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정보는 이미 많이 알려져서 여행관련 책을 갖춰야 하는지는 사실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경험상 책 한권 들고 들춰보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해결될 것 같지만 일단 조회된 정보 혹은 블로그 속에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이 힘들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거나 내용 파악도 안된 게시판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 대부분이니..

 

 

 

 

 

 

 

 

 

 

 

 

 

 

 4번째 제주길에 동행한 책은 바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이다. 알라딘 강남점에 갔다가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고른 것인데, 프롤로그 내용에 꽂혔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면 아름다운 것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일정 빠듯한 여행객이 그리 하기는 사실 쉽지 않을 것이다. 한 곳이라도 더 다닐 요량으로 숨 가쁘게 발품 파는 것도 당연하다. 하나라도 더 볼 욕심나는 곳이다. 섬은 사실 제주의 참다운 맛과 유명 관광 명소에 있지 않다. 바닷가 작은 마을과 동네 사람들이 들르는 소박한 식당, 네비게이션의 실수로 우연히 접어든 한적인 오솔길이야말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4쪽)

 

물론 책 내용은 다른 책들과 그 자지 차별점이 들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다른 여행서적에 비해 보기 힘든 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읽다보면 단순히 정보만 전달해주는 여행책보다는 포근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손에 들고 다니기는 그렇고 숙소에서 복습 및 예습에 쓴다면 여행이 풍성해질 것 같다.

 

 제주행에 동행한 또 한권의 책은 <제주가자>라는 책이다. 이 책이 제주까지 가게 된 것은 순전히 가볍다는 이유만이었다. 하지만 제주에서 이 책은 진가를 빛낸는데 의외로 유용한 가이드 노릇을 했다. 요약버전이 앞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요즘 핫한 디저트, 5일장, 드라마 장면 등이 소개되고 있고 간략한 소개아래 해당 페이지가 기재되어 있어 찾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자세한 정보야 스마트폰으로 찾을 수 있으니 여행서적으로는 제격이다. 그림으로 그려진 추천코스도 관광지 선정에 꽤 유용하다.  

 

 

<시크릿제주>역시 한손에 가볍게 들고 갈만한 책이다. '제주 사람들만 아는 알짜배기 제주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워낙 제주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쉬워졌기 때문에 부제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일단 책 구성이 깔끔하게 사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 부분에 11개의 주제로 베스트 코스를 알려주고 나서 제주시, 동쪽해안 식으로 설명한다. <제주가자>가 좀 자연스러운 구성이라면 <시크릿제주>는 <제주여행사전>류의 두꺼운 책의 요약 버전으로 보면 된다.

 

 

<제주여행사전>은 600페이지 가까운 분량만큼이나 제주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어서 제목그대로 사전처럼 활용하기 딱이다. 하지만 600페이지라는 분량이 휴대성을 떨어뜨린다. 숙소에 두고 다음날 여행계획을 세우는데 참조한다면 유용하다.

 

책은 크게 '걷기여행'과 '드라이브여행'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주 여행의 큰 틀이 드라이브에서올레길을 중심으로 걷기 여행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적절한 구성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주 여행의 백미는 드라이브가 아닐까 싶은데 코스를 중심으로 루트에 대한 설명이 제격이다.

 

다만 이런류의 책이 범하는 공통된 오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적는 것이다. 예들 들어 정방폭포에 대해 중국 진시황의 사자 '서불'이 정방폭포 절벽에 서불과차를 새겼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적는 등의 일이다. 아울러 서불을 기념하고자 만든 '서복공원'에 대한 설명에는 말도 안되는 공원을 만들었다는 지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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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 보다 후기를 남기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직장인으로,

집에 와서는 아이들과의 전쟁을 치루다 보면

어느새 노트북은 와잎과 아이들 차지

 

사기계발이라는 주제로 책을 읽은 것이 11월인데 아직 '거대한 사기극'(이원석)은 후기도 못 올리고 있다.

이제는 내용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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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 모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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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통해 질서와 계획을 이야기했던 그가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자신의 딸에게는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는 조언을 한다. 그의 행동이 180도 바뀐 모순을 지적하며 이 책은 지적한다. 저자는 이 장면에서 하나 중요한 지적을 한다.

코비의 세계관에는 어떤 향수가 남아 있다. 남성은 제한된 이익이 아니라 덕(코비가 '보편적원칙'이라 부르는)에 의해 규제되고 여성은 자신의 배우자를 지원하고 자녀들을 돌봄으로써 소중한 것을 먼저 했던 상상 속의 과거에 대한 갈망이다.(13쪽)

스티븐 코비, 저자의 말을 들어보니 남성중심사회를 꿈꾸는 옛날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 스티븐 코비는 사기꾼이다. 스티븐 코비는 이 자기계발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결국엔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파산 이유를 묻자 "자신은 그 7가지 습관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어쩌면 그 7가지 습관은 불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사람들을 현혹시켜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 7가지 습관이라는 것도 그가  발견한 것인지 의문이다. 어디에선가 본듯한 그런 내용이니까.

 

자기계발서는 바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존 내용이 변화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자기계발서들을 개관해보면, 대부분 새로움보다 구태의연함이 드러난다. 사실,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특히 여성에 특화된 것이 아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은 기존의 책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0쪽)

그래서 자기계발서들을 일종의 사기서적이다. 마치 자신들이 새롭게 발견한 듯이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누군가의 책을 베끼거나 새로운 것이 없다.

 

미국 사회에서 자기계발은 흐름이 있다. 그런 흐름은 경제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던 시점에는 누군가 먼저 선점하거나 경쟁에서 승리할 때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1960-70년대에는 정글같은 경쟁사회에서 승리하는 법을 다루는 자기계발 책들이 득세했다. 이러한 생존주의적 자기계발서에 대한 반발로 80년대에는 협상과 관련된 자기계발서와 피로해진 개인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나온다. 2000년대에도 협상의 기술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힐링-긍정이 대두되는 것은 이런 자기계발시장이 계속 지난 일들을 우려먹는것임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왜냐면 2000년대에 등장한 협상, 위로 전 바로 90년대 후반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으로 보여주는 복잡하고 변화된 세상에서 변화만이 생존비법임을 이야기한다.

 

이런 자기계발서는 사회구조적 변화와 맞물린다. 애초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사회적인 관점이 부족하다.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는 건강보험에 예에서 보이듯이 국가가 건강보험을 도입하려는 것에 빨갱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미국은 건국초부터 개인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 하고 그런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도움을 주신다는 개척정신과 기독교정신이 이상하게 결합되어 있다. 자수성가의 롤모델이었는데 미국도 196-70년대를 거치면서 계층 변화가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자수성가라는 관념을 놓치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형성에서 성차별적인 구조이며, 개인들의 존재양식에 대한 가정에서 가부장적이고, 자화자찬의 뉘앙스를 지닌 전통적인 자수성가의 관념을 대체하는 '시달리는 자아 belabored self'라는 개념은 자아가 혹사당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주체로서, 그리고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의 대상이라는 면에서는 객체로서 이중적으로 해당되는 표현이다.

시달리는 자아는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묘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악화되는 고용전망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항상 취업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27쪽) 

 

아쉽게도 이 시달리는 자아는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하다. 어릴때부터 목표달성을 위해 시달리고 경쟁을 당연시하고, 대학에 가서는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회사에 들어와서는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냥 시달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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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1Q84를 말하다 - 상실의 시대에서 1Q84까지 그의 문학에 관한 담론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회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지식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하루키 1Q84를 말하다>는 1Q84를 조금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책 목차에서부터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3개 파트로 나눠 PartⅠ에서는 '소설1Q84를 바라보는 40개의 관점'이라는 주제로 하루키와 1Q84를 다루고 있고, PartⅡ에서는 '하루키 소설이 더 재미있어질 힌트들', PartⅢ은 '1Q84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라는 주제이다. 처음부터 쭉 읽어도 되고 필요한 부분을 먼저 읽어도 되는 구성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키의 노벨상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하루키는 1Q84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챕터를 읽으면 되고, 1Q84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에서 "야나체크와 심포니에타"는 1Q84의 중심 소재 중 하나인 야나체크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

 

1Q84의 주요 소재는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하루키는 옴진리교 사건을 담아낸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펴냈다.

<언더그라운드>는 전후 50년째에 일어난 '지하철사린독가스사건'이라는 일대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논픽션 작품이다. 대략 1년에 걸쳐서 무라카미 하루키 스스로가 50명도 더 되는 피해자들을 직접 취재했고, 그렇게 모은 이야기들이 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

개인적인 감정을 가급적 자제한 상태에서 담담한 인터뷰를 통해 밝혀지는 사건 당일의 모습은 그때까지 매스컴이 다루지 않았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연히 지하철을 타게 되었던 피해자들에게 그날 하루 일어났던 일들, 그 때까지의 인생, 그리고 그날 이후의 마음과 몸, 환경의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피해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금의 일본인들이 아고 있는 문제점을 하나씩 극명하게 부각시켰던 것이다. 

....

이 책의 저자후기에서는 "옴진리교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교단 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있는 쪽의 어느 땅 밑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서술했다. (213~215쪽)

 

아오마메가 결국에는 계획했던 대로 마지막 '일'로서 암살에 성공한 교주. 그러나 아오마메는 암살 직전 일종의 존경심을 그 교주에게 느낀다. 그런 식으로 그려낸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인 만큼 그런 점에서 <언더그라운드>의 효과를 역설적으로 느낄 수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행위는 그 이면에 있는 또 다른 어떤 존재로부터 흘러나오는 말에도 동시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싸움을 하는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지하철 사린독가스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다. 그것은 일방적인 범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가지고 신흥종교를 그려낼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천재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59-60쪽) 

 

 

사실 1Q84가 옴진리교를 다루고 있다는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1Q84를 읽을 때 느꼈던 이질감에 대해 어느정도 해답이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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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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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은 게 20년 쯤 전이다. 당시의 하루키의 열기는 지금 보다 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을 끝으로 하루키를 손에서 놓았다. 허전함. 허무함 그리고 지루함 때문이었다.

 

그 상실의 시대가 원래의 제목 '노르웨이의 숲'을 되찾아 출간되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를 읽은 탓에 (20년 만에 다시 하루키를 손에 든 탓에) 하루키의 다른 책 '노르웨이의 숲'과 '1Q84'마저 손에 들었다. '해변의 카프카'까지 손을 뻗쳐야 하는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그리고 '1Q84'를 다룬 책 두권을 함께 읽었다. (이 책들은 아직 후기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첫 인상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와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1Q84'가 '태엽감는 새'와 그 이전에 출간된 작품과 연관성이 있다면 '노르웨이의 숲'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와 너무 닮아있다. 그의 작가적 게으름이 의심이 드는 순간이다. 물론 그의 생활이 매일 아침 마라톤을 하고 하루의 몇 시간을 자리에 앉아 소설을 쓰는 성실함을 보여주지만 실상 그의 작품은 비슷한 류의 작품이 양산이 되는 것은 아닌지... 창작이 아닌 예전 작품 우려먹기?! 물론 비슷한 소재로 다른 심리를 그려낼 수는 있다. 하루키의 장점이 바로 그런 점이니까.

 

그리고 지루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소설을 끝까지 긴장감있게 밀고 가야하는데 하루키에게서는 그런 매력은 없다. ('1Q84'의 경우 2권 중반부터 긴장감이 사라지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의 경우도 핀란드로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아마추어스러운 전개가 이루어진다.) 1/3 정도만 줄였어도 조금 더 괜찮은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쓸데 없는 잠언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48쪽)

책이나 팔아먹는 2류작가들이 쓰는 행태를 따라하고 있는데 이런 하루키를 어떻게 봐야 할까.

 

쓰잘데기 없는 잠언의 남발, 독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는 노파심, 장편에서 보여지는 지루함은 여전하지만, 하루키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순간 입을 꾹 다멀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체념하고 자리에 앉아 두 병째 와인의 나머지를 마셨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게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막차도 통금도, 모든 것을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자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나오코의 이야기는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불현듯 나오코가 말을 멈추었다. 이야기가 끝난 것이다. 말꼬리가 잘려 나간 듯이 허공에 떠돌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툭 끊어져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든 말을 하려 했지만, 이제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가 빠져 버린 것이다. 어쩌면 그걸 빠져 버리게 한 것이 혹시 나인지도 모른다. 내가 한 말이 겨우 그녀의 귀에 닿아, 얼마간 시간을 두고 받아들여져서, 그 탓에 그녀를 계속 말하게 했던 에너지 같은 것이 뚝 떨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나오코는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내 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작동 중에 갑자기 전원이 나가 버린 기계 같았다. 그녀의 눈은 마치 뿌연 막을 덮어쓴 것 처럼 흐렸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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