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밤 산책자>라는 책을 집어들고 읽으면서 예전 교토 여행이 떠올랐다.

'여행을 가는 것은 장소가 주는 힘이 큰 것이어서'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때 함께 했던 이들, 주변의 공기, 풍경들이 남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때의 느낌이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느낌이란 건 참 오래가는 것 같다.

교토를 총 2번 다녀왔다. 일본을 총 4번 다녀왔는데 교토를 2번 갔으니 내겐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덧 오래 전 일이 되어버려 어떤 장소를 다녀왔는지도 가물거린다.(불과 어제, 그제, 일주일 전 기억도 나지 않는데 기억이 온전할 리는 없다) 사진을 뒤적였다. 여행을 다녀와서 포토북을 만들어두었던 첫 번째 교토 여행은 어딜 다녀왔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덕분에 명확히 보인다. 두 번째 다녀온 여행은 너무나 새로웠다. 그 때 포토북도 만들지 않았고, 인화한 사진들도 없고, 기록도 하지 않아서 사진을 보기 전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사진에는 위치 정보도 없으니 어느 곳엔가를 갔었나보다 중얼거린다. 하지만 사진을 보지 않았어도 어느 곳에 앉아서 술을 마셨던, 그 때가 너무 좋았는지 그 느낌만은 또렷하다.

교토를 처음 갔을 때 겨울이었다. 내 생일 무렵 즈음이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급작스럽게 준비하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요미즈데라가 있는 것을 알았다. 금각사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알고 있었고. 사실 이 두 곳만 봐도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었으나 기온과 니조성까지 4군데를 오전부터 시작해서 반나절 안에 다 돌아보았다는 것이 놀랍다. 이 날 내 다리에 족저근막염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과욕을 부렸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교토에 최소 1박을 했더라면 그렇게 처절하게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것인데 시간의 압박에 쫓겨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덕분에 옆지기와 싸울 뻔도 했었다.

기요미즈데라는 듣던 대로 장관이었다. 연애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 나는 기요미즈데라를 올라 광장 같은 무대 안에서 밖을 바라보며 '아. 이래서 여길 오는구나.' 마치 높은 산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며 도심을 바라보는 것 같달까. 만약 내가 고소공포증이 없었다면 자유낙하의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기온은 가게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는 곳이었다. 다만 내가 돌아다녔던 시간은 일요일 한낮이 되기 전 무렵이어서 가게 주인과 관광객들의 모습만 보게 되어 아쉬웠을 뿐이다. 거리는 께끗했고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지도 않아서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금각사는 말 그대로 황홀경이었다. 건물이 수면에 비친 모습이 장관이었고 저 금붙이들을 보고 있자니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다만 건축의 재료 뿐만이 아니라 1, 2, 3층의 건축 양식이 모두 달라서 가치가 있다 느껴졌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아주 오래 그곳에 머물며 금각사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많았고 시간은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니조성은 마지막에 급하게 결정된 곳이었다. 헌데 무엇 때문에 리스트에 넣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니조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으로 지어진 성으로 궁전과 여러 개의 정원들, 해자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대결에서 최종 승리하며 이 성에 들었지만 짧은 역사를 뒤로 하고 이 성은 막부 말기까지 중앙 무대에서 내려온다. 나는 화려한 니노마루 궁전의 정문과 넓은 해자, 잘 꾸며진 정원, 본당의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건축 지식이 얕아서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오반자이라고 하면 '교토 가정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가정식이라는 말에 걸맞게 가게 내부가 좁다. 짧은 카운터와 테이블은 두어 개에 그칠 때도 많다. 예약 손님만으로 가게가 다 차기도 한다. 구글맵에서 주변의 식당이나 술집을 찾을 때 오반자이 전문 식당이고 밤에 영업을 한다고 나와 있으면, 대개 이런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골 장사를 하는 집들도 많아, 앉아서 술을 곁들여 이것저것 먹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서, 마스터와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두 번째 여행은 3월이었다. 매번 춥거나 더운 계절에만 여행을 했던지라 꽃이 피는 봄을 선택한 것이다. 3월 마지막 날 무렵이어서 벚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대부분 그때쯤 만개를 한다 들었고. 하지만 역시 체험은 다른 것이었다. 막상 도착하니 이제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일주일쯤 교토에 있었다면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러기엔 이번에도 교토 스케줄은 반나절 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돌아보아야 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때의 여행은 사진 말고 남은 게 없어서 어딜 갔다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만개한 벚꽃을 보지 못하고 시기를 놓친 아쉬움이 기억을 통째로 날린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비교적 많이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 썩소를 날리며 사진을 찍고 평상에 앉아서 술을 마셨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흩날리는 벚꽃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쌀쌀한 날씨이긴 했으나 볕이 따뜻해서 날씨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 때의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윈도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그것 중 하나로 여전히 사용중이다. 그래도 어딜 다녀왔는지는 알아두어야겠지. 사진을 기반으로 열심히 검색을 했다. 내가 다녀온 것은 바로 은각사와 마루야마 공원이었다. 그러니까 술을 마셨던 곳은 마루야마 공원의 어느 평상이었던 셈이다. 은각사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내가 일본식 정원에 다녀왔다는 것을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 아! 이곳이 은각사의 정원이었어.

은각사의 정원은 특별했다.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얀 모래로 그려놓은 그림, 주변의 돌들, 나무들, 꽃들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감탄을 자아낸다. 사다리꼴 모양을 한 거대한 모래탑(후지산을 본떴다고 한다), 잘 꾸며진 연못, 관음전을 돌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금각사는 사실 건물만으로 이목을 끈다고 한다면 은각사는 건물을 비롯한 정원과 자연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본식 정원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곳이었다.


마루야마 공원은 순전히 벚꽃을 보기 위한 장소였다. 벚꽃은 비록 덜 피었어도 충분히 좋았다. 벚꽃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이 곳이 벚꽃 명소임을 깨닫게 했다. 볕이 따뜻해서 호젓하니 산책하기에도 좋고 사람들 구경하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평상에 앉아서 볕과 바람을 느끼며 마시는 맥주의 맛은 일품이었다. 그 때가 오후 4시 넘은 무렵이었는데 어느새 해가 좀 기울고 있을 때였다. 얼마나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때 찍은 사진들은 하나 같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좋은 감정은 사진으로도 나타난다. 이 때의 느낌이 참 좋았어서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가볼 수 있을까.





인생은 너무나 자주 애매한 곳에서 갈등하도록 생겨먹었다. 돌아가지도, 앞으로 가기도 애매하다. 나의 인생은 왜 매번 이러한지. 이런 갈등이 없는 때가 바로 벚꽃 철학의 길이다.

작정하는 방식의 특성상 정원을 완성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 특히 계절이다. 일본 정원의 작정 철학은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데 있다. 나무를 둥글게 깎아 모양을 다듬거나 뒷배경을 차단해 정원을 좀 더 통제 안에 둔다. 키 큰 나무들을 병풍처럼 둘러 세우는 경우도 많다. 한편 중국은 자연에 근본을 두되 자연보다 나은 형태를 만들고자 하고, 한국은 담양 소쇄원처럼 지형을 살려 정원을 조성하고 건물을 올린다. 이것을 인지제의因地制宜라고 한다.

책은 교토의 봄을 즐기는 법, 정원, 가게와 볼거리, 맛집 같이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관련 장소에 어울리는 책이나 영화 등을 소개하여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돋운다.
여행 주제로 쓴 책은 많지만 가이드는 1, 2년만 지나도 예전 것이 되어 새로 사보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반면 에세이는 설사 책에 등장한 건물이 실상 없어졌다고 해도 글과 사진의 조각을 통해 독자를 그 길로 인도하는 행복을 준다. 이 책은 후자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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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25 11: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너무나 자주 애매한 곳에서 갈등하도록 생겨먹었다. 돌아가지도, 앞으로 가기도 애매하다. 나의 인생은 왜 매번 이러한지. 이런 갈등이 없는 때가 바로 벚꽃 철학의 길이다.]
오늘의 명언, 명문장으로 밑 줄 쫘악!✍

교토의 진짜 아름다움은 가을입니다
교토에서 태어난 친구가 벚꽃이 흔날리는 계절 보다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도시 전체가 불타오르는 순간이 진짜 교토의 아름다움이라고 !ㅎㅎ

일본 이제 엄격한 입국 심사 없앴고 코로나 검사나 백신 접종 여부 안따집니다
화가님 올해 꼬옥 교토에 ^^

거리의화가 2022-08-25 11:18   좋아요 5 | URL
근데 옆지기가 이젠 여행에 흥미가 떨어졌는지 움직일 생각을 안하네요ㅎㅎㅎ 저도 단풍 좋아해서 가을에 가보고 싶습니다. 불타오르는 황홀경을 즐기고 싶네요~~~

프레이야 2022-08-25 1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교토를 소환해 주셔서 추억이 새록새록 넘 좋아요. 이 책 보고 싶어지네요. 전 남표니랑 늦가을 초겨울 단풍 이쁠 때 갔었어요. 맥주 맛나고 우나기도 맛나고. 오코노미야끼도 교토식은 조금 다르더군요. 니조성도 그렇고 도시샤대학까지 갔었는데 학생들이 마침 축제기간이었어요. 몇 년 후 다리 나아지면 다시 걸어보고 싶은 교토, 동주가 걸었던 천변 밤벚꽃 핀 길을 가봐야겠어요. ^^ 여행에세이의 장점이 드러나는 책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5 12:58   좋아요 3 | URL
교토를 소환해주셨다고 감사합니다. 공간이 주는 마법이랄까요. 장소가 담긴 사진을 보니 과거의 추억으로 훅 빠져드는 것이지뭡니까.
단풍 이쁠 때 두분이서 함께한 여행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사진들 보니 둘이서 먹은 술이 왜 이리 많아를 생각했어요ㅋㅋㅋ 여행하려면 다리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죠. 저도 첫 여행 때 너무 걸어서 족저근막염이 와 한동안 조심했었더랍니다. 그 후에도 무리하다 싶으면 도져서 적당히 걷고 있습니다. 교토 저도 다시 한번 다른 계절에 가보고 싶어요~*^^*

mini74 2022-08-25 1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과 잠시 교토를 걷는 기분이 ㅎㅎ 전 조카가 교토대 교환학생으로 가서 한 번 가봤어요. 맛집 투어만 한 ㅎㅎ 교토대 낡은 기숙사 건물 등도 볼 만했어요.~~ 스콧님 댓글 보니 가을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

거리의화가 2022-08-25 13:00   좋아요 4 | URL
교토는 자고로 걷는 맛이 있는 곳이더군요! 제 다리가 좀 더 튼튼하고 일정이 더 길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은 곳이었어요. 오~ 교토대 가셨었군요. 저는 그때는 가볼 생각을 못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옆지기에게 말했다면 대학 건물을 왜가? 라고 핀잔먹었겠지만ㅋㅋㅋ 저도 교토의 가을은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람돌이 2022-08-25 14: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니조성 꾀꼬리복도로 유명하잖아요. 암살자를 막기 위해 복도를 삐걱거리게 만들어 놨는데 그 소리를 새소리가 나게 만든.... 걷는데 진짜 신기하더라구요. 전 저기 니조성 입구에서 배가 고파서 편의점 도시락 까먹었던 기억이.... ㅎㅎ
벚꽃 필 때 가을 단풍때 다시 가보고싶지만 현실은 늘 땡볕한여름 아니면 한겨울입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25 14:44   좋아요 5 | URL
앗 바람돌이님 덕분에 기억이 소환이...ㅋㅋ 맞아요 그 끽끽대던 소리^^ㅎㅎㅎ 어둑어둑하던 건물 내부가 그 소리 때문에 더 소름끼쳤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직장인이라 늘 여름휴가, 겨울휴가 때만 이용해서 가서 봄은 딱 한 번 여행으로 끝이 났던-_-;ㅋㅋㅋ

모나리자 2022-08-25 14: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교토 여행 추억이 떠오르네요. 키요미즈데라, 금각사 은각사는 물론 좋았구요.
아라시야마도 참 좋았어요. 11월 초에 갔는데도 단풍이 안 들어서 아쉬웠고 살짝 더웠었지요.
벌서 6년이 지났다니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님.^^

거리의화가 2022-08-25 15:36   좋아요 5 | URL
저는 기요미즈데라 12월에 갔었는데 단풍이 좀 남아 있던 걸 보면 단풍이 꽤 시기가 늦는 것 같아요. 아라시야마도 좋으셨겠습니다. 대나무숲도 있으니 여름에 가보는 것도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했어요.
저도 2번째 교토에 다녀온지 어느덧 10년이 다되어갑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ㅠㅠ 모나리자님도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2022-08-26 0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은 교토에 두번 갔다 오셨군요 오래전이어서 잊어버렸다 해도 사진이 있어서 사진을 보면 생각나기도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적어두기도 하셨군요 교토는 걷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윤동주나 정지용이 생각나기도 하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26 09:11   좋아요 2 | URL
네. 사진이 있어 추적(!)에 도움을...ㅎㅎㅎ 저는 여행에 가면 계획을 세우는 편이었고 그래서 일정표도 만들었어요. 여행중에도 노트에 기록을 남기고 돌아와서는 포토북으로 인상적이었던 사진과 글을 실어 만들어두는 편이었어요. 하필 두 번째 교토 여행은 사진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기억이 더 희미하더군요^^;;; 역시 그래서 결론은 포토북은 항상 만들어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진 인화를 해두는 것도 좋고요^^
이 책에 윤동주는 나오지 않지만 정지용에 관련된 내용은 나왔어요.

새파랑 2022-08-26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금각사가 그 금각사군요 ㅋ 저도 교토 가보고 싶네요. 전 도쿄만 한번 가봤는데 서울이랑 너무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좀 그랬었습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08-27 07:45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교토 참 좋았어요. 언젠간 기회가 되면 가보세요.
도쿄는 음... 고즈넉한 풍경을 생각하기엔 어렵죠. 오히려 골목 여행을 하시는 것이 더 좋았을수도 있는데~ㅎㅎ 저도 도쿄는 짧게 2일 정도만 보냈지만 나름 재밌었어요. 오락실도 가고 대관람차도 타고 가게들도 구경하구요.
 

중국철학사 - 도학의 흥기와 도학 중 도불의 요소

1. 한유
한유는 맹자를 몹시 추존했는데 그로 인하여 맹자가 송명 도학파의 중요 근거 전적이 되었다. 하지만 한유는 불교를 배척했어도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한유가 대학을 인용하면서 대학도 송명 도학파의 중요 근거 전적이 되었다.
한유가 “도”를 제시하여 도통설의 근원을 만들었다.

2. 이오
한유는 이오와 사우지간이었다고 한다.
정과 성, 성인이 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중용을 인용하면서 중용이 송명 도학파의 중요 근거 전적이 되었다.
유가의 학문에서 예악은 윤리적인 것이었으나 이오는 “성”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보았다.

한유는 「원도(原道)」에서 말했다.
널리 사랑하는 것이 인(仁)이고, 이치에 맞는 행위가 의(義)이며, 이 인의를 따라 살아가는 것이 도(道)이고, 자신에게 충족되어 있어 바깥에 기댐이없는 것이 덕(德)이다. 인·의는 고정된 이름이고, 도·덕은 공허한 자리이다.
그러므로 도에는 군자·소인이 있고, 덕에는 길 ·흉이 있다.…………성현의 글에
"옛날 천하에 명덕을 밝히려는(明明德) 자는 우선 자기 나라를 다스렸고, 나라를 다스리려는 자는 우선 자기 가정을 다스렸고, 가정을 다스리려는 자는 우선 수신(修身)했고, 수신하려는 자는 우선 마음을 바르게(正心) 했고, 마음을바르게 하려는 자는 우선 뜻을 참되게 했다"고 했는바, 옛날에 이른바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참되게 한 것은 장차 일을 도모하려는 것이었건만 지금은마음을 다스린다며 천하 국가를 도외시하고 하늘의 영원한 이치를 했으니, 아들이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신하이면서 임금을 임금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지금) 오랑캐의 법을 선왕의 가르침 위에 두었으니 모두가 오랑캐가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 P419

정은 스스로 정이 되지 못하고, 성에 의지하여 정이 된다. 또 성도 스스로 성이지 못하고 정으로 말미암아 밝아진다.

무릇 밝음이란 어둠에 대립한 것이므로 어둠이 멸하면 밝음도 성립되지 않는다. - P424

성(誠)이란 성인이 본성으로 삼는 경지로서(성인에게나 자연스러운 경지로서), (이 경지의 성인은) 고요히 움직이지 않으나(寂然不動) 넓고크고 맑고 밝아 천지를 비추며, 감응하면 천하의 모든 현상에 두루 관통하며(感而遂通天下之), 행하고 머물고 말하고 침묵할 때마다 항상 법도에 맞게 처신한다. - P425

작은 일에도 성(誠)은 깃들 수 있고, 성(誠)하면 나타나고 나타나면 뚜렷해지고 뚜렷하면 밝아지고 밝으면 감동되고 감동하면 변화되고 변화하면 감화되는즉, 오직 천하의 지성(誠)의 인물이라야(천하 만민을) 감화시킬 수 있다.

도란 지극한 성(誠)을 뜻한다. 성에 이른 다음 계속 정진하면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이 비워진 다음 계속 정진하면 밝아지고, 밝아진 다음 계속 정진하면 온 우주의 현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해하게 되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성명(性命)을 온전히 발휘시키는 도였던 것이다. - P426

송명 도학자들은 모두 당시에 흥미있게 생각된 문제들은 유가의 전적 내에서도 상당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명 도학자들은 모두 유가의 전적 내에서 당시에 흥미있게 생각된 문제들의 해답을찾았다. 이오와 송명 도학파가 말한 성인은 윤리적이 아닌 종교적또는 신비적 성인이다. 그들이 말한 성인은 그저 예컨대 맹자가 말한 "인륜의 극치인 인물이 아니라 인륜을 극진히 발휘하고 예악을 행하여 수양이 지극한 경지, 즉 우주와 합일하는 경지에 도달한사람이었다. - P428

모든 것을 인식하고 모든 것을 도모하면서도 마음이 고요하여 천지를 환하게 비추는 것이 바로 성(誠)의 밝음이다. 『대학』에 ‘치지는 격물에 있다(致知在格物)‘고 했고, 『역』에 ‘역(易)에는 생각도 없고 작위도 없다. 고요히 움직이지 않고 감응하여 천하의 모든 현상에 두루 관통하는 일(感而通天下之故)은 천하에서 지극히 신령한 인물이아니고서 그 누가 이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감히 묻건대 ‘치지는 격물에 있다‘고 함은 무슨 말입니까?"
"물(物)이란 만물을 뜻하고, 격(格)이란 도래하고 이른다는 뜻이다. 사물이도래할 때 그 마음은 명명백백히 그것을 변별하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바로 ‘치지‘이고 삶의 지극함이 지극하기에 뜻이 참되어지)이다.
고(意誠) 뜻이 참되기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心正) 마음이 바르기에 몸이 수양되고(身修) 몸이 수양되었기에 집안이 화목하고(齊) 집안이 화목하기에나라가 다스려지고(國理) 나라가 다스려졌기에 천하가 화평해진다. 이것이 바로 천지와 더불어 나란히 셋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 P430

송명 도학의 기초와 윤곽은 당대(唐代)에 이미 한유와 이오에 의해서 확정되었다. 이오의 공헌은 한유보다 더욱 컸는데 그의 학설에 미친 불교의 영향은 더욱 현저했다. - P432

이오와 송명 도학자들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유가의 부처가되게 하려고 했는데, 유가의 부처는 반드시 일상의 인륜생활 속에서 성취되어져야만 했다. 이것이 바로 이오와 송명 도학자들이 불학을 유학 내로 끌어들이면서도 여전히 배척한 이유였다. - P433

도교에서 차용한 유가의 경전은 그 대표이다. 『역』은『주역』이본래 점치는 데에 쓰였고 복서(卜)란 원래 술수의 일종이었으므로 『역』은 음양가의 경전이기도 했다. 도교의 경전은 『역』에 근거한 것이라고 자처한 것이 많았다. - P435

과학에는 두 측면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확실성을 중시하는측면이고 또 하나는 권력을 중시하는 측면이다. 오직 사물에 대한확실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배할 권력을 가질 수 있다. - P440

왕충은 우리의 지식은 반드시 우리가 경험 속에서 실험할수 있는 것이어야 비로소 참되다고 여겼는데, 우리가 왕충에게 과학정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왕충의 학설은 음양가와 반대의 위치에 있지만, 양자 모두에 과학정신이 있었다고해도 무방하다. 하나는 확실성을 중시했다면 하나는 권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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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24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저자 펑유란, 천재 철학자
문혁 때 마오가 가만 두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ㅜ.ㅜ

거리의화가 2022-08-25 09:07   좋아요 1 | URL
문화대혁명 때 희생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죠.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건들이 너무 많았어서... 싸잡아 몰아 정치사상범으로 몰아서 수많은 사람들의 세월을 낚아버린...
 



‘무엇이 행복한 임신중지의 가능성을, 가장 좋게 봐서 규범을 위반한 것, 가장 나쁘게 봐서는 말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가?’ 임신을 원치 않은 여성의 관점에서 임신중지를 바라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 줄 유일한 수단이 있고 그 수단이 비교적 직접적이며 고통을 주지 않는데도 자꾸만 불행으로 재현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터무니없다.



책을 읽고 내용은 정리가 안 되었어도 읽으면서 떠올렸던 과거의 기억을 적어두자 생각해서 끄적인다.


나는 오래도록 독신을 지향했다. 사랑에 대한 감정에 회의적이던데다 결혼이란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전에 한 번 썼던 내용인데 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결혼 이전에도 그랬지만 친정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나는 결코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를 넷 출산한 어머니는 출산 이후 한참을 지나도 육아로 고통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아이를 넷을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똑똑히 지켜보았다. 지금보다 더 예전이었던 시절 가부장적인 환경 아래에서 살아온 부모님이 만나 아이를 낳았다. 지금도 공동육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그때는 오죽했을까. 어머니는 임신 후 10개월을 총 4차례를 겪고 출산 후에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업 전선에 나서야 했다. 아버지가 번듯한 직장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도 못해서 자영업을 시작한지라 이후에는 하루 밥 벌어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말 그대로 슈퍼맘이었지만 나는 이 용어가 너무 싫다. 왜 슈퍼맘이 되어야만하는가.


임신은 남녀가 함께 해야 이루어지는 것인데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에 대한 고민은 왜 여성들만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열렬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짝사랑이었거나 그마저도 뜨거운 감정이 일어나는 사랑은 아니었다. 남편을 만나고 사랑을 하면서 혼전임신에 대한 고민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 고정관념이 강했던 나는 결코 혼전임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의였다. 잘못 했다가는 피곤해진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혼전임신이 잘못인 것은 아니다. 사랑해서 낳은 결실이 결혼 전이라고 스스로 책잡힌다고 생각하게 되는 씁쓸한 현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초반에 임신에 대한 시할머니의 압박이 심했다. 한 날은 명절에 한 번 갔다가 "아이를 낳아야 효도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용돈과 선물을 드리는 것, 다정한 말로 안부를 묻는 것은 효도가 아닌건가 싶어 좌절감이 일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친정 부모님께서 스트레스를 주셨다. "아이는 반드시 낳아야 한다."라고 하시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 본인이 그렇게 고생을 하셨으면서 내게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게 말이 되나?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 몸이 노화가 되어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서 더 이상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아신 모양인지 말씀하시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때를 생각하면 서운함이 밀려온다. 


임신중지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의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는 저자의 말이 무엇보다 공감되었다. 또 임신한 여성을 아이의 어머니로 고정시켜 임신중지는 잘못되었고 해로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비판을 가한다. 여성들이 임신과 임신중지라는 경험을 겪으며 느끼는 온갖 불평등의 상황은 분노해야 하는 게 맞고 트라우마를 비롯한 부정적 감정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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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24 1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에 저희 아파트 새로운 이웃분이 저희 엄마에게 큰 딸 왜 시집 안보내냐고 했다더라고요. 엄마는 자기가 안간다는데 뭘 보내냐, 자기가 알아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고 했더니 ‘그래도 결혼은 해야죠‘ 라고 했대요. 그래서 엄마가 그분께 ˝결혼해서 행복하세요?˝ 했더니 답을 안하셨다고.. 그전까지 아이낳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이를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하셨다 했거든요. 저희 회사에 저보다 나이 많은 남자 직원도 저한테 왜 결혼 안하냐고 그래도 결혼은 해야된다고 그러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방금전까지 부장님이 아내랑 자식 잇는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셨잖아요˝ 했더니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이러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그래도‘ 해야할까요? 자기들이 했기 때문일까요? 자기가 선택한 삶이 있고 타인이 선택한 삶이 있고 다 각자의 선택이 있는건데, 왜 자기가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걸까요? 설사 그게 행복하지 않아도 말예요.


저에게도 좋은 책읽기였어요. 좀 충격이기도 했고요. 뭔가 바로잡히는 느낌이 들어서 좋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책읽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거리의화가 님!



거리의화가 2022-08-24 12:49   좋아요 3 | URL
대체 본인들이 그렇게 불만스러웠으면서 왜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지ㅉㅉㅉ 행복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거기로 뛰어들라는 건 죽으라는 소리인지...ㅎㅎㅎ

책을 다 이해는 못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또 이번에 배워갑니다^^ 임신과 출산, 임신중지로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도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으면 좋겠으나 남성들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아 2022-08-24 11: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슈퍼 맘이셨어요. 저는 외동이고 엄마가 동생들 여럿을 키우다시피 하신 모습을 보며 자랐죠.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 세대도 딱히 이유를 모른채 남들 다 하니까 결혼하고 낳으니까 낳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학 공부하길 참 잘했어요. 제대로 된 질문을 찾아가면서 사회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안경을 낀 기분? ^^*

거리의화가 2022-08-24 12:51   좋아요 3 | URL
예전 어머니들은 생각할수록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다 감내하고 어찌 사는지;;; 그 세월은 결코 보상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납니다.
여성학 공부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으나 읽을수록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네요. 공부할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니 좋습니다.

mini74 2022-08-24 1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아이가 다섯. 최소 아들이 둘은 있어야 한다는 친할머니의 의지로 인해 ㅠㅠ어린 시절도 사춘기도 행복하지 못했어요. 온 힘을 다해 키워준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유년기는 다섯아이의 첫째 둘째 혹은 막내 또는 딸이라는 이유가 컸을거에요.아이를 낳는건 여성의 몫인데, 의무인냥 혹은 아이를 낳아주는 도구처럼 취급되는 건 ㅠㅠ전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한다가 아니라 아들을 반드시 낳아야 한다는 말을 시댁갈때마다 들었답니다. ㅎㅎㅎ 조선시대냐 싶지만, 이 동네 다둥이 가족들 보면 아직도 막내가 아들인 경우가 많아요 쓰다보니 또 분노가!!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24 12:54   좋아요 4 | URL
다섯이라니...;;; 사실 저희 어머니도 네 명의 아이를 출산한 이유가 아들 낳아야 해서였어요. 결국 딸 둘 낳고 아들 둘을 낳는 사태가~ 만약 아들 낳아도 되지 않았으면 두명만 낳았을것을. 저희 아버지가 외동 아들이어서 친할머니께서 엄청 압박을 하셨다네요. 그래도 아들을 셋 만에 낳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_-
아이들이 넷이었고 부모님은 일을 하시다 보니 정말 알아서 커야 하는 상황이 됐었어요. 그래서 오래도록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아이를 키워야하니 그런거지만 아이들은 그게 또 아니니까요. 저도 쓰다보니 또 분노가 듭니다!ㅜㅜ

페넬로페 2022-08-24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에서는
결혼했다
아이가 있다!
이 두 문장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끊는데 최고예요.
그 다음부터는 질문이 들어오지 않거든요.
저도 딸아이에게는 결혼해도 꼭 아이를 낳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지만 인간이 아이를 낳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확실히 인간을 성숙시켜 주거든요^^

거리의화가 2022-08-24 14:15   좋아요 3 | URL
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다른 것들을 압도할 만한 질문일겁니다.
아이를 낳든 아이를 낳지 않든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후회를 해도 덜 하지 않을까요. 물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은 다른 것이겠지요.

2022-08-29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8-24 17: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 친한 친구가 어렵게 자라 아이에 대한 기대가 없었고, 남편도 어린시절 일찍 부모님 돌아가셔 거의 고아로 성장하여 남편도 자식에 대한 애착이 없어 친구네는 결혼하자마자 무자식으로 합의를 보고 살더군요. 그러다 나이 들어가면서 남편이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다보니까 자식을 낳고 싶어한다길래, 저도 옆에서 얼른 낳으라고~ 더 나이 들기전에 낳으라고~ 막 부추겼었는데 막상 가지려니까 안생겨서 친구네는 그냥 그렇게 강아지만 키우고 살고 있어요. 근데 근 10 년을 자식 없는 친구네를 보면서 아~ 자식이 없어도 더 멋지게 살 수 있구나!! 생각이 완전 바뀌었죠^^
그전엔 친구 따라다니면서 늙어서 외롭다고 빨리 아기 가지라고...ㅜㅜ 뒤늦게 미안했어요ㅜㅜ
요즘엔 내가 애를 셋이나 낳았다는 게...너무 많이 낳은 것 같아 좀 부끄러울 때도 많아요ㅋㅋㅋ 애들을 보면 사랑스럽지만 한 번씩 나 굳이 애를 셋이나 낳았어야 했나?? 생각해 봅니다. 결혼하면 당연히 애를 낳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요즘 사촌언니네 조카들 한 두 명씩 결혼하고 있는데 일찍 결혼한 조카는 아기를 낳아 힘들게 키우고 있지만 조금 늦게 결혼한 조카들은 다들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정하고 살고 있구요.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옛날식의 방식대로 살아가라고 강요하기엔 이젠 구태의연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생략하신다길래 섭섭하다가 괜스레 더 반갑네요^^

거리의화가 2022-08-24 20:52   좋아요 5 | URL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이기적인 나를 되뇌였거든요. 어쩌면 이런 저의 경험들이 족쇄처럼 트라우마로 남아 저를 괴롭히나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나를 놔주자 싶었고 주변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만하자 생각했어요. 이기적이어도 괜찮겠죠~^^;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라 리뷰로 쓰기에는 그랬고 그렇다고 해서 안 남기면 기억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생각해서 올렸습니다. 나무님이 여성주의책 읽을 때 함께해주셔서 항상 든든합니다.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2-08-24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임신과 출산에 관련되면 우리 여자들은 정말 할 얘기가 산더미죠. 대한민국처럼 가부장제 심하고, 임신과 출산은 여자에게 몰빵시키고, 그러면서 잘못되면 비난도 몰빵시키는..... 심지어 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들을 낳아야 된다는 압박에 시달렸잖아요. 저희 시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만 보면 아들 하나 낳아야지.... ㅎㅎ 그런 우리 여자들의 의식에 전환점을 가져올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는 우리도 다 알고 있잖아요. 임신중지가 여성이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란걸.... 그런데 주변 서사는 늘 그런 감정을 강요하는데 이 책에서 그것을 명료하고 확실하게 아니라고 얘기해주니까 좋더라구요. ^^

거리의화가 2022-08-25 09:11   좋아요 3 | URL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뿌리깊은 이 가부장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구나...! 대한민국은 아이는 당연히 낳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도 아들을 강요하여 많은 어머니들이 고통을 당했었죠. 저희 어머니도 그랬구요. 말씀하신대로 여성들도 예전 사고에 갇혀서 힘들어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식을 전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에서 감정의 강요가 정책적 수사로까지 이어진다는 것도 알려주어서 좋았어요.

- 2022-09-10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경험을 되짚어 해석해보는 여성주의 책읽기는 좋은 것~~^^ 거화님의 리뷰는 참 좋아요!

거리의화가 2022-09-11 1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쟝쟝님^^ 제 리뷰가 저는 부끄럽습니다ㅎㅎ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쓰다보면 늘겠죠^^
 

수당의 불학 (하)

진·수(陳隋) 무렵의 지(智顗, 538-97)는 불학의 한 종파의 대사로서 지자 대사(智者大師)로 일컬어졌다. 그 종파는 지의가 천태산(天台山)에 살았으므로 천태종(天台宗)으로 일컬어졌고, 또『법화경(法華經)』을 근본 경전으로 삼았으므로 법화종으로도 일컬어졌다. 이 종은 혜문(文)이 제1조(祖), 혜사(慧思, 515-77)가 제2조, 지의가 제3조이다. 지의는 이 종을 선양 발전시켰고 저술도 매우 많지만 그 내용은 주로 수행방법이고 철학적 흥취가 있는 것은별로 없다. - P355

삼세(三世)의 제불(諸佛)과 중생(衆生)은 다같이 이 깨끗한 마음(淨心)이그 본체이다. 범성(凡聖)*의 제법은 그 자체로 차별되고 상이한 모습이 있으나, 이 진심(眞心)은 차별도 모습도 없기 때문에 "여(如)"라고 했다.
또 "진여(眞如)"란 일체의 존재가 진실(眞實)로 그와 같다는 말이다. (일체의 존재가) 오직 진실로) 그와 같은 하나의 마음이기 때문에[三界唯心 그하나의 마음을 일컬어 "진여"라고 한다. - P356

여래장과 그 안에 포함된 염·정의 여러성과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가 아니고, 매 하나의 부분이 곧온 전체이다. 따라서 여래장 안에 일체의 성품들이 갖추어져 있지만 잡다한 성의 차별이 없다. 이 방면에서 보면 "여래장 본체는 평등하여 실제로 차별이 없으니 곧 공여래장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체의 성품들을 갖추고 일체의 일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여래장 속에도 또한 "차별이 있으니 곧 불공여래장이다." - P359

삼성은 다음과 같다. 출장진여(眞如)와 부처의 청정한 공덕을 진실성이라고 한다. 재장진[在障眞]와 번뇌 성품이 화합한 것이 아뢰야식인데이것이 의타성이다. 6식, 식은 망상 분별을 하는데 이것이 분별성이다. - P360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다 진실성이 현현한 것이니 즉 마음 밖에 존재가 없다(心外無法)는 말이다. - P363

모든 범부와 성인이 동일한 업을 만들어 그 공상성을 훈습하기 때문에공상식이 성립된다. 또 하나하나의 범부와 성인이 저마다 각각 다른 업을 만들어 저 불공상성을 훈습하기 때문에 불공상식이 성립된다.………그러나 이똑같이 수용되는 땅(산하대지)은 오직 마음의 형상이기 때문에 공상식인 것이다………이른바 불공상식이란 모든 범부와 성인의 신체 안의 별보(別報)가그것이다. 각각의 범부와 성인은 다른 업을 지어 진심을 훈습하기 때문에, 진심의 불공(不共)의 성이 훈습에 의해서 흥기하여 별보로 현현하기 때문에저마다 차이가 되어 자타가 서로 구별된다. 그러나 이 차이 난 응보(報)는 오직 마음의 형상이기 때문에 불공상식인 것이다." - P364

불법(佛法)은 이와 다르다. 일체 존재는 모두 마음에 의해서 지어진 것이나 심성의 연기는 모습의 차별이 없지 않다. 다시 모습의 차별이 있기는 하나 오직 한 마음을 본체로 삼고 본체를 작용으로 삼기 때문에 실제(實際)는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이것은 (외도처럼) 마음 밖에 실재 사물이 있고 마음이 그속에 편재한다는 것을 일컬어 이른다고 부른 것이 아니다."21)AEMB 190마음 밖에 실재 존재는 없다. 따라서 모든 현상은 다 마음이 현현한것이지만 마음이 모든 곳에 편재한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이 이 설과보통 말하는 범신론(神論)과의 차이점이다. - P369

현상세계에 대해서 집착의 마음(執情)이 없으면 다시 현상세계에 머물더라도 지장이 없다. - P373

즉 중생과 제불은 본성 측면에서는 전혀 구별이 없다. 그 차이는 중생은 염업에 의해서 염성을 훈습하므로 생사 등의 염사가 생기고,
제불은 정업에 의해서 정성을 훈습하므로 열반 등의 정사가 생긴다. 그러나 중생은 염사 안에 머물더라도 정성은 전혀 파괴되지 않기에 수시로 정업을 일으켜 정성을 훈습할 수 있고, 제불은 정사 안에 머물더라도 염성은 전혀 파괴되지 않기에 수시로 생사의 세계에들어가 염용(染用 : 염성의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 P374

"지혜를 지닌 부처는 정심을 깨닫기 때문에 부처인가? 정심이 자각(自覺)하기 때문에 부처인가?" 1
"두 의미가 다 있다. 하나는 정심을 깨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심의자각이다. 두 의미를 논했으나 본질적인 구별은 없다. " - P376

천태종의 교의는 『대승지관법문』에 표현된 것처럼 실로 유식종과 화엄종에서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화엄종은 하나하나의 사물은 모두 진심 전체의표현으로 여겼는데, 『대승지관법문』도 그렇게 보았으며 또 각각의사물이 존재하는 까닭은 여래장 안에 이미 그것의 성이 구비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래장 안에 모든 법의 성이 구비되어 있으므로 일체 법의 성은 하나하나가 모두 여래장 전체이고 영원히그러하고 변경될 수 없는 것이다. - P377

무정의 사물도 불성이 있다는 말이다. - P378

남북조시대에 중국에는 자체로 "돈오성불"설이 있었고 당대(唐代)에 이르러 그 설이 크게 성행한 점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의 전수의 자취는 선종 내에 전술된 선종 역사의 주장처럼 정연하고획일적일 수은 없었다. - P381

"무념"은 "모든 대상 앞에서마음이 오염되지 않는 것"이고 "항상 그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는것"을 뜻한다. - P383

"생각은 진여의 작용이고 진여는 생각의 본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념을종지로 세운 것이다. 무념을 이해한 사람은 보고 듣고 깨닫고 알더라도 항상공적(空寂)에 머문다." - P386

"무념"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음"이다. "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텅 비어 아무 것도 없으면" 오직 "자성은 동요하지 않을" 뿐임을 통찰할 수 있다. - P388

선종의 7가에 대해서 종밀은 말했다.
티끌을 떨어내고 깨끗한 마음보고 방편으로 경을 이해한다는 종파, 계·을정·혜 세 마디에 마음을 쓴다는 종파, 교의와 행실에 얽매이지 않고 식을 멸한다는 종파, 감촉하는 것은 모두 도이니 마음 가는 대로 맡긴다는 종파, 본래부터 일은 없으니 감정을 잊는다는 종파, 향을 전함에 의지하여 부처를 보존한다는 종파가 있다. 고요(열반)의 지혜는 본체를 지칭하니 무념을 종지로 삼는다는 종파는이전의 그릇됨을 모두 벗어나 모두 옳은 점만 총괄하여 수렴했다. - P391

종밀은 나아가 불교 중의 각 파별에서 논한 인생의 기원에 대한이론을 고찰하여 "불교는 천박한 것에서 심오한 것에 이르기까지대략 다섯 등급이 있으니, 첫째 인천교, 둘째 소승교, 셋째 대승법상교, 넷째 대승파상교, 다섯째 일승현성교이다"85)고 주장하며, 앞의 네 종파는 "치우치고 천박하다"고 여겨 척편천(斥偏淺)」장에배열하고, 끝의 한 종파는 "부처의 궁극적 진리의 참된 가르침(佛了義實敎)"으로서 「직현진원(直顯眞源)」장에 배열했다. - P405

타고난 기는 그 근본을 추론하면 합일된 원기(元氣)이고, 일어난 마음은그 근원을 궁구하면 진일(眞一)의 영명한 마음(心)이다. 궁극적으로 말하면 마음 바깥에 다른 존재가 있지 않으니 원기 또한 마음에서 전변된 것이다. - P413

종밀은 위로 이전의 불학에 하나의 결산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아래로 이후의 도학에 하나의 서막을 세웠다. 송명 도학의 출현은 이미 점차 준비되고 있었다.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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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설득, 에마, 노생거 사원, 맨스필드 파크,
1787년부터 1809년-1811년
제목발간년도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1811년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1813년
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1814년
엠마Emma1815년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1817년
설득Persuasion1818년
사랑과 우정 Love and Friendship1871년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1797년부터 1851년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1818년부터 1848년
  •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빌레뜨, 교수
1816년부터 1855년
  • 조지 엘리엇: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사일러스 마너, 아담 비드, 다니엘 데론다,
1819년부터 1880년
  • 에밀리 디킨슨: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절대 돌아올 수 없는 것들,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
1830년부터 1886년
  • 이디스 워튼: 석류의 씨, 징구
1862년부터 1937년





정리 차원에서~


이 중 못 읽은 것들이 태반이다. 


작가별로도 시기별로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읽을 때 독서 시 고려해야겠다.

일단 제인 오스틴의 초기 시기 두 작품은 읽었다. 다음은 맨스필드 파크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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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3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기 전에 읽을 책들이죠. 에휴.... 저 중에서 프랑켄슈타인 하나 읽었다는.... 제인에어나 폭풍의 언덕은 어릴적 축약본.... ㅠㅠ
언제 읽을까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23 14:59   좋아요 2 | URL
저도 계속 자꾸 놓치게 되는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정리해놓아야 읽을 듯하여^^; 일단 제인오스틴은 작품 수가 많아서 다 읽으려면 시간이...ㅎㅎ 브론테 자매도 하나 둘씩 읽어두어야 할텐데 저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책읽는나무 2022-08-23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전 이디스 워튼의 <징구> 하나 읽었네요 쩝~
주니어 시절 축약본 이성과 감성인지? 오만과 편견인지? 암튼 기억도 안나는...폭풍의 언덕이랑 읽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다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이래갖곤 다락방 여자 책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로군요?
하반기는 여성작가들 고전 소설 읽기로 쭈욱~ 좋긴한데(읽고 싶었거든요^^) 부담도 팍팍입니다ㅜㅜ

거리의화가 2022-08-23 17:10   좋아요 2 | URL
전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프랑켄슈타인 3권 읽었습니다~ 그나마 올해 2권 읽어서 3권을 채운 거네요. 저도 위기감을 느껴서 한달에 한두권이라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강제 뽐뿌질을 좀 해야할듯 싶습니다!ㅎㅎㅎ 나무님도 같이 화이팅해요!

mini74 2022-08-24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권 정도 읽었어요. 그런데 제가 제대로 읽은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8-24 13:58   좋아요 1 | URL
미니님. 7권이라니 멋지십니다! 저는 오만과 편견을 예전에 읽어서 기억이 희미하구요. 그때는 리뷰도 안 쓰고 그냥 읽고 끝이라 그런지 더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하는게 아닌지~ㅠㅠ 근데 문학 감상은 누구나 주관적일 것 같아요. 작가가 생각하는 의도를 캐치하지 못해도 독자는 다른 데 꽂혔을 수도 있는거고. 이런건 나쁠 것은 없다 봅니다.

새파랑 2022-08-26 1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저 중에 여덟권 읽었네요 ㅋ 신기하네요 ^^

거리의화가 2022-08-26 17:19   좋아요 1 | URL
와 역시 문학을 많이 읽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