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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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번정도 다녀왔다. 처음 제주도에 놀러갔을 때는 김영갑이라는 사진가에 대해서 몰랐을 때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두모악갤러리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도통 사진에 관심없던 아내와의 짧은 여행동안 두모악갤러리행 시간을 내기에는 빠듯한 여행이었고, 마지막 세번째는 아이들(조카)과 함께 한 가족여행이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 제주도행이었다. 모 카메라 회사 광고에 등장하는 두모악갤러리를 볼 때마다 그 아쉬움이 기억난다.

사진에 관심을 조금 두면서 사진 관련 서적을 가볍게 한 두권 읽다 중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 이라는 책에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발견하였다.

 "그는 어느 매체에 발표하거나 유명세를 얻기 위해 보여주는 사진을 찍는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고, 결국 아무도 찍을 수 없는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 먹고사는 일보다 한 통의 필름이 더 소중했던 그는 최소한의 생계와 삶 이외에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자신의 청춘과 열정,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사진에 투자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의 제주도를 재창조해낸 유일한 사진가라고 생각한다."(15쪽, 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바람소리까지 사진 속에 끌어다 넣었다라는 말이 나에게는 굵은 글씨로 읽혔다. 어떻게 바람소리를 사진속에 넣을 수가 있을까라는 궁금한 속에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를 찾아 보았다. 그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진가는 김춘수의 시 '꽃' 처럼 의미있는 사진가가 되었다.

그리고 듣게 된 김영갑 사진가의 사망소식, 그제서야 나는 바람소리에 가려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뒷부분을 읽게 되었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

 "그런 그가 지금 병들어 몸을 제대로 쓸 수도 없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손목과 손가락 정도다. 그지경이 되도록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찾아 온몸으로 인생을 살았다. 사진에 모든 것을 건 그의 삶."(18쪽 '나는 사진이다' 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으면서 그리고 사진을 응시하며 나는 제주도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을 바람소리를 듣기 위해 가만히 바라보아야만 했다. 관광수준의 제주도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도장 찍듯 방문하고 달리는 렌터카에서 스쳐 지나갔던 제주도의 모습을 그의 사진에서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통해서.

 "사진은 이미지의 미라이다. 내가 원하는 사진은 박제된 동물이나 새가 아니다. 새의 생김새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다. 새가 숲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모습, 무리끼리 지저귀는 소리에 숲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그런 분위기에 빠져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그런 숲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표현하려 한다."(136쪽)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180쪽) 

김영갑은 그런 사진을 위해 전화를 반납했고, 어떤 편지에도 답장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치열한 외로움으로 몰아갔다.불현듯 만나게 될 순간을 위해 그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제주도의 분위기와 소리와 바람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한 삶은 예술적 치열함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사진 찍겠다고 찾아든 제주도, 주민들이 보기에 그는 수상쩍은 사람일 뿐이었다. 간첩으로 몰려 신고당하길 여러차례. 여름이면 찾아드는 습기와 곰팡이의 공포,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필름을 그렇게 그는 잃어야 했다. 폭우로 삼년동안 고생한 필름이 없어지는 경험까지.

결국엔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그의 사진이 그 갤러리에 걸렸다. 그리고 지쳐버린 그의 체취는 사진속에 남겨두어야 했다.

 "병원에서 루게릭 병 진단을 받고 내 생의 유효 기간이 정해졌을때,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필름들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그것들을 나만큼 사랑하고 아껴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205쪽)

바람소리에 매몰되어 있던 내게 그는 그의 사진에 대해 들려준다. 어떻게 사진을 봐야 할지.

 "그릇의 쓰임이 빈 공간에 있듯, 사진 속의 공간도 최대한 비워놓는다. 도예가가 찾잔을 만든다. 그 잔을 쓰는 사람이 물을 담으면 물잔이 되고, 술을 담으면 술잔이 된다. 옛날 옹기들이 장독대에서 이제는 방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꽃병이 되기도 하고, 우산꽂이가 되기도 한다. 사진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나 자신을 위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위한 사진이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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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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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문화아이콘 중에 하나는 바로 사진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기능들을 활용하다가 DSRL의 유행까지. 거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런 사진의 대중화의 장을 마련했다. 나 또한 그런 흐름에 맞춰 8년 동안 5개의 디카를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구입한 하이엔드 디카까지. 그런 와중에 인터넷상에 유명한 블로그를 즐겨 찾아다니기도 하고, 디카 활용법에 대한 책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이미지 만들기의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는 사진들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순 없는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게 되었다. 찰나의 거장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의 사진, 굿을 통해 전통과 그 안에 담겨있는 삶과 사상을 그려낸 김수남, 그리고 사진을 찍는 동안 인간의 예의를 갖췄던 살가도의 사진을 대하며 더 이상 찍기 놀이보다 진중한 자세로 보기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사진 보기의 관심에서 사진읽기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필립 퍼키스의'사진강의 노트'는 제목과는 달리 본질적인 측면에서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이라는 부제처럼 사색으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법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가 재 표지 부제를 확인하고는 내 선입견을 탓했다. 물론 책 두께로 미루어 단순히 사진찍기 강의가 아닐 것이라는 것, 그리고 사진책임에도 사진보다는 글과 여백이 많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챘다.

하지만 몇 쪽을 넘어가지도 못해 당혹감에 빠져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책에 밑줄을 치는 대신 살짝 접어두거나 얇은 포스트 잇으로 표시해 두고 있지만, 밑줄을 긋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책의 절반을 접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만치 않을 책이라는 점은 미리 눈치 챘지만 마치 현자의 삶의 대한 지혜가 담긴 책 처럼, 이 책은 사진의 현자가 남긴 사진에 대한 통찰로 가득차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진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이 아닌 본질을 이야기한다.

" 보여지는 것, 그자체. ...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

  그것의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가 배제된 목소리, 음악의 선율, 도자기, 추상화, 그것의 현존, 그것의 무게, 그것의 존재와 나의 존재의 경이로움. 사실 그 자체의 신비.

  아마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남은 길이의 반만큼을 끊임없이 가고 또 가야 되는 제논의 역설과 같다." (19~20쪽) 

그리고 사진강의와 더불어 예술로써의 사진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예술의 본질까지.

 "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고, 다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까지 카메라를 치워 놓고, 다시 발견하고, 다시 찍고, 다시 치워 놓고... . 대개 사진 촬영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사진 매체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은 아니다.

   접시 가장자리에 가만히 놓여 있는 포크를 찍은 앙드레 케르테츠 Andre Kertesz의 사진이 있다. 테이블에는 포크의 그림자가 늘어져 있다. 사진속에 있는 것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이 사진은 변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누가 세잔의 그림 속에 있는 사과 한 알에 신경쓸 것이며,반 고흐의 우체부 그림에 찍힌 무수한 점들을 누가 문제삼을 것인가? 포크든 사과든, 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찍어내는 본성 때문에 이른 사진에서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저 소박한 도자기나 낡은 음반에서 지직거리며 들여오는 레스터 영의 재즈 멜로디가 어째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형태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었다." (71쪽~72쪽) 

분명 이 책은 조금 더 아름다운 사진을 원하는, 실용적인 기술에 대한 소개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사진, 여행사진찍기를 넘어서 나름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나름의 시각을 갖고 사진을 대하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제자리에 머물다가 내민 첫걸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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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의 유혹 -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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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녹색이 대세다. 물론 환경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 녹색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화두이다. 2MB 정부가 녹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환경에 대한 무지에서인지, 아니면 환경을 보는 순간 녹색이 또 하나의 돈벌이라는 감이 왔는지, 그냥 자신이 하고자했던 건설 경영에 녹색을 입혔다. 이와 관련한 우석훈과 배병삼교수의 시의적절한 2개의칼럼이 있다.

녹색이라는 말,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3582.html
(녹색속의 핏빛, 배병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7169.html )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 우석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6940.html

Sick Planet (병든 지구)이라는 원제를 가진,  녹색성장의 유혹은 의료산업, 식품가공산업, 농업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어 녹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업들이 어떻게 환경을 맟이고 있는 보여준다.  


 의료산업은 현재 일차리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핵심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강상식은 중요한 정보가 되었고,의료정보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정보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들이 넘쳐나고 의학의 발전 덕분에 그러한 질병들을 치료 혹은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불과 몇 십년전에 비해 증폭된 새로운 질병과 발병가능성을 보게 되면 그런 병들에 걸리지않은 자체가 신기할 정도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숨겨져 있는데,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병들들이 의료산업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이윤에 맞게 많은 질병들이 과장되고 의사들에 대한 지원등으로 인해 필요 이상 처방전이 발행된다. 의료산업의 발전의 또 하나의 토대는 바로 인도를 위시한 저개발 국가이다. 친환경산업 등으로 치장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공장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해 저개발국가의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넘쳐나는 건강정보는 새로운 경제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특히 닭을 포함한 가금류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미 산업화된 목축업에 이어 가금류 산업은 마트에 잘 포장되어 팔리는 상품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 극도로 낙후된 작업환경은 기존의 공장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문제 뿐 아니라 환경문제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웰빙과 더불어 불어닥친 차에 대한 열풍 역시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 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남아사이의 많은 삼림들이 차 농장으로 바뀌는데 과거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떠올리게 한다. 플랜테이션 농업이 가지고 있던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차 밭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화학비료 및 농약으로 주변 환경이 멍들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제체계 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우리의 경제체계는 산업에 쓰이는 낯선 화학물질을 방치한 채 남아내며, 천연식품을 사치품으로 취급하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전방식을 고수하며, 천연가스같이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을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며, 사람과 토지를 동시에 남용하며, 소비로 인해 야기된 건강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며,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한쪽 끝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강매하며, 그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는 질병을 가져다주며, 끝없이 유해한 성장을 하는, 그런 종류의 경제체계이다." (258쪽)

지은이는 발빠르게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즉 이윤이 된다면 기존의 산업에 녹색이라는 명칭을 붙여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나타난 그린마케팅은 바로 그런 기업들의 이윤추구에서 나온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녹색의 주인공은 자연속에서의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빗 소로, 스콧 니어링 그리고 녹색평론 등을 위시한 환경생태주의자들이 아니라 기업이 되어 버렸다. 성장의 한계에 마딱드린 자본주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을 찾았고, 기존의 모든 산업, 마케팅에 녹색을 입혔다. 지은이의 책은 바로 이런 인공 녹색이 허구의 녹색임을 밝혀낸다.

책의 결혼에서 지은이는 세권의 책을 소개한다. 모두 100여년전에 씌여진 마르크스의 '자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뢰겐의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과정',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석탄문제' 이다. 녹색경제의 21세기에 지은이가 오래된 이 책을 제안하는 것은 녹색자본주의는 옷만 갈아입은 자본주의일뿐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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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르몽드 세계사 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음, 권지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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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31일 부터 2009년 1월 1일 까지 두 해에 걸쳐 읽은 책이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신문 르몽드의 시사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한 <르몽드 세계사>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이라는 심상치 않은 부제의 무거움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각종 도표,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 쉽게 읽어나 갈 수 있다. 그렇다고 다루는 내용들이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다. 환경 문제, 9.11 이후 여전히 분쟁으로 가득찬 세계 그리고 세계화에 속에 가려진 각종 문제와 아시아를 두루 담아낸다.   

  90년대 초반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강조했다. 아마도 우리에게 세계화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우리와 친하지 않았던 동유럽을 누비고 다니고, OECD 에 가입을 하면서 우리 경제의 문을 열었다가 경제위기를 경험하였지만 이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눈부신 수출을 앞세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파란색 눈의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의 세계화의 일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성공했다고 자부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르몽드 세계사를 읽다가 순간 이런 나의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세계는 무엇일까? 그 안에서 한국은? 어느 순간 경제 문제가 사회의 모든 것이 되어버려 우리는 경제 이외의 것에는 눈을 닫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얼마전 MBC에서 보여준 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타리는 환경 파괴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역사적으로 지구는 반복적으로 빙하기를 거쳐왔다. 하지만 기온변화 그래프(14쪽)와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15쪽)를 보면 지금의 지구의 상태는 정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 뿐만 아니라 가공할 위험을 가지고 있는 핵은 확산되고 있고 산성화 및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 즉, 산업재앙은 심각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는 세계화가 지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여준다. 자유무역을 내세우지만 실상 세계는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과의 갈등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선진국 주도의 세계화는 결국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키고, 개도국들의 교육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 내부에서도 빈곤은 다시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남-북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새천년개발목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전혀 달성불가능하다.

"새천년개발목표는 구조적으로 빈곤을 낳을 수 밖에 없는 경제모델이 남긴 심각한 상처를 대충 붕대로 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로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만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현체제의 근간을 수용하고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커다란 실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기의 냄새까지 풍긴다. 개발목표를 필요하게 만든 현 경제체제를 문제시하지 않은 개발목표는 처음부터 이룩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127쪽)

  전 지구적 문제는 이와 같이 환경의 문제, 남북간의 경제의 문제 뿐만이 아니다.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문제가 남아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라크 문제, 2008년 말 다시금 전쟁의 포화 속에 빠져들어 버린 팔레스타인 및 구소련 지역 및 동유럽의 분쟁은 멈춤없는 전쟁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의 사태 역시 지나쳐갈 수 없는 상황이다.

  르몽드 세계사는 이렇게 대한민국 땅에서 잃어버린 전지구적 이슈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뉴스의 경우에는 미국의 시선에 많이 의존하고 전지구화 사회이지만 다른 나라의 이슈들은 이벤트성 혹은 기괴한 사건들만 다루어지는 우리의 언론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점에서 르몽드 세계사는 우리에게 보다 넓은 사회를 위한 열린 눈을 갖게 할 책이다.

  르몽드 세계사를 볼 때 또 하나의 관심 중에 하나는 바로 세계속의 한국이다. 우리는 기계적으로 자랑스런 한국을 이야기하지만 과연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위치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독도는 국경분쟁지역의 하나이고, 교육등의 지표에서는 아주 높은 수치를 나타내지만 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에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6대 주요 생산국에 편입되어 있다. 르몽드 세계사를 읽으며 원자력의 문제가 여전히 안전의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원자력 생산을 많이 하는 현실에 대한 어떤 고민을 해야할까 개도국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그런 문제에서 자유스러운지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하게 되었다. 특히나 북한과 맞닿은 우리에게 식량 및 분쟁을 국제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게 되었다면 르몽드 세계사는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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ㄳ해요~ 2009-04-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고등학교1학년 수행평가 원고지 쓰기있는데 내용을몰랐는데 이글보고 쉽게썼어요 ㄳ합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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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중국은 OECD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대가로 이들은 자본 시장을 개방해야 했다.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는 부자 나라들의 압력에 오랫동안 저항해 온 중국으로서는 OECD 가입 조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된 다음부터는 달아날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2029년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중국 경제는 사상 최대의 IMF 구제 금융을 필요로 하는 처지가 되었다. ... 중국 경제의 폭락은 곧 전 세계 경제의 파멸로 이어졌다."  장하준 교수가 에필로그에서 상상한 바다. 하지만 그 보다 20년 전인 2008년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서 이어 벌어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현재 세계는 제2의 경제 공황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20세기 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파되어 온 세계화,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의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자유무역이론은 경제학 이론으로도 뒷 받침 되어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과정이었다. 세계화, 자유 무역이라는 선진 기법을 받아들인 나라들의 성공사례가 뒷받쳐지곤 했다.

 그러나 전작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선진국의 행태를 보여주었던 장하준 교수는 또 한번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자유 무역이 갖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보여준다. 

 세계화 시대의 경제의 핵심 중의 하나는 바로 자유무역을 통해 각 나라는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대한민국은 바로 이런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한다. 한미 FTA에 이어, EU 등 많은 다른 경제권 혹은 나라들과 FTA를 준비 중에 있다. 과연 이런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해 줄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말하는 해법은 바로 No. 이다. 자유무역이론에서는 비록 어느 한나라가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경쟁우위 국가에서는 보다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역량을 쏟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쌍방이 모두 득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선진국 들이 이런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유 무역을 주장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여기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밝혀낸다. 지금의 선진국들이 사실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 바로 역사적 사실이다.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가난한 나라들과 부자나라 들이 자유무역을 한다는 것은 바로 어린 아이를 산업현장에 내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마 우리나라가 이런 자유무역을 했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1차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무역이론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생산요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지 못하다. 문닫은 제철소를 컴퓨터 제조공장으로 바꿀 수 없고, 제철소 노동자는 컴퓨터 산업 노동자로 쉽게 바꿀수가 없다. 즉, 자유무역 이론에서처럼 산업이 쉽게 선택되고, 변경될 수 없다.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기업이 민영화 되고 있다. IMF의 경제 간섭 이후 국영기업은 무조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사고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공기업의 민영화는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문제로 크게 세가지가 지적된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고, 그 다음이 무임승차,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예산 한도가 늘어나는 연성예산(병든 기업을 가져오는)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용되기에는 부족하다. 왜냐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민간기업 역시 주인-대리인 문제와 무임승차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의 특성에 따라 연성예산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공기업이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성공한 국영기업들이 존재한다. 싱가포르 항공이 그렇고 지금은 민영화되었지만 90년대까지 국영기업이었던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또한 포스코가 성공한 국영기업의 사례다. 

 부자나라들은 자유무역, 효율화를 위한 공기업의 민영화를 이야기하며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한다. 자신들의 경제성장의 경험을 전파하여 가난한 나라들에게 기회를 주는 듯 행동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이론이나 공기업의 민영화는 가난한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제3세계를 동일한 경기장에 넣고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부자나라들과의 불공정한 게임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속셈을 본다면 사실 부자나라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게다가 부자나라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점점 더 강화한다. 특허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와의 사이에 높은 담을 설치하여 제3세계와의 차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출간된 때에는 세계 경제의 미래가 밝게 보이던 때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소는 없어 보였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한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였을까 신자유주의에 대한 속내를 보여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책이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가 되었다는 것은. 하지만2008년 말 자유무역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고 있고, 금융위기 하에서 그 많던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국가의 개입을 죄악시 하던 그들이 이제는 정부의 개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한 현실속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실체가 드러나 버렸다. 그러나 아직 이런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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