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팔란티어 1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
김민영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3월
평점 :
1999년에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전 6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개정판으로 나오면서 3권으로 출간되었다. 덕분에 책 한 권 한 권의 두께가 상당한데, 일단 내용 속으로 빠져들면 "팔란티어"란 게임에 매료되어 접속할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주인공 원철처럼 독자는 이 책 <팔란티어>를 끝까지 읽고 싶어서 다른 일들을 미루어 두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추리(현실)와 판타지(게임 배경)와 결합된 작품으로 홈즈, 미스 마플에서부터 필립 말로우 등의 개성있는 탐정들을 만날 수 있는 추리소설과 <반지의 제왕(예문판으로 나온 '반지 전쟁'을 읽음)>에서부터 <드래곤 라자>, <묵향> 등의 판타지 소설을 두루 좋아하는 나로서는 끌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3권을 읽고서야 이 책의 구판의 제목인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는 가상현실의 바이블인 <실리콘 미라지>의 저자인 '스티븐 옥스타칼니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우선 과거의 일로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원철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벽을 쌓고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인물이다. '블레이드 러너'라는 팀에 속한 유능한 프로그래머인 그는 느닷없이 배달된 가상현실 게임인 <팔란티어>에 빠져든다. 원철의 친구이자 형사인 장욱은 백주 대낮에 한 청년이 국회의원의 목을 베어버린 의문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팔란티어>라는 게임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또 한 인물은 게임 <팔란티어>안에서 원철이 생성한 '보로미어'라는 전사계급 캐릭터로 엘프, 놈, 드워프 같은 다양한 종족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위저드, 레인저 등의 동료와 함께 원정을 떠나 괴물들을 없애면서 경험을 쌓아간다.
- 저자는 톨킨이 창조한 판타지 세계를 게임의 배경이나 인물 설정의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반지의 제왕>의 등장인물의 이름인 보로미르를 변형한 '보로미어'나 모리아나 로한 같은 지명, 이 책의 제목이자 게임의 이름이기도 한 "팔란티어" 또한 그 작품에서 차용한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2011년)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저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의 업무 환경을 지향하고 있는 '노바'라는 기업과 그에 속한 '블레이드 러너' 팀을 통해 이윤 추구라는 절대 목적만 남은 비인간적인 집단과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개인주의를 꼬집고 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작품 제목처럼 우리는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전통', 가치관', '도덕', '법' 등을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할 것들을 배우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일원이 되면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입장부터 생각하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저자는 원철을 통해 돈 몇 푼에 거리낌 없이 자연을 파괴해 나가는 인간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장욱 형사가 'EBWM'니 'DLD' 같은 생소한 첨단 장비가 사용되는 <팔란티어>라는 게임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정신분석학의 기본적인 이론(이드/자아/초자아, 의식, 전의식, 무의식 등)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현실의 원철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게임상의 캐릭터 보로미어가 원철의 무의식 세계에서 비롯된 또 다른 자신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내 무의식의 세계에는 어떤 모습의 내가 존재하는지 궁금해진다.
컴퓨터와 더불어 PC통신, 그리고 이어서 인터넷의 보급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사이버 공간이나 게임이 개인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부부가 공동의 취미를 가지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남편의 회유(?) 덕분에 게임이 주는 매력을 경험해 본 터라 팔란티어에 빠져드는 원철의 행동에게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게 되면 해야 할 일을 등한시 하게 되는 등의 폐해가 생겨나는 것이 사실이므로 중독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할 수 있을 만큼만 즐겨야 할 것이다. 장르소설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를 터인데, 몇몇 부분에서 어색한 점이 느껴지긴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
*사족: 의과대학을 나왔다는 작가의 이력을 읽으면서 비슷한 이력을 지닌 작가분을 떠올렸음..
마침내 태어난 우리의 스타~~ 우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