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별책부록 <행복한 책읽기> 소설편을 보다 보면 전성태 소설가의 <두번의 자화상>이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두번의 자화상 / 전성태

전성태 소설집 <두 번의 자화상>은 이야기의 힘을 여전히 신뢰하며 무엇이 문학성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집이다. 12편이 수록된 작품집의 마지막 소설 ‘이야기를 돌려드리다’의 화자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라고 읊조리는 문장을 보라. 치매에 걸려 요양소 침대에 누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돌려드리는’ 화자의 행위는 작가 전성태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이야기의 힘이 한없이 위축된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에서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를 나이게 하고,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가 전성태를 한국 문학 장을 대표하는 호모 픽투스(Homo Fictus:이야기하는 인간)라고 간주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태가 이번 <두 번의 자화상>에서 전해주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이른바 스펙이 화려한 인물이 아니다. 하나같이 시시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인간 군상이다. 치매 노인(‘소풍’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미등록 체류자(‘배웅’), 뉴타운 예정지가 된 구도심 변두리에 사는 가난한 모녀(‘낚시하는 소녀’), 골동품 수집상(‘밥그릇’), 군청 공무원(‘영접’), 경비원(‘로동신문’), 늙은 퇴역 군인(‘성묘’), 실향민 노인(‘망향의 집’), 독신 여교사(‘국화를 안고’), 광주 트라우마를 앓는 부자(‘지워진 풍경’) 등이다. 이들은 “그저 가늠할 수 없는 진창 같은 제 삶을 연민스럽게 응시”(‘낚시하는 소녀’)하며, 어쩌면 “시간이 감옥이제”(‘영접’)라는 삶의 조건을 수락하며 하루하루 체념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147

 

기린이 아닌 모든 것 / 이장욱

1994년 등단해 시인으로 이름을 먼저 알린 이장욱(47)은 2005년 뒤늦게 소설가로 데뷔했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인지 이장욱의 소설은 젊다. 기존 작법과 서사를 벗어난다. 첫 소설집 '고백의 제왕'(2010)에서 그는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 실체와 유령을 분간할 수 없는 기묘한 시공간을 만들어내 주목받았고, 장편 '천국보다 낯선'은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듯한 낯선 묘사를 시도했다.

두 번째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문학과지성사)에서도 서사적 실험과 시인 특유의 언어 감각이 빛을 발한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28921

 

국경시장 / 김성중

그래서 문장을 벗어난 뒤에도 우리는 짱짱한 햇빛이 쏟아지는 ‘국경시장’에서 비틀거리는 자신을 읽고 있다. 좌절과 환멸의 미로들이 어제와 내일의 경계처럼 펼쳐진 길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자신에게 남은 가장 싱싱한 젊음을 잘라 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실은 그 이문으로 새로운 욕망을 홍등처럼 달아놓지만, 말했듯이 자본이니, 본질이니, 구조니 하는 해석을 이 소설집 끝에 달아둘 필요는 없다. 다만, 저도 모르게 이렇게 묻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가 하루하루를 소진하며 살아가는 목숨들의 막다른 거처라면, 우리는 정말 김성중이 그려놓은 ‘국경시장’의 한복판에 있는 것은 아닐까? 요컨대 그의 명랑한 문장은 깊은 우울을 위해 쓰여졌다. 가장 화려한 조명이 죽은 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장례식장처럼 말이다.  http://www.hankookilbo.com/v/54e92a036685460cb74b7f3aecd7e17a

 

잠실동 사람들 / 정아은

상류층은 못 되는 중산층이 몰려드는 곳, 욕망의 중간지대 잠실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초등 2학년생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잠실 엄마들’과 전문직, 대기업 직원 등인 그 가족, 아파트 단지 건너편 다세대주택촌 주민들의 삶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가사 도우미, 학원 직원, 유부남에게 성을 파는 명문대 새내기 등 빌라 사람들은 더 가진 아파트 사람들을 멸시하면서도 동경한다. 아파트 사람들 역시 앞으로 더 가져야 할 것에 골몰할 뿐, 스스로를 성찰하거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소설 속 잠실동 사람들은 서로의 빈부와 지위를 견주는 게 일상이며 얼마나 더 많이 소비하느냐로 인간의 격을 평가한다. 지금 한국을 끌어가는 욕망을 이해하는 데 가장 쓸모있고 재미있는 지침서로 손색없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252000115&code=960205

 

        

 

가짜팔로 하는 포옹 / 김중혁

발상의 참신함이라는 외피를 한꺼풀 벗기면 나타나는 것이 ‘이야기를 통한 위로’라는 속살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비행물체 때문에 정처 없는 피난길에 오른 이들을 등장시킨 ‘보트가 가는 곳’이라는 단편에서 ‘나’는 동행이 된 여성을 위해 줄곧 이야기를 들려준다.(“나는 이야기로 그녀를 붙잡아주고 싶었다.”) ‘상황과 비율’에서 마음 상한 포르노 여주인공 송미를 설득해 촬영장으로 돌아오도록 한 것도 ‘상황감독’ 차양준의 이야기였다.(“송미는 차양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에서 신호 위반 차량에 뛰어들어 합의금을 타내는 일을 하는 현수는 이야기에 재능을 지닌 대장에게 의지한다.(“대장은 이야기를 몸에다 붙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들이 소설의 또 다른 이름임은 물론이거니와, 이야기로서 소설의 가치와 효용을 상징하는 표현이 바로 책 제목으로 쓰인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일 것이다. 표제작의 주인공인 알코올중독자 규호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하는 말에 이 소설집의 주제가 담겨 있다.

“아무런 애정 없이 그냥 한번 안아주기만 해도, 그냥 체온만 나눠줘도 그게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대.”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03505.html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구병모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은 현대인들이 겪은 재난 같은 삶, 그 이전과 이후, 그리고 사고의 과정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운 좋게 코앞의 재난을 피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는 법.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잠시 반성하고 함께 슬퍼한다. 하지만 이 애도는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에만 행해지며, 마지막에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라고 기원한다. 이 작품은 바로 타인의 고통과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의 사고방식을 통해 ‘외면’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http://www.life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90

 

선의법칙 / 편혜영

“자꾸 주저하고 표정이 뚱하고 매력 없는 인물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 <선의 법칙>은 그런 이야기예요.”
....

절망과 복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파국이 아니라, 미약하나마 생의 의지로 이어진다. 편씨는 “이전에는 분위기나 이미지를 잘 만들기 위해 인물은 동원해서 쓴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 소설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뭘까’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어 머뭇대기도 했고, 나와 인물이 굉장히 밀착해 있어서 극한까지 인물을 데려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162122185&code=960205

 

해질무렵 / 황석영

◇ 김현정> 소설 제목이 '해 질 무렵'. 뭔가 아련한 느낌인데요.

◆ 황석영> 그렇죠. '해 질 무렵'이라는 게 석양이 지고 이렇게 땅거미가 질 무렵인데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이죠. 그 시간에는 하루가 됐든 일생에 만년이 됐든 간에 하여튼 회한과 성찰의 시간이 있는 거죠. 그래서 '내가 뭘 실수했지, 내가 잘못했는데. 그렇게 말았어야 됐을 걸' 이런 시간대를 상징한다고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시점에 이 주제로 소설을 쓰신 건 아마 지금 우리들에게 '해 질 무렵' 같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신 걸까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뭐냐하면 이 소설은 이제 두 사람의 화자가 제 각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 김현정> 한 사람은 60대 건축가고 20대는 현재…

◆ 황석영>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근대화 세대죠. 지금 60대 중반에 들어간 사람들이.

◇ 김현정> 그렇죠.

◆ 황석영> 70년대 대학생이었고. 그리고 80년대 사회에 나와서 활동하고 그런 근대화 세대인데. 이 세대가 가지고 있는 회한이라는 그게 개인적 회한이기도 하려니와 사회적 회한이기도 하죠, 그때 개발 독재시대니까. 그것이 업보로써 지금 현재 현실이 주어져 있는데, 그거를 이제 젊은 세대들이 겪어나가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60대 중반의 건축가는 과거를 대변하는 거고. 20대 젊은 여성 연극인은 현재를 대변하는 인물로 나오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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