼마나 사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살 때마다 읽고 처분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서재에 자리만 차지하는 책들도 이참에 정리해야겠어요~^^

청아 2022-08-05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늘 저도 뉴스로 대만상황을 봤는데 무섭더군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전쟁은 뜻밖의 사건이 불씨가 되기도하니 국제정세에 계속 관심을 갖게됩니다.
저 3년일기장을 써봤는데 한 페이지를 3등분하거든요. 맨 윗부분이 첫해, 그밑이 둘째해 식으로요. 늘 비슷한 고민, 생각을 3년째 하고있어 신기했어요. 공감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2-08-05 14:28   좋아요 1 | URL
위기는 작은 사건이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것이 전조 증상일텐데 이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대비해야 큰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국제정세가 매일이 가시밭길을 걷는 듯합니다ㅜㅜ
같은 고민을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원하는 답을 구하지 못해서 맴도는 건가 싶기도 해요~ 제가 질문을 안고 끙끙대는 걸 못견뎌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레삭매냐 2022-08-05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당 뉘우스 듣고는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차라리 주지
말고 쌩깔 것이지 장난하는 것
도 아니고 정말 -

노답이네요. 반성을 1도 하지
않고 사과도 안하니 주변국가
들과의 화해는 요원해 보이기
만 하네요.

거리의화가 2022-08-05 14:30   좋아요 1 | URL
99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과자값보다도 못하지 않나요? 저는 잘못본 줄 알았습니다.
사과하는 마음이 애시당초 없으니 저런 행동을 하나 싶어서 기가 차더군요ㅠㅠ

바람돌이 2022-08-05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저는 귀찮아서 슈퍼바이백이고 중고책 판매고 안하는.... 이놈의 귀차니즘....ㅠㅠ 화가님의 10년의 기록이 대단하신걸요. 어차피 우리 사는 모양은 매한가지인지라 늘 고민하는것이 같아보일뿐 10년간의 기록이 고민을 바로보고 통찰하는 화가님을 만들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정권에서 사실 제일 걱정되는게 외교인데 이란 어려운 시국을 헤쳐나갈 철학도 비전도 없는 무능력자들을 보는 맘이 갑갑합니다. 세상에서 제가 제일 싫은 인간 유형이 무식한데 신념에 차 있는 인간인데 요즘 정권을 보는 기분이 딱 이렇습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05 17:39   좋아요 1 | URL
저도 귀차니즘 때문에 그동안 책이 쌓이기만 해서 다시는 안 읽겠다 싶은 책들 중 중고 처분 가능한 책들은 도전해보려구요.
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끙끙대는 것이 싫은 탓이 있는 것 같아요.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밀려오는거죠. 이건 성격 탓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인듯 하네요.
저는 이번 정권 경제는 국민들 무서워서라도 어떻게든 시늉은 할 거라고 보이는데 외교는 진짜 원칙이라는 게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경우 강대국의 입김과 논리에 휩쓸리고 다닐 게 뻔히 보여서 답답하네요.

새파랑 2022-08-05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과거야 말로 진정한 타신지석이 아닐까요? ㅋ 저도 슈퍼바이백 한번 해봤는데, 제가 신간을 잘 안사서 할일이 없더라구요. 게다가 대부분 책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팔지도 못한다는 😅 화가님은 일기도 10년이나 쓰셨군요 ^^

거리의화가 2022-08-06 10:05   좋아요 1 | URL
ㅎㅎ 새파랑님 중고 많이 이용하시죠^^ 저도 신간은 잘 안사는데 작년부터 구입한 역사 이외 책들 중 별로인 책들이 있어서 이용하게 되었네요. 저도 읽으면서 소장할 느낌 오는 책들은 밑줄 팍팍 긋습니다^^* 새파랑님이야말로 꾸준함의 아이콘!

책읽는나무 2022-08-06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퍼바이백 하려면 진짜 책을 빨리 읽어야 할텐데...전 그러지를 못해서 아직 한 번도 이용해보진 못했습니다. 근데 책장이 좁아질 땐 책을 팔고 싶어지기도 하고, 계속 갖고 싶기도 하고...그것도 좀 고민이기도 합니다.^^
본인의 고민거리는 나아지지 않는다!! 에 저도 공감합니다. 한 번씩 날아오는 알라딘에서 쓴 저의 옛날 페이퍼를 읽어 보면 정말 소름 쫙!!! 일 때가 많았어요. 생각이나 글쓰기나(그땐 더 못썼더군요ㅜㅜ) 고민거리가 하나도 나아진 게 없어서 헐~~ 했던 적 많았어요ㅋㅋㅋ
그리고 99엔 소리에 또 소름 돋고 갑니다.
전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그냥 돈을 쓰면서 우롱하겠다고 작정을 한 거로군요!! 몹쓸 인간들!!!

거리의화가 2022-08-06 13:38   좋아요 1 | URL
6개월의 기간이 있는 것 같더군요. 저도 초반에 사둔 것들 중 기간 지나서 이용못하게 된 책들이 있어요ㅎㅎ 책장을 한도 끝도 없이 둘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미 있는 책장은 책들이 모자라서 바닥에도 쌓이고 그렇습니다ㅜㅜ 안 읽을 책들 중 파는 게 가능한 것들은 중고로 팔아버리려고요^^;
저도 알라딘 예전 기록 날아오는 거 볼 때 내가 그땐 이런 책을 읽었구나 싶어서 놀랄 때가 있습니다. 고민... 생각해보면 각자의 고민은 본인만이 느끼는 고민이어서 더 잘 고쳐지지 않는 듯하네요~
ㅋㅋㅋ 99엔 진짜 기가 차죠;;;
 



1.

<다이브>를 오늘 집어들었다. 지지난주 주말에 가서 빌린 책인데 반납 기한 3일 남겨놓아서 부랴부랴~
2042년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나는 물에 공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물에 잠시 동안이라도 호흡을 멈추는 상상을 하기조차 싫다.
물 속에서 나는 적어도 자유롭지 못하고 숨을 쉰다는 것에서도 공포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헌데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달라진다면 어떨까? 지금의 불평등은 사라질까?
초반이지만 희망적이지 않다.

지난 번에 이어 두 번째로 신청한 도서관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괭님 서재에서 보고 바로 신청했는데 조건에 탈락되지 않고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나도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 생활, 관계에 마음이 찌들고 병들 때 그림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등장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만 얻어도 수확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주토끼>는 읽어보자 싶어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다른 분이 대출중이라 예약 걸어놓고 기다렸다.
어제 대출 가능하다고 톡이 와서 이번 도서관 행은 수확이 클 듯하다.
여러 모로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작가님이라 공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보자 생각했다.
사뭇 감상이 궁금해진다.



<인류본사> 는 아나톨리아 반도 주변에 일어난 인류의 문명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서양사에서 로마 이후에는 그곳의 땅은 존재하지만 인류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어 그동안 주목되지 않았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메르 이전 괴베클리 테페, 차탈회위크가 있었고 그보다는 알려졌으나 바빌로니아, 히타이트 문명이 존재했다.
차탈회위크는 앉아있는 테라코타 여인상을 통해 살펴볼 때 평등 사회를 지향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빌로니아는 함무라비 법전 정도만 알려져 있는 듯하고 히타이트도 철기 문명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생각보다 쑥쑥 잘 읽히고 흥미로운 역사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남은 분량도 기대가 된다.




2.


퇴근 버스 타고 집 근처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옆지기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막 버스에서 내렸단다. 밖에서 먹고 들어가자고 하길래 "그래" 해서 근처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나는 매운칼국수 먹고 옆지기는 들깨칼국수. 

왕만두까지 시켜서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3.


워들 얘기는 한참 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해보자x2 하다가 선뜻 도전을 못했다.

이제 3번 했을 뿐인데 셋 다 성공하기는 했으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ㅋㅋㅋ

한 단어는 아예 모르는 단어였어서 흠...

원서도 읽고 하니 단어 공부에 도움은 되겠지하며 계속 이어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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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04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소설책이 많네요~!! 역시 칼국수는 매운 칼국수 아닌가요? ^^

거리의화가 2022-08-04 12:48   좋아요 2 | URL
앞의 세 책들은 모두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입니다~ㅎㅎ 소설책은 구매하기엔 너무 모험이어서^^
칼국수는 역시 매운칼국수죠~ 새파랑님 먹을 줄 아시는분...ㅎㅎㅎ

독서괭 2022-08-04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한국의그림책작가들에게묻다 빌리셨군요! ^^ 화가님 덕에 도서관에 들어가게 됐군요. 괜히 뿌듯합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4 13:45   좋아요 3 | URL
ㅎㅎ 괭님 덕분에 좋은 책이 도서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는데 일단은 제가 젤 먼저 읽을 수 있어 좋네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08-04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칼국수의 세계를 넓고도 무진장합니다. 그리고 다 맛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ㅎㅎ 우리 동네에 진짜 맛난 칼국수집 있어요. 신김치 싹 풀어주는데 안 매운데도 완전 맛남요. ㅎㅎ
저주토끼 재밌습니다. 다만 초반 진입장벽 있습니다. 어려운 장벽 말고 좀 썰렁한 장벽. ㅎㅎ 점점 재밌어지더라고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4 13:50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동네 칼국수 맛집 궁금합니다~ㅎㅎ 언제 한번 인증샷 올려주세요~ 말씀만 들어도 군침이 돕니다ㅋㅋㅋ
저주토끼 썰렁장벽이라니ㅋㅋㅋ 그래도 점점 재밌어진다니 감안하고 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8-05 00:14   좋아요 2 | URL
저는 <변기> 편 읽고 며칠 화장실 갈 때 좀 무서웠어요.
이 단편도 초반에 있었는데 썰렁장벽??ㅋㅋㅋ
저는 <몸하다> 기이하면서 재밌었어요.

단발머리 2022-08-04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치만두에 완전 띠용! 맛있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저주토끼 읽고 싶은데 읽고 나서 못 빠져나올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8-04 13:54   좋아요 1 | URL
이 집 체인점인지 체크를 못했네요. 어쨌든 만두 맛있었습니다. 김치만두 안에 든 김치가 원래 칼칼해야 좋은데 딱 제가 생각하던 칼칼함이었어요~ㅎㅎ
저주토끼 도서관에서 인기 많더라구요. 대기하느라 좀 걸렸습니다ㅋㅋ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도전해보시죠!ㅎㅎㅎ

청아 2022-08-04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칼국수에 겉절이 먹고 싶네요 ^^ 저도 열심히 도서관에서 업어온 책들 잘 갖고있다가 반납기간 가까워지면 읽곤 해요 ㅎㅎㅎ
<다이브>가 궁금하네요. 아름다운 판타지가 필요한 대한민국!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4 14:18   좋아요 2 | URL
도서관 책들은 그런가봐요ㅎㅎ 칼국수엔 겉절이죠. 신김치보다는 겉절이를 좋아하는데 여름이라 김치가 빨리 익어버려서 아쉬운 계절이에요 요새 배추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요ㅠㅠ
<다이브>는 얇아서 오래 걸리지는 않을듯합니다ㅎㅎㅎ

프레이야 2022-08-04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왕만두가 띠용 눈에 들어옵니다 ㅎㅎ
김치왕만두 최고! 매운칼이랑 딱이네요
오늘은 완전 화창합니다 여긴.

거리의화가 2022-08-04 17:06   좋아요 2 | URL
여기도 어제 출근때까지 비가 오더니 이후 개어서 오늘은 아주 쨍쨍하네요^^ 김치왕만두 넘넘 맛있었어요. 저도 고기만두보다는 김치만두를 좋아합니다. 매운칼국수랑 김치왕만두 조합이 최고인 듯해요~ㅎㅎ

레삭매냐 2022-08-04 1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우 매칼에 만두라~

고저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거리의화가 2022-08-04 17:08   좋아요 2 | URL
맛있어 보이죠~?ㅎㅎ 제가 애정하는 조합이에요. 저녁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맛난 거로 챙겨드세요^^

scott 2022-08-04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들깨 칼국수!
보다
만두!에 눈이! @^^@

만두 갯수가 부족 합니다
화가님 남편분
따숩^^

거리의화가 2022-08-05 09:04   좋아요 1 | URL
왕만두라 2개씩 먹으니 배불렀어요~ㅎㅎㅎ
옆지기는 제게 과분한 사람이죠^^ 제가 너무 무뚝뚝해서 표현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늘 생각합니다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05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깨 칼국수 최애 메뉴라 늘 그거 시켜먹는데..아!! 배고파요ㅜㅜ
만두는 김치 만두!!!@.@
며칠 전부터 뜨끈한 칼국수 먹고 싶었는데 막상 밖에 나가면 넘 더워서 시원한 걸로 먹자!! 변경해서 밀면,냉면, 물회로 먹게 되더라구요.
칼국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05 09:06   좋아요 1 | URL
ㅎㅎ 들깨 칼국수 고소해서 저도 좋아해요~ 저는 여름에도 찬 음식을 잘 먹지 않아서 주로 뜨거운 거 호호 불어 먹으면서 더위를 견디는 것 같아요ㅋㅋ 칼국수 맛나게 드시길!
 
조선총독부박물관과 식민주의 - 식민지 역사의 재현과 문화재 관리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2
오영찬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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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이전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과거의 유물이 일부는 이왕가 박물관으로,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지는 동안 역사는 빠르게 변화하였다. 

종종 국립중앙박물관을 찾곤 했다. 상설전시장은 물론이고 특별전이 있을 때면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먼 걸음이지만 찾아가 보았다.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박물관에서 평일 수요일 낮에 무료 강의를 열기도 했는데 그것도 몇 차례 들었었다.

전국의 많은 박물관이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특히 대한민국 이전의 많은 유물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식민지에도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선전과 홍보에 최적화된 탓일 것이다.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서구 문명이 최고라고 선전되던 때다. 자신들의 문명을 과시하면서 식민통치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제시하는 장으로 박물관은 철저히 이용되었다. 식민지 조선에도 이에 부응하는 목적으로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세워졌다. 1915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시정 5년 성과를 위한 조선물산공진회가 개최되었는데 공진회가 끝나고 난 뒤 미술관 건물을 전용하여 개관한 것이다. 총독부박물관은 경복궁 내 세워지면서 과거 왕조의 공간에 근대 공간인 박물관 건물을 세워 식민자 중심의 논리를 펼치는 장으로 이용되었다. 


이 책은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설립 과정과 목적, 조직의 운영, 박물관이 벌인 조사 사업, 시기에 따른 변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총독부박물관은 조선총독부 내의 과 단위에 소속된 하부 기구로 출발했다. 때문에 관장직은 존재하지 않았고 운영 실무 책임자는 과장 아래에 위치한 주임급 정도였다. 박물관 인력은 제국대학 출신의 주임, 전문 기술자가 하부를 맡는 이원 구조였고 조선인의 참여는 배제되었다. 


총독부박물관을 설립하는 데는 초대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역할이 컸다. 그는 총독 재임 기간 중 조선에서 많은 문화재를 수집하였는데 그가 수집한 유물은 191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초기 주요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데라우치가 박물관 설립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데 영향을 끼쳤던 인물은 미술사학자인 오카쿠라 덴신, 역사학자 도쿄제대 구로이타 가쓰미, 건축사학자 도쿄제대 세키노 다다시이다. 실무자로는 오다 미키지로와 바바 제이치로가 총독부박물관 설립과 운영을 주도했다. 


총독부박물관 초기 전시물은 식민지 조사사업으로 이루어진 물품과 조선주차군사령부에서 받은 조선의 재래 병기, 데라우치 총독의 기증품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총독부박물관 상설전시는  재질별 전시에서 출발하여, 1921년 고대사 전시부터 시대사 전사가 이루어졌고 1926년이 되면 시대별 전시로 완전히 정착되는 흐름을 보인다.


조선에서 이루어진 문화재 조사사업은 고적조사라는 이름으로 조선총독부 통제 하에 이루어졌다. 고적조사란 식민지배를 위한 조사의 일환이자 식민지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의 성격을 지녔다. 고적조사는 여러 부서에서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시행되었는데 192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제국대학 교수 주도에서 재조 일본인 주도로 주체의 변화가 일어난다. 고적조사는 총독부박물관의 주요 사업이었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민간 모금을 통한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다. 


1920년대 이후가 되면 박물관에 대한 확장 논의가 일어난다. 일제의 정당성 확보의 선전을 확보하고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필요성이 높아진 탓이다. 결국 확장 계획은 1935년 시정 25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된 종합박물관 건립계획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태평양전쟁의 시작으로 박물관 소장품조차 공출의 대상이 되면서 확장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전쟁 피해 방지를 위한 박물관의 대응책 마련에는 일제와 조선 간의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전쟁 피해로부터 박물관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겼으나 조선 총독부와 행정 관료들은 소극적 태도를 취했고 오로지 박물관 식무 직원들의 노력에 의존하였다. 총독부박물관은 일본 제국대학 교수를 비롯한 일본인들의 전유물이었고 조선인 직원들은 초기에 일시적으로 차출되거나 1930년대 이후에는 말단으로 행정 보조 업무에 종사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당시 문화재 뿐 아니라 보호시설에 설치된 금속도 회수당하였고 사찰 문화재의 공출 피해도 컸다. 국내에서는 아직 일제 말 금속 공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는데 이는 심각한 전쟁 범죄이므로 반드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독부박물관 관람은 1937년 이전까지는 일본인 관람객이 많았고 이후에나 조선인 관람객이 급증한다. 이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단체 관람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조선인 관람객이 적었던 이유는 박물관 관람 문화가 생경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식민권력이 만들어낸 장소에 대한 의구심과 거부감도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총독부박물관 주변에는 조선에서 생산된 고적조사의 결과를 자체적으로 소비하던 소수 계층이 존재했다. 일본 제국대학 교수와 총독부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관변 고고학과는 다른 경성제대에 있었던 민간 학자들 중심의 경성고고담화회가 그것이다. 경성고고담화회가 나올 때쯤이면(1941년 이후) 관변고고학에서 축적된 고고학 지식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단, 이는 폐쇄적 성격을 지닌 단체였다. 여기에 참여한 조선인 김재원은 해방 후 국립박물관 관장을 맡게 되고 한국의 박물관계를 주도하게 된다. 김재원은 해방 이전 박물관 주임을 맡은 아리미쓰 교이치 등과 교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맥을 넓혔다.


꼭 기억해야 할 인물 두 명을 소개한다.


먼저, 구로이타 가쓰미다. 그는 일본 고문서학 체계를 수립하고 문화재의 보존과 조사에 지대한 역할을 한 도쿄제대 교수로, 일본 역사학계의 거물이다. 그는 1912년부터 국립박물관에 관한 구상을 강력히 펼쳐 박물관과 고적조사사업 및 보존관리가 하나의 기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1915년부터는 한반도 고적조사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1916년 고적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키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1922년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인 아리요시 주이치와 대학 동창의 인연으로 조선사 편수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두 번째는 후지타 료사쿠다. 그도 도쿄제대 출신으로 1922년 조선총독부 고적조사 사무 촉탁으로 부임한 후 1923년이 되면 박물관 주임으로 임명되어 박물관 운영에 대한 실질 책임을 맡게 된다. 1926년 6월 경성제대 법문학부 조교수로 임명되었지만 촉탁 신분으로 박물관 주임직은 이후에도 계속 유지한다. 1932년이 되면 경성제대 조선사학 제1강좌를 맡게 되는데 이는 1945년까지 이어진다. 


둘은 조선 총독부박물관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진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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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02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S 가 여러 실정을 했지만,
조선총독부 폭파 및 철거 진행
한 것 하나만큼은 속이 다 시원
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02 13:45   좋아요 2 | URL
그때 국민들의 열망이 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때 크게 관심도 없었고 잘 모르던 때여서 감정이라는 것 자체도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생각해보면 양가 감정이 듭니다. 건물을 존치시켰어도, 폭파 및 철거시켰어도 둘 다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굳이 선택하라면 존치를 하되 자리를 옮기는 방향을 바랐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역사의 기록이니 후학 연구를 위해서라도 남겨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어쨌든 한 왕조의 정궁 안에 떡하니 있었으니 언짢기는 했죠~;;;

독서괭 2022-08-02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1995년에야 철거되었군요? 선전과 홍보에 최적화.. 우리 민족을 완전히 흡수해버리려던 거였겠죠? 잊으면 안 될 역사로군요. 덕분에 알고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08-02 13:52   좋아요 2 | URL
네. 그때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 정책에 의하여 폭파 및 철거가 진행되었죠. 건물 자체가 정궁 안에 있다보니 국민들의 공분이 컸었던 기억이 납니다~ 철저히 일제는 조선 왕조의 기를 낯추면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효과를 주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그레이스 2022-08-02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그 박물관 갔었습니다.
조금 음침하고 사람들이 없어서 으스스했던 기억이!^^;;

거리의화가 2022-08-02 16:08   좋아요 2 | URL
95년 이전에 가보신거군요^^ 왜 저는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유물들은 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으니 딱히 볼 것도 없고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을테니 음침하긴 했을것 같네요~ㅎㅎ

새파랑 2022-08-02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선총독부 박물관 건립에 저런 목적이 있었군요. 저도 저게 폭파했다는 뉴스를 어렴풋이 본 기억이 납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08-02 16:11   좋아요 2 | URL
식민지 박물관이라면 모두 저런 목적이 깔려 있을겁니다^^ 식민 지배 체제의 선전도구로 딱 좋거든요.
저도 조선총독부 건물 폭파 영상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납니다.

mini74 2022-08-03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궐을 떡 하니 가로막고 있던 그 건물 ㅠㅠ 요즘 미니어처로든 뭐든 새로 만든다는 소리에 뭐지? 하고있습니다. 총독부박물관의 설립이유, 문화재 공출 등에 열받지만 그래도 화가님덕에 자세히 알게 돼서 좋아요 ~

거리의화가 2022-08-04 09:15   좋아요 1 | URL
네~ 의도도 뻔히 보이고 국민들이 보면 열받을 만했죠~ 2년 넘게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지 못했네요. 요새도 특별전 할텐데~ 날씨 선선해지면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미니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