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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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내가 완벽하다고 주장한 적이 없었다. 권력이 있고, 그것을 사용하기를 즐기는 사람을 대할 때면 나는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더 천하고 비열한 사람으로.-34쪽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도 붙들고 있다.-67쪽

널리 알려진 생각으로는 아이들의 마음은 열려 있고, 진정한 내적 자아는 밖으로 저절로 스며나온다고 한다. 그런 말은 죄다 틀렸다. 아이보다 더 비밀스러운 사람은 없으며, 아이보다 더 절실하게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도 없다. 그것은 항상 아이들을 깡통따개로 따서 안에 뭐가 들어 있나 보면서 그 안을 더 쓸모 있는 잼으로 바꿔줘야 하는 게 아닌가 궁금해하는 세상에 대한 대응이었다.-74쪽

그 다음에 평화가 온다. 내가 레코드를 올려놓았을 때 찾아온 것이다. 그 다음 나는 자리에 앉아서 운다. 어떤 특정한 물건이나 사람 때문에 우는 게 아니다. 내가 살아온 삶으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창조해낸 것이었고 나는 내 인생이 달라지기를 원치 않는다. 기돈 크레머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나는 운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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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 2005-08-28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을 영화로 만든 걸 본 적이 있어요. 그 땐 스밀라가 별 재미없는 여자라고만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알려면 책을 봐야 할 것 같네요. 덕분에 이 책 보고 싶은 맘이 생겼어요. ^^

반딧불,, 2005-08-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나..이거 언제 나왔답니까.
보관함에 집어넣어야겠네요.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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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탐정 매튜 스커더... 전직 경찰로 사설탐정도 아니고 면허도 없이 무허가로 탐정 영업을 하는 이 남자는 경찰 재직시 범인 추적중에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 여자 아이가 사망한 아픈 기억을 가진 남자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탐정 매튜는 다른 추리소설을 통해 접해 본 탐정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사건정황을 듣기만 해도 순식간에 범인을 짚어내는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거나, 현학적이면서도 방대한 지식을 지닌 사람도 아니며,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을 향해 뛰어드는 혈기왕성함을 지닌 것도 아니다. 삶에 많이 지친듯한 느낌,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방황하는 도시인인 같다.  800만 가지 이야기와 죽음에 이르는 방법이 800만 가지나 되는 벌거벗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자... 
 
 그리고 알코올 중독... 이 책을 읽다보면 그의 이름 앞에 붙을만한 수식어로 이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술 한 잔의 유혹을 이겨내가며 일주일 이상을 견디었다가도, 술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한 잔 더 마셔도 된다는 논리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결국 한 잔, 또 한 잔, 주독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서 깨어나고서야 후회하며 다시 금주를 위해 애쓴다. 비록 몇차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금주모임에 참석하고 술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에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으로서의 모습보다 알코올 중독자의 금주 과정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킴이라는 여인이 매튜에게 의뢰한 일은 포주인 챈스에게 자신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한다고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일을 맡은 매튜는 동기가 있으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의뢰자가 내놓은 돈에서 반만 가져가는 사람이다. 챈스의 의뢰를 받아 들였을 때에도 시간당 계산하는 것도 아니고 소요경비를 계산하지도, 돈을 못받더라도 고소하지 않는 원칙을 내세우는 탐정 매튜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물론 먹고 살기 위해서나 이혼한 아내에게 보낼 돈이 필요해서라도 벌긴 해야 하지만- 살아갈 힘과 이유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책의 전반 내내 범인의 윤곽은 안개 속에 떠돌고 사건 해결은 지지부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상과 달리 조금은 튀는 결말을 접하긴 했지만 그가 들려 준 마지막 한 마디 때문에 나 역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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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매트 스커더 시리즈 출판하는 출판사 없을까요 ㅠ.ㅠ

아영엄마 2005-08-2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물만두님을 위시한 추리소설 매니아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출판사가 시리즈 출간을 해주어야 할텐데...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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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아이가 죽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죽어버린 인류 최악의 상황에 홀로 살아남은 한 남자.. 이 책의 시작은 아무런 설명없이 밤이면 공격을 해 오는 적들과 대치하고 있는 네빌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단조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지루하고도 반복적인 일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박살난 곳을 수리하고, 마늘을 따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마늘목걸이를 만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체의 몸에 말뚝을 박는 등 도저히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나가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평범한 일상은 아니지만 기괴한 작업을 매일 반복적으로 해나가는 네빌은 지루하고 우울하며, 고독하고 외롭다. '미국 공포 소설계의 전설'이라 칭해지는 매드슨의 어느 시기의 작품 주제가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며, 고독하고 소외된 채 살아가는 남성"(작품해설 참조)이라고 말하였다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전설이다>는 그 주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핵전쟁의 결과가 가져다 준 것은 오직 한 남자를 제외한 인류 전체의 멸망과 흡혈귀라는 새로운 종족의 출현이다. 인간으로서는 단신으로 살아남은 네빌은 전설에나 나올 법한 미신적인 개념이 아닌 인간이 흡혈귀로 변하게 된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들들 물리치거나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책을 읽으며 많은 노력을 한다. 탐구하는 분야인 혈액에 대한 설명이나 현미경의 사용법, 박테리아의 특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점도 이 책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대가 많이 지난 고전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들라면 네빌이 음악을 듣기 위해 레코드 판을 거는 장면으로, 요즘처럼 음악 CD가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본 기억이 나지 않으나 흡혈귀들과 혈투를 벌이던 <황혼에서 새벽까지>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서는 적어도 몇 명의 동지가 있었으나 이 책의 주인공인 네빌은 홀홀단신으로 흡혈귀 무리와 맞써 싸워야 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무도 없는 거리를 홀로 질주하고 시체에 말뚝을 박으려 다니는 일상, 자칫 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영락없이 흡혈귀의 밥이 될수도 있는, 나날이 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팽팽한 낚싯줄처럼 날카로운 상황을 잊기 위해 폭음을 하면서도 자신이 미칠 것을 염려하고 연구하고 고뇌한다.

이 책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정상'의 개념이 무엇인지, 과연 특이한 존재, 비정상인 존재가 인간인지 흡혈귀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이 땅의 모든 인간이 병에 감염되거나 죽어서 흡혈귀가 되었다면 과연 홀로 살아남은 자가 정상인으로 받아들여질까? 네빌의 마지막 독백을 읽으면서 '정상'의 개념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설이다> 뒤에 실린 10개의 단편도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극단의 상황이 금방이라도 닥칠 것 같은 글(죽음의 사냥꾼/어둠의 주술),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급작스레 소름이 돋게 만드는 작품(던지기 놀이/아내의 장례식), 서서히 불안이 고조되어가는 작품 등 다양한 느낌을 주는 단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이나 기념비적인 작품 그 자체로서도 전설이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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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8-25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쟁이 마을에선 보통 키인 사람은 정상이 아니고, 곰보의 나라에선 매끈한 피부가 정상이 아니겠지요. 초등학교 때 읽은 동화책 중에 <곰보공화국>이라는 동화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곰보가 클수록 미남 미녀였고, 권력도 쟁취할 수 있었어요. 알라딘 마을에서는 님처럼 책을 많이 읽는 분이 정상일텐데, 바깥 세상에서는 님처럼 책을 많이 읽는 분은 이상하게 보겠죠? 잘 읽었어요. 저도추천해요!!

미네르바 2005-08-2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45050
순간 요 숫자를 잡았습니다^^


아영엄마 2005-08-2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 미네르바님, 추천에 멋진 숫자도 잡아주셨군요. 음.. 제가 바깥세상에서 보기에 이상하게 보일만큼 책을 많이 읽는 축에 속하긴 하나요? 그럼 더 이상해지고 싶어랑~~^^

바람돌이 2005-08-2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굉장히 선정적이군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내용은 더더욱 기괴할 듯... 호기심만 모락모락....

마냐 2005-08-2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기심만 모락모락인데....정말 호러물은 무서버서리...^^:;

물만두 2005-08-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나요?

아영엄마 2005-08-2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마냐님, 물만두님, 이 책 호러물 범주에서 치자면 별로 안 무서워요~ 오히려 스티븐 킹의 책들이 더 무섭죠. ^^

아영엄마 2005-08-2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이 반응은? @@(혹시 별소년이 다녀간걸까 하는 생각이.. ^^;;)
 
시체농장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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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카페타 시리즈는 <하트 잭>-이 책만 못 봤는데 여기에서 그녀의 연인이 죽은건가?-을 빼고 <법의관>때부터 재미있게 보고 있는 연작인데 어린 소녀였던 루시가 대학생으로 성장하여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시간이 제법 흐른 셈이다. 스카페타는 여전히 조카인 루시를 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 쓰고 사생활을 존중하고 배려하려고 애쓰는데 그 모습이 자신이 루시의 엄마인 것을 주장하면서도 너무도 방관적이면서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도로시와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사건과 별도로 <법의관> 때부터 세 축이 되어 왔던 스타카페(법의관), 마리노(형사), 벤턴(프로파일러)의 관계나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 식으로 변하고 발전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롭겠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로서는 껄끄러운 느낌으로 남았다.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적으로 쓴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사형수의 지문>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여 사건을 조사하러 가게 된다. 성폭행 흔적과 살점을 도려낸 점 등이 2년 전 잔인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사라진 연쇄살인범 템플 골트의 수법과 매우 흡사한지라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전 사건 때는 남자아이를 범행대상으로 하였던 것에 비해 이번 사건은 여자아이가 희생자인 점이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또 다른 범죄이냐, 모방범죄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건을 수사할 때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수사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점이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그 어떤 것보다 지탄받아야 할 중죄라고 생각한다.-<비상계엄>이라는 영화를 보니 테러범에게 인질로 잡힌 사람들 중에 가장 우선적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대상도 어린아이다.
 
 박사는 이 사건의 의문을 풀어내기도 바쁠 터인데 루시가 휘말린 사건까지 해결하기 위해 힘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 등 많은 애를 쓴다. 가끔 스카페타 박사에게 아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과연 좋은 엄마가 되었을까? C.S.I. 마이에미에 나오는 여자 검시관은 가끔 자신이나 가족이 위험에 처하기도 하던데 실제로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도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을까? 작품 속에서의 이야기겠지만 박사 자신도 늘 범인에게 살해당할 위험에 처하지 않는가. 루시를 향한 박사의 애정을 보면 좋은 엄마가 될 듯도 싶지만 이런 환경에서라면 과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인다. 이 사건은 수사관의 죽음으로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고 마는데 여리디 여린 여자아이의 죽음 뒤에 숨은 진실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참으로 추악하고도 끔찍하다. (쓰고 있자니 호..혹시 스포일러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을려나 불안 불안~~@@;;)

-시체농장(바디팜)은 스카페타 박사가 여자아이의 엉덩이에서 작은 반점을 발견하면서 이를 알아내기 위해 의뢰를 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2편 뒤에 실제로 바디팜이 생기된 계기와 관련된 인물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것도 놓치지 말고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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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2005-08-2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도 스카페타 시리즈를 읽으셨군요... <법의관>,<하트잭>,<사형수의 지문>은 읽었고, <시체농장>은 질러놓고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네요... 운동 쉬는 기간동안 <시체농장>을 읽어볼랍니다. <스티프>라는 책에서도 시체농장 이야기가 나오던데...

아영엄마 2005-08-2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 덕분에 <하트잭> 빼고 이 시리즈를 꾸준히 접하고 있어요. 이 책 읽었으니 조만간 <카인..>을 읽을거랍니다. 님도 얼른 진도 나가시길~
 
붉은 인형의 집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5
타마라 손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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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내가 어쩌다 스티븐 킹의 책에 손이 가게 되고, 그러다 공포소설 분야에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어 종종 기회가 생기면 얼른 책을 잡고 읽게 된다. 실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렸다가 다시 돌려서 보는 행동을 하면서 공포/호러 영화를 보는데, 그건 어찌 보면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무서운 영화를 방영하면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거 한다고 틀어줄 만큼 여전히 좋아하는 분야로 꼽고 있으며, 영화만큼 무섭지는 않아도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섬뜩한 공포의 느낌을 주는 공포소설 또한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책이다. 지인의 책소개로 알게 된 이 작품 또한 공포소설이라 하여 어떤 작품일까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무섭지는 않아서 남편이 들어오지 않아 혼자 자야 하는 심야의 밤에 읽어도 별 지장이 없었다. ^^;;

 이 책은 무시무시한 공포보다는 에로틱한 공포를 선사하고 있는데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좋을 요소나 장치들이 많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근사한 외모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애정 또는 욕망을 바탕으로 한 육체적인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들이 애로틱한 면을 드러내 주고 있는데,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남자들의 신체적인 욕망과 신분상승과 자기 과시의 욕망을 지닌 여성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표출하고 있다. 동시에 목이 뜯겨져 나간 유령이나 뱃속에서 꺼내진 창자가 널브러져 있고 신체의 각 부분이 난도질당한 시체 등이 등장하니 그 엽기스러움을 상상 속에서 펼쳐볼 수 있으리라... 

 주인공은 공포소설 작가인 데이빗 마스터즈와 딸 앰버로 신작을 쓰기 위해 일부러 유령이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바디 하우스를 사서 이사 온다. 돈 많고 잘생기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홀아비에게는 여자들이 꼬이는 법인지, 데이빗은 부동산 중개업자인 테오의 육탄공세에 휘말리는데 여자인 나로서는 과연 남자들이 육체적인 욕망 앞에 그처럼 쉽게 의지가 꺾이는가 궁금하다. 테오의 욕망 또한 후반부로 가면서 그녀 혼자만의 의지가 아닌 것이 되는데... 마스터즈 부녀가 새 집으로 이사 온 후에 마을에 사는 미니라는 중년여인이 가정부로 일하러 오는데 나라도 그렇게 수다 많은 가정부는 딱 질색이지 싶다. 그나저나 홀아버지와 장성한 딸 둘만 한 집에 살면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바디하우스에 떠돌고 있는 핵심 유령은 리찌 보디와 그녀의 딸인 크리스터벨, 등대에 출몰하는 목 없는 와일더 선장 등인데 바디하우스에서 생기는 일련의 사태는 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표지에 나오는, 핀에 찔려 피가 나오는 하얀 인형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무속에도 유사한 주술이 존재한다. 사극 같을 걸 보면 궁중의 여인네들이 짚 같은 것으로 만든 인형에 부적을 붙여 놓고는 침으로 찌르거나 비틀어 해를 가하려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곤 하는 장면이 종종 들어 있다. 부두교에서도 주술을 건 인형을 통해 죽도록 미운 상대나 정적에게 저주를 퍼붓거나 몸에 상처를 입히게 하는 등 해를 가하는 주술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접한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과 비교하자면 글 자체가 독자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제공하기보다는 인형을 통한 저주와 부활이라는 충실한 스토리 진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흥미를 돋우는 소설인 것 같다. ^^ -공포면에서 강도가 약한지라 별 셋을 주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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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6-10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공포는 쏙 빼고, 에로틱에만 눈이 번쩍..^^

물만두 2005-06-1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에로틱하지요^^

로드무비 2005-06-1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재밌을 것 같아요.
에로틱...좋지요.^^

아영엄마 2005-06-1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에로틱한 제목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얻는군요. 종종 이용할까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