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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은 심리스릴러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력을 지닌 '믿을 수 없는 화자'가 과거에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벽에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건 전개보다는 배경이나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갈등 같은 내면적인 부분들을 묘사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심리 스릴러의 교본'이라고 일컬어 질만큼 사건 구성이나 세밀한 심리 묘사 등의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로서는 존 카첸바크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머리 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리는 프랜시스는 가족들과의 마찰로 정신병원에 보내지는데 이 곳에서는 이름 대신 '바닷새'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 별칭을 붙여 준 소방수 피터도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로, 교회에 불을 질러 인명피해를 낸 사건의 범인으로 정신 감정을 위해 이 병원에 수감된 상태이다. 어느 날 한밤중에 이 병원의 젊은 수습여간호사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미모의 여 검사 루시가 찾아온다.
루시는 대학 시절 강간을 당하고 범인이 얼굴에 남겨 놓은,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천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이 세 명-루시와 소방수 피터, 바닷새 프랜시스는 함께 사건을 조사해 나가게 된다. 주인공은 주변 세상을 잘 관찰하였던 덕분에 범인을 유추해나지만 그 자신도 범인에게 노출되어 위험에 처한다.
그러나 환자들의 애원은 무시되는 일상 속에서 정신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 말하는 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그저 망상으로 취급 당하기 쉽고 오히려 투약이나 독방 감금 같은 후환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긴 그 자신도 자신이 겪은 일이 망상인지, 실제로 겪은 일인지 혼란스러우니. 믿고 의지하는 피터와 루시마저도 프랜시스의 말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진다. 병원의 일상에 순종하여 평생 환자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언제 살해 당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그를 짓누르는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정신병원의 일상이나 어두운 일면 등을 접할 수 있다. 어기적거리는 움직임과 씰룩거리는 얼굴, 멍한 표정으로 한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사람들과 의미 없이 몸을 흔들거나 서성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 복도 곳곳에서 망상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고함소리, 비명 등이 터져 나오는 것이 일상인 탓에 도와 달라고 소리친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 바로 이들이 속한 곳인 것이다. 과연 세 사람은 병원을 누비고 다니는 악마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화자가 '미친 사내'라는 점도 독특하며 작가는 중심이 되는 세 인물 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긴박감보다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 스릴러물로, 꼼꼼하면서도 탄탄한 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심리스릴러의 진수를 맛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