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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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트렌드 코리아>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들 읽히는지, 실제로 소비 트렌드와 관련된 한국인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내가 해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혹시나 나중에 보고서에 써먹을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물론 그래본 적은 없지만,

 

그간의 비판때문이었을까 이번 <트렌드코리아2016>은 반성을 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트렌드라고 무조건 보여주려는 행동에서 벗어난 것 같다.

사회문화를 관통하는 트렌드 속에는 보이는 것 이면에 보이지 않는 시대의 그늘이 숨어있기도 하다. 호화스러움을 지양하고 평범함을 추구하는 2015년의 소비 시장 역시 그 이면에는 평범함 조차 누리기 힘든 사람들의 절절한 호소가 숨어 있었다. 실제로 2015년 10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최근 1년간 소비 생활 만족도는 10.9% 하락했으며 소비 생활 양극화지수는 1994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갈수록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만족스러운 소비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평범함은 과시의 대상으로 올라설 만큼 성취하기 힘드, 평범하지 않은 가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164쪽)

그런데 사실 소비양극화가 최고에 올랐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책의 가치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 아닐까. 결국은 트렌드라는 것은 어떤 대중성을 가져야 하는데,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은 평균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당연히 트렌드는 일부 상위 소비트렌드만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을텐데.

 

<트렌드코리아 2015>는 골목에 대한 부분을 말한다. 골목의 재발견, 재탄생. 하지만 골목의 재발견은 골목을 키워낸 소규모상인들 혹은 원 거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나로써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관심있는 주제이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일본 도쿄의 '가구라자카'의 사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가구라자카는 도쿄 신주쿠의 길이 700m짜리거리다. 대표 골목으로는 게시야 신도, 숨바꼭질 골목, 효고 골목 등이 있다. 일본의 여타 다른 번화가와 달리 이 골목길에서는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친 에도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지역의 복합 개발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1990년대부터 전통 건물과 경관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 고층 건물 등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거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에도 시대부터 계속되어온 전통적인 골목길에 자부심을 가져왔던 주민들의 굳은 의지로 거리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지켜내며 이제는 그대로의 생명력과 개성을 유지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골목길로 자리잡은 것이다. (186~187쪽)

읽다가 한숨이 나왔다. 우리나라 골목과 과연 무슨 관계가 있길래 에도시대 골목을 예로 드는 것인가? 2-3백년 된 골목과 이제 2-30년된 한국의 골목이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골목이면 북촌 한옥마을 정도 아닌가. 현재 뜨고 있다는 골목과는 전혀 관련없는 것으로 해답이라고 제시하는, 책상위에 앉아서 나온 답이다. 딱!

 

예년에 비해 <트렌드코리아>의 재미는 덜한 것 같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들어맞는다고나 할까. 이상하게 올해에는 어떤 물건 혹은 브랜드, 실제 상점과 같은 실체보다는 현상에 주목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소비가 감소하니 소비트렌드 역시 수축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책 한권을 담아내기 힘들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중에 몇 가지 흥미를 끈 현상들이 있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고 관련 질환의 발생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수준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경제적·사회적으로 상위에 있는 집단들은 빠르게 대처하고 곧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하위 집단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위험 인식의 심리적 불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235쪽)

 

이런 불안사회에서 위험이 닥쳤을 때 의지할 사라, 의지할 곳이 없다는 사실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 때로는 불안이 도를 넘다보니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자신의 불안을 누군가 이용하는 것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실제로 위험이 닥쳤을 때, 늘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히려 그 위험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다는 것이다. 불안에 대한 역치가 오히려 불안에 대한 둔감한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244쪽)

이러한 지적을 정치권과도 엮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테러방지법이니 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이 들어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현 정부 들어서 안전이라는 이름을 행정안전부라는 이름까지 만들어냈지만, 세월호 처리과정 등에서 보여주는 것을 보면 불안에 대한 역치로 불안에 둔감한 정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들은 메르스와 관련해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부와 관련 당국이 처음부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즉, 무능한 자들이 관리하기 때문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저자들의 생각역시 정부당국을 대변하여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과학책등을 찾아보며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있어빌리티를 N포세대의 현상으로 설명할 때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을 좀 놀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성공의 프레임과 프로세스에 반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는 오래 인내하고 한단계씩 쌓아가는 삭의 입지전적인 성공담론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성실과 겸손이 미덕이던 산업화 시대에는 인내하며 살아야 가능했던 성공의 매뉴얼도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할 수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환경을 바꿀 수 없는 가혹한 현대에 달관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기약없는 희망을 접었다. 대신 당장 눈앞에 필요한 것과 재미를 추구하고, 자격지심을 감춰줄 '있어빌리티'를 연마한다. 생활수준은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미적 감각은 높아져가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포장하는 달관형 제스처가 하나의 현상이 된것이다. (369쪽)

 

이 책에서 그나마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육아에 대한 부분이다.

학력수준과 문화자본이 높아진 똑똑한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기르는 경쟁을 시작했다. 이렇게 정성 들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마치 검증된 공법을 총동원해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해나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정도다. 이에 이런 자녀들을 빌딩 건축하듯 하나씩 하나씩 공들여 키운 아이라는 의미로 건축의 '아키텍처Architecture'와 아이의'키즈kids'를 붙여 '아키텍키즈Architec-kids'라 명명하고자 한다. 부모의 계획에 따라 설계된 도면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길러지는아이들이 바로 '아키텍 키즈'다.(375쪽)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 태어나 본격적인 치맛바람·바짓바람 속에서 성장한 1세대가 이제 부모가 되었다. 소싯적에 <수학의 정석>을 풀던 세대가 '육아의 정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좋게 보자면 과학적이고 열정적이며, 나쁘게 보자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극성스러운 일부 신인류 부모들의 새로운 육아법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384쪽)

 

 

올해는 실질적인 실체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 많이 보여 실망이다.  즉, 현실적인 소비가 한계에 드러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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