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0주년 기념인데 의외로 출판계가 조용하다 싶었는데 6월이 되니 몇 권의 책들이 출간되었다. 지금 박태균의 한국전쟁을 읽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몇 권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6월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들과 기독교,종교를 다룬 책들이 몇 권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6월에 소개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바로 PD 수첩을 다룬 책이다.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북폴리오·1만6000원
PD수첩은 우리시대의 아픈 속살이다. 황우석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룬 PD수첩은 방송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무광고 보도를 했으며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다루면서 담당 PD가 체포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전 스폰서 검찰 문제까지. 대한민국 이슈의 중심에 있었으면서도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쓰라린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더라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황우석 신드롬,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대한민국 정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주물러 된 검찰의 모습은 밝혀내야 하면서도 되짚어낸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사태의 중심에 섰던 PD수첩의 20년을 담아냈다. 그러나 이제 PD수첩은 위기에 접하고 있다. 2MB정부와 2MB 정부의 방송장악 전략의 선봉에 있는 방통위의 압박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1.html
6월에는 한국전쟁의 미시사를 다루고 있는 2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미시사의 관심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 우리사회가 한국전쟁 당사자라는 패러다임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의 미시사를 다룰 수 있지 않나 싶다.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
이임하 지음/책과함께·1만8000원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여성, 전쟁을 넘어 일어서다> 등의 책을 냈으며 ‘한국 현대사와 여성’이라는 화두를 줄곧 천착해온 여성 사학자 이임하씨가 한국전쟁의 전쟁미망인들의 구술사를 통해 한국전쟁과 여성이라는 한 칸을 채워넣었다.
"전쟁은 여성들을 전쟁미망인으로 만들었으나 국가는 실태조사도 없이 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그 결과 전쟁미망인은 한국 사회에서 ‘잊힌 존재’로 살아왔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1952~1963년 신문 보도들을 토대로 전쟁미망인이 30만~50만명이 넘었던 것으로 추산한다. 50만명이면 당시 기혼 여성 10명에 1명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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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미망인들은 남편 부재 속에서 자식과 시부모, 때론 시동생들을 노동으로 먹여살렸으되, 남편의 집안인 그 가족관계 안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집안을 바느질과 행상, 농사일, 빨래, 밥하기 등 노동으로 재건한 사람은 이들 여성 가장들이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미망인 노동은 평가절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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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미망인 위계화’를 통해 국가는 이들을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전쟁미망인들이 잊힌 존재가 된 것은 희생자 애도와 추모보다는 국가에 복무한 영광만을 부각시켰던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며느리 만들기’, ‘미망인 감시하기’는 가족 단위만이 아니라 국가가 전쟁 피해를 미망인에게 떠넘기는 방책이기도 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6330.html
〈마을로 간 한국전쟁〉
박찬승 지음/돌베개·1만7000원
황석영의 소설 '손님'은 한국전쟁당시 황해도 신천 대학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남(기독교)과 북(공산주의)의 갈등으로 마을 주민들간의 학살이 있었던 것이다. 노근리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전쟁은 전쟁 이외의 학살이 존재한다. 이 학살은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닌 남과 남, 북과 북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그 동안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었다. 학살을 인정한다는 것이 결국은 과연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회의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마을로 간 한국전쟁은 주민학살의 대표적인 5개 마을을 발품을 팔아 조사한 결과물이다. 한 마을내에서의 학살은 결국은 함께 살아야 할 주민들의 긴 시간만큼이나 한국전쟁의 지속인 셈이다.
"첫번째 사건의 주무대인 진도의 한 동족마을 ×리(익명 처리해야 할 정도로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진도의 반촌(班村)인 ×리의 지배 씨족 현풍 곽씨의 조선시대 이래의 내력과 문중 계보부터 살핀 지은이는 일제강점기로 시선을 돌린다. 식민지 시절,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그 영향을 받은 3·1운동과 1920년대 피폐한 식민지 현실을 반영한 사회주의 이념의 확산. 그리고 광복 뒤 지역 정세 변동을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위원회, 그것을 이끈 사회주의 이념 소지자 또는 동조자들. 그러나 그들의 ‘집권’은 짧았고 1945년 11월 무렵부터 미군이 지역에 진주하면서 권력이동이 시작된다.
미군은 곧 한민당과 이승만이 주도한 우익세력을 지원하면서 좌익을 도태시킨다. 학살은 1950년 6월 전쟁 발발과 함께 시작된다. 먼저 지역경찰 등 우익세력이 지역 잠재 적대세력인 좌익을 보도연맹으로 묶어 처형한다. 그해 9월 인민군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좌익의 보복이 시작된다. 인민군이 지역에서 전면 철수를 시작하면서 친일파 등 우익 학살을 본격화한다. 그 뒤 바로 경찰과 국군이 진주하면서 이번엔 지역 우익들의 좌익에 대한 보복학살이 시작된다. 그 결과 진도 ×리는 약 600명 인구 중 167명이 희생당했고, ‘영암의 모스크바’라 불렸던 영보 마을은 1천여 인구 중 200여명이 학살당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8.html
이외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한국전쟁 참전기를 그린 '강뉴'라는 책이 있다. 책은 그들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실 봐야 할 것은 전쟁이 그들에게 미친 영향이 아닐까. 책을 낸 사람들은 한국전, 에티오피아에만 국한되어 보지만 그들의 삶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에티오피아가 1970년대 공산화되면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이들의 처지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6·25는 끔찍한 전쟁… 생환 뒤 생계 막막” 이라는 경향신문 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6231811455&code=21000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8.html
6월에 책 소개 기사들을 들춰보다 발견한 것은 흥미롭게도 다양한 주제의 조선시대관련 책들이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풍속사에서 음악원 이야기 등 조선에 대한 관심도를 채워 줄 좋은 책들일 것 같다.
〈조선 풍속사 1~3〉
강명관 지음/푸른역사·각 권 1만8000원~2만1000원
책 정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부산대 한문학과 강명관교수가 옛 그림들을 바탕으로 한 조선풍속사라는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기존에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에서 신윤복의 그림으로 조선사회의 삶을 엿보았던 그가 기존 책을 좀 더 보완하고 단원의 그림을 연구하고 다른 조선 그림들을 토대로 엿 본 삶이 세권의 책으로 묶였다.
"그림의 사회적 컨텍스트 읽기는 그림 자체의 미학적 가치를 더 깊이 천착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라는 지은이의 지적은 백번 옳다. 조선시대 사대부 사회 특유의 정신세계와 작가가 처해 있던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걸작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스페인 내전에 대한 이해 없이 미학적 장치에 대한 지식만으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감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강 교수가 이번에 낸 <조선 풍속사>는 그런 시각을 단원 김홍도의 그림까지로 확장하고, 김준근과 김득신, 윤두서, 이암, 김두량 등 다른 많은 화가들의 풍속화로 보완해, 기방과 주점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과 성, 유희에 집중한 혜원의 세계를 한 분야로 포괄한 조선시대 전체의 풍속사, 더 폭넓은 생활사회사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모두 3권으로 된 <조선 풍속사>에서 강 교수는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의 내용을 보충하고 도판을 추가해 제3권으로 넣었다. 제1권 <조선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는 제목 그대로 조선 후기 풍속화의 지존이라 할 김홍도의 그림들을 다룬다. 중심축은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25점의 걸작들이지만 역시 방대한 다른 텍스트들도 동원된다. 혜원의 책이 남녀 유희를 중심으로 한 12개의 주제를 담고 있었던 데 비해 단원의 책은 유명한 씨름, 길쌈, 무동 외에 들밥, 타작, 어살, 자리짜기, 기와 이기, 담배 써는 가게, 행상, 그림감상 등 조선시대 구석구석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25개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책 쪽수도 훨씬 더 많다. 엿장수와 개장국, 투전, 사당패에 미인도와 춘화까지 21개의 주제를 담은 제2권 <조선사람들, 풍속으로 남다>는 나머지 조선시대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중심으로 살피되 단원과 혜원 그림도 끼워넣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5209.html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
이태호 지음/생각의 나무·3만원
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에서 조선시대 초상화가 가진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탐구했던 이태호 교수가 이번에는 산수화를 분석했다.
"옛 그림 속 우리 땅 기행의 출발지는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이다.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활동했던 겸재에서 기행을 시작하는 ‘심오하고 학문적인’ 이유는 없다. 그 전부터 사실 묘사에 충실했던 초상화와 달리, 산수화는 조선 후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 땅을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 이유를 ‘성리학적 전통을 중시하고, 중국의 문화와 산하를 동경했던 조선 전기의 분위기’로 설명한다. 명나라가 무너진 뒤 조선의 선비들이 자기 땅의 현실에 눈을 돌리기 전까지는,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을 동경하고 은둔과 풍류를 찬양하는 수묵산수화가 주류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174.html
〈조선의 의인들〉
박석무 지음·황헌만 사진/한길사·2만원
다산 정약용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박석무 한국고전연구원 원장이 조선을 살았던 선비들의 사상과 혼을 느낄 수 있는 책을 펴냈다.
"고산 윤선도까지 이어지는 호남 문학과 학문의 개산조(開山組)라는 <표해록>의 저자 최부에서부터 퇴계와 율곡, 김인후, 한백겸, 유형원, 기정진, 이진상 등을 거쳐 나라가 망하자 저항하다 또는 자진해서 목숨을 버린 최익현과 이만도, 황현으로 이어지는 24인의 삶과 사상. 그 흔적들을 더듬어가는 <조선의 의인들>은 족보학에 밝다는 지은이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의인들과 그 사상의 맥을 간결 명료하게 짚어주면서 전통과 역사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176.html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
송지원 지음/추수밭·13,500원
사극 동이에서는 궁중에서 음악을 하던 이들이 나오던데 이들을 관리하던 곳이 장악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조선시대 악사들을 살펴본 책이
한권 나왔다.
"유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시대, 음악은 단지 듣고 즐기는 수단이 아니었다. ‘악’은 유교적 신분 질서와 예를 구현하는 ‘정치’의 일종이었다. 특히 왕실과 조정이 세심하게 관리한 궁중음악은 엄격한 예법에 따라 빈틈없이 짜여진 의식 그 자체였다고 한다. 조선은 이를 위해 전문 음악기관인 ‘장악원’을 만들었다. 일종의 국립 오케스트라였던 셈이다. 성종 때 편찬한 <경국대전>을 보면 아악 악사 2명, 악생 297명 등 981명이나 되는 음악인들이 이 기관에 속해 있었다. 뛰는 ‘행사’도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고 한다. 가장 큰 행사인 종묘제례를 매해 다섯 차례씩 지내야 했고, 왕실 정기 제사만 해도 일곱 차례였다. 사신 방문 등 크고 작은 일도 많았고, 매달 ‘2’와 ‘6’자가 들어가는 날은 정기 연습일로 지켜야 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182.html
종교와 특히 기독교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김두식의 책 '교회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도 올해 출간된 책이다. 6월에는 무려 4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기독교와 역사, 정치, 사회를 들여다 보고 싶을 때 찾아볼 만 하겠다.
〈십자가 초승달 동맹〉
이언 아몬드 지음·최파일 옮김/미지북스·1만6000원
"중세인들은 대부분 종교적 신념보다 정치적·경제적 이해를 따랐다. 일부 사람들은 혈연으로 엮여 있거나 상대에 대해 진지한 호의를 품기도 했다. 십자가(기독교)와 초승달(이슬람) 사이의 충돌은 파란 눈동자에 노란 머리를 한 이탈리아 청년들과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터키 청년들의 월드컵 국가대표 대항전이라기보다는 터키인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인터밀란(이탈리아 프로축구팀)과 이탈리아인 수비수를 사들인 갈라타사라이(터키 프로축구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분위기와 비슷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왜 ‘선량한 기독교인과 야만적인 이슬람’이라는 신화는 계속되고 있을까.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동원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다른 종파를 박해하며, 외국을 침략한 기독교인 스스로의 추악함을 감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그 때문에 “이슬람, 기독교권, 이교도, 튀르크와 같은 단어들의 사용을 포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운다. 이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를 과감히 비판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4.html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백찬홍 지음/평사리·1만3800원.
저자소개 : 저술한 책으로는 공저 <역사, 예수, 교회>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그의 글은 주로 종교권력의 문제점과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개신교의 패권적이고 물신적 경향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책소개 : 책의 구성은 크게 5부로 나뉜다. 1부는 ‘종교, 우리안의 하늘 혹은 그늘’이라는 이름아래 독선과 편협한 종파주의를 넘어 영성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찾아본다. 2부‘종교와 정치 그 영원한 평행선’에는 종교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다뤄본다. 3부 ‘세계의 발화지점, 종교분쟁’에서는 끊임없이 부딪치는 종교간의 분쟁과 그 해결책을, 4부 ‘세상을 바꾼 종교인들’에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종교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 인물들을 소개하고 5부 ‘이방인, 여성과 장애인과 성소수자들’에서는 종교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는 이방인들을 보듬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각 부와 부 사이에 쉬어가기로서 종교안의 재미있고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묘사해 보았다.- 알라딘에서
"31가지 주제로 읽는 우리 시대 종교의 속살.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은 정말 순례자의 길일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 기독교가 그토록 반발한 이유는 뭘까? 신이 있다 없다는 갑론을박,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 등 사변적인 논의 외에 시대적 배경으로서 종교의 역할과 그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정보는 봉쇄돼 있는 시대의 용기 있는 성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7603.html
〈변신〉
한차현 지음/문이당·1만2500원
“한국에서 기독교와 교회는 대체 무엇일까, 교회가 모종의 기능을 해야 한다면 지금 그 기능을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서 이 소설이 출발했습니다.” 실험과 도전의 작가 한차현(40)씨가 다섯 번째 장편소설 <변신>을 내놓았다. 어떤 교회 목사가 외계 여행을 다녀온 뒤 종교관이 바뀌어 새롭고 도발적인 ‘신흥 종교’의 창시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내고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나 자신은 종교인이 아니지만 믿음을 가진 분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의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5213.html
〈기독교 근본주의와 교육〉
임희숙 지음/동연·1만6000원.
미국에서 현재 가장 큰 정치세력은 정당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현대 세속주의 제일원리인 정교분리와 어울리지 않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기독교, 그것도 기독교 복음주의다. 다른 말로 근본주의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 미국에서 기독교의 주류였던 자유주의 신앙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근본주의 신앙이 정보화와 세계화의 문화접촉과 이종결합이 촉진되는 현대에 오히려 극성을 부리는 것은 역설적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 포교 초기부터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가 주도권을 잡아, 오래전에 주류 신앙으로 위치를 굳혔다. 근본주의는 급진화된 전통주의에 입각하여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종교적 프로젝트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와 교육>은 현대의 근본주의 신앙 활성화를 가족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본다.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 가부장적 권위의 상실, 전통적인 성 역할의 동요 등 가족을 둘러싼 변화와 혼란,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가족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고, 흔들리지 않는 가족관 이데올로기로 대중을 위무하며, 강력한 사회문화적 응집력과 정치적 역량을 발휘한다. 지은이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교회나 교리 중심으로 보지 않고, 사회문화 변동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으로 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4214.html
〈어느 휴양지에서〉
이명랑 지음/뿔·1만1000원
2000년대를 대표하는 신진 작가로 주목받던 작가 이명랑의 신작이 나왔다. '삼오식당'에서 뚝심을 보여줬던 작가는 이후로도 '슈거푸시', '나의 이복형제들' 등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무대가 영등포가 아니란다. "이명랑은 자신이 나고 자란 영등포 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소설집에 영등포 시장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작가의 생활 공간이 바뀐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지난 소설들을 좋아했던 독자에게는 조금 섭섭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영등포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더라도 이 책은 결국 그곳 출신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중국 동포들과 이주노동자들 이야기를 다음 장편으로 쓰기 위해 안산과 가리봉 등지로 열심히 취재를 다니고 있다”고 소개했다"는 말처럼 이 책은 제목처럼 나근나근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덟편의 단편으로 엮어졌다는데 책 소개를 보면 내용이 다 심상치 않다. 읽는 동안 불편한 마음이 들 것이라 한다. 사실 문학의 매력중의 하나가 이것 아닌가 싶다. 입에 단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 많듯이 화학조미료에 범벅된 듯 한 글들이 문학의 한 자리를 떡 하고 자리잡고 있다. 이런 책은 그 반대에 있을 것이다. 이명랑의 삼오식당은 마치 청국장과 같은 맛을 냈는데, 이번 작품은 어떨지. 시간 내서 이명랑의 작품을 한 번 쭉 훑어봐야 겠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64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