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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집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평범했던 한 여자아이에게 닥친 불행...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엄마가 새 정부와 함께 가버리는 바람에 그녀는 혼자 집에 돌아 오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덮치는 '사고'를 당한다. 14살의 여자아이에게 닥친 이 불행은 엄마와의 단절,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남자를 사랑하고, 아기를 낳는 등-을 영원히 꿈꾸지 못하게 짓뭉게 버리고 만다. 책에서는 성폭행(강간)을 당했다고 나오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왜 여자들은 유달리 성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야 하는 것인지...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만 들어도 걱정이 앞서기에 책 속의 여주인공처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술같은 것은 하나쯤은 배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안은 그 사고를 엄마의 극단적인 무관심과 지독한 이기주의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 여기고 되도록이면 엄마를 멀리하려고 하는데, 비록 온전한 여성으로의 삶을 포기하긴 했으나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나 보다. 그녀는 '입양'이라는 형태를 통해 아이를 갖게 되는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아이의 생명이 위독해진다. 비록 자기 몸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지만 그동안 반쪽짜리 삶을 살아 온 디안에게는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버린 아이가 아닌가. 그런 그녀에게 병원에서도 희망을 갖지 않는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아이는 위독한 상황을 벗어나지만 점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들 때문에 디안은 사면초가가 되어 간다. 과연 아이에게 숨겨진 비밀은, 아이가 반복해서 말하던 '루, 시안'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로맨스가 가미된 추리소설류(아가사 크리스티 외)를 좋아하는 탓이라 그런지, 디안이 책 속에 등장하는 젊은 남성과 연결되었으면 했는데 결국 그녀의 곁에 존재하는 건 아이뿐이라니... 조금 아쉽긴 하다.
-책 두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두꺼운 탓일까-종이질이 좀 두꺼운 탓이기도 함-, 새 책인데 중간쯤에서 반으로 떡~하니 갈라져 버려서 수선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