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곳은 2057년의 대한민국이다. 


책의 표지가 말해주듯 처음에는 기후위기를 떠올렸다. 생태계가 파괴된 지구,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2042년 대한민국의 대부분은 물 속에 잠긴다. 나처럼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죽겠구나 생각했다. 물 속에서 숨조차 쉬지 못하는 사람이 이런 환경 속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의 적응은 놀랍기만 하다. 변화한 생태계 속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 높이가 한참을 높아졌다고. 그래서 한국 주변에 댐을 세우게 되었다고.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댐이 무너지고 서울도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 그게 벌써 십오 년 전의 이야기라고. - P25


수호는 서울을, 서울에 살던 사람들을, 그리고 인간 양육키트의 주인을 상상했다. 일흔살 먹은 할아버지도, 자라나는 아이들도, 작고 부드러운 살덩어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그 누군가를. 만약 그런 게 실제로 있다면, 이 나라의 반절이 물에 잠긴 것도 그 때문이라면, 세상의 모든 고통은 원래부터 이토록 초라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믿어야마음이 편했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댐이 무너지면서 도시를 휩쓰는 장면을 눈앞에 그리기보다는.

뉴스로만 보았던 화제들이 머리 뒤편에서부터 빠르게 풀려 나왔다. 세종시로 옮겨 가는 정부 청사와 뚝뚝 떨어지는 서울 집값은 물론이고 세 번째 세계 대전마저 사소하게만 느껴지더니 그러면 자신의 평생은 또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2042년의 지구에는 육십칠억 명의 인간이 있었으므로 불행도 그만큼 있을 터였다. 따라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십오 년에 비하면 자신이 잠들어 있던 시간은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싶다가도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 P135


이 세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했다. 내가 속한 세계는 달라야 한다는 것. '우리는 당신들과 달라요.' 


멀쩡한 데가 하나 있긴 하다. 나도 듣기만 했는데, 강원도는 산이 높아서 바닷물이 안 넘어갔다는 거야. 예전에는 거기에서 우릴 구하러 오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못 오게 막는대. 같이 살기 싫다고. - P30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물이 주는 이미지란 2014년 이후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원래도 물에 대한 공포가 강했으나 나는 이 사고 이후 세월호의 침몰과 바다 속에 수장된 사람들. 아픈 기억이 떠올라 몇 년동안 나를 침잠하게 했다.


"내가 몇 번을 말하냐. 사고는 예전에 났어도 사람 마음은 속에서 끝이 안 난다니까." - P131


이후 이야기의 주제는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는데 이는 죽음과 영생, 기억이었다.


현재, 죽은 사람의 기억과 의식을 구현하는 기술이 있다. 내가 죽은 후 이런 기술에 맡길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열두 살부터 병원에서 누워만 지냈어. 방사선 치료니, 척추 주사니, 온갖 치료는 다 받으면서. 나아지지도, 아예 끝나지도 않는 상태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 있을 필요는없다고 생각했지."

열심히 살 필요. 열심히 살아 있을 필요. 선율은 세 음절을 빼고 더하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단번에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병원은 흔적으로만 보았어도 병에 걸리는게 어떤 일인지는 잘 알았다.  - P43


아이가 아프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것이 고통일 것이다. 그럴 때 그 기술에 의존하려 시도하지 않을까? 근데 과연 아이에게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컴퓨터와 기계가 얼마든지 추억을 저장하고 편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다른 형태로 살리려 했던 부모의 선택은 한 아이에게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었다.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작을 찾아 헤매곤 한다. 나무의 밑동을 자르면 가지도 말라 죽듯이, 그것하나만 쳐내면 다른 아픔은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믿음때문이다.  - P169


어머니는, 예전이었으면 그냥 죽었을 텐데 기술이 쓸데없이 좋아져서 사람을 괴롭힌다고 했다. 살아야 할 사람이나 죽어야 할 사람이나 나는 그게 쓸데없이도 아니었고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해. 여전히 그래. - P180


연명 치료에 대해서 현재도 많은 논란이 있다. 100세 시대가 되었으나 아프지 않고 온전히 사는 기간 사이에는 20여 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20년의 시간을 아프면서 보내야 하는데 과연 그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나의 고통보다는 주변인들이 나를 보는 고통이 커서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얇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그래서 좋았다.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인간은 그 안에서 적응할테지만 지금의 기후 위기를 되도록 천천히 겪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간의 의식과 기억이 기술의 발전으로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될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뾰족뾰족한 기억 위에 시간을 덧붙여서, 아픔마저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고통을 지우는 게아니라, 잊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마주보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다시, 다른 시간의 발판이 된다는 것. - P183


댓글(29)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2-08-06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내용이군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네요. 제게는 100세 넘으신 할아버지가 계신데 이제는 가실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시아버지를 사십년 넘게 모시고 사는 숙모 생각하면 더욱요 ㅠ 그래도 막상 자기 일이 되면 아직 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던데.. 전 책을 더이상 못 읽게 되면 삶의 의미가 확 사라질 것 같습니다(듣는 건 더 먼저 어려워질 것 같고요)

거리의화가 2022-08-07 13:14   좋아요 2 | URL
100세 넘으시다니 저는 주변에 그런 분이 없으셔서. 어쨌든 돌봄이라는 문제가 얽혀 있으니 참 뭐라 말하기는 무엇합니다. 여러 감정도 혼재하구요~ 저도 책을 못 읽게 된다면 그 어떤 것으로도 슬픔이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도 좀 덜 봐야 할 것 같네요(눈 건강을 위해)~

미미 2022-08-06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발췌문이 의미심장하네요. 남편과 얼마전에 연명치료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저랑 완전 반대더라구요. 저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경험한 뒤로 되도록 깔끔?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어요. 되도록 피해주지 않고, 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서요. 이런 책들을 읽으면 의식,무의식적으로 피하던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08-07 13:16   좋아요 2 | URL
저도 미미님과 비슷해요~ 주변에 피해가 안갔으면 좋겠어서 최대한 조용하게 가고 싶은데 하… 그게 쉽지는 않겠죠ㅠㅠ 옆지기도 저와 비슷해서 둘이 한날 한시에(!) 가지 않는다면 좀 피곤할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mini74 2022-08-06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앞에서만은 주객이전도되는 것 같아요. 차마 살릴 수 있는데 보낼 수 없어 부모가 혹은 자식들이 택하는 다양한 방법과 치료들, 그 속엔 정작 아픈이의 선택은 무시되는 경우도 있죠 책 속 어머님 말씀처럼요 ㅠㅠ 뭔가 슬프네요. 어느게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07 13:18   좋아요 2 | URL
어머니 말씀 슬프죠. 저 문장이 저는 좀 울컥하기도 했어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서~ 흠… 정답은 없는데 자식과 부모의 마음도 일면 이해가 되어서 결론 도출이 어렵네요. 죽음의 문제는 생각할수록 더 복잡하고 결론이 안나오는 문제입니다.

희선 2022-08-07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지금은 약이 좋아서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합니다 그 말도 맞기도 하네요 오래 사는 게 좋으면 좋겠지만, 그게 힘든 사람도 있겠습니다 아프지 않고 살면 괜찮지만... 한국뿐 아니라 어디나 물에 잠겼겠네요 빙하가 다 녹으면 사람이 살 수 있을지...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07 13:20   좋아요 2 | URL
약이 더 좋아지고 기술도 좋아져서 얼마든지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반대로 아프기 전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끌게도 하는 듯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기후 위기는 전 세계 공통이죠. 기존의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파랑 2022-08-07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f 소설이긴 한데 왠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영이 생존에 필수가 될거같아요 ㅋ

거리의화가 2022-08-07 13:21   좋아요 2 | URL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섬뜩함이 있는 소설입니다. 요즘은 이런 소설들이 많이 나오네요. 아무래도 기후 위기와 무관하지는 않아 보입니다ㅠㅠ
저는 수영을 전혀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는데 진짜 생존수영이라도 배워야 하는거 아닌지ㅜㅜ

프레이야 2022-08-3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의미심장하네요. 땡스투유~^^
다이브. 전 다이빙은커녕 수영도 못 배웠어요
물이 너무 겁나더라구요. 생존하려면 배워야할지도요.

거리의화가 2022-08-31 21:36   좋아요 1 | URL
물 무서워해서 수영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생존헤엄이라도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프레이야님은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공유해주시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2-09-08 0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 2022년 8월에 내린 비도 기억하겠습니다 며칠전에 지나간 태풍도... 예전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더하네요 거리의화가 님 축하합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9-08 08:52   좋아요 2 | URL
2022년 8월 내린 비가 아마도 오래 기억될 듯 싶어요. 점점 이런 일이 늘어나는데 인간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지만 최소한의 보완대책이라도 세워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2-09-08 0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 봐도 반가운 화가님 요즘 제 책지름신으로 강림하신 화가님 ㅎㅎ
축하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09-08 09:16   좋아요 1 | URL
미니님의 책 지름신이 되다니 영광입니다~ㅎㅎㅎ 항상 미니님 리뷰 보고 저도 장바구니가 쌓여가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9-08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의 화가님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9-08 10:5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래에 물이 잠긴 세상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가 생각납니다. 한동안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이와 관련된 쇼도 했었던... <워터월드>의 세계는 물에 잠긴 이후 현재와 단절된 양육강식의 미래인데 반해, <다이브>의 세계는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미래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어느 미래가 더 현실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가 최소한 유토피아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어 보여 조금 어두워집니다...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9-08 12:49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다 보면 미래 세대가 살기 더 팍팍해진 세계가 될 것 같은 암울함이 느껴집니다. 요즘 SF소설들은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많이 담고 있는데 실제로 얼마 전 우리가 겪기도 한 일이지요. 최대한 위기를 지연시키는게 현재 세대의 책무일텐데 최근 에너지 위기로 정책이 후퇴하거나 지지부진한 것 같습니다.

scott 2022-09-08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57년의 대한민국
어떤 모습일지

화가님 리뷰 읽으며 예측하는 중 ㅎㅎㅎ

이달상 축하 합니다

오늘 지나면
낼 추석 연휴 시작
해피 추석 ^^

거리의화가 2022-09-08 12:51   좋아요 2 | URL
좋은 예측이 되어야 하는데 좋지 않은 생각만 드는건ㅠㅠ 그때 연금이라도 타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ㅋㅋ

스콧님도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8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당선 축하합니다~!! 추석때도 열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11 10:54   좋아요 2 | URL
열독 오늘 저녁부터 가능할 것 같아요ㅎㅎ 남은 명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10 0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시댁 잘 다녀오시고, 즐겁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래요**

거리의화가 2022-09-11 10: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시댁 갔다오니 이틀이 후딱 갔네요. 남은 연휴는 책읽으면서 보내야겠어요. 연휴 잘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09-10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오늘 알았습니다^^ 축하드려요. 화가님^^ 행복한 추석 되시길 저 또한 기원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9-11 10:56   좋아요 2 | URL
ㅎㅎㅎ 나무님 인사 감사합니다^^ 연휴 때 고생 많으셨지요. 남은 연휴는 휴식하며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나의책장 2022-09-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추석 연휴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특히나 짧게 느껴지는 연휴라서 그런지 연휴 마지막 날이라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날도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