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는 장강명일 것이다. 2015년 한해동안만 봐도 3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전업작가로 글쓰기를 하는

 

소설가 장강명은 올해 문학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로 떠올랐다. 국정원 댓글사건('댓글부대'), 저항의 형태로 택한 신세대의 자살('표백'), 한국이 싫어 해외로 나가는 세대('한국이 싫어서') 등 순문학 또는 본격문학 작가들이 다루기 껄끄러워한 현실적 소재들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문체 속에 풀어냈다. 
    
그는 2011년 일간지 노조 사무국장 시절 장편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3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서면서 지난해 두 권(‘호모도미난스’, ‘열광금지, 에바로드’), 올해 세 권(‘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의 책을 펴냈다. 놀라운 것은 작품 생산성 뿐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의 상을 받으며 문학성도 높이 평가받았다.
http://news1.kr/articles/?2526930

 

전업작가 선언 2년여 만에 각종 문학상 석권 장강명 “오아시스 너머를 보는 것, 그게 문학”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7072144565&code=960100

 

작품 대부분이 ‘지금 내 이야기’처럼 현실과 닿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보통 한국소설을 두고 ‘서사가 없다, 골방문학이다’라는데 나는 거기서 비켜나 있어서 상을 탔다고 본다. 한국에서 지금같은 소설이 주류가 된 게 90년대부터인데 이전에 이문열, 황석영, 박경리같은 작가들이 문단에 있었다. 그들은 내가 사는 사회를 전부 다 내 책에 넣어버리겠다, 그런 야심으로 당대를 굉장히 큰 스케일로 그렸지 않나. 우선 나부터가 재미있고 잘 팔리는 책을 읽고 싶고, 현실과 호흡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이걸 취재해서 쓰면 소설이 되겠다는 촉을 나이 들어도 유지할 수 있을까, 두려움은 있다. 그 촉은 사실 매일 손으로 일해서 밥 벌어먹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 사회 최전선에 있는 이들과 엮여야 하는데 나도 집에 틀어박히기 시작한 지 2년이라 걱정이다.”

-장강명 소설은 잘 읽힌다. 소위 ‘미문’에 대한 강박, 곧 문학이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이 없어 보인다.

“문장은 이야기를 운반하는 도구로서 철저히 봉사하고 읽는 이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 소설 속 상황을 전달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자일 때 글쓰기를 체화했고 내 문장을 바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자로서도 이런 식의 문장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장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 콤플렉스가 있다. 젊은 작가들 소설 읽다가 헉 소리나는 문장을 볼 때가 있다. 나는 이걸 못 쓰겠구나, 부럽기도 하고 탐이 난다는 기분을 느낀다. 집 앞에서 조깅 열심히 해서 그래 너 정도면 몸 좋아, 사람이 이거보다 몸 좋을 필요 있어 하다가 올림픽 체조선수나 발레리나를 봤을 때 하……. 오랜시간 단련을 거쳐 나오는 단단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문장을 봤을 때 부럽다. 그러나 나와 다른 길이고 흉내내진 않을 거다.”

 

       

 

댓글부대

<댓글부대>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댓글부대’를 다룬 소설이다.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성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벌도 변변찮고 직업도 돈도 없는, ‘루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골방에서 저지르는 ‘장난’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사회의 진로가 바뀌는 상황, 어둠 속에서 이들을 조종하는 권력의 그림자 등이 충격적으로 그려졌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23456.html )

 

국정원 대선개입에서 모티브를 얻어 온라인 댓글조작을 다룬 <댓글부대> 출간 직후에는 공교롭게 강남구청 댓글부대 논란 의혹이 사회를 달궜다. ‘지금, 이곳’에서 무엇이 가장 첨예한 문제인지 읽어내는 감각과 발빠른 부지런함에서 장씨는 독보적이었다. (경향 http://h2.khan.co.kr/201512281439081 )

 

'댓글부대'는 세 명의 20대 '잉여' 청년이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성 댓글을 달면서 나치의 괴벨스 뺨치는 전략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사이트를 무력화시키는 이야기다. 뉴스1은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 '댓글부대'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가로서 가지는 그의 속내를 들었다.

그는 소설가인 자신을 설명하는 코드는 독자들을 온전히 장악하고 싶은 '권력의지'라고 말했다. 또한 '댓글부대'를 통해 "당연하다고 믿어온 지반을 망치로 쳐서 독자들이 땅이 꺼지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뉴스1 http://news1.kr/articles/?2500835)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청년 문제 같은 사회적 소재나 장르의 세계를 선보여 왔던 전작들과 견줘 여리고 섬세한 이야기라는 인상이지만 그 현실감은 날카롭고 탄탄하다. 죄와 용서, 사랑, 가족 등 하나하나 굵직한 서사들이 균형을 이루며 버무려졌다. 미래를 보는 능력과 연관된 ‘우주 알’과 ‘시공간연속체’ 설정, 그를 표현하는 전개 방식도 독창적이다.

(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072055425&code=960205

 

“내 아들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열네 군데야. 내가 그걸 다 만져봤어. 난 그걸 평생 못 잊어.” 어머니는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남자의 삶을 망치는 데 인생을 바친다. “죽여버리고 싶어. 칼로 쑤시고 싶어. 다리 쩍 벌리고 있는 모습, 아무 데나 침 뱉고 이상한 소리 내고.” 여자는 폭력가장 아빠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모든 ‘아저씨’들을 혐오한다.

그러나 굳건하다 믿었던 기억은 한 꺼풀만 들춰도 그 허술함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아들은 명백한 가해자고, 여자의 아빠가 준 건 상처만은 아니었다. 왜곡된 기억에 잡혀 현재를 잃은 그들과 달리 남자는 미래에 묶인 입장이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능력을 가진 그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있지만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려고 애쓴다.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0f65a756444c45c480340b6c652ab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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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별책부록 <행복한 책읽기> 소설편을 보다 보면 전성태 소설가의 <두번의 자화상>이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두번의 자화상 / 전성태

전성태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은 이야기의 힘을 여전히 신뢰하며 무엇이 문학성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집이다. 12편이 수록된 작품집의 마지막 소설 ‘이야기를 돌려드리다’의 화자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라고 읊조리는 문장을 보라. 치매에 걸려 요양소 침대에 누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돌려드리는’ 화자의 행위는 작가 전성태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이야기의 힘이 한없이 위축된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에서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를 나이게 하고,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가 전성태를 한국 문학 장을 대표하는 호모 픽투스(Homo Fictus:이야기하는 인간)라고 간주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태가 이번 <두 번의 자화상>에서 전해주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이른바 스펙이 화려한 인물이 아니다. 하나같이 시시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인간 군상이다. 치매 노인(‘소풍’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미등록 체류자(‘배웅’), 뉴타운 예정지가 된 구도심 변두리에 사는 가난한 모녀(‘낚시하는 소녀’), 골동품 수집상(‘밥그릇’), 군청 공무원(‘영접’), 경비원(‘로동신문’), 늙은 퇴역 군인(‘성묘’), 실향민 노인(‘망향의 집’), 독신 여교사(‘국화를 안고’), 광주 트라우마를 앓는 부자(‘지워진 풍경’) 등이다. 이들은 “그저 가늠할 수 없는 진창 같은 제 삶을 연민스럽게 응시”(‘낚시하는 소녀’)하며, 어쩌면 “시간이 감옥이제”(‘영접’)라는 삶의 조건을 수락하며 하루하루 체념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47

 

기린이 아닌 모든 것 / 이장욱

1994년 등단해 시인으로 이름을 먼저 알린 이장욱(47)은 2005년 뒤늦게 소설가로 데뷔했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인지 이장욱의 소설은 젊다. 기존 작법과 서사를 벗어난다. 첫 소설집 '고백의 제왕'(2010)에서 그는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 실체와 유령을 분간할 수 없는 기묘한 시공간을 만들어내 주목받았고, 장편 '천국보다 낯선'은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듯한 낯선 묘사를 시도했다.

두 번째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문학과지성사)에서도 서사적 실험과 시인 특유의 언어 감각이 빛을 발한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28921

 

국경시장 / 김성중

그래서 문장을 벗어난 뒤에도 우리는 짱짱한 햇빛이 쏟아지는 ‘국경시장’에서 비틀거리는 자신을 읽고 있다. 좌절과 환멸의 미로들이 어제와 내일의 경계처럼 펼쳐진 길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자신에게 남은 가장 싱싱한 젊음을 잘라 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그 이문으로 새로운 욕망을 홍등처럼 달아놓지만, 말했듯이 자본이니, 본질이니, 구조니 하는 해석을 이 소설집 끝에 달아둘 필요는 없다. 다만, 저도 모르게 이렇게 묻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가 하루하루를 소진하며 살아가는 목숨들의 막다른 거처라면, 우리는 정말 김성중이 그려놓은 ‘국경시장’의 한복판에 있는 것은 아닐까? 요컨대 그의 명랑한 문장은 깊은 우울을 위해 쓰여졌다. 가장 화려한 조명이 죽은 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장례식장처럼 말이다.  http://www.hankookilbo.com/v/54e92a036685460cb74b7f3aecd7e17a

 

잠실동 사람들 / 정아은

상류층은 못 되는 중산층이 몰려드는 곳, 욕망의 중간지대 잠실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초등 2학년생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잠실 엄마들’과 전문직, 대기업 직원 등인 그 가족, 아파트 단지 건너편 다세대주택촌 주민들의 삶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가사 도우미, 학원 직원, 유부남에게 성을 파는 명문대 새내기 등 빌라 사람들은 더 가진 아파트 사람들을 멸시하면서도 동경한다. 아파트 사람들 역시 앞으로 더 가져야 할 것에 골몰할 뿐, 스스로를 성찰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소설 속 잠실동 사람들은 서로의 빈부와 지위를 견주는 게 일상이며 얼마나 더 많이 소비하느냐로 인간의 격을 평가한다. 지금 한국을 끌어가는 욕망을 이해하는 데 가장 쓸모있고 재미있는 지침서로 손색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252000115&code=960205

 

        

 

가짜팔로 하는 포옹 / 김중혁

발상의 참신함이라는 외피를 한꺼풀 벗기면 나타나는 것이 ‘이야기를 통한 위로’라는 속살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비행물체 때문에 정처 없는 피난길에 오른 이들을 등장시킨 ‘보트가 가는 곳’이라는 단편에서 ‘나’는 동행이 된 여성을 위해 줄곧 이야기를 들려준다.(“나는 이야기로 그녀를 붙잡아주고 싶었다.”) ‘상황과 비율’에서 마음 상한 포르노 여주인공 송미를 설득해 촬영장으로 돌아오도록 한 것도 ‘상황감독’ 차양준의 이야기였다.(“송미는 차양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에서 신호 위반 차량에 뛰어들어 합의금을 타내는 일을 하는 현수는 이야기에 재능을 지닌 대장에게 의지한다.(“대장은 이야기를 몸에다 붙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들이 소설의 또 다른 이름임은 물론이거니와, 이야기로서 소설의 가치와 효용을 상징하는 표현이 바로 책 제목으로 쓰인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일 것이다. 표제작의 주인공인 알코올중독자 규호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하는 말에 이 소설집의 주제가 담겨 있다.

“아무런 애정 없이 그냥 한번 안아주기만 해도, 그냥 체온만 나눠줘도 그게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03505.html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구병모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은 현대인들이 겪은 재난 같은 삶, 그 이전과 이후, 그리고 사고의 과정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운 좋게 코앞의 재난을 피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는 법.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잠시 반성하고 함께 슬퍼한다. 하지만 이 애도는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에만 행해지며, 마지막에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라고 기원한다. 이 작품은 바로 타인의 고통과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외면’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http://www.life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90

 

선의법칙 / 편혜영

“자꾸 주저하고 표정이 뚱하고 매력 없는 인물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 <선의 법칙>은 그런 이야기예요.”
....

절망과 복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파국이 아니라, 미약하나마 생의 의지로 이어진다. 편씨는 “이전에는 분위기나 이미지를 잘 만들기 위해 인물은 동원해서 쓴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뭘까’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어 머뭇대기도 했고, 나와 인물이 굉장히 밀착해 있어서 극한까지 인물을 데려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62122185&code=960205

 

해질무렵 / 황석영

◇ 김현정> 소설 제목이 '해 질 무렵'. 뭔가 아련한 느낌인데요.

◆ 황석영> 그렇죠. '해 질 무렵'이라는 게 석양이 지고 이렇게 땅거미가 질 무렵인데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이죠. 그 시간에는 하루가 됐든 일생에 만년이 됐든 간에 하여튼 회한과 성찰의 시간이 있는 거죠. 그래서 '내가 뭘 실수했지, 내가 잘못했는데. 그렇게 말았어야 됐을 걸' 이런 시간대를 상징한다고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시점에 이 주제로 소설을 쓰신 건 아마 지금 우리들에게 '해 질 무렵' 같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신 걸까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뭐냐하면 이 소설은 이제 두 사람의 화자가 제 각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 김현정> 한 사람은 60대 건축가고 20대는 현재…

◆ 황석영>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근대화 세대죠. 지금 60대 중반에 들어간 사람들이.

◇ 김현정> 그렇죠.

◆ 황석영> 70년대 대학생이었고. 그리고 80년대 사회에 나와서 활동하고 그런 근대화 세대인데. 이 세대가 가지고 있는 회한이라는 그게 개인적 회한이기도 하려니와 사회적 회한이기도 하죠, 그때 개발 독재시대니까. 그것이 업보로써 지금 현재 현실이 주어져 있는데, 그거를 이제 젊은 세대들이 겪어나가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60대 중반의 건축가는 과거를 대변하는 거고. 20대 젊은 여성 연극인은 현재를 대변하는 인물로 나오는 거군요.


Read more: http://www.nocutnews.co.kr/news/4501516#csidx1ZdN6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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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는 시집을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송승언의 <철과오크>, 황인찬의 <구관조씻기기>이외에는 구매조차 하지 않았다. 예전보다 시집에 대한 정보 얻기도 쉽지 않아진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2016년에는 시집을 좀 읽어야 겠다.

 

철과오크

 “요즘 사회는 혐오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 안에서 차별과 편견을 가진 나와 그걸 감시하는 내가 자꾸 분리가 되고 충돌을 일으켜요. 그런 싸움이 살면서 경험한 풍경, 문득 봤던 풍경과 겹쳐져서 이미지가 되는 것 같아요. 풍경 그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고 자라나고 성장하고 시들고 죽는 거죠. 무슨 의미든 보는 사람 삶의 경험이 거기에 빛처럼 스며들 수 있어요. 그런 풍경, 빈 공간을 많이 심어두려고 해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172118145&code=960205

 

'단호한 감정 관찰' '말과 뜻과 방향을 제어하여 낯선 세계로 자신을 개방하는 독특한 힘' 등이다. 그는 사물과 자연, 관계의 풍경에서 의미를 지워내듯 최소화한 이미지를 담담하게 연다. 시집에 담긴 시 55편은 모두 '풍경의 지속―시선의 집중―시간의 채집―음악의 반복―시점의 전환―영원의 분절―죽음을 내재한 삶의 지속'이라는 재료와 의도, 설계와 구조를 띠고 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1224612&year=2015

 

송승언의 시가 사랑받는 까닭 중 하나는 반복을 통한 리듬감의 생성에 있다. “보이지 않는 길로 보이지 않는 차가 지나가고 보이지 않는 사람이 지나간다 보이지 않는 벤치에 들리지 않는 말이 있고 열리지 않는 창고에서 말이 되지 않는 사건이 일어난다 내용이 없는 수업이 있고 아무도 없는 교실이 있다”(‘피동사’)처럼 ‘없음’의 존재론이라 할 법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표제작은 일상의 반복이 쌓여 이루는 문명과 역사라는 거시적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84171.html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안희연의 시는 우리가 가만히 있다고 여겨왔던 사물들, 또는 '저 삶은 너무 무기력하다'고 함부로 재단해왔던 이들이 실은 제각각의 캄캄함으로 끈질기게 빛을 빚어내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다.(시사인 432호 별책부록 행복한 책읽기)

 

문학평론가 김수이는 "안희연의 시는 세계의 소멸과 존재의 몰락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가장 어두운 세계의 흐릿한 삶 속에서 탄생한다"며 "가장 어두운 세계랑 폭력, 불의, 비양심 등의 윤리적 차원의 부정성이나 지배 논리, 구조적 모순 등의 사회·역사적 차원의 부정성을 초과하는 더 근원적인 부정성에 휩싸인 세계를 뜻한다"고 읽었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1002_0010325813&cID=10701&pID=10700

 

희지의 세계

함돈균 평론가는 이 시집을 일러 '헬조선 시대의 청춘 시집'이라 평했다. (시사인 432호 별책부록 행복한 책읽기)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가 ‘간결한 감각의 언어’로 흰 여백을 만들어냈다면, 두 번째 시집은 그냥, 시를 넘어, 시를 만들어냈다. 자유로워졌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22187.html

 

희지, 두희, 숙이 등 익명의 화자들에 이름을 부여하고, 이들로 시각적 장면을 환기시키는 이야기를 만든다. 인물들의 대화들을 시에 끌어오는 일도 잦다. 어떻게 보면 영화적이기도 하다.

=이름은 정서를 환기시키려는 차원에서 임의로 부여한다. 시에 서사를 도입하는 것은 관계성을 드러내려다보니 가져오게 되는 거다. 존 치버나 안톤 체호프의 단편을 읽다보면 빛을 발하는 어느 순간이 있는데, 시에서도 그런 표현을 하고 싶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1607

 

이번 시집 <희지의세계>를 통해 시인은, 한국문학사와의 대결에 돌입한다. 그것은 '매뉴얼화'된 전통과의 다툼이며, 전통에 편입하려는 본인과의 사투이기도 하다. 주체가 퇴조한 동시대 젊은 시인의 움직임 중에서 황인찬의 시는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을 보여 준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9687

 

온갖 것들의 낮

그러나 미세하게 , 유계영의 시는 조금 더 회화적이며, 조금 더 불안하고, 조금 더 어긋난다. 나는 이 세부들이 조금 더 읽 히고 조금 더 주목받고 조금 더 밀고 나가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밀고 나간다는 문장의 주어는 물론 유계영이다. <온갖 것들의 낮>이 조금 더 일찍 나왔으면 어땠을까…. '한 아이는 반드시 백발로 태 어날 겁니다'(시 '백발' 중에서) 같은 문장 참 좋다. http://media.daum.net/life/outdoor/leisure/newsview?newsId=20151216161505869

 

 

     

 

 

     

 

 

어린 당나귀 곁에서

고향의 토속어와 일상 언어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언어감각이 일품이다. 작고 여린 것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시인은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의 소소한 풍경들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고,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가련한 생명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품어 안는다. 그럼에도 시인은 정치적인 시편을 시집에 함께 실었다. 새로운 형식의 시적 정치성이 묻어난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1224612&year=2015

 

서정시의 위기가 운위되는 세태에 김사인의 시들은 여전히 서정의 몫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웅변한다. 인간과 사물의 특징을 따뜻하면서도 섬세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불교적 정신 세계가 공존하는 것이 또한 이 시집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23456.html

 

 

생활이라는 생각

이현승 시인(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의 세 번째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은 “절박한 삶”에 얽매여 세상 밖으로 망명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부끄러움을 찾아 떠나는 한 운명론자의 기록이다. 현실에 머무는 것은 생활이고, 떠나고 싶은 것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생각에 그칠 뿐이다. 결여의 상태인 것. 그에게 생각이란 현실회피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하나의 강박”(‘이동’)이다. 그리고 “어디쯤에서 돌아온 자리를, 또 떠나온 자리를 보”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그가 “떠나지 않는 이유는 여기가 이미 바깥”이고, “참으로 이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생활이라는 생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111719080533326&outlink=1

 

개천은 용의 홈타운

늦깎이로 등단했음에도 어느덧 시력 사반세기에 이른 최정례(사진)가 자신의 여섯번째 시집에서 심드렁한 어투를 자주 구사하는 것이 시 쓰기에 대한 권태와 염증의 발로는 아닐 터이다. “나는 시 같은 걸 한편 써야 한다”(<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라거나 “어떤 시는 오래 공들여도 거기서 거기다/ 억울한 생각이 드는데 화를 낼 수도 없다”(<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같은 구절은 차라리 시적 갱신을 향한 의지와 모색의 증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행갈이가 주는 긴장과 여백 효과를 포기한 채 때로는 자유연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분방하고 방만한 산문투의 진술들은 사실은 세계의 비참과 인간의 한계에 대한 치열한 고투의 결과로 읽어야 마땅하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771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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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2016
김윤이 외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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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전망에 대한 책들을 읽다 보면 책 마다 특징이 있는데, <트렌드코리아>가 너무 가볍고, 그리 크지 않은 것을 부각시킨다면 <빅픽처>는 사회의 주요 이슈를 잘 짚어낸 느낌이다. 억지로 엮어낸 <트렌드코리아>에 비해 목차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들어온다.

1부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특이점 

2부 특이점과 마주한 사회

1부는 기술과 경제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 변화를 이야기하고, 2부에 들어서면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3D프린터등이 최근 몇년간 트렌드의 주요 이슈였다면 이제 주요이슈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가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무인화, 에너지와 친환경, 바이오혁명, 이것들이 현재 기술혁시의 핵심이며 다가올 미래의 키워드이다. 무인화는 인공지능, 초연결사회, 빅데이터와 모두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개 이상의 센서를 장착한 무인자동차는 센서로 감지한 정보와 지보를 결합해 스스로 최적 경로를 판단하여 주행하고 제어하게 된다. 상세하고 정확한 지도는 막대한 용량을 소모하며 계속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므로 클라우드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와 지도를 불러다 사용하게 될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도로상황, 보행자 인식이 난제이므로 지도 외에도 센서를 이용한 섬세한 환경 인식기술이 필수이다. 자동차 스스로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는 네트워크를 통해 빅데이터화 된다.(21쪽)

설명과 같이 자율주행자동차는 그동안 개발되고 있는 과학기술이 총합체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가 여전히 너무 많다. 우선 차량 자체를 보면 레이더 등 최첨단 센서는 너무 비싸고 컴퓨터 연산장치의 신뢰성은 아직 부족하다. 구글카의 지붕에 장착된 레이저 스캐너의 가격은 약 8,000만원이고, 그 외 센서까지 포함하면 약 1억 6,000만원으로 센서가 차량 가격보다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는 인프라 측면을 보자. 차량의 정확한 위치 측정에 필수적인 위성항법장치GPS 좌표의 위치 오차가 약 10~15미터로 정밀도가 낮고, 수치 지형도에는 차선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27쪽)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가 서서히 다가올지, 급격하게 다가올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사회현상 중에 하나는 바로 공유사회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가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다른 트렌드책들이 그 현상을 앞다퉈 소개하려고 할때 <빅픽처>는 한걸음 더 나가 기존 사회에 어떻게 부딪힐지를 고민했다. 이번에는 공유경제가 오히려 지금의 저성장 시대와 맞물려 사회적인 이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왜 확산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적도 함께.

물론 이러한 일자리의 확대가 직업의 안정성 및 가계 수입의 저하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 3저 시대를 통과하고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가 제대로 창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기를 지나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유럽·일본 모두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저성장의 영향으로 가계 수입이 줄면서,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이나 노동력을 활용하여 소비 비용을 줄이거나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려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전 때문이든, 세계적인 불황 때문이든 공유문화는 널리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38쪽)

 

2016년 한국사회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사건중에 하나는 바로 선거구 문제이다. 여당과 야당의 첨예한 대립뒤에 선거구 조정의 문제가 있다. 지금 현재 선거구의 인구차가 너무 커서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수대로 그냥 조정할 문제는 아니다. 겉으로는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문제로 비쳐지지만, 사실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와 크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과 인구 두 가지를 모두 대표해야 한다. 2014년의 결정에 의해 인구에 대한 대표성은 평등하게 나누어질지 모르지만, 지역 대표성의 평등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송파를 대표하는 3명의 국회의원이,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을 대표하는 한 명의 국회의원보다 지역을 이해하기도 쉽다. 지역이 작게 나뉘면 국회의원이 지역 민심을 파악하기도 훨씬 용이하고, 같은 행정구역 내 주변 지역구와의 연결성도 증가한다. 3명의 국회의원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원내에서 같은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와 반대로 농어촌 지역의 국회의원인 경우, 우선 돌아봐야 할 지역이 매우 넓어진다.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소비해야 한다. 다른 행정구역 여럿을 하나의 지역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해야 할 행정부의 관료의 숫자도 늘어난다. 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 동일 지역구 내 다른 지역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지역구를 나누면 이러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138~139쪽)

 

몇 해 전 <넛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행동경제학이 주목받고 있다. 그 사례로 제시된 것이 암스텔담 화장실에서 남자 소변기에 파리 모양 그림을 넣었더니 주변으로 소변이 흐르는것을 방지한 것이었다.

행동경제학은 또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데 주목한다. 여기 5만 원이 있다고 하자.  ··· 대부분의 사람들은 5만원이 생겼을 때의 긍정적 감정보다 5만 원을 잃었을 때의 부정적 감정을 크게 느낀다. 왜 똑같은 금액인데 사람들은 손실에 더 민감할까? 행동경제학은 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할 때 이러한 요인을 함께 고려한다.

개인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은, 사람들이 사회적 시선이나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통 경제학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주변의 시선이나 평판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기계적으로 단정짓고 실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동떨어진 분석을 하고 있을 때, 행동경제학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폭넓은 분석으로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려 했다. 그 결과,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훨씬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159쪽) 

 

그런데 이미 영국이나 미국정부는 이 행동경제학을 활용하고 이다.  넛지의 저자는 리처드 쎄일러와 캐스... 영국의 캐머런 정부는 넛지팀을 가동하고 쎄일러 교수의 조언을 듣고, 세금을 제때에 납부하도록 독려하는 것부터 임산부의 금연을 높이는 정책까지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캐스 선스타인 교수를 통해 행동경제학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근거중심주의에 따른 정책을 펼친다.

영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근거 중심주의라는 대원칙을 세우고 행동경제학 및 사회과학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했다는 사실은 한국 정부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한국 정부도 비영리 단체나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저출산 문제·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 성취도 문제·청년실업 문제 등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정책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뜻이다. 수십 억, 수백 억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효과가 없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과정도 없이 밀실에서 뚝딱 만들어지는 정책은 예산낭비일 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편함만 가져다 줄수도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 및 영국의 사례처럼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똑똑한 정부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똑똑한 정부'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 될 것이다.(176~177쪽)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시절이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분 대통령은 독서로 유명했고, 한분은 앨빈 토플러, 또 한분은 제레미 리프킨에 관심이 많으셨으니, 충분히 행동경제학에도 관심을 쏟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빅픽처2016>은 제목만큼이나 큰 그림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트렌드코리아>가 트렌드라 할만한가 싶은 것들을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라면 이 책은 과학기술에서 정치경제까지 모두 조망한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문제에 대한 지적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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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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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트렌드 코리아>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들 읽히는지, 실제로 소비 트렌드와 관련된 한국인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내가 해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혹시나 나중에 보고서에 써먹을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물론 그래본 적은 없지만,

 

그간의 비판때문이었을까 이번 <트렌드코리아2016>은 반성을 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트렌드라고 무조건 보여주려는 행동에서 벗어난 것 같다.

사회문화를 관통하는 트렌드 속에는 보이는 것 이면에 보이지 않는 시대의 그늘이 숨어있기도 하다. 호화스러움을 지양하고 평범함을 추구하는 2015년의 소비 시장 역시 그 이면에는 평범함 조차 누리기 힘든 사람들의 절절한 호소가 숨어 있었다. 실제로 2015년 10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최근 1년간 소비 생활 만족도는 10.9% 하락했으며 소비 생활 양극화지수는 1994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갈수록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만족스러운 소비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평범함은 과시의 대상으로 올라설 만큼 성취하기 힘드, 평범하지 않은 가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164쪽)

그런데 사실 소비양극화가 최고에 올랐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책의 가치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 아닐까. 결국은 트렌드라는 것은 어떤 대중성을 가져야 하는데,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은 평균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당연히 트렌드는 일부 상위 소비트렌드만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을텐데.

 

<트렌드코리아 2015>는 골목에 대한 부분을 말한다. 골목의 재발견, 재탄생. 하지만 골목의 재발견은 골목을 키워낸 소규모상인들 혹은 원 거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나로써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관심있는 주제이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일본 도쿄의 '가구라자카'의 사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가구라자카는 도쿄 신주쿠의 길이 700m짜리거리다. 대표 골목으로는 게시야 신도, 숨바꼭질 골목, 효고 골목 등이 있다. 일본의 여타 다른 번화가와 달리 이 골목길에서는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친 에도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지역의 복합 개발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1990년대부터 전통 건물과 경관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고층 건물 등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거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에도 시대부터 계속되어온 전통적인 골목길에 자부심을 가져왔던 주민들의 굳은 의지로 거리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지켜내며 이제는 그대로의 생명력과 개성을 유지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골목길로 자리잡은 것이다. (186~187쪽)

읽다가 한숨이 나왔다. 우리나라 골목과 과연 무슨 관계가 있길래 에도시대 골목을 예로 드는 것인가? 2-3백년 된 골목과 이제 2-30년된 한국의 골목이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골목이면 북촌 한옥마을 정도 아닌가. 현재 뜨고 있다는 골목과는 전혀 관련없는 것으로 해답이라고 제시하는, 책상위에 앉아서 나온 답이다. 딱!

 

예년에 비해 <트렌드코리아>의 재미는 덜한 것 같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들어맞는다고나 할까. 이상하게 올해에는 어떤 물건 혹은 브랜드, 실제 상점과 같은 실체보다는 현상에 주목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소비가 감소하니 소비트렌드 역시 수축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책 한권을 담아내기 힘들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중에 몇 가지 흥미를 끈 현상들이 있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고 관련 질환의 발생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수준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경제적·사회적으로 상위에 있는 집단들은 빠르게 대처하고 곧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하위 집단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위험 인식의 심리적 불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235쪽)

 

이런 불안사회에서 위험이 닥쳤을 때 의지할 사라,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 때로는 불안이 도를 넘다보니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자신의 불안을 누군가 이용하는 것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실제로 위험이 닥쳤을 때, 늘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히려 그 위험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다는 것이다. 불안에 대한 역치가 오히려 불안에 대한 둔감한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244쪽)

이러한 지적을 정치권과도 엮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테러방지법이니 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이 들어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현 정부 들어서 안전이라는 이름을 행정안전부라는 이름까지 만들어냈지만, 세월호 처리과정 등에서 보여주는 것을 보면 불안에 대한 역치로 불안에 둔감한 정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메르스와 관련해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부와 관련 당국이 처음부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즉, 무능한 자들이 관리하기 때문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저자들의 생각역시 정부당국을 대변하여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과학책등을 찾아보며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있어빌리티를 N포세대의 현상으로 설명할 때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을 좀 놀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성공의 프레임과 프로세스에 반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는 오래 인내하고 한단계씩 쌓아가는 삭의 입지전적인 성공담론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성실과 겸손이 미덕이던 산업화 시대에는 인내하며 살아야 가능했던 성공의 매뉴얼도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할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환경을 바꿀 수 없는 가혹한 현대에 달관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기약없는 희망을 접었다. 대신 당장 눈앞에 필요한 것과 재미를 추구하고, 자격지심을 감춰줄 '있어빌리티'를 연마한다. 생활수준은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미적 감각은 높아져가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포장하는 달관형 제스처가 하나의 현상이 된것이다. (369쪽)

 

이 책에서 그나마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육아에 대한 부분이다.

학력수준과 문화자본이 높아진 똑똑한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기르는 경쟁을 시작했다. 이렇게 정성 들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마치 검증된 공법을 총동원해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해나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정도다. 이에 이런 자녀들을 빌딩 건축하듯 하나씩 하나씩 공들여 키운 아이라는 의미로 건축의 '아키텍처Architecture'와 아이의'키즈kids'를 붙여 '아키텍키즈Architec-kids'라 명명하고자 한다. 부모의 계획에 따라 설계된 도면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길러지는아이들이 바로 '아키텍 키즈'다.(375쪽)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 태어나 본격적인 치맛바람·바짓바람 속에서 성장한 1세대가 이제 부모가 되었다. 소싯적에 <수학의 정석>을 풀던 세대가 '육아의 정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좋게 보자면 과학적이고 열정적이며, 나쁘게 보자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극성스러운 일부 신인류 부모들의 새로운 육아법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384쪽)

 

 

올해는 실질적인 실체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 많이 보여 실망이다.  즉, 현실적인 소비가 한계에 드러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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