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 모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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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통해 질서와 계획을 이야기했던 그가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자신의 딸에게는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는 조언을 한다. 그의 행동이 180도 바뀐 모순을 지적하며 이 책은 지적한다. 저자는 이 장면에서 하나 중요한 지적을 한다.

코비의 세계관에는 어떤 향수가 남아 있다. 남성은 제한된 이익이 아니라 덕(코비가 '보편적원칙'이라 부르는)에 의해 규제되고 여성은 자신의 배우자를 지원하고 자녀들을 돌봄으로써 소중한 것을 먼저 했던 상상 속의 과거에 대한 갈망이다.(13쪽)

스티븐 코비, 저자의 말을 들어보니 남성중심사회를 꿈꾸는 옛날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 스티븐 코비는 사기꾼이다. 스티븐 코비는 이 자기계발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결국엔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파산 이유를 묻자 "자신은 그 7가지 습관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어쩌면 그 7가지 습관은 불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사람들을 현혹시켜 사람들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 7가지 습관이라는 것도 그가  발견한 것인지 의문이다. 어디에선가 본듯한 그런 내용이니까.

 

자기계발서는 바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존 내용이 변화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자기계발서들을 개관해보면, 대부분 새로움보다 구태의연함이 드러난다. 사실,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특히 여성에 특화된 것이 아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은 기존의 책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0쪽)

그래서 자기계발서들을 일종의 사기서적이다. 마치 자신들이 새롭게 발견한 듯이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누군가의 책을 베끼거나 새로운 것이 없다.

 

미국 사회에서 자기계발은 흐름이 있다. 그런 흐름은 경제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던 시점에는 누군가 먼저 선점하거나 경쟁에서 승리할 때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1960-70년대에는 정글같은 경쟁사회에서 승리하는 법을 다루는 자기계발 책들이 득세했다. 이러한 생존주의적 자기계발서에 대한 반발로 80년대에는 협상과 관련된 자기계발서와 피로해진 개인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나온다. 2000년대에도 협상의 기술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힐링-긍정이 대두되는 것은 이런 자기계발시장이 계속 지난 일들을 우려먹는것임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왜냐면 2000년대에 등장한 협상, 위로 전 바로 90년대 후반에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으로 보여주는 복잡하고 변화된 세상에서 변화만이 생존비법임을 이야기한다.

 

이런 자기계발서는 사회구조적 변화와 맞물린다. 애초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사회적인 관점이 부족하다.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는 건강보험에 예에서 보이듯이 국가가 건강보험을 도입하려는 것에 빨갱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미국은 건국초부터 개인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 하고 그런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도움을 주신다는 개척정신과 기독교정신이 이상하게 결합되어 있다. 자수성가의 롤모델이었는데 미국도 196-70년대를 거치면서 계층 변화가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자수성가라는 관념을 놓치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형성에서 성차별적인 구조이며, 개인들의 존재양식에 대한 가정에서 가부장적이고, 자화자찬의 뉘앙스를 지닌 전통적인 자수성가의 관념을 대체하는 '시달리는 자아 belabored self'라는 개념은 자아가 혹사당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주체로서, 그리고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의 대상이라는 면에서는 객체로서 이중적으로 해당되는 표현이다.

시달리는 자아는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묘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악화되는 고용전망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항상 취업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27쪽) 

 

아쉽게도 이 시달리는 자아는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하다. 어릴때부터 목표달성을 위해 시달리고 경쟁을 당연시하고, 대학에 가서는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회사에 들어와서는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냥 시달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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