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비평 창간호 세번째 꼭지는 "이상문학상"을 주제로 한다. 여러 문학상 중에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이 "이상문학상"이고, 수상집을 출간하고 그 수상집이 항상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 상업적인 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상문학상"은 또한 서울대 국문과 출신, <문학사상> 학맥의 편파성이 심하다는 점에서 "문학권력논쟁"의 한 가운데 있고, 또한 수상작의 출판권을 <문학사상>이 소유하는 공정성의 위배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시장과 우상 : "이상문학상"을 비판한다.

고봉준(문학평론가)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

 
문학상과 문화산업

오늘날 문학은 작가와 작품을 배출하는 "생산"시스템과 그것을 배포, 소비시키는 "유통" 시스템으로 구성된 하나의 제도로 자리잡았다. 90년대 이후의 문학은 "스타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 왔으며, 그 성장의 동력 대부분을 문학상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부터 공급받아 왔다.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몇 가지 잡음들

"문학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음으로 지금까지 문학상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던 이상문학상은 2000년 1월 24회 이인화의 "시인의별"의 수상과 더불어 공정성논란이 제기 되었다.

논란의 초점은 첫째, 심사대상작품의 조건에 대한 문제로 심사대상작이 되지 않는 작품을 선정한 채 추후 변명식 해명으로 논란이 시작되었다. 둘째, 심사위원에 대한 문제로 서울대 국문과 출신에 주관출판사인 <문학사상> 학맥으로만 이루어져 편파성이 심하다는 점이다.

 

상업주의와 문학상

이상문학상의 상업성을 그대로 드러보이는 대목은 바로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낸다는 점에 있다. 한 해 동안 주목받았던 작품을 한권에 실어낸다는 데 부터 베스트셀러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 이상문학상은 수상자들로 하여금 수상작의 소유권을 향후 몇년간 출판사가 소유하고 수상작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될 경우 <문학사상>의 동의를 받게 하고 있는데, 이는 공정한 문학 시장 형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런 문제는 2000년  김승옥, 박완서, 이청준, 조세희, 김주영, 김원일 등의 작가에 의해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제작-배포 금지 및 그간의 저작권사용료 청구"소송이 발생한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광장의 축제를 위하여

문학상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는 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들이 문학상 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문학적 권력을 강화시키려 하는데 있고, 문학상을 수여하는 대가로 스타작가들에게 암묵적인 계약을 강요한다는 데 있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문학상 자체의 이름에 맞는 작품을 선정해야 하며, 해마다 수상작을 선정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수상작을 내지 않거나, 수상을 거부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0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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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비평] 창간호의 두번째 꼭지는 '동인문학상'을 다루고 있다. '동인문학상'은 수상 거부 등 논란이 많은 문학상이다.

개인적으로도 <조선일보>의 비도덕성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동인문학상'의 '동인'이 친일 문인이라는 점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이다. '동인문학상'을 얼씨구나 하고 수상하는 작가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동인문학상' 수상하시는 분들이 다 고명하신 분들이지만,,, 특히나 이문구의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 이문구의 감격에 찬 수상소감은 평소 이문구가 보여주었던 행동과는 반대되어 보였기에 상당히 실망스러웠다.(이때 평론가이자 시인인 김정란교수가 아웃사이더에 그 실망감을 표현한 글을 실었었다.)


우리나라의 문학에 있어서 신문매체와의 관계는 상당히 밀접하다. 신문매체는 문인들로 하여금 작품 발표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였고, 또한 칼럼이나 기자의 형태로 경제적 안정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신춘문예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습을 통해 신문매체의 기사를 통해 문학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졌고, 결국은 한국문학의 권력화를 조장하기에 이르렀다. 문학권력논쟁에 조선일보가 주요 대상중의 하나였던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즉, 신문매체가 작가-비평가-출판사로 조직화되고 위계화된 한국문학의 불합리를 정당화시켜 문학권력과 신문매체간의 문언유착을 확대시켜 나갔다.

 

2. 신문매체 문학상과 문학권력

신문매체들의 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상징권력인 문인들을 이용하여 신문의 특권화된 지위를 보장받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또한 신문매체들의 문학상이 ‘동인문학상’, ‘미당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 친일문인들의 이름을 빌리고 있다는 점 또한 그들의 친일행동을 은폐시키려는 문학권력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3.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

특히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신문매체의 문학상중에 가장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동인문학상’은 2000년 종신심사위원제 도입과 단편이 아닌 단행본 소설집으로 심사대상을 변경하고 나섰다. 그러나 종신심사위원제는 그 자체가 문학권력의 권력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심사위원들 자체에서도 이념적으로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인문학상’ 자체가 이념적으로 한 쪽 문인들을 중심으로 문학권력을 구성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런 문제들 속에 2000년 이후 황석영, 공선옥, 고종석이 ‘동인문학상’의 후보작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동인문학상’의 문제는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황석영은 ‘동인문학상’ 후보작 거부와 관련하여 세가지 이유를 드는데, 첫째는 <조선일보> 자체가 반개혁적 수구 세력이라는 점, 둘째는 ‘동인문학상’이 문언유착을 통해 한국문단을 종속화시키려는 언론권력의 속성, 셋째는 친일문인인 ‘동인’에 대해 문학적으로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석영의 이런 거부이유는 동인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동인문학상’의 경우 근래 들어 문인들 사이에 거세게 일고 있는 안티조선운동에 대해 권위있는 문인을 심사위원으로 만들고 또한 조선일보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을 수상케 함으로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방어막을 형성하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4. 문학상 제도의 혁신을 위하여

신문매체의 문학상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문언유착의 연결고리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학상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검토를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찾는 일이 시급하고, 문인들 또한 그런 문학상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겠다.

부록....

 

* 황석영<동인문학상 후보작을 거부한다> (한겨레신문 2002.7.20)

....요즈음 <조선일보>는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는 종전보다 더 반개혁적이면서도, 문화면에서는 ‘다양성’을 보여 주려고하는 교묘함을 보이고 있으며, 보다 이질적인 문인들에게는 단 몇 매짜리의 칼럼 한 편에 다른 신문의 무려 다섯 배나 가까운 원고료를 지불하고 있다..... 문학상의 상업주의와 사이비 권력놀음 따위의 문제점이 지적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상은 <조선일보>가 특정 문인 몇 사람을 동원하여 한국문단에 줄 세우기 식의 힘을 ‘종신토록’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학상이 세계관의 표현일진대 나는 <조선일보>측의 ‘동인문학상’ 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에서의 동인의 위치에 대하여도 이견이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귀측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일단 밝혀두려고 한다.

 

 

* 고종석<동인문학상 생각> (한국일보 2003.12.25)

나는 왜 안티조선에 공감하는가? 언젠가 다른 자리에서 썼듯, 그 신문이 수구 냉전 복고 세력의 선전국일 뿐만 아니라, 신문 지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쉬운 글쓰기의 권력화를 가장 비도덕적으로, 현저히 정치적으로 드러내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는 왜 동인문학상에 비판적인가? 역시 다른 자리에서 지적했듯이 그 상이, 특히 심사위원단의 종신화와 상금의 파격적 인상 그리고 상시적 독회 평가의 기사화를 뼈대로 한 세 해 전의 개편 아래, 한국 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 힘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4.5.30)

문언유착과 문학권력의 제도화 :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을 중심으로
- 하상일(문학평론가)

1. 한국문학과 언론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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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2014-03-2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특히나 이문구의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 이문구의 감격에 찬 수상소감은
평소 이문구가 보여주었던 행동과는 반대되어 보였기에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

정말 작가 이문구가 감격의 찬 수상 소감을 했는지 직접 보셨습니까?

뱉으면 말이고 쓴다고 글이 아닙니다. 작가가 고인이 된 지 1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작가는 위암 말기에 투병 중 이었죠. 대부분의 생활을 중환자실을 오가는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기뻐서 상을 받았다는 그 당시 작가의 체충은 20kg나 줄어들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 할 때이나,

주변에 본인의 병환을 알리려고 하지 않았고, 수상에 대한 부분도 마지막까지 통보를 병원에서 받은 분입니다.

동인문학상으로 온갖 험한 말들을 쏟아졌고, 험한 말을 내뱉으며 이름을 알리려는 무명씨들이 들러붙었죠.

그렇게 3년간 투병끝에 돌아가신 분입니다. 수 많은 수상자들 중에 궂이 해당 작가를 거론하며,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런 글을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문학비평 잡지 중에 새로운 잡지가 하나 창간되었다. [작가와 비평] 편집진이 최강민, 이경수, 고봉준 등 잘 모르는 사람들인데다가 화남출판사라고 귀에 익지 않은 곳이라 한켠 흘리려다 본 창간호 주제가 "문학상 제도의 빛과 그늘"이라 마음이 쏠렸다. 
 
1990년대 후반 부터 문단 평론계에 불어닥쳤던 주례사 비평에 대한 비판운동이 일어났고, 주례사비평에 대한 저항으로의 한 움직임이 지금은 좀 가라앉았지만서도 그래도 기존 평론단에 저항하는 모습은 보였고, 나름대로의 지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있는 젊은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이번에 읽게된 작가와 비평 창간호도 그런 맥락속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어찌되었건 젊은 비평가들 중심으로 그간 벌어졌던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의 평론계에도 일단의 변화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노년의 '현대문학상', 사망과 회춘의 기로에서

                                                                  - 최강민

한국의 문학상 중에 가장 역사가 깊은 것은 현대문학이 주최하는 '현대문학상'이다. 1955년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이 출범했다. (동인문학상은 원래 사상계가 주관하다 박정희정권시절 사상계에 대한 탄압으로 문학상 자체가 없어졌다가 부활, 현재는 조선일보사가 주최)

그러나 '동인문학상'은 중간에 공백기가 있었다는 점을 감한하면 '현대문학상'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문학상이다.

'현대문학상'의 탄생은 순수한 의도라기 보다는 전후 문단형성과 문학 헤게모니의 우위를 점하기위해서였다고 필자는 비판한다. 실제로 '현대문학상' 제정이후 차별과 배제의 모습으로 보수 문인들을 포섭하여 '현대문학' 대 비'현대문학'의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사실 '현대문학상'은 애초 '현대문학신인상'으로 출발했다가 1980년도 부터 '현대문학상'으로 성격을 바꾼다. 그 때 까지 '현대문학신인상'의 수상자들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69년 수상자인 유현종은 자신은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문학신인상'의 수상자가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현대문학신인상'이 되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  이런 '현대문학' 출신자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함으로 '현대문학'은 내부적으로 성골 출신들을 만들어 가며 문단에서의 입지를 곤고히 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창작과 비평],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학과 지성]으로 등장으로 가부장적 문단질서를 통해 입지를 강화해나갔던 '현대문학'의 위상이 무너지게 된다. 80년대 이후 '현대문학'이 '현대문학신인상'을 '현대문학상'으로 바꾼 것도 이에 기인한다. 점차 위상이 약해진 '현대문학'은 80년대 이후 중견급 작가를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현대문학' 출신이 아닌 작가들도 선정함으로써 입지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후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은 '현대문학'의 위치가 점점 작아지고는 있지만, '현대문학상'이 배출한 작가들의 위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상이 되는 것에 만족해한다. 이는 '현대문학'이 자신들이 이름있는 문인들에 '현대문학상' 수상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줌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보장받으려 하는 동기와 수상자들이 명망있는 작가들과 같은 상을 받았다는 데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여보려는 의도가 맞물려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필자는 비판한다.

필자는 '현대문학'이 애초부터 어떤 문학적인 평가가 아닌, 단순히 문인들을 '현대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문단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한 그동안 닦아온 권위에 의지해 삶을 연명할 뿐이라면서 변화를 고언한다. 아울러 이런 권위에 의지하려는 문인들도 이에서 벗어나야 한국의 문학상이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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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소개된 책들을 뒤늦게 살펴보다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책이 소개되었는데 이에 대한 아감벤 등이 쓴 책이 소개되었다는 기억이 나길래 인터넷을 뒤져 또 다른 책의 소개글을 찾아냈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와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라는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와 세계 모두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두권 모두 여러명의 지식인들의 글 모음이다라는 점에서도 동일함을 갖고 있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도정일 박원순 외 지음/휴머니스트·1만7000원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런 역진화의 원인을 “사적 이익의 공적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할 국가의 탈공공화, 사사화, 시장화에서 찾았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권력자원의 분배가 힘센 자들한테로 집중되는 과두화, 초집중화, 세습화, 역근대화가 일어나고 힘없는 개인들은 개체화, 자영화, 만인 불안화 속에 ‘루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역진화는 단지 정부의 민주화였을 뿐인데도 사회나 공동체의 민주화를 이뤘다고 착각한 지난 ‘민주정부’ 때부터 시작됐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사회가 “거의 해체 단계”에 이르렀단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질 줄 모른다는데, 왜 그럴까?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말한다. “여러분, 우리가 피땀 흘려 민주화를 이뤘는데, 민주화가 되고 난 다음에 살림살이 좋아졌어요? …민주화되고 진짜 좋아진 건 재벌이고, 그다음이 조?중?동 아닙니까? 억울하지 않으세요? 민주주의가 왜 이렇게 됐죠? 어쩌다가 민주주의가 여의도에서 투표하는 절차 정도로 찌그러져버렸죠? 민주주의를 우리 삶과 관계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잖아요, 그래 놓고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백날 떠들어봐야 뭐합니까? 민주주의가 내 삶과 연관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실현돼서 내 삶이 좋아지는 게 있어야 민주주의를 위해서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에요.” 이른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것인데, 한 교수의 대답은 “그렇다. 밥 먹여준다”다. 그에 따르면 1987년 6월항쟁으로 열리기 시작한 민주화 공간에서 그해 여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 노동자들 임금이 껑충 뛰었고 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폭발한 소비 덕에 나라살림도 크게 좋아졌다.
잔업 철야가 줄고 영화관객이 수십만 단위에서 수백만, 천만 단위로 급증하고 평균수명이 대폭 늘어나는 등 생활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 자본과 기득권 세력의 반격이다. 신자유주의를 거치면서 노조가 파괴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됐으며 민주주의는 4년마다 한 번씩 투표할 때만 주인 행세 하는 껍데기로 형해화했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를 보면 이런 역진화는 미국에서 먼저 진행됐다. 독점자본을 규제한 민주당 정권의 뉴딜정책으로 오랫동안 수세에 몰렸던 공화당 중심의 미국 자본가?기득권세력은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로널드 레이건이 정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고 부시 가문 집권 때 그 절정에 도달했다. 월스트리트발 금융공황으로 공화당 정권은 무너졌으나, 그것을 한 템포 뒤늦게 흉내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위세는 여전하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0867.html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조르조 아감벤 외 지음·김상운 외 옮김/난장·1만1800원

"브라운은 오늘날 민주주의가 역사상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개념은 더할 나위 없이 모호하고 내용은 빈약하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란 말은 누구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싣는 텅 빈 기표다.” 이탈리아의 부패한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부터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까지 온갖 정치 세력이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한다. 브라운은 민주주의가 이렇게 제멋대로 사용되는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데모크라시)는 어원상 인민(데모스, demos)과 통치(크라토스, kratos)의 결합, 곧 ‘인민의 자기 통치’라는 추상적인 규정만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모호성이야말로 민주주의라는 말이 남발되고 남용되는 근거가 된다고 브라운은 말한다.

나아가 브라운은 오늘날 민주주의가 기업권력의 지배하에 떨어졌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아이콘인 ‘자유선거’마저 표와 자금을 노리는 정치 마케팅으로 전락했다는 것도 민주주의 위기의 뚜렷한 징표다. 브라운은 특히 신자유주의 합리성이 정치 영역에 침투해 민주주의 원리가 기업가적 원리로 대체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데모스(인민)가 민주주의로부터 퇴출당하고 그 자리에 기업적 효율성?수익성이 들어앉는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실체를 부스러기로 만들어버린 뒤 제 입맛에 맞게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탈취했다.”
....

크리스틴 로스(미국 뉴욕대 비교문학 교수)는 브라운의 이런 우울한 진단을 이어받아, 민주주의가 “극소수 사람들만의 통치, ‘인민 없는 통치’만을 허용하는 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민주주의라는 말은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완전한 통제 아래 들어갔다. 자크 랑시에르는 이렇게 통제당하는 말의 의미를 투쟁으로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적 투쟁은 단어들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랑시에르는 한국에서 벌어졌던 촛불시위를 사례로 들어, 서구에서 오랜 세월 마모되고 오염된 민주주의라는 말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란 “자격 없는 자들의 권력”인바, 그렇게 자기 몫이 없는 배제된 자들이 나서서 자기 몫을 주장하며 싸우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말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8688.html

 
홀로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지킨 사람이 있다. 바로 간송 전형필이다. 간송미술관은 바로 전형필의 호를 딴 것이다.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차례만 문을 여는데 사설 미술관임에도 국가 미술관보다 더 수준높은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먹고 살기 힘들때일 수록 문화를 지키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을 담고 있는 문화재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먹고 산다고 문화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청계천 개발도중 발견한 옛 다리들을 분해해 갖다 버린 이들이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서 더 간송 전형필이 빛나 보인다.


〈간송 전형필〉 이충렬 지음/김영사·1만8000원


"1937년 2월 일본 도쿄의 한 숙소. 큰 승부를 앞두고 32살 청년 간송은 마음을 다잡았다. 영국인 골동품 수집가 존 개즈비가 20년간 조선?일본을 넘나들며 명품만을 골라 수집한 고려청자 20여점을 일괄처분한다는 소식에 지체 없이 일본으로 건너간 그였다. 원숭이형 연적(국보), 기린형 향로(국보) 등 그의 눈앞에 아름다운 고려청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6년을 기다린 승부였다.

사흘에 걸쳐 진행된 도쿄 협상은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간송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에 온 개즈비에게 박물관 보화각(간송미술관) 건설현장을 보여주었다. 일본인들에게 팔 수도 있었던 영국인 개즈비의 마음을 잡아챈 건 결국 조선의 청자들을 조선 땅에 두어야 한다는 전형필의 마음이다.

이 마지막 협상에서 개즈비가 간송에게서 본 것은 그가 그저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수집광이 아니라, 나라를 빼앗겼으면서도 제 나라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보존?전시하겠다는 한 인물이었다. 드디어 40만원에 낙찰! 기와집 한 채 값이 1000원이던 때였으니 400채 값. 당시 한?일 골동품 수집 사상 최대 규모 거래였다. 요즘 아파트 시세로 한 채당 3억원으로 셈하면, 한 점에 60억원, 20점에 1200억원을 낸 셈이다. 간송은 이를 위해 논 1만마지기를 팔았다.
....
간송이 남긴 것은 비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큰부자라는 수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미술사의 텃밭은 지금 모양새보다 협소했을 것이다. 그가 <훈민정음>을 지키지 않았다면 우리말 연구의 밑천은 지금보다 협착했을 것이다. 그가 스물다섯살 때부터 1945년 해방을 맞기까지 15년 동안 흩어져 떠돌던 문화재들을 모아 놓은 간송미술관 수장고는 한국 미술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이 미술관 수장품을 빼고는 우리 미술사를 온전히 쓸 수 없다고도 한다. 해방 뒤엔 누가 모아도 이 땅에 남을 것이라며 수집을 중단했던 그는 빚을 갚으려 동분서주하다 1962년 1월 쉰여섯의 나이에 쓰러졌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9769.html 

 
고전에 현재를 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그린비와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열번째 작업이 세상에 나왔다. 리라이팅 클래식. 이번에는 진화론의 고전 다윈이다. 


<종의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소멸의 자연학> 박성관 지음/그린비 3만2천원

 
"사람들은 “창조론을 비판하며 진화론을 확립한 과학역사상 최고의 고전, 서구를 비롯하여 전세계를 뒤바꾼 혁명의 서” 등의 찬사를 받는 <종의 기원>을 왜 읽지 않을까. 박씨의 생각으로는, 학교 다닐 때 다들 배운 적 있는 진화론을 사람들은 얼추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막상 읽어보려 하면 150년이나 묵은 이 두꺼운 “고물탱이” 만연체 책을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것, 극소수가 의무감에서라도 가까스로 다 읽어냈다 한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도 없다는 것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번역본이 있다 해도 도전해보기가 망설여지는 터에 좋은 번역본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소멸의 자연학>은 바로 그런 난제들을 해소하고, 현대 진화론의 성과들을 토대로 <종의 기원>을 재해석해 보려는 독특하고 야심만만한 책이다.
....
그러나 다윈의 이론은 미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시들고,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세상의 비밀은 거룩한 기원에 있지 않다는 그의 메시지는 유폐됐다. 부르주아들이 주조해낸 근대인들은 지난 150년간 다윈의 과학비판을 종교비판으로 좁히고, 자연선택은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으로 변형시켰으며, 생존투쟁과 상호의존은 생존경쟁으로 바꿔쳐버렸다. 그리하여 다윈은 종교비판가이자 부르주아 가치의 대변자로 전락했다. 당대의 기성 세계와 앎의 체계에 도전했던 다윈의 의문과 그 불온성은 거세당했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침탈과 지금의 개발•성장주의의 맥이 거기에 닿아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와 기존의 모든 앎의 체계에 의문을 품어온 지은이가 <종의 기원>에서 발견해낸 것이 바로 다윈의 의문과 불온성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과학을 가리키는 풍요로운 빛살이었다. 나는 이제 여러분과 함께 <종의 기원>을 새로 읽음으로써 그것을 소생시키고 싶다.” 10여년 벼려온 그의 다윈 공부 깊이와 폭이 예사롭지 않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8642.html
 

4월에도 다윈과 관련된 책 소개가 하나 있었다. 진화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읽어볼만하겠다.

〈생명의 개연성〉마크 커슈너•존 게하트 지음, 김한영 옮김/해나무•1만8000원
 

이외 4월에 출간된 책들중에 관심을 끄는 책은 한겨레기자들의 노동현장 체험을 담은 <4천원 인생>이다. 작년말 한겨레21 특집기사로 소개되었었다. 사법개혁이 화두인 요즘 사법의 역사를 엮어낸 <법원과 검찰의 탄생>이라는 책도 있다.

 
<4천원인생> 한겨레출판 12000원

"<4천원 인생>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들이 한달 동안 ‘위장취업’해 겪은 생생한 노동 현장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펴낸 것이다. 4000원은 이들이 일했던 2009년 법정 최저임금이다. 임지선 기자는 갈빗집 식당 아줌마로, 안수찬 기자는 대형마트에서 양념육을 파는 노동자로 한 달을 살았고, 전종휘 기자는 경기도 마석 가구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임인택 기자는 경기도 안산 난로공장에서 파견노동자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이들은 끈적한 추파를 던지는 ‘진상’ 손님을 만나고, 엄지손가락에 길이 25㎜짜리 못이 박히는 산재를 입고, 굽고 있던 뜨거운 고기를 얼굴에 얻어맞기도 한다. 그야말로 “생살 그대로의 기록”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8705.html

 
〈법원과 검찰의 탄생〉 문준영 지음/역사비평사 45,000원

"<법원과 검찰의 탄생>은 한국의 사법제도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추적한 역저다. 검찰과 법원의 조직, 형사소송제도 등 오늘의 사법기구와 운영방식, 문화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역사적 과정에서 변화해왔는지 등을 탐색했다. 돋보이는 점은 일제감정기와 미군정기, 4•19 혁명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대한민국 사법사를 철저히 1차 자료를 기초로 논증했다는 것이다. 무려 976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 근대 사법의 모태적 환경과, 성장•굴절 과정에는 일그러진 사법 얼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1889.html
 

올해는 까뮈 사후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제도서전에서도 주빈국이 프랑스였으니 까뮈와 관련된 행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동안 까뮈 번역에 힘을 썼던 김화영교수의 번역본 까뮈 전집이 완간되었고 그 기념으로 전집형태의 특별판이 나왔다.

 
6월이다. 올해는 경술국치, 나라가 망한지 100년이 된 해인데 그냥 슬그머니 넘어가버렸다. 경술국치 100주년 해의 3.1절 기념사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에 대한 언급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에 비해 한국전쟁 60주년은 일찌감치 준비가 되는 느낌이다. '포화속으로'라는 영화가 해외 시사회를 하고 각 방송국들이 특집 드라마를 준비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여간 6월에는 시간이 된다면 한국전쟁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고자 한다. 월드컵이라는 시간을 잡아먹는 귀여운 악마가 나의 6월을 알고 있다는 듯 실실거리고 있지만 말이다.

              
http://blog.daum.net/rainaroma/16098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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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소개된 책들을 정리해 놓고 있는데, 소개된 책들을 읽기가 쉽지 않다. 몰아서 읽는 스타일상 소개된 책들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구매는 하는데 내 손에 간택되기 까지의 시간은 며느리도 모른다. 소개된 책들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엮다 보니 쉽지 않은 점도 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파라다이스 소개를 읽으면서 같은 성격의 '나무'를 목록에 올려두었고 이후 '신'이 나도 나도 하면서 따라 붙는다. '삼성을 생각한다'역시 '이건희시대', '삼성3세 이재용 - 그의 출발선은 우리와 왜 다른가''삼성왕국의게릴라들''삼성반도체와백혈병'등의 책들이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새들 마냥 목을 쪽 빼놓고 기다리고 있어 쉽게 집어들지 못한다. 하여간 이런 이유로 책 소개와 나의 책 읽기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 그래도 소개된 책들은 독서목록에 올려져 있는 녀석들이다.
 

이번 달 소개된 책들 중 단연 돋보이는 책은 바로 고은의 만인보이다. 만인의 삶에 대한 시적 기록이라는 뜻의 만인보는 만명을 목표로 한 고은의 대작업이었다. 인물에 대한 삶을 현대사를 배경으로 기록한 이 작업은 한국 시문학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또한 시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측면에서도 인정받을 만하고. 고등학교 시절 두어권 접해 본 기억은 있는 이 시집은 총 30권 4001편의 시로 완간하였다.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10년을 넘어〉

김기협 지음/서해문집·1290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6436.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6437.html

신문에 소개된 책들중에 눈에 들어온 책은 역사학자 김기협의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10년을 넘어〉이다. 2000년 이후 써 온 칼럼 등에

손을 덧 대 책으로 나왔다. 아직 읽어본 적이 없지만 김기협은 '밖에서 본 한국사','뉴라이트사용설명서'
신문에 소개된 그의 책 내용을 옮겨보면 "대한민국 옆에 삼성돈국이란 적성국가가 있다 치자. 삼성돈국이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삼고 싶을 때, 선전포고를 하고 정면으로 침공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검찰이란 불법 권력이 요충을 장악하고 있으면 손쉽게 목적을 이룰 방법이 있다. 검찰 수뇌부만 포섭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에게는 자기네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실질적 식민지로 만드는 데 협조할 동기가 있다. 수십명만 꾸준히 ‘관리’하면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못하는 짓이 없으니까." 와 같이 삼성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고,
 "미디어 관련법에 기묘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을 이완용보다 더 나쁘다고 질타하고, 일제고사 부활을 퇴행적이고 반동적이라 비판하는 것조차 과찬일 정도의 멍텅구리 정책이라고 일갈하는 그의 ‘정치평론’은 날카롭고 거침없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학과 깊은 내공으로 무장한 채 잠망경(페리스코프)을 뽑아올려 특권구조를 노려보며 직격탄을 날리는 새로운 유형의 이 걸출한 정치평론가의 출현을, 정치적 견해가 다를지라도 누구든 반기지 않을까."

                         

      

 
http://blog.daum.net/rainaroma/16098306

 
<불편한경제학>
세일러 지음/위즈덤하우스25,000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6405.html


미네르바 사건 이후 경방고수들이 조명받고 있다. 경방고수란 다음아고라 경제방 고수들을 의미한다. 그 중 한명인 세일러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많은 경제학자, 전문가들이 있지만 현실 경제를 다루는 책들을 찾아보기는 좀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대학교수들에 의해 나오는 책들은 기껏해야 '~ 경제학' 시리즈로 왜 스타벅스 커피가 비쌀까?라는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실제로 베스트 셀러로 잘 팔린다. 이런 책들은 현재 경제문제를 통해 소통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하는데 있다. 즉, 현실에서 관심있는 부분 즉 오늘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되고 있고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아닌 경제원론에 따라 삶의 소소한 부분을 설명하는데 할애하는데 이는 두가지로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시끄러운 토론보다는 교양차원에서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제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은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닐수도 있다. 게을러서 일수도 있으니까.) 이런 우리나라의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외국의 경제학자들은 블로그,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경제학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래 두 기사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소통 않는 한국 경제학자들] 美석학들, 블로그서 '경제위기 해법' 격론…정책 결정에 영향http://media.daum.net/nms/service/news/cluster/view_news?newsid=20100326183211842&cateid=1041&p=ked

[소통 않는 한국 경제학자들] 경제학자 '불통'에 재야고수 '득세'              http://finance.daum.net/news/finance/photo/MD20100326183211042.daum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2

김태권 지음/비아북·각 권 1200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5293.html

만화로 역사교양 작업을 하고 있는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교양만화가 갖는 폐해를 경험하고 교양을 강요하는 만화를 꺼리고 있지만 김태권의 경우는 역사교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만하다. 이원복의 만화들은 서양은 무조건 잘살고 좋은 나라이고 나머지는 못살고 안정되지 않는 나라라는 저질 편견에다 사회주의권에 대한 극단적인 왜곡(동구사회주의의 경우 한국의 7~80년대 보다 더 자유로웠는데)을 교과서적인 서술에 숨겼다는 점에서 나쁜 교양만화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김태권의 만화는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십자군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역사적으로 재현하고 <르네상스 미술이야기>를 통해 미술교양만화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김태권이 동아시아 국가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한나라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총 10권으로 기획다고 하는데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다.

"서양을 이해하려면 로마를 알아야 하고 동아시아를 알려면 한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로마사를 다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정작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살아가면서 한나라의 역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한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과 일본의 정치·사회의 본보기로 21세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그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은이는 “남다른 의지를 가진 사람이 그 의지 덕에 출세를 하고 또 바로 그 의지 탓에 파멸하는 비극을 <사기> <한서>는 적나라하게 파헤친다”며 “권력 앞에 개인의 고독을 이만큼 천착한 책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나라를 알아야만 우리 사회와 문화의 원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

이택광 지음/글항아리/18,000원



"무관심한 판단이 있고서야 합의된 아름다움을 상대화시켜 보게 되고, 그것을 깨는 것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온 것도 그렇게 해석했다. “촛불집회에 나온 청소년들은 ‘10대들은 어른들과 다르다’는 공동체의 합의를 넘어서는 감각을 서로 나누고 있었던 겁니다.”

이 교수의 생각은 최근 출간된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글항아리)에서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여기서 ‘인문좌파’란 합의된 공동체의 윤리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로 ‘정치적 좌파’나 ‘인문학자’와 구별된다. “진보운동이 진보정당이라는 합의제 민주주의에 갇혀 있고, 소통 담론이 진보 세력의 전략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민주주의보다 정치적인 것을, 소통보다는 불통을 설파”한다. “갈등과 모순을 강조하고, 고정성보다 우발성에 주목하는 이론들을 통해 진보정당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인 정치’를 찾아내는 것이 인문좌파의 임무”라는 것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111724575&code=960205

 
라는 위의 설명과 책 목차는 심한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일단 부제가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책 목차에는 마르크스, 헤겔 등의 고전으로 익히 들어본 이름이 등장하고, 벤야민, 라캉, 지젝 등 현대철학의 거두들이 나온다. 또한 아감벤, 알랑 바디우 등 21세기 철학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신진의 이름도 엿보인다. 목차로는 쉽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지만 언뜻 서점에서 들춰본 내용으로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택광이 거론하는 지젝을 듣다가 지젝으로 빠져든다면야 읽기 곤란의 극치를 경험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헤르타 뮐러

<숨그네>, <저지대> /문학동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의 소설 2권도 번역되었다. 이번에 번역된 두권의 소설은 작가의 데뷔작인 <저지대>와 최신작 <숨그네> 이다.


"<저지대> 1982년 루마니아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에는 네 편이 검열에 걸려 삭제되었고 다른 작품들도 큰 폭의 삭제와 수정을 거쳐야 했다. 당시 삭제되었던 작품 가운데 <의견> <잉게> 등은 기계공장 번역사였다가 당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작가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뮐러가 1987년 독일로 망명한 뒤에 발표한 소설들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인, 차우셰스쿠 독재통치에 대한 고발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지대>는 억압적인 체제 아래 숨죽인 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암울한 일상을 인상적으로 그려 보인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1945 1월 열일곱 살인 주인공 레오는 한겨울의 러시아로 떠나야 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그는 공원에서 애인들을 만났다. 그는 그것을 랑데부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발각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는 떠나고 싶어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로 그가 한겨울의 러시아로 떠나야 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떠나야 했던 이유는 히틀러의 나치가 소련을 침공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1945년 스탈린의 이름으로 나치 때문에 파괴된 소련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인을 넘겨달라고 했다. 부모가 나치면 자식이, 한번도 전쟁을 치르지 않은 소년이라도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원인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단 말인가?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끝없이 반복되는 문제다. 어쨌든 히틀러의 나치가 죄를 지었으므로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인들은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다. 레오는 어느 날 축음기 상자를 뜯어 만든 트렁크를 들고 떠났다. 끔찍한 굶주림과 비굴함 때문에 새로운 단어들이 탄생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일은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 같은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미친 폭력의 시대에 인간은 상상 속에서나 인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떠날 때 그의 할머니는 “너는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레오는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돌아왔다. 그러나 그 단어들, 수용소 시절의 단어들 말고는 아무도 일평생 그를 소유하지 못했다. "

 
  <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지음/라티오·27000

회사다니는 철학자로 유명한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동서양 고전 12편을 함께 읽고 그 핵심을 찾아내 곱씹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양이라고는 하지만 서양 고전이 11편을 차지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 단테의 서사시 <신곡>, 이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존 로크의 <통치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고전 <논어>를 공부함으로써 이 강의를 마무리한다.

 

지은이는 고전이란 우리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공동의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런 고전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통찰하게 되었을 때,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인문학적 교양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문학적 교양인은 “상황에 따라 올바른 것을 감지할 수 있는 힘, 구체와 추상을 구별할 수 있는 감각, 역사적 맥락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야, 언어 표현의 미묘함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이 강의의 대상이 된 고전들은 크게 고·중세의 세계와 근대의 세계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 구분의 지점을 이루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사진) <신곡>을 쓴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와 같은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이었고 활동 시기도 200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단테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산 사람이었다. 신과 도덕과 당위의 시대에서 나와 인간과 현실과 존재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세속화’인데 <군주론>은 그런 세속화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신의 은총을 향해 가는 단테의 <신곡>과는 달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마키아벨리는 완전히 세속화된 인간이다. 

  <제인구달평전> 지호/ 66,000원

 <평화의 사진가〉 디디에 르페브르·에마뉘엘 기베르 지음, 권지현 옮김.세미콜론·5만원

 

이외 동물행동 연구의 획기적 전환이 된 제인구달의 평전이 출간되었다. 6만6천원이라는 가격에 쉽게 읽히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삶을 돌아본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는있겠다. 이와 더불어 24년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후에 만화로 엮어낸 책 '평화의 사진가'라는 책이 소개되었는데 5만원이라는 가격이 걸리지만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읽게 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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