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0주년에 맞춰 몇 권의 책읽기를 하려 했는데 삼성읽기가 늘어지면서 6월 25일을 지나쳐 버렸다. 올 초 부터 한국전쟁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봤었는데 한국전쟁을 살펴볼 좋은 책들이 눈에 보인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할 때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전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쟁의 당사자라는 한계에 봉착한다. 즉, 반공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60주년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약 두세대(한세대를 30년으로 보면)가 지나면서 반공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많이 약화되었고 이는 한국전쟁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그리고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즉, 한국전쟁이 세계사에서 갖는 의미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 그리고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박태균의 한국전쟁, 김동춘의 전쟁과사회,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11가지 시선 그리고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의기원을 목록에 올려놓았다. 
 
박태균의 한국전쟁은 전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잘 정리된 책으로 소개된다. 한국전쟁을 읽을 때 교과서로 삼으면 될 것 같다. 저자의 소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한국전쟁을 쉽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으로 한국전쟁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당시에 일어난 사건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전달해주고자 한다. 특히 한국전쟁이 단지 지나간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필자는 이 전쟁은 시작되어서는 안 될 전쟁이었지만 시작되었고, 끝나야 했는데도 끝나지 않은, 그러나 반드시 끝나야만 하는 전쟁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극복해야만 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알라딘에서

김동춘의 전쟁과사회는 한국전쟁 50주년이 되던 2000년에 나온 책으로 "기존의 한국전쟁 연구가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전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에 대해 집중했다면 <전쟁과 사회>는 전쟁 발발 후 국가와 군대, 국민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것이 휴전 이후 남ㆍ북한 사회에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조명함으로써 주목 받았다. "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전쟁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쳤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권력에 대한 한국인의 기회주의적, 순응주의적 태도의 기원을 한국전쟁에서 찾는 점도 설득력 있다. 전쟁이 발발하자 민중을 속이고 먼저 서울을 떠난 뒤, 수복 후에는 잔류할 수 밖에 없었던 민중을 희생양으로 삼은 남한 지배 계급의 태도는 민중으로 하여금‘국가와 권력은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다. 

 힘센 편에 붙어야 산다’는 순응주의적 태도를 낳았다. 이는 전쟁 후에도 그들에게 계급적 각성 대신 자유당 때는 자유당을, 공화당 때는 공화당을, 민정당 때는 민정당을 찍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6/h2007061319262684210.htm


그 뒤로 10년뒤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2010년에는 한국전쟁이 세계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담긴 '한국전쟁에 대한 11가지 시선'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국전쟁이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남한이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비로소 ‘현재의 남한’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한-미동맹’과 ‘시장경제체제’라는 현재 남한 사회를 규정하는 두 특징이 한국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광물자원의 국유화”를 명시하는 등 “사회주의적 균등원리”를 강조했던 1948년 건국헌법이 시장경제체제를 확고하게 수용한 1954년 전후헌법(일명 사사오입 헌법)으로 바뀐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건국헌법이 일제 강점기 투쟁 전통 등에 힘입어 균등주의를 강조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무기 삼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자유시장경제가 수용됐다는 것이다.

북한 또한 다르지 않다.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북한에서도 “생산도구의 상실 등 전쟁 피해로 인한 상호협동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등 한국전쟁을 계기로 사회주의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또 김 교수는 “전쟁 전까지 한반도는 소련과 미국이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전략거점은 아니”었는데, “전쟁을 겪으면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의 주요 경쟁무대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0607.html

 
한국전쟁은 냉전이후 최초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유럽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동서독의 경우 서로간의 대립과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한국전쟁 60주년에 걸맞게 전쟁당사자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한국전쟁 미시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뀐 사회현상도 한 몫 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굳은 믿음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전쟁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와 마을로 간 한국전쟁 이다. <전쟁 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의 소개글이다. "이 책은 부제목 ‘구술로 풀어 쓴 한국전쟁과 전후사회’가 드러내듯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고 말하고 싶어도 누구도 묻지 않았기에’ 침묵해야 했던 전쟁미망인들의 구술을 통해 이들의 생애와 전후 사회상을 절절하게 풀어놓는다. 이들의 전쟁 체험이나 전후 삶을 남긴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대사의 한 빈칸을 채워주는 귀중한 책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6330.html


황석영의 소설 손님에서도 소재가 되고 있는데 한국전쟁에서 빼놓아서는 안될 것이 바로 남과 북에서 일어난 학살이다. 남과 북 내부에서의 이념차이가 서로간의 학살을 낳았다. 남측에서의 이런 학살을 다룬 책이 있다. 

<마을로 간 한국전쟁>이 바로 그 책이다. "남북 군인 사망자의 합이 약 44만명인 데 비해 민간인 사망자의 합은 약 65만명.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겠지만 이들 중에서도 전쟁 기간에 폭격이나 사고 등에 의한 사망자가 아닌 의도적 학살, 피살로 숨진 민간인만 남쪽에서만 적어도 10만,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학살의 대부분이 바로 마을 단위의 작은 전쟁들에서 자행됐다.
그 엄청난 규모의 학살은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 그 주무대인 마을 단위의 작은 전쟁들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이었나. 도대체 그 배경의 갈등 요인들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10여년 동안 충남과 전남 5개 지역의 마을 현장들을 답사하고 관련자 구술을 채록했으며, 각종 자료와 희생자 씨족 가문의 족보까지 꼼꼼히 뒤진 박 교수는 전쟁 발발 60년이 지난 지금도 작은 전쟁이 벌어졌던 마을들이 그 정신적·물질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목도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8.html

 
한국사의 대가로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전쟁을 다룬 새 책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언제쯤 번역이 될지 살펴볼 일이다.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론을 제시해 한국전쟁에 대한 일대 전환을 일으켰던 그가 새로운 책에서는 어떤 내용들을 반영했는지 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한국전쟁을 연구한 자료들이

 많은 편이다.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라는 책도 있고 정병준의 한국전쟁, 역사학의 시선으로 본 한국전쟁,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이라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들은 참조용으로만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두께가 만만치 않고, 내용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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