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한번의 시선 1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기회>, <밀약>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할런 코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을 뒤흔드는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작품으로 또다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 한 번의 시선>은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한 여인들 통해 가족간의 애정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지라 여주인공인 그레이스의 신중함과 여자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선 누구보다도 무자비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할런 코벤의 소설답게 다양한 복선과 반전을 내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느 사형수가 검사인 스콧 덩컨에게 대면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형수는 검사에게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누나의 죽음이 의도된 살인이었음을 고백하는데, 과연 십몇 년 간의 인생이 거짓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이 상황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잠시 잊혀진다.
서로간의 애정으로 다져진 단란한 가족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의 발단은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다. 여주인공인 그레이스는 단골 사진관에 가서 찾아온 사진들 속에 찍은 적이 없는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음을 발견한다. 사진을 본 남편 잭은 그날 밤 갑자기 행적이 묘연해지고, 그레이스는 사진에 단서가 있다고 생각하며 친구의 도움으로 이를 추적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다. 사랑하는 사이라고는 하나 그레이스는 잭이 밝히길 꺼려한 탓에 남편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이는 작품 속에 국한된 설정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사진을 고를 일이 있어 앨범들을 뒤적거리다가 남편의 앨범도 펼쳐본 일이 있다. 그 속에는 남편의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듯 차곡차곡 들어 앉아 있다. 아, 남편의 어릴 때 모습이 이랬구나, 저런 곳에도 갔었나 보네... 20대 중반에 만나 두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서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나를 만나기 전의 남편의 삶이 어떠했는지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남편 자신이 말해주는 이야기와 시부모님이 간간히 들려주시는 이야기 속에서 짐작으로 그려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는 남편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십여 년을 함께 산 부부라 해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이 작품에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작품 요소요소에 등장하여 사건에 얽힘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전직 북한 공작원 출신인 '에릭 우'는 <밀약>에도 등장한 인물로 맨 손으로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고도의 살인 기술을 갖춘 암살자이다. 냉혹하기 그지없는 우의 행적들을 접할 때마다 섬뜩해지는데 주인공의 필사적인 탈출시도도 무위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독자들마저 절망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레이스의 자녀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샬레인은 멍청한 여주인공이 할 법한 행동들을 떠올려 보는 습관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의 여주인공들은 왜 꼭 하지 말하는 행동을 하거나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위험을 자초하고 마는 것인지...
무더운 한 여름에 한 여인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을 열심히 뒤쫓느라 진땀을 흘렸다.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내는 할런 코벤의 작품답게 <단 한 번의 시선>은 독자가 마지막 반전에 또 한 번 감탄하며 책장을 덮게 만든다. 스릴러 문학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에 사로잡혀 밤을 새우게 하는 추리소설처럼 책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중 반전의 귀재인 그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