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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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손님마마라고 천연두를 부르는 말이다. 소설은 1950년 신천대학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황해도 신천에서 있었던 사건을 주인공 류요섭의 50년만의 고국방문을 통해 풀어간다. 그의 고국방문은 신천대학살 사건에 대한 화해의 의도이고, 주인공은 화해를 위해 그의 고향에서의 사건을 정확히 기억해낸다.

주인공 류요섭의 가족은 기독교의 한국 포교와 더불어 기독교인이 되었고, 신천은 이런 기독교인들이 많았던 지역이다. 해방이 되고 황해도 지역엔 소련의 세력이 되면서 공산주의가 정치적인 이념이 된다.
이 과정에서 본래 지주들과 소작농 사이의 갈등이 시작된다. 인민위원들에 의한 토지접수가 시작되고 지주들과 기독교는 탄압을 받게 된다.(지주들이 대체로 기독교였던 점도 있지만)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쟁 초반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이후 북진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기독청년단은 자신들이 십자군인양 착각하게 되고 12세기 십자군이 그랬던 것 처럼 공산주의자들을 마귀로 지칭하면서 성전(聖戰)이라는 이름 하에 동족에 대한 잔인한 살육이 전개된다.

그 사건의 중앙에 있었던 류요섭의 형 류요한은 그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미국에서의 외로운 생활을 한다. 그리고 남아있던 류요한의 가족들은 신천학살의 주인공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신천학살의 당사자였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그 아픔을 공산주의의 선전물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의 동생이고, 동생이 기억의 저편들을 더듬어가며 화해의 손짓을 한다. 이 점은 아마도 역사의 당사자들이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지금의 현대인들의 모습이며 기억의 저편을 더듬는 과정은 역사를 다시 복원해야 하는 그리고 복원된 역사를 가지고 화해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하나 손님 즉 나쁜 의미의 손님마마는 우리 민족을 갈라놓았던 기독교와 공산주의였고, 손님마마는 현재도 여전히 우리 땅에 남아 우리민족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황석영의 <손님>은 어쩌면 일종의 주술행위이다. 소설이 황해도의 진지노귀굿의 흐름을 따랐다는 점에서 역사를 기억하고 민족간의 화해를 바라는 그런 굿을 소설을 통해 하고 있다. 역사속에서 화해를 바라며... 그리고 손님마마의 해꼬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민족을 향해 굿판을 한판 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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