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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만월이 뜨는 밤, 환한 달빛을 받으며 은밀하고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리디 어린 아이들에게 더러운 짓을 하고 텃밭에 묻어버린 잔인한 죄를 저지르고도 신을 섬기는 고귀한 직책의 허울을 쓴 한 신부의 목에 올가미를 건다. 행동에 앞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며 일처리도 확실하고도 꼼꼼하게 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덱스터 모건. 그에게는 열망에 사로잡힌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을 충동질하는 파트너로 존재한다. 스스로를 '깔끔한 괴물'이라고 칭하는 덱스터는 세상으로부터 지저분한 무더기를 치워내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좀 더 깨끗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인물이다.
2006년 8월에 개봉되는 한국영화, <예의없는 것들>이란 영화 내용을 보면 '킬라(신하균 분)'는 자기 나름의 룰을 정해 예의없는 것들, 불필요한 쓰레기같은 인간들만 골라서 '깔끔하게 분리 수거'하기로 하고 도시의 쓰레기들을 처리해 나간다. 이 사회에는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거나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살아가는 사람, 패죽여도 시원치 않을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영화 속의 '킬라'처럼 돈을 버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덱스터는 이런 불필요한 쓰레기들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수행하는 킬러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덱스터 역시 연쇄살인범인 셈이다. 다른 연쇄살인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덱스터의 규칙, 악당들만 처치하라!'라는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정의의 사도(?)들과 달리 악당의 최후를 법의 심판에 맡기지 않는다. 법적인 관점에서는 그가 악당만을 대상으로 한 킬러라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하겠지만 법이란 것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유리하게 적용되는 현실의 부조리를 볼 때면 오히려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진다.
그는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처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다. 덱스터 자신이 그런 행위를 즐긴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 자신을 감정도 없는 괴물로 지칭하는 그가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감정을 위장하고, 평범한 인간의 삶을 모방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가 유일하게 애정을 갖는 존재는 여동생인 데보라뿐이다. 그런데 어느날 자신이 악당을 처리하는 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되고, 피가 튀긴 흔적도, 단 하나의 혈흔도 없는 범죄현상에서 덱스터는 당혹감에 휩싸인다.
덱스터는 경찰이지만 사건 해결을 위한 미끼 역할이나 해야 하는 위치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동생을 돕는 한편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애쓴다. 칼을 쥔 손, 피로 물든 사람, 깨끗하게 절단된 신체 등 '토막살인'이라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앞에 두고 '오~ 멋진데'하는 반응을 보이는 냉소적이면서도 유쾌한,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라는 인물의 독특한 매력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는 2005년 딜리스 상을 수상한 작품. 양아버지 해리처럼 덱스터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듯한 독스 형사와의 대결 등 다음 작품에서 전개될 이야기들이 기대를 증폭시켜 준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