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만월이 뜨는 밤, 환한 달빛을 받으며 은밀하고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리디 어린 아이들에게 더러운 짓을 하고 텃밭에 묻어버린 잔인한 죄를 저지르고도 신을 섬기는 고귀한 직책의 허울을 쓴 한 신부의 목에 올가미를 건다. 행동에 앞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며 일처리도 확실하고도 꼼꼼하게 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덱스터 모건. 그에게는 열망에 사로잡힌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을 충동질하는 파트너로 존재한다. 스스로를 '깔끔한 괴물'이라고 칭하는 덱스터는 세상으로부터 지저분한 무더기를 치워내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좀 더 깨끗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인물이다.

2006년 8월에 개봉되는 한국영화, <예의없는 것들>이란 영화 내용을 보면 '킬라(신하균 분)'는 자기 나름의 룰을 정해 예의없는 것들, 불필요한 쓰레기같은 인간들만 골라서 '깔끔하게 분리 수거'하기로 하고 도시의 쓰레기들을 처리해 나간다. 이 사회에는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거나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살아가는 사람, 패죽여도 시원치 않을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영화 속의 '킬라'처럼 돈을 버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덱스터는 이런 불필요한 쓰레기들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수행하는 킬러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덱스터 역시 연쇄살인범인 셈이다. 다른 연쇄살인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덱스터의 규칙, 악당들만 처치하라!'라는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정의의 사도(?)들과 달리 악당의 최후를 법의 심판에 맡기지 않는다. 법적인 관점에서는 그가 악당만을 대상으로 한 킬러라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하겠지만 법이란 것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유리하게 적용되는 현실의 부조리를 볼 때면 오히려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진다.

그는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다. 덱스터 자신이 그런 행위를 즐긴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 자신을 감정도 없는 괴물로 지칭하는 그가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감정을 위장하고, 평범한 인간의 삶을 모방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가 유일하게 애정을 갖는 존재는 여동생인 데보라뿐이다. 그런데 어느날 자신이 악당을 처리하는 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되고, 피가 튀긴 흔적도, 단 하나의 혈흔도 없는 범죄현상에서 덱스터는 당혹감에 휩싸인다.

덱스터는 경찰이지만 사건 해결을 위한 미끼 역할이나 해야 하는 위치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동생을 돕는 한편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애쓴다. 칼을 쥔 손, 피로 물든 사람, 깨끗하게 절단된 신체 등 '토막살인'이라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앞에 두고 '오~ 멋진데'하는 반응을 보이는 냉소적이면서도 유쾌한,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라는 인물의 독특한 매력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는 2005년 딜리스 상을 수상한 작품. 양아버지 해리처럼 덱스터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듯한 독스 형사와의 대결 등 다음 작품에서 전개될 이야기들이 기대를 증폭시켜 준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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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8-2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옷.. 이것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앗 정말 강력하게 보고잡다...
님 .. 이책 정말 보고 싶네요.. (제가 무선 영화를 못보고 이런 류의 책으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하긴 상상하는게 더 무서워요..)
100만번의 추천을....

똘이맘, 또또맘 2006-08-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셔워라~ 에구 자기나름의 규칙을 정해 죄인을 단죄하는 덱스트... 저는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드네요.

아영엄마 2006-08-2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이 책 공포물은 아니구 스릴러 계통으로 보시면 될 듯.. 추천 감사!!^^*
똘이맘, 또또맘님/배트맨보다는 좀 섬뜩한 스타일이죠..^^;;

물만두 2006-08-2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이 기대되요^^

또또유스또 2006-08-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제가 스릴러물 정말 갱장히 좋아한답니다 핫핫...

아영엄마 2006-08-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언제쯤 나올까요? 독촉 좀 하시지요~ ^^
또또유스또님/오~ 그러십니까? 장르소설의 시장이 많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니 앞으로 스릴러물도 많이 소개될 것 같아요. ^^

또또유스또 2006-08-2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오늘 질럿어요 내일 온답니다 핫핫핫..

아영엄마 2006-08-2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유스또님은 빨리도 질르셨네요. 거기다 배송도 하루만에?? 주말에 재미나게 읽으시길~ ^^
 
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5
이종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공포 소설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분신사바>의 저자 이종호씨의 신작 <이프>! 일전에 모 유선 채널에서 <착신아리 2>라는 일본 공포영화의 후반부를 보았는데 거기서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통해 죽음의 메시지를 받는다. 현대문명의 이기를 통해 전파되는 죽음과 공포에 관한 작품은 충격적인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보게 된 사람에게 죽음을 가져다주는 <링>에서 시작되어, 휴대폰, 컴퓨터 메일 등을 소재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프>에서는 등장인물들에게 기묘한 제목이 붙은 이메일 동영상이 배달되고 이를 본 사람은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선우는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이메일 동영상에서 기묘한 영상을 보게 되고 때를 맞춰 걸려 온, 의문의 여인에게서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알려달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다음이 바로 자신의 차례라는 것도.. 한편 기자인 도엽은 차를 몰고 가던 중 한 남자로부터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전화를 받고 아파트 옥상에서 한 여자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로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이메일 동영상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고, 희생자들의 죽음에서 공통점을 찾기 위해 사건을 뒤쫓는 도엽의 모습을 교차하여 그리고 있다. 도엽은 희생자들이 생활고, 비만, 학교 성적, 심각한 질병, 성폭력 등의 고민으로 큰 고통을 받았음을 알게 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살아 온 현실과 전혀 다른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과연 무엇으로 진실을 판별할 수 있을까? 가족도, 주변 사람들도, 자신의 삶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삶을 뒤흔드는 극심한 혼란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져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그들이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인해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 사람의 행복한 삶을 마구 헝클어뜨리고 뒤흔들어 놓는 그 이메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도엽이 잇달아 접하게 되는 자살 사건의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을지 숨죽이며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행복한 삶이 얼마만큼의 큰 가치를 지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섬뜩한 공포를 자아내는 이 작품을 오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심약한 탓에 밤에는 도저히 읽고 있을 수가 없어서 덮어버리고는 다음 날 다시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해서 이런 설정을 한 작가가 미워지기도 했다. 공포 소설의 배경은 진화하고 있지만 공포를 자아내는 내면의 실체는 옛날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삶과 죽음, 고민과 여한, 집착과 애증 같은 많은 요소들이 고통과 번뇌를 자아내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포를 일깨우는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책 속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공포가 더 무섭게 여겨지기도 한다. 공포 영화나 공포소설은 보는 그 순간에 닥치는 공포도 두려움을 안겨주지만 스위치를 끄거나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은 한밤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섭게 여겨지는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던 일상이 어느 순간 내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공포를 등에 엎은 무시무시한 상상으로 인해 밤에 불을 끄고 자는 것조차 두렵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척박한 한국 공포소설 시장'을 언급하는 선우의 모습에 작가 자신의 내면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실은 나도 공포소설은 스티븐 킹의 작품 외에 별로 읽어본 것이 없다. 장르 소설에 냉담한 한국 문학계가 좀 더 시야를 넓히고 작가는 다양한 소재 개발과 함께 작품성을 키워나간다면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공포소설의 독자층이 더 두터워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직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데 이 무더운 여름이 가기 전에 무더위를 산뜻하게, 아니 섬뜩하게 식혀줄 공포소설 한 권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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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살인한다>라는 데뷔작으로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조르지오 팔레띠의 신작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가 무더위로 지친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버렸다. 어떤 작가들은 역사, 예술, 문학 등의 조예가 깊은 분야의 지식을 작품에 녹여 자신만의 특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영상매체, 음악 등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드러냈던데 대중 예술 분야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작품 속에 잘 활용하고 있다. 스릴러 소설이지만 사건 전개에 무게를 싣기 보다는 주변 환경과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와 등장인물의 생각과 심리 묘사 등에 공을 들인 작품이다.

 형을 위해 경찰의 직위를 버리고 도시를 떠나려했던 조던 마샬리스는 조카의 살인사건 해결을 돕기 위해 들었던 배낭을 잠시 내려놓는다. 매력적인 파란 눈의 잘 생긴 외모를 지닌 조던은 140마력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오토바이 ''듀카티 999''를 몰고 도시를 질주한다. 오토바이는 그에게 말이 필요 없는 여행의 동반자이다. 신중하면서도 도시와 인생이 안겨주는 비애를 체감하면서 살아온 듯한 이미지를 풍기는 조던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한편 또 다른 도시에서는 한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로마 경찰인 모린 마르티니 반장은 가슴깊이 사랑했던 남자가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 ''사랑은 찾아내기도 너무 어렵고 잃어버리기도 너무 쉬운'' 것임을 절감한다. 시력을 잃은 후 다행히 적합한 각막을 기증받아 시력을 되찾는데 어느 날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에 큰 충격을 받는다. 눈을 통해 보지만 현실이 아닌 모습들... 과연 모린의 눈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일까?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조르지오 팔레띠만의 건조한 듯하면서도 시적인 감수성이 어우러 작품이다. 이 작품 덕분에 저자가 <나는 살인한다>에서 사이코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그려냈는지 궁금증이 이는데, 앞으로도 계속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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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작품이 3편인가밖에 없더라구요.

야클 2006-07-1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책 제법 평들이 좋네요. ^^

똘이맘, 또또맘 2006-07-2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 후에 찜통 더위를 날려 버릴수 있는 책... 맞나요?

동그라미 2006-07-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랫만이예요. 책구입할려고 들어왔는데.. 이책 괜찮은것 같으네요..
무더운 날씨에 다들 잘지내시고 장마 비피해는 없으신지요?
모두들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제가 시간이 많이 나면 자주 들릴께요.
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고 늘 행복하세요
 
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기회>, <밀약>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할런 코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을 뒤흔드는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작품으로 또다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 한 번의 시선>은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한 여인들 통해 가족간의 애정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지라 여주인공인 그레이스의 신중함과 여자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선 누구보다도 무자비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할런 코벤의 소설답게 다양한 복선과 반전을 내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느 사형수가 검사인 스콧 덩컨에게 대면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형수는 검사에게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누나의 죽음이 의도된 살인이었음을 고백하는데, 과연 십몇 년 간의 인생이 거짓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이 상황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잠시 잊혀진다. 

 서로간의 애정으로 다져진 단란한 가족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의 발단은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다. 여주인공인 그레이스는 단골 사진관에 가서 찾아온 사진들 속에 찍은 적이 없는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음을 발견한다. 사진을 본 남편 잭은 그날 밤 갑자기 행적이 묘연해지고, 그레이스는 사진에 단서가 있다고 생각하며 친구의 도움으로 이를 추적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다. 사랑하는 사이라고는 하나 그레이스는 잭이 밝히길 꺼려한 탓에 남편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이는 작품 속에 국한된 설정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사진을 고를 일이 있어 앨범들을 뒤적거리다가 남편의 앨범도 펼쳐본 일이 있다. 그 속에는 남편의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듯 차곡차곡 들어 앉아 있다. 아, 남편의 어릴 때 모습이 이랬구나, 저런 곳에도 갔었나 보네... 20대 중반에 만나 두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서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나를 만나기 전의 남편의 삶이 어떠했는지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남편 자신이 말해주는 이야기와 시부모님이 간간히 들려주시는 이야기 속에서 짐작으로 그려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는 남편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십여 년을 함께 산 부부라 해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이 작품에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작품 요소요소에 등장하여 사건에 얽힘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전직 북한 공작원 출신인 '에릭 우'는 <밀약>에도 등장한 인물로 맨 손으로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고도의 살인 기술을 갖춘 암살자이다. 냉혹하기 그지없는 우의 행적들을 접할 때마다 섬뜩해지는데 주인공의 필사적인 탈출시도도 무위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독자들마저 절망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레이스의 자녀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샬레인은 멍청한 여주인공이 할 법한 행동들을 떠올려 보는 습관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의 여주인공들은 왜 꼭 하지 말하는 행동을 하거나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위험을 자초하고 마는 것인지... 

 무더운 한 여름에 한 여인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을 열심히 뒤쫓느라 진땀을 흘렸다.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내는 할런 코벤의 작품답게 <단 한 번의 시선>은 독자가 마지막 반전에 또 한 번 감탄하며 책장을 덮게 만든다. 스릴러 문학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에 사로잡혀 밤을 새우게 하는 추리소설처럼 책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중 반전의 귀재인 그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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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으...

아영엄마 2006-07-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저는 <눈은 진실을..>은 아직 일 권 읽는 중입니다.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발터 뫼르스의 차모니아 4부작 중의 하나로, 집필 순서상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앞서는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인기를 얻고 나서 출간이 되었다. 일전에 <루모..>를 다 읽고 나서 차모니아 시리즈 1부인 <푸른곰 선장의 131/2의 삶>을 펼쳐 들었으니 그러고 보면 나도 작품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연작의 묘미이겠지만 다른 작품에 나왔던 등장인물을 다시 만나거나-<루모..>에 나오는 상어구더기 '스마이크'가 <꿈꾸는...>에 나오는 것이나, <푸른곰..>에 등장하는 '압둘 나흐티갈러 박사'가 <루모..>에 나오는 것 등-, 언급되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4부작이라고는 하나 각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작품 순서에 없이 읽어도 무방하다.

 이 작품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종족들이 등장하는 모험 판타지이며, 주인공이 고난을 이겨내며 괴물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종족과 연모하는 대상을 죽음에서 구해내는 드라마틱한 모험 소설이다. 장차 차모니아 최고의 위대한 영웅이 될 주인공 루모는 개와 유사한 외모를 지닌 '볼퍼팅어'이다. 그는 이제 겨우 이빨이 나기 시작하는 어린 나이에 외눈박이 거인들의 식사거리로 잡혀가 동굴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간다. 그 곳에서 상어구더기 스마이크를 만나 말과 지식을 배우며 빠르게 성장한-볼퍼팅어는 원래 빨리 자란단다..^^;- 루모는 거대한 괴물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종족이 모여 사는 도시, 볼퍼팅에 이르러 이 곳에 머물면서 역사, 쓰기, 격투, 검술 등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 도시에서 자신이 찾아 헤매던 은띠의 주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나중에 루모가 위험에 처한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게 되긴 하나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모든 상황을 일사천리로 해결해버리는 대단한 영웅의 일대기는 아니다. 루모는 비범한듯하면서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소심한 청년이다. 그러나 연인에게 줄 정표를 만들기 위해 위험하다고 남들은 꺼리는 누르넨 숲에 들어가고, 직접 만든 작은 보석함을 들고 사랑하는 이를 찾아 서슴없이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루모는 이 곳에서 연금술로 창조된 걸어 다니는 요새, 짹깍짹짝 장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

  루모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접할 수 있다. 연금술이나 영웅의 조건, 문학과 과학(의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차모니아에 존재하는 종족들의 역사와 특징도 흥미롭다. 그리고 감언이설에 넘어가 선택한 칼(그린촐트와 사자이빨), 낫질의 명수 슈토르와 예티들, 낭만적인 바보짓에 동참하는 우코바흐와 리베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지하세계의 왕인 가우납... 99세의 뒤죽박죽 말투는 독자에게 난독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기도 한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하세계의 아름다운 죽음의 극장은 로마 시대의 원형 경기장을 연상시키며, 존재의 미세존재의 마이크로머신이 나오는 부분은 <이너스페이스 (Innerspace, 1987)>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작품 속에 엉뚱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해서 즐기면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이 작품의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세계와 종족들을 과연 어떤 식으로 영화로 옮겨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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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7-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리뷰의 달인은 다르군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는 주절 주절 줄거리 요약만 했는데... 인상깊은 리뷰...잘보고 갑니다. 고개숙이며.(꾸벅)

아영엄마 2006-07-1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과분한 말씀을... 저도 줄거리 수준인걸요. ^^*

씩씩하니 2006-07-1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전 읽진않을께요,,그냥,,먼저 쓰셨으니...박수를 짝짝짝,,
전 지금 허덕이는 중에요,,,,흑흑,,,,

동그라미 2006-07-2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푸른곰 선장,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이어 루모도 읽었답니다. 아영엄마의 리뷰가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꼬집어 글을 적다니.. 날로 좋은 글들이 많은 서재를 보며 이제 구경만 하게 되는군요. 좋은 리뷰 부탁드릴께요. 님의 리뷰로 또 책을 구입하게 되었네요. 책임지셔요...주머니가 여의치 않지만, 님의 리뷰를 읽으니 눈은~이랑 단한번의~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