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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발터 뫼어스 지음, 안영란 옮김, 귀스타브 도레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통해 발터 뫼어스라는 작가를 알게 되고 그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여 찾아낸 작품이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과 이 책인데 순서상으로는 전자가 먼저 씌어진 작품이지만 한 권이라는 분량의 가벼움 때문에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을 들자면 우선 작가가 내용을 쓰고 화가가 삽화가 그린 방식이 아니라 유명한 화가의 여러 작품들을 모티브로 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 이 책에 사용된 삽화들의 출처(귀스타브 도레의 작품집들)를 살펴보니 <늙은 수부의 노래/새무얼 테일러 콜리지>, <성난 오를란도/루도비코 아리오스토>, <까마귀/에드거 앨런 포>, <돈 키호테/미구엘 드 세르반테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라블레>, <실낙원/단테> 등등 여러 작품에 실렸던 것들이다.
귀스타브 도레는 19세기에 살았던 프랑스의 판화가로 발터 뫼어스는 이 화가를 열두 살의 소년의 모습으로 작품 속에 등장시키고 있다. 화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열두 살의 귀스타브 선장이 폭풍 속에 휘말려 죽음의 사자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모험 이야기인 이 작품의 말미에 가면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계속되는 모험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랬다. 아벤투레가 바다에 침몰하면서부터, 바로 그 순간부터 그에겐 단 일 초도 침착하게 무언가를 생각해 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샴 쌍둥이 토네이도와의 만남, 단테와 다른 선원들의 비참한 최후, 죽음의 사자와 그의 미친 여동생, 자신의 영혼을 건 내기, 그리핀과의 비행, 용즙 공장과 나체의 아마조네스들, 용과의 혈투, ......,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괴물과의 만남. ......"
죽음의 사자가 귀스타브에게 내건 여섯 가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겪는 모험들은 황당한 듯하면서도 그 속에 삶의 의미나 꿈, 근심, 시간 등의 본질이 함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말장난 식의 애니그램이나 등장인물(?)들의 코믹한 대사도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애니메이션 <슈렉>에 등장하는 말 많은 덩키~를 연상시키는 말 '판초'도 이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면 마치 귀스타브가 발터 뫼어스의 작품을 읽고 삽화를 만들어준 것처럼 여겨지는데, 앞서 언급한 다양한 작품에 실렸던 그림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에 녹여 낸 작가의 글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꿰어 맞추기 식으로 여겨져 조금 어색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상상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은가. 청소년 연령부터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분량의 판타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