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0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은 인간의 신체의 일부를 소재로 한 열 개의 단편이 실린, 한국 공포소설 작가 김종일의 장편소설이다. 단편이 실렸다면서 장편소설이라 지칭하는 것은 이 작품의 특성 때문이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주인공인 영화감독 앞에 불쑥 나타난 한 남자가 건넨 원고에 적힌 제목- 김종일 장편 소설 "몸"  바로 이 책의 저자의 실제 이름이고, 작품이름이지 않은가. 이것은 독자에게 이 작품이 마치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인 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주인공이 원고를 읽는 행위가 독자가 이 책을 읽는 행위와 일치하게 됨으로써 나중에 그가 겪는 공포가 독자에게도 전이된다. 액자 소설 형태를 취함으로써 연관성이 없는 각 단편들을 결집시키는 묘미를 지닌 작품이다. 

  이 작품에도 언급이 되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이토 준지의 <토미에 PART>라는 공포 만화를 보던 날이 생각난다. 머리가 머리 위에 일렬로 십여 개나 달라 붙어 있는 사람이 마치 애벌레처럼 기어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나 신체의 일부-목이나 팔, 다리 등-가 고무인형처럼 길게 죽~ 늘어난 엽기적인 모습은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나는 그 만화를 보면서 인간의 신체의 변형이 얼마나 괴기스럽게 느껴지고 공포스러운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날 밤 다 큰 어른이 화장실 가는 것이 겁이 나 참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우스운 듯 하면서도 다시 섬뜩해진다. '공포'는 실체를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에 소리 없이 자리잡고 있다가 일시에, 또는 서서히 덮쳐 옴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심약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것 같다.

  영화감독이 연 판도라의 상자(원고)에 실린 첫 번째 작품은 "눈"이다. 마음의 창이라 지칭되는 눈은 우리 얼굴, 즉 제자리에 있을 때는 맑은 영혼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존재이다. 하지만 만약 이를 따로 떨어뜨려 놓았다고 상상해 보라. 제자리를 탈출한 눈알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으며, 그저 혐오스러운 물체로 여겨질 따름이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를 이루는 각각의 부분들은 제 위치에서 다른 부분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나 아름답지 따로 떼놓는 순간부터 그것은 그저 불쾌한 느낌을 안겨주는 살덩이 일뿐이다. 작품 속에 묘사되는, 인간의 신체가 파괴되는 장면들은 끔찍하면서도 엽기적이다. 

  "머리카락" 편은 유독 머리카락에 손이 닿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가 나오는 이야기다. 무심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 책장-심지어 그다지 매끈해 보이지 않는 책장일 때도-에 베이는 경우를 한두 번씩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책장이 손가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살갗을 가르는 따끔하면서도 서늘한 그 느낌!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식은 땀이 솟는 순간이 지나면서 생살이 벌어진 틈 사이로 새빨간 핏방울이 불쑥 흘러 오르는 것을 보는 순간에 찾아오는 찜찜함과 더러운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런 순간에 찾아오는 예기치 않는 불쾌함은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에 손을 벤 것도 아니고, 전혀 위험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물건이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섬뜩함 때문일 것이다.

 목욕을 하다 보면 빠진 머리카락이 욕조 속에 떠다니게 되는데 이를 가만히 지켜 보면 마치 뱀이 유영하는 듯한 착각이 인다. 생명을 다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대상이 하나의 생명체 마냥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과히 좋은 느낌이 아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이 무척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목욕 중에 머리카락이 몸에 달라 붙는 것이다. 길다란 머리카락이 몸에 들러 붙어 있으면 마치 벌레가 몸 위를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듯한 징그러운 느낌을 주어 때로는 소름이 돋기도 한다. 한 때는 내 몸의 일부였던 그것을 한시라도 빨리 떼어내 버리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몸" 편은 컴퓨터와 관련된 중독 증세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흔히 TV 혹은 컴퓨터에 오랫동안 몰입해 있는 사람을 보고 '달라 붙어' 있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런 형상을 실체화하고 있다. 왜소한 신체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남편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지낸다. 사용하거나 보지도 않을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인터넷 접속을 통해 다운로드 받는 것에 매료된 남편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오직 그 일에만 몰입한다. 아내가 의사와 상담할 때 언급하는 인터넷-새로운 것이 계속 등장하는 정보의 바다-의 생리와 '저 모퉁이만 돌아서면' 증후군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폐해를 경고하고 있는 듯 하다.

 <이프/이종호>에서도 우리나라 공포소설의 척박한 환경과 작가들의 어려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저자 역시 이 작품에서 우리나라 공포 소설 작가나 영화 제작자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공포" 편을 보면 영화감독의 아내가 남편에게 '유독 돈 안 되는 공포영화'만'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둘의 대화장면에 우리나라 공포영화나 외국 공포영화 작품이름이 줄줄이 열거된다. 내가 본 영화가 몇 편이나 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한 재미일 듯....  

 제 3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에 당선된 이 작품이 저자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김종일. 이 작품에서 후반부의 반복적인 구도가 약간의 아쉬움을 안겨주지만 앞으로 한층 성숙하고 다듬어진 공포소설로 우리 곁을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작가이다. 그가 선보일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여도 좋을 듯!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6-09-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어두운 밤에 마주치는 생명체 중에 사람이 제일 무섭잖아요...
그런데 그게 부위별로 마주치게 된다면 더더욱 끔찍할꺼란 생각이 드는군요..^^
 
곤충 소년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신마비라는 커다란 장애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관찰력과 천부적인 두뇌로 각종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학자가 등장하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전작 두 편의 활동 배경이 뉴욕이었던 것과 달리 <곤충 소년>은 늪지대가 광범위하게 펼쳐진 미국 남부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링컨 라임은 모종의 수술을 위해 이 소도시를 방문한다. 평생을 전신마비 환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절망적인 일이다. 실패할 확률이 크고 지금보다 더 상태가 나빠질지도 모르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  라임은 굳은 결심을 하고 간병인 톰과 색스를 대동하여 노스캐롤라이나의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상담 중간에 한 보안관이 찾아와 마을에 살인 및 납치 사건이 발생하였다며 라임에게 도움을 청한다. 특출 난 인재는 어딜 가든 유명세를 치르게 마련인가 보다. 사실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군지도 알고, 어디 사는지도 아는 상태...  범인으로 지목된-‘곤충 소년'이라 불리는- 개릿 핸런은 이 외에도 의문스러운 몇 건의 죽음에 연관된, 문제아로 알려진 십대 소년이다. 다만 성적인 동기에 의한 납치 사건의 경우 대게 24시간 내에 찾지 않으면 생존할 확률이 없기에 되도록 빨리 납치된 여자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청하는 것이다. 현재 소년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또 다른 여인을 납치하여 도주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읽을 때 1권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남은 쪽 수를 보며 이 작가가 2권은 어떻게 끌고 가려고 이러는 거야??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온전히 나만의 기우였던 것! <곤충 소년>의 책띠지에 "감히 반전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즐겨라" 라는 문구가 있는데 과연 이 작품은 독자가 생각하는 바를 몇 차례나 뒤집어 버리는 반전을 제공한다. 저자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열심히 추측하고 추리해보려는 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치 전을 이쪽저쪽으로 뒤집듯 이야기를 계속 뒤집는다. 그렇게 독자들을 반전의 폭풍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막바지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작품.

  라임은 색스의 압력(?)으로 사건을 맡기로 하지만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지금까지 링컨이 활동해 오던 영역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미세한 모래 한 톨에서도 실마리를 찾아내는 라임이지만 증거를 분석할 첨단 장비도 없고, 이 마을의 토양이나 환경 등 지역적인 특성에 대한 지식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물을 떠난 물고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긴 해도 급히 공수한 부실한 장비와 어설픈(?) 인력의 도움으로 증거를 분석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자료를 구하는 등 추적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곤충소년 또한 매우 용의주도하여 범인보다 한 발 앞선다고 자부하는 라임마저도 속아 넘어간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인물은 단연 곤충 소년이다. 어린 아이일지라도 특정 분야-공룡, 자동차 등-에 탐닉하다 보면 때로는 어른보다 더 많은 지식을 지니게 된다. 곤충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가진 개릿은 자신이 가진 강점, 즉 곤충의 습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수사의 방향을 교란시키고, 자신을 뒤쫓는 경찰들을 경계한다. 이 책에도 몇 가지가 언급되지만 곤충의 위기 대처 능력이나 위장술, 독특한 습성 등은 알면 알수록 더욱 감탄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곤충의 특성을 연구하여 실생활에 응용한 예도 많이 있다. 

  라임과 색스의 갈등이 커지는 점도 극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라임은 증거원칙주의로 현장에서 찾아낸 물건에서 찾아 낸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것과 달리 색스는 상대의 말, 표정, 눈빛 등에 증거물 이상의 것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건 해결에 임한다. 그런 터라 이 둘의 충돌은 불가피한데 현상금을 노린 사람들까지 추격전에 가세하여 더욱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전작에서 라임과 색스간에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 애정이 갈등을 겪으며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모습이 독자들의 마음을 태운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제프리 디버, 그리고 링컨 라임시리즈는 깊은 늪이다.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6-09-2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라임 시리즈 저도 새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

하늘바람 2006-09-28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읽고 픈 충동이 와글와글 올라오네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2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모~ 이렇게 재미난 책을 왜 전 여태 몰랐죠... 당장 주문들어갑니다. 저를 위한 추석 선물이되겠네요^^
 
나는 사랑을 죽였다 한국작가 미스터리문학선 2
류성희 지음 / 산다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젊은 시절 한참 추리소설을 읽던 무렵에 한국 추리소설 작가인 김성종씨의 작품을 접하고 <제 5열> 등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다 직장생활, 결혼, 양육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들 책을 보느라 추리소설 분야는 거의 접고 지낸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우리나라에 어떤 추리소설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지내오다가 최근 들어서 다시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가이면서 방송드라마 및 시나리오작가로도 활동 중이라는 류성희씨의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데 작가도 이 책이 첫 작품집이라고 한다. 그간 미스터리 관련 잡지에 단편들을 발표해 오다 이번에 자신의 단편들을 묶어서 발표하는 것. 이 책에는 추리 소설 '물만두'님이 작가에게 보낸 글이 '작가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하에 실려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두루 접해 본 물만두님은 '미스터리와 함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여성의 심리적 미스터리를 구사하는 작가'라고 평하고 있다.

  책의 표지에 '심리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데, 첫 편인 <당신은 무죄>는 확실히 추리적인 요소보다 두 여성의 심리 묘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에 악몽을 안겨 준 남자에게 위협받는 여자와 갑자기 남편을 잃은 두 여자가 겪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심도 있게 묘사한 작가는 <코카인을 찾아라>에서 다시 한 번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여성을 등장시키고 있다. 

  반면 반전의 묘미를 염두에 둔 <추리작가 대 추리작가>는 작품 속에 다른 작품의 트릭을 소개하는 색다른 재미를 선 보인 작품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추리작가이다 보니 혹시 류성희씨 본인의 경험-이라기 보다는 내면적인 갈등을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하였다. ^^; 또 다른 작품, <살인 미학>에서는 과연 이것이 반전이냐, 반칙이냐를 두고 잠시 고민을 해보게 된다.

  식물을 작품 속에 종종 등장시키는 것도 이 작가의 작품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비명을 지르는 꽃>에서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의 애인으로 나오는 수연은 주인공이 힘들어 하거나 우울해 할 때면 '식물의 사생활' 시리즈를 들려주곤 한다. 그리고 <인간을 해부하다>에서도 주인공의 애인인 은우라는 아가씨가 식물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온다. 작가는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잎 테두리 중간쯤에 골이 패인 은행잎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작가의 감성과 문체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사쿠라 이야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물만두님이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작가라는 평을 해주셨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접한 '류성희'라는 작가를 떠올릴 때면 치자꽃 향기와 연분홍 꽃잎이 함께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싹을 틔우고 봉우리를 맺기 시작한 작가가 작품에 빛을 더해 줄 자양분을 많이 흡수하고 성장하여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들을 선보여주길 바란다. 독자들의 사랑과 성원도 성장에 필요한 좋은 거름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9-2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006-09-22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핀 댄서 - 전2권 - 암살자의 문신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이 돌아왔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본 컬렉터>에 이어 청부살인을 맡은 암살자를 밝혀내기 위해 라임과 그를 돕는 인물들이 <코핀 댄서>에서 다시 만났다. 전 뉴욕 시경 과학수사국장 링컨 라임. 그는 불의의 사고로 현재 전신 마비 상태지만 폭넓은 지식과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명철한 사고와 직관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라임을 대신에 현장에서 범인을 입증할 증거들을 수집하는 미모의 감식반 과학수사관 아멜리아 색스. 미모의 여수사관이라는 설정이 식상하다 싶지만 색스는 의외의 약점들을 많이 가진 인물이다. 피가 날 정도로 자꾸 손톱을 물어뜯어 성한 손톱이 하나뿐인데다 가끔은 두피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긁는 자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지병인 관절염은 위험할 수도 있는 현장 감식활동을 하는 수사관에게 때론 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그 외에 증거 분석을 담당한 감식기술자 멜 쿠퍼, 민간인 신분인 라임에게 공권력의 힘을 실어주는 셀리토 형사반장, 전설적인 잠입수사 능력을 지닌 FBI 요원 프레드 델레이 등.. 뛰어난 기량을 지닌 이들이 팀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라임을 중심으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전설적인 암살자 '코핀 댄서'를 뒤쫓는다. 관 앞에서 여인과 춤추는 사신(死神)의 모습을 그린 문신이 팔뚝에 있다고 알려진 이 암살자는 자신이 맡은 임무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심지어 일을 의뢰한 사람도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배심 재판에서 무기 밀매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예정이던 증인 한 사람이 비행기 조종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정부에서는 나머지 두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재판 증언 때까지 이들을 보호하고 베일에 사여 있는 코핀 댄서의 존재를 밝힐 수 있는 시간은 45시간. 미량의 증거들을 통해 댄서의 뒤를 쫓는 라임의 진영과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코핀 댄서! 이들의 치밀한 두뇌 싸움이 숨 가쁘게 교차된다. 

  잠입하고, 판단하고, 고립시켜 제거하는 방식으로 생각과 상황을 접고 비틀어 틈을 만들어내는 쪽과 이를 간파하여 막아야 하는 쪽! 몇 분간의 시간과 생각의 차이에 증인의 목숨과 많은 생명이 달려있는 것이다. 라임은 예전에 댄서로 인해 부하를 잃은 뼈아픈 일을 겪었기에 이번 일에 더욱 집착한다.

  이 작품에서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다양한 증거 분석 방법들이 동원된다. 폭발 잔해물에서 나온 금속 파편이나 전선조각으로 단서를 찾고, 범인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수집한 미세한 먼지나 한 가닥의 섬유, 모래나 흙 등에 증거를 찾아내기도 한다. 지문, 혈흔, DNA, 곤충 등의 과학적인 증거로 범인을 밝혀내는 C.S.I.를 즐겨보는 편인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한층 더 정교한 법과학 지식을 선보이는, 스릴과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코핀 댄서와 링컨 라임의 두뇌싸움 외에도 라임과 색스간에 형성된 미묘한 감정 전선과 개성 있는 주변 인물들의 활약상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라임이 자신의 간병인인 톰과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면 살짝 웃음이 나온다. 반면 전신 마비라는 커다란 장애때문에 좌절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라임의 모습이 가슴 한구석을 찌르기도 한다.

  링컨은 주위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몸이 되었지만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는 색스의 활약과 첨단 장비의 활용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경험과 지식, 직관력을 바탕으로 범인보다 한 발 앞서나가는 링컨 라임과 그의 팀들의 활약상! 충분히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주목받을만하다.

----------
- 뱀꼬리 1/ <본 컬렉터>는 책으로 읽지 않고 영화로 봤다. 그 탓에 책을 읽으면서 '라임'은 덴젤 워싱턴, '아멜리아 색스'는 안젤리나 졸리의 이미지만 떠올라서 영화를 봐버린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ㅡㅜ 라임과 색스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책도 마련해서 읽어 보아야 할 듯...

-뱀꼬리 2/ 재미있게 읽긴 했으나 반전과 결말이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작가가 독자들을 놀래킬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기대, 예상을 미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6-09-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별 다섯개 짜리 작품에 어울릴 것 같은데... 움움... (__;)

물만두 2006-09-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책도예요^^

2006-09-0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9-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이 책이 영화로 나왔단 말이죠~ 영화보담 역시 책이 재미있겠죠 ^^

아영엄마 2006-09-0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아하하.. 제목이 너무 과했나요? ^^;;
물만두님/ 본 콜렉터 부텀 마련해서 읽을라고 참다가 그냥 읽었어요. 쩝~
속삭인님/꼭 리뷰 쓸 필요가 뭐 있나요. 재미있게 보면 되죠~.
똘이맘, 또또맘님/이 책 말고 전작-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본 컬렉터(콜렉터)가 영화로 나왔습니다. 저도 책이 더 재미있지 싶어서 읽어볼려고 합니다. ^^
 
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용은 잠들다>는 <이유>, <화차>, <모방범> 등을 통해 사회의 악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1992년 작품. 이 책은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같은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초능력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지닌 사람의 이면에 숨겨진 고통과 갈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저자가 '인간이 갖고 있는 블랙박스'일지도 모른다고 묘사한 초능력은 과연 신이 내린 선물일까, 저주받은 재앙일까? 그것도 아니면 어른들의 환상일 뿐일까? 

  잡지사 기자인 고사카 쇼고(화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차를 몰고 가다 '이나무라 신지'라고 이름을 밝힌 한 고등학생을 태우게 된다. 신지는 누군가에 의해 뚜껑이 열린 맨홀 근처에서 실종된 아이의 문제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다. 화자는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즉 스캔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신지로 인해 의문에 빠진다.

 그런데 나중에 사촌이라며 화자를 찾아 온 나오야는 신지가 알아낸 것들이 초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교묘한 속임수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주장한다. 초능력은 없다고 주장하는 나오야와 오히려 나오야 또한 자신처럼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신지의 진실 공방!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화자뿐만 아니라 독자들마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이 가중된다. 초능력의 존재 여부에 의문을 가진 화자는 초능력을 믿지 않는 동료의 조언으로 나오야와 신지가 진짜 사이킥(Psychic)인지를 조사해 나간다.  

  이 작품은 두 갈래의 사건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초반에는 화자와 신지가 초등학생 실종 사건을 야기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펼쳐진다. 다음으로 화자인 기자에게 계속해서 날아오는 백지만 들어있는 편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걸려 온 의문의 전화. 누가 무엇때문에 그런 편지를 보내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화를 입지 않을까 염려하여 동분서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또 한 사람의 사회적 약자를 만날 수 있는데, 어릴 때의 사고로 말을 하지 못하는 나나에는 신지나 나오야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있어야 할 능력이 사라진 이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여분으로 가진 탓에 고생하는 이는 그 능력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어느 쪽도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중심인물인 고사카는 어느 쪽도 아닌 평범한 정상인의 범주이지만 저자는 이 '정상'의 범주도 살짝 꼬집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니고 태어난 초능력 탓에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타인의 생각들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자의 혼란스러움, 알고 싶지 않은 것,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알아버린 자의 고통을 접하게 된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것이 과연 우월감을 느낄 만큼 대단한 축복일까? 

  누군가의 기억을 읽어버리게 되는 쪽도, 자신의 기억을 읽혀버린 쪽도 좋을 리가 없다. 좋은 말을 건네고 호의를 베푸는 상대가 친절이라는 가면 뒤에 악의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인다면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더구나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그 거짓된 친절에 감사를 표해야 하는 가식적인 삶으로 점철된다면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작품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그늘에 살아가는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용하게 서로를 감싸안아 주는 모습으로 따스한 훈기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사이킥 능력이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는 전직 경찰 무라다는 나오야나 신지를 자기 자신 안의 용을 깨워버린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오야는 자신의 몸 안에서 깨어난 용의 어마어마한 힘에 짓눌려 삶 자체가 고통스러워 그 힘을 숨기고자 한다. 그에 비해 신지는 용의 힘으로 발휘되는 자신의 능력을 사회를 위해 쓰고자 하는 쪽이다. 둘은 같은 능력을 지녔으나 이처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고 다른 삶을 살고자 하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함께 할 수가 없다. 과연 내 몸 안에 거대한 용이 잠들어 있다면 그 용을 깨우고 싶을까? 용이 깨어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책장을 덮고 잠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사이코메트리 [psychometry]-시계나 사진 등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인 행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9-0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으셨네요^^

반딧불,, 2006-09-0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써야하는데..읽으면 안되는데...ㅠㅠ;

똘이맘, 또또맘 2006-09-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특이한 책이네요. 내 마음속에 꿈틀대는 용이있다면 잠재우고 싶네요...조용히 살고 싶어서리...

아영엄마 2006-09-0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월초에는 좀 널널한 마음으로 책을 보는 편이라서요.. 헤헤~
반딧불님/안 읽으셨죠? 언능 리뷰 올리삼~
똘이맘, 또또맘님/학창시절에는 초능력에 관심 있어서 내가 초능력자였으면 하는 상상도 해보곤 했는데 나이들면서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닌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책 내용에 공감이 가네요.

반딧불,, 2006-09-0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버렸어요.흑..ㅠㅠ;

아영엄마 2006-09-0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책은 다 읽으신거죠? 그럼 제 리뷰 읽어도 괜찮을텐데.. 왜 그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