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사이즈 축구화를 주문했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서다.
남자친구의 엄마가 동네에 곧 어린이 축구단이 생기는데 주하도
참가시키는 게 어떠냐고 하여 물어봤더니 좋다고 난리였다.
그런데 자원한 여자아이는 딸아이 달랑 하나.
주하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는데 엄마들이 의논 끝에 불편하다고 제외시켰다.
얼마나 서운하던지.
어제 리뷰 쓰다 생각나서 대강 훑어본 1978년도에 나온 <반야심경 강의>에 보면,
--남성도 여성도 분별치 말라.
부처님도 보살님도 여기서 탄생하신다.
라는 금언이 떠억하니 나와 있다.
책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실상을 보면 남녀차별,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축구를 좋아하고 곧잘 공을 차는데, 여자 멤버 하나가 끼면 불편하다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추석이라고 부산 이모가 예쁜 옷을 사보내고, 올케는 키티 반지를 선물했지만
그런 선물에 아이는 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레이스옷이나 미장원은 질색팔색이다.
갖고 싶은 건 오로지 운동화, 그 중에서도 요즘은 축구화다.
함께 축구할 사람도 없는데 축구화는 사서 뭐할 것이냐 물었더니
우리 동네 조기축구회의 골키퍼로 눈부신 활약중( '')인 아빠가
시간 날 때마다 가르쳐주기로 했단다.
축구단에 가입하지 못하여 서운해 하는 걸 보고 위로차 한마디 던졌나 본데
아이는 그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아이와 함께 한 쇼핑몰에서 축구화와 함께 운동화 한 켤레를 어젯밤 주문했다.
얼마전까지 170을 신었는데 어느새 180, 그리고 지금은 180도 끼어서 못 신는다.
할 수 없이 지금도 샌들을 신고 다녀서 아예 넉넉한 사이즈로 주문했다.
청바지 두 벌도 함께.
바지들이 어느새 무릎 한 뼘 아래까지 깡충해서 입을 게 없다.
(그래봤자 반에서 두 번째 작은 키. 다른 아이들은 뭐 안 자라고 가만 있나?!))
얼마 전엔 태권도 국기원 검은띠도 땄다.
'문'보다 '무'에 소질이 있는 것 같은 딸아이의 장래가 궁금하면서도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몇 달 전만 해도 아기였는데......엄마 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