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이땅의 영어에 딴지걸다
정찬용 지음 / 문학수첩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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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정찬용은 '영절하'(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의 저자로 유명하고, '영절하' 역시 영어계의 스테디 베스트셀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영절하'가 삼백만부나 팔렸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일조했었으니 말이다. 당시 영절하는 혁명과도 같았다. 물론 몇 몇 사람들이 영어공부법으로 듣기만 해보라는 것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그들은 영어학습법에서 주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별반 무소득이었으나 정찬용의 영절하는 영어공부의 새로운 붐을 일으켰다. 

 '영절하'는 '신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에 이어 듣기방법에 대한 책까지 다양하게 책의 권수를 넓히고 있다. 이 책 '정찬용, 이땅의 영어에 딴지걸다'는 '그러니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에서도 느낌이 전해지듯이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고 신신당부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습된 영어공부에 빠져있는 영어생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 듯 하다. 지은이도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영절하를 평가절하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절하'가 갖는 의미는 인정하지만 일단 이번책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책의 내용이 단순히 인터넷 기사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한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오기엔 부족한 감이 많다. 결국은 여전히 예전의 영어공부를 반복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이백팔십페이지를 낭비한 느낌이다. '히어롤두고?'(here or to go),'수퍼샐러드'(soup of salad)와 같은 우스꽝스런 이야기들은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책에 대한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것은 이 책이 결국은 '영절하'에 대한 중언부언이고, 언급하는 내용들이 많이 식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공부라는 것이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영절하'라는 새로운 공부법을 강조하려다 보니 중언부언의 글이 된 것일 뿐, '영절하'는 영어병에 빠져 있는 한국영어에 의미있는 학습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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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 (개정판) - 어느 반미주의자가 쓴 7년간의 영어 체험 보고서
이정훈 지음 / 명상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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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제대로 하자'는 우리나라 영어교육 방법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의 영어공부법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일종의 실망감을 안겨주고, 영어를 단기간에 정복할 수 있다는 류의 책들은 어느 정도 영어실력에 도달하더라도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신뢰하기 힘들다. 그런면에서 저자는 실질적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영어공부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영어공부에 있어서 '소리'에 주목한다. 물론 요즘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공부하면 일단 책 부터 잡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지은이는 어학연수, 유학 등의 기간동안 유럽학생들의 공부방법을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낸다. 그는 '소리'의 중요성을 찾아낸다. 즉, 언어는 소리와 글을 매체로 사상, 감정,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로, 소리와 문자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언어를 눈으로만 배우면 귀와 입과 눈으로 훈련할 때보다 절반의 효율성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학생들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게 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효과적인 영어공부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약한 스피킹과 리스닝에 중점을 둔 것 처럼 보이는데 일단 영어를 상시 사용할 수 없는 우리나라 형편에 알맞은 말하기 방법을 제시한다. 일단 말하기의 준비운동 즉, 어떤 상황에서도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상황등을 만들어보고 쉴새없이 연습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어떤 자료를 읽거나 듣고 나만의 영어로 재현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특정 주제에 대한 자료들을 살핀 후 프리젠테이션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언어창고를 활용하는 순서와 일치한다. 즉, 남의 말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수용창고를 개발한 후 나를 남에게 표현하는 생산적 언어창고를 개발하는 것이다. 

 듣기에 있어서도 단순히 AFKN만 듣는다고 귀가 뚫리지 않는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단순한 시간 낭비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첫째, 소리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듣기에 반복적으로 집중하고 스크립트를 확인한 후 잘 안들리는 부분은 외울 정도로 연습을 한다. 하나 하나의 소리가 식별되는 과정을 거치면 소리를 통해 바로 의미를 파악하고 새로운 어휘도 늘려야 한다. 이때는 관심 분야 혹은 필요로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내용과 듣기가 연관된 듣기 훈련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듣는 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지식, 정서 등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곧 많은 배경지식도 필요하다. 따라서 뉴스 등을 반복적으로 요약 노트하며 청취하너나 영화나 가정용 드라마들 반복적으로 들으며 반복적으로 소화해내야 한다. 

 쓰기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는 사람들조차 자신이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5분 정도의 시간을 통해 빨리 많이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훈련이 반복될 수록 쓰는 속도가 빨라지고 어휘의 활용 또한 늘어난다. 이 단계를 거치면 같은 주제의 좋은 글들을 찾아 비교, 모방하는 과정이다. 영어의 읽는 맛과 글을 써 봐야 읽기 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는 짧은 에세이를 써보는 것이다. 독해에 관해서는 한국사람들이 독해를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무리 독해를 잘하는 한국사람들이러다도 유럽학생들이 10권의 책을 읽는동안 힘에 부쳐하며 2권을 읽는 모습을 본 지은이는 독해 아닌 내용 중심, 정보 중심의 영어교육과 읽기와 듣기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들으면서 읽기는 속독력을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가히 영어광풍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한다. 그러나 투입된 만큼의 효과를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영어를 대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서 일 것이다. 영어가 한 문화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보다 사람을 평가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우리는 영어를 공부하도록 강요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이런 환경속에서 '영어 공부 제대로 하자'는 한국적 현실에 맞는 영어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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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것은 영어가 아니다
김윤근 지음 / 이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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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우리나라 영어공부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공감하고, 지은이가 제안하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도 의미가 있지만, 어딘가 조금은 부족해보이고 곁가지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영어 공교육의 폐해는 사실 영어교수법의 시작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식 책을 그대로 베껴낸 성문시리즈와 맨투맨시리지는 영어는 무조건 문법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모든 이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입과 귀를 잃어버린 영어교육, 비록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점수위주의 영어교육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는 영어 공교육의 실패로 이루어졌지만, 사교육 역시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은이는 이런 사실들을 말하면서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본식 영어교수법을 받아들이고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어교육의 현실을 비판한다. 

 지은이는 영어가 갖는 특징과 차이점을 적절히 설명하면서 영어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미있게 본 부분은 발음에 대한 부분인데 국어는 모음이 있어야 발음을 할 수가 있지만 영어의 알파벳은 철자 하나 하나가 발음을 한다는 점은 좋은 지적이다. 지은이의 설명중에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우리는 은연중에 a cup of coffee를 발음할 때 단어 중심으로 발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은이는 영어의 특성상 acupofcoffee로 발음이 된다고 설명한다. 철자 하나 하나 발음되다 보니 발음시 단어개념이 희박해진다. 몇 몇 책에서도 발견한 이 부분은 적절한 지적이다.

 문법에 대한 설명에서도 기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 .물론 여전히 5형식이라는 문장구조에서 벗어지 못하지만(이는 최정화교수도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외국인이 영어를 접근하기에 좋은 방법인 듯 하다.) 주어와 같느냐(보어 2형식) 틀리느냐(목적어 3형식) 목적어와 같느냐(목적보어 5형식) 틀리느냐(간접목적어 4형식)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또한 to부정사와 동명사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to부정사는 미래의 의미를 동명사는 과거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은 저자가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지적이다.

 영어구조를 설명하면서 영어는 논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제가 발달되어 있고, 어순대로 해석을 해야 맞는다는 것 또한 의미있는 설명이다. 또한 발음구조가 국어는 구강 뒷편에서 나타나지만 영어는 입술주의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 사실 영어에 대한 이해없이 영어를 공부하다 보니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에서 영어에 대한 이해를 돋운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전반적으로 적절한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실제 번역사례들을 통해 설명을 하는 점은 좋다. (특히 영어는 기본적으로 반복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다양한 단어들을 어떻게 오역하는지를 지적한 점은 의미있다.) 하지만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을 하면서 영어 이외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읽어볼 만한 영어학습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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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미국 살림지식총서 213
김기홍 지음 / 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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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서나 개요를 참조하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겠지만, 문화를 중심으로 엿 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영화, TV 드라마는 그렇게 미국사람들의 삶과 사회를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만화에 대한 소홀해 보인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데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너무 다른 이질감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만화를 이해하려면 미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고, 미국을 이해하는데 미국만화 또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이는 미국만화가 태동한 시기 부터 현재까지를 조망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예술성이 뒷받침된 유럽의 만화와 달리 미국의 만화는 철저하게 대중성에 기반되어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미국내 대중신문은 만화를 신문에 실어 그 인기를 만들어낸다. 오늘날 미국만화를 예술적으로 낮게 평가하는데는 이런 잘못된 시작에 원인이 있다.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 형식이 아닌 익살과 코메디에만 치중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철저하게 사회 기득권층의 논리를 전파하기도 하였다. 가족적인 가치를 중시하던 미국의 보수성은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을 구분한 가족 만화를 만들어내었고, 페미니즘이 대두되기 시작한 1950년대에는 가정주부로의 역할만을 미화한 만화를 양산한다. '영 로맨스' 만화잡지 창간호에서는 부상당한 참전용사와 결혼한 간호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농촌 출신인 남편은 도시출신인 아내를 위해 워싱턴에 직장을 잡는데 아내는 도시생활을 누리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남편은 집에만 있기를 원한다. 어느 날 불만을 터뜨린 아내가 혼자 놀러나가고, 남편은 시골로 돌아간다.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남편을 찾아 농부의 아내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만화의 관점이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아니라 '아내라면 모름지기'이다. 이런 식으로 당시 만화들은 커리어우먼을 문제있고 불행하게 그려냈다.
 
 만화는 단지 기득권층에 기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대적 사회를 잘 반영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적절하게 표현하기도 하였다. 만화 '딕 트레이시'는 1920년대 초반 금주법 등과 알카포네로 대비되는 시기를 잘 표현한다. 경제공황과 대기업의 회포가 극심하던 시절에는 슈퍼맨이 나타난다. 초기 슈퍼맨의 악당은 기업주 혹은 금융사기꾼이었다. 한 광산에서 광부들이 매몰되는 장면에서 광부들은 슈퍼맨에게 광산주는 인부들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돈 벌기에만 급급하다는 불평을 털어논다. 슈퍼맨은 광산주를 광산에 가둬버리면서 복수를 하거나, 주식투자에서 망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금융업자들의 사기였음을 알아내곤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 슈퍼맨에서 우리는 당시 사회적 배경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슈퍼영웅을 엿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초기 슈퍼맨 등과 같은 영웅들은 무적의 영웅이다. 언제 어디서나 미국 사회를 정의롭게 지켜내는 힘이 있었고, 또한 그들은 명확하게 선악을 구분할 줄 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스파이더 맨, 헐크 등의 영웅은 달라진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선과 악을 구별하지도 못한다. 이는 1,2차 대전 등을 통해 자만심에 빠진 미국의 백인들을 상징한다면 이후 영웅들은 6,70년대 정체성의 혼란기에 빠진 젊은이들의 고뇌를 함께 담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 만화는 초기 잘못된 시작으로 인해 다양성을 갖지 못한다. 여기에 한번의 큰 장애물이 나타나는데 이는 바로 만화검열이다. 미국은 아직도 낙태금지와 같은 법률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보수적인 사회였는데 2차대전 후 매카시즘의 열풍과 더불어 미국 청소년들의 비행에 대한 책임을 만화에 물어 만화에 대한 검열에 들어간다. 곧 상당수의 만화가 검열에 걸려 대중들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이 후 미국만화는 소규모 인디 만화 등의 흐름등이 있지만 주류 만화시장은 영웅물에서 벗어자니 못하고 있다. 게가다 TV의 등장 이후 만화는 주류 무대에서 벗어나게 된다. 올해 미국 서점에서 본 만화칸에서 미국 만화는 옛날 영웅물 밖에 찾을 수가 없었고, 일본만화가 그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만화를 통해 미국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독자에게 다가서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미국만화가 우리에게 크게 끌리지 않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지은이의 노력에 비해 소재, 만화를 다룬 것이 읽는이와 지은이와의 대화를 가로 막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소정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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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모랜덤 살림지식총서 10
최성일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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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미국 읽기의 아주 좋은 동반자이다. 아직 본격적인 미국 읽기에 앞서 이 책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지은이 최성일은 출판평론가이다. 종종 그에게서 책에 대한 귀한 정보를 얻었던 터라 참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미국 메모랜덤'은 미국에 대한 책 소개서이다. 어떤 책을 통해 미국을 알아가면 좋을 지 조언을 해 준다.  '제 1부 미국은 이런 나라'에서는 거시적으로 미국을 다루고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미국의 개요를 소개하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나라의 문화가 궁금하다'(학민사)라는 책에서는 미국이 어떻게 불려왔는지를 보여준다. 애초 아메리카를 딴 '아미리가'(亞米利加)로 표기하다가 '미국(米國)을 거쳐 현재의 '미국(美國)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쓴 미국인상기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유학생, 이민자와 언론사 특파원이다. 그에 따라 미국에 대한 인상이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미국인상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구한말 당시 미국유학을 경험한 '윤치호 일기'가 있다. 
 그리고 세계 유명인들 장 보드리야르, 움베르트 에코, 마빈 해리스 그리고 시몬느드 보봐르 또한 미국인상기를 남겼는데 이들 각자 신선한 시각으로 미국을 다루고 있다. 문제는 조금 오래되었다는 점인데. 

 '제 2부 미국을 읽는다'에서는 본격적인 미국 읽기를 시작한다. 아메리카, 뉴욕,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고, 인물을 중심으로 미국을 엿볼 수 있는 책과, 문화로 미국 읽기를 시도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 또한 읽은 만 하다.

 '제 3부 미국 깊이 읽기'에서는 미국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던 책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으로 직접 들어간다. 미국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던 토마스 페인의 '상식'과 같은 책을 소개한다. 기존의 역사서와는 다른 입장에서 서술된 책도 소개하고 있는데 콜럼버스의 악행으로 부터 시작하는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저항사'(일월서각), 미국·스페인 전쟁의 이유를 쿠바 해방이 아닌 흑인 공화국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면의 이유를 지적한 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책과함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벨기에의 권리로 생각한 것이지, 베트남과 같은 남동아시아나 남미같은 나라의 권리로는 인식하지 않았다는 제임스 로웬의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과 같은 책을 이야기한다. 미국의 주류사회인 보수사회와 대외정책에 대해 출간된 책들에 대해서도 평을 한다.

 지은이는 단순히 미국을 소재로 한 책에 대한 소개만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이진의 '나는 미국이 딱 절반만 좋다'(북&월) 에서는 지은이의 미국에 대한 호감과 반감이 분명히 구별되지 않고, 단지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의 대비 같은 것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고, 함께 병기한 영어문장은 독서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책에 대한 평가에서도 인색하지 않다. '주홍글씨'의 경우 완역판에 보여지는 '세관'은 소설의 줄거리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고본에서는 누락되는 경향이 있는데 '세관'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정황을 일러주는데다 날카로운 풍자가 일품이라는 정보도 제공한다. 

 미국 읽기를 시도하면서 솔직히 두려움이 있었다. 미국을 소재로 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고,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하기 힘든 책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미국 읽기의 중요한 방법을 제시하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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