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 탄생에서 미래까지, 가장 완벽한 드론 가이드북
이원영.이상우.테크홀릭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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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드론 가이드북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드론의 의미, 운영원리 등에서부터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다. 드론에 대해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드론은 무인항공기를 뜻하는데, 현재와 같은 드론은 100년전 과학자 테슬라가 생각한 것이다. 레이더와 무선 통신 원리는 현재 드론의 작동방식과 거의 같다.

비행시 모터에서 나는 소리가 마치 벌이 날아다닐 때 윙윙거리는 것과 비슷해서 '드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인 항공기는 사실 100년 가량의 역사를 갖고 있다. 드론의 시작은 익히 알고 있듯이 무기였다. 천재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1900년대 초반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항공기 이론을 제시했다. 자신이 처음 고안한 레이더와 무선 통신 원리를 적용해, 원격 조정이 가능한 무인 항공기를 만들어 조종사의 인명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었다(16쪽)

 

현재의 드론은 어떻게 움직일까?

보통 무인 헬리콥터는 커다란 로터를 회전시켜 비행하지만 드론은 작은 프로펠러를 여러 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드론을 멀티콥터라고도 하는데, 프로펠러의 수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프로펠러가 3개면 트라이콥터, 4개면 쿼드콥터, 아마존이 공개한 것처럼 8개의 프로펠러를 탑재한 드론은 오타콥터라 한다.

프로펠러 수 외에도 헬리콥터와 다른 점은 많다. 헬리콥터는 엔진의 회전력을 이용해 긴 로터를 회전시키는 구조다. 조종은 로터의 비치(비틀림 상태)에 따라 로터의 위치를 변화시킨다. 이를 위해 헬리콥터 로터의 아랫부분에는 복잡한 로드와 관절 등이 필요하다.

반면 드론같은 멀티콥터의 구조는 단순하다. 엔진에 해당하는 모터에 각각의 프로펠러가 직결되어 있어 각 모터의 회전수에 따라 전진하거나 회전한다. 모든 모터의 출력을 동일하게 높이면 수직 상승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뒤쪽 모터의 출력을 높이면 된다. (30쪽)

 

원리상 헬리콥터보다 단순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드론은 많은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한다.

(78쪽)

 

아직까지 드론은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크게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드론의 쓰임은 광범위할 것이다. 실제로 실내용 드론이 제작되는 것을 보면 단순 물품배송이나 위험지역 탐지, 취재를 넘어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책에서는 땅에서는 달리고 공중에서는 날 수 있는 드론 (B flying car)가 소개되는데, 어쩌면 개인 운송수단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겠다. 자동차, 근거리 비행기가 모두 드론으로 대체되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드론이 무인기이때문에 명칭이 바뀌든, 의미가 바뀌든 하겠지만. 이런 개발이 가능하게 된 것은 관련 산업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드론이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은 관련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부품의 대중화에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GPS와 자이로 센서, 지자기 센서, 가속도 센서, 중력 센서, 근접 센서, 조도 센서, 카메라와 같이 공중에서 중심을 잡고 이동하는 데 필요한 부품의 가격을 낮추고 모듈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 모든 센서는 드론의 현재 위치 및 비행경로 파악, 그리고 충돌을 방지하도록 돕는다. 이전까지는 숙련된 기술자가 해야 했던 것이 모두 자동화된 셈이다. (106쪽)

 

 

이러한 드론은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일단은 드론의 운영체제가 필요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다양한 용도에 맞는 앱이 필요하다. 운영체제와 앱이라면 드론의 사용용도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드론은 기존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로펠러를 위한 모터, 베터리 등 다른 산업의 발전이 결합되어야 한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사생활침해 문제가 제일 먼저 나오고, 군사용으로 시작한 만큼 테러 등에 대비한 국가 안보 문제도 손봐야 한다. 또한 드론이 많아질 경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아마존은 이를 위한 비행구역을 제안하기도 했다.

61m이하는 공중촬영이나 측량, 실지 조사 등 저속으로 비행하는 드론을 위한 비행 공역, 61~122m 구간은 자율 비행드론이 111km/h로 비행할 수 있는 고속도로 같은 영역, 122~125m 구간은 기존 항공기 노선과의 분리를 위한 완충지대로 두고 비행을 금지하는 것이다. (234쪽)

 

문제는 우리나라는 드론, 3D프린터 등 신제조업에서 굉장히 뒤쳐져 있다. 일단 드론 하나 날리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는 기본적으로 드론을 날릴 수 없다. (비행금지구역으로 규정되어 있다.)

   비행금지구역의 모든 것 https://brunch.co.kr/@dronestarting/13

 

드론의 인류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신기술의 갈라파고스화 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땅만 파던 정부와 그에 붙어 기생하던 기업과 사회지도층, 공주놀이에 빠진 정부와 한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데 참 답답하다.

 

글로벌 IT 기업의 드론 상용화 경쟁에 숨겨진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구글을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사들이며 FCC에 말하길, 이 기업은 태양광발전이나 드론을 활용해 원격지에서 광대역에 접근하거나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데 전문 회사라고 강조했다. 인수 전 FAA와의 논의에서는 "드론이 전기통신을 제공할 수도 있고 공공·민간 기업, 정부 조직에 대한 감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 무엇보다 전 세계 인구의 5W1H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 그러니까 육하원칙에 의한 행동을 통합 분석하고 자사 서비스에 활용할 것이라는 말이다.

····

최근 자동차 제조사, 증권, 무역,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의견 교환을 하는 가운데 느끼는 점은 기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초란 자동차와 IT 산업에서의 발상의 기초를 뜻한다. 예컨대 지도, 하늘 심지어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나 사회 변화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글로벌 IT 기업은 인간 사회의 기반을 염두에 두고 지구 전체를 부감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을 검증하고 있다. 드론이나 무인자동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163~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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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이동 - IT 기술과 인구변화가 만드는 업의 소멸과 탄생
신상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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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IT 기술과 인구변화가 만드는 업의 소멸과 탄생 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전까지의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머신러닝, 딥러닝의 도입으로 예전의 단순 알고리즘에 의한 발전을 넘어서고 있다. 나야 말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이런류의 책에 관심을 두고는 있는데, 읽어보면 그냥 어디서 읽어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관련기사나 경제연구소 리포트 등을 꾸준히 챙겨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는 나름 산업의 변화와 취업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을 때 생각해볼 것은 항상 문제를 단순화시켜 해답을 낸다는데 있다. 조금 더 문제의 범위를 확대시키면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그냥 일반적이다. 주로 사교육 시장에 취업했으나 그 마저도 이제는 힘들다던지,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회사 중견간부들을 보면 정말 전공이 다양한다. 인문계를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신입직원 채용을 보면 완전히 다르다. 상경계가 아니면 아예 뽑지 않는다. 일이 달라졌나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사람을 뽑아 교육시켜 쓰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요즘은 대학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주목할 직업중에 하나가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 전문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 전문가가 되는게 과연 생각만큼 가능할까 싶다. 예전처럼 많은 비메모리반도체 설계 벤처기업들이 존재했다면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지 않은가? (하이닉스의 매그나칩스는 굉장히 줄어들었으니)

 

많은 말들을 하지만 그냥 들어보면 지금 40대 부터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아마도 지금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그냥 공대만 가야 한다.

 

헤드헌터를 했던 저자라서 그런지 저자는 미래의 인재상을 이야기한다.

  • 기술과 사람, 기술과 문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
  • 폭넓은 사고
  • 비판적 사고

음, 이건 뭐지?

이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도 인재상 아닌가? 그리고 이정도 인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이 책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자로서 내 책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볼 것인가?' 하나의 망상이 될 수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내가 쓰는 책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싶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3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

24시간 동안 유용한 정보를 얻겠다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보다 4~5시간을 투자하여 이 책을 정독한다면 여러분의 삶에 훨씬 더 유용한 가치를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7~8쪽)

 

죄송하지만 도서관에서 30분 정도 읽었다. 아마도 내 문제일수도 있다. 워낙 연말연초만 되면 산업, 트렌드, 경제전망과 관련된 책을 모아 읽다보니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봐도 될 듯 하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항상 미래는 생각보다 빠르거나 느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IT 기술의 변화와 인구변화가 직업의 큰 변화를 만들어내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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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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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읽지 못했다. 그냥 가볍게 읽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책 앞 뒤를 살피니 2002년에 구매했는데, 정작 읽기는 2004년 1월1일이었다. 책 앞에는 '가슴설레며 책 꽂이에 꽂아두었다'는 말이 있다. 너무 묵혀두지 않나 싶어 갑신년 새해 서둘러 손에 들었던 것 같다. 선생님 타계 소식에 병신년에 손에 다시 들었으니 12년 만이다.

 

<사색>은 감옥에서 외부로 보낸 편지, 엽서글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급수가 바뀌어서 한달에 네번까지 편지를 보낼 수 있다고 표현이 된다. 다른 책을 보면 편지의 내용을 며칠동안 생각하고, 머리속에서 퇴고까지 거친 글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만큼 생각에 생각을 통해 다듬은 글이 편지가 된 것이다.

 

전에는 독서, 책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눈에 들어왔다. 피상적인 독서가 빠질 수 있는 실천없는 지식을 경계하는 부분이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을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함은 사침(思沈)하여야 사무사(思無邪) 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85쪽)

 

독서가 남의 사고를 반복하는 낭비일 뿐이라는 극언을 수긍할 수야 없지만, 대신 책과 책을 쓰는 모든 '창백한 손'들의 한계와 파당성은 수시로 상기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188쪽)

 

징역 속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맨 처음 시작하는 일이 책을 읽는 일입니다. 그러나 독서는 실천이 아니며 독서는 다리가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역시 한 발 걸음이었습니다. 더구나 독서가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까닭은 그것이 한 발 걸음이라 더디다는 데에 있다기보다는 '인식→인식→인식····'의 과정을 되풀이 하는 동안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현실의 튼튼한 땅을 잃고 공중으로 공중으로 지극히 관념화해 간다는 사실입니다.(279쪽) 

 

12년만에 읽은 책에서는 선생님의 글씨에 대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글씨에 선생님의 생각이 담겨있다. 이후 <강의>의 주제였던 '관계'가 이미 글씨 속에 담겨 있던 것이다. 나무가 더불어 숲이 되는 것과도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연대체, 어깨동무체라 불리는 글씨체가 담긴 의미를 볼 수 있다.

 

일껏 붓을 가누어 조신해 그은 획인 그만 비뚤어버린 때 저는 우선 그 부근의 다른 획의 위치나 모양을 바꾸어서 그 실패를 구하려 합니다.

이것은 물론 지우거나 개칠(改漆)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 획의 성패란 획 그 자체에 있지 않고 획과 획의 '관계' 속에 있다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획이 다른 획을 만나지 않고 어찌 제 혼자서 '자'(字)가 될 수 있겠습니까. 획도 흡사 사람과 같아서 독존하지는 못하는 '반쪽'인듯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자'가 잘못된 때는 그 다음 자 또는 그 다음다음자로써 그 결함을 보상하려고 합니다. 또 한 '행'(行)의 잘못은 다른 행의 배려로써, 한 '연'(聯)의 실수는 다른 연의 구성으로써 감싸려 합니다. 그리하여 어쩌면 잘못과 실수의 누적으로 이루어진, 실패와 보상과 결함과 사과와 노력들이 점철된, 그러기에 더 애착이 가는, 한 폭의 글을 얻게 됩니다.(101쪽)

 

그뿐만 아니라 어머님께서 전에 써보내 주시던 모필서간문(毛筆書簡文)의 서체는 지금도 제가 쓰고 있는 한글서체의 모법(母法)이 되어, 궁체와는 사뭇 다른, 서민들의 훈훈한 체취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붓글씨에 있어서도 저의 스승인 셈입니다.(262쪽)

 

<사색>은 선생님이 쓴 책은 아니지만 선생님의 생각이 한권에 잘 어울려 있다. 짧게 말한 부분이 다른 편지에서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되고, 다른 사례에서는 획을 뒷받침하듯 생각을 연결하여 만든다. 모자이크 같은 편지 하나하나가 모여 서로 돕고 서로 보충하여 한권의 책을 만든다.

 

<사색>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입장의 동일함'이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손에 들고서도 이 부분을 먼저 찾아 읽었다. 역지사지라는 말 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입장의 동일함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를 대상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함게 하는 것이 아닐까. 격언, 잠언 등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부분은 두고 두고 생각하고 싶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313쪽)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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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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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가 두권이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무야 나무야>를 여러 권 샀다. 남들한테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이지 않나 싶다. 집에 꽂혀 있는 책중에 하나를 들어보니 99년 5월 17일에 다 읽고 메모를 남겨 두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은 손에 들었다.

 

<나무야 나무야> 서평을 남기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 감히 선생님의 생각에 대해 평할 것도 안되지만 나에게 주시는 가르침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옮겨본다.

 

먼저 삶에 대한 자세와 사람과 사람에 대한 자세이다.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 '무감어수'(無鑑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鑑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과의 사업 속에 자신을 세우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보기를 이 금언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어깨동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살아가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128쪽)

 

그리고 개인의 목표와 그 과정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목표의 올바름 그리고 과정의 올바름 바로 이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아닐찌.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를 때를 일컬어 우리는 그것을 진선진미(眞善眞美)라 합니다. (116쪽)

 

사회에 대한 생각이다. 사실 사람조차 인적자원으로 부르는 현 시대 대한민국은 눈에 보이는 만족, 피상적 성공, 자기 안위가 목표인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 방법을 잘 알거나 그 위치에 가까운 사람이 바로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 사회는 자꾸 사회의 요구에 맞는 현명한 사람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우직함이 그냥 어리석음으로 평가되는 세상. 선생님의 말씀이 더 생각나는 요즘이다.

현대사회에서 평가되는 능력이란 인간적 품성이 도외시된 '경쟁적 능력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낙오와 좌절 이후에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한마디로 숨겨진 칼처럼 매우 비정한 것입니다. 그러한 능력의 품속에 안주하려는 우리의 소망이 과연 어떤 실상을 갖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82쪽)

 

<나무야 나무야>를 읽으면 바로 앞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다른 책에 적혀 있다.

<나무야 나무야>가 독자들의 가슴에 강하게 와 닿는 이유는 글 전체를 부드러운 교감의 장으로 만들어주는 경어체의 서간문과 그 수신인인 '당신'의 역할 때문이다. 물론 독자에 대한 친밀감과 공감의 장을 확대하는 저자의 노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막연한 일반 독자나 단순한 문학적 장치로만 제한되기엔 그 역할이 매우 구체적이고 또 저자와 특별한 사적 공감대가 형성된 존재이다. '당신'은 저자를 방문지로 안내하고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주는 정신적 여행가이드이자, 훌륭한 충고자이며 절친한 친구로, 때로는 저자의 내면의 목소리나 제2의 자아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145쪽, 신영복 함께 읽기)

 

사실 신영복선생님 타계에 맞춰 다시 책을 읽으면서 몇 몇 부분이 눈에 더 들어온다. 조금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 보면 예전에 그리고 지금은 흘려 보냈을 부분이 다시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런 기대가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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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324365_tlsdud&start=we

 

뵌적은 없지만 선생님이라 부르고 싶은 신영복 선생님이 타계하셨다.

 

책장 이곳 저곳을 살펴봤다. 선생님의 책이 몇 권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더불어 숲>, <강의>, <담론> 그리고 선생님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쓴 <신영복 함께 읽기>가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선생님은 책을 쓰신 적이 없다.

나는 그동안 책을 여러 권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책을 집필하지 않았다고 강변합니다. 옥중에서 편지를 썼을 뿐이고,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했을 뿐이고, <강의>와 이 책 처럼 강의를 녹취하여 책으로 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특별히 책을 집필하지 않은 이유를 소크라테스나 공자도 책을 내지 않았다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강의록을 책으로 내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책'이 강의실을 떠나 저 혼자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닐지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책은 강의실보다 작고 강의실에는 늘 내가 서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하면 모든 텍스트는 언제나 다시 읽히는 것이 옳습니다.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6쪽, 담론)

 

그럼에도 선생님의 책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그 중에서도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다른 책에서도 언급된 적이 있지만 <나무야 나무야>에서 소개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82쪽, 나무야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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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 2016-01-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