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 노회찬, 작심하고 말하다
노회찬.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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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에게는 좀 버거운 책이다. 대한민국 진보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나에게도 전반부는 그다지 잘 읽히지 않는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했다면 오히려 후반부를 중심으로 책 한권을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 진보운동은 민주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그에 반해 큰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다. 노회찬이 지적하듯이 1987년 체제가 지속되고, 진보운동이 정당화 되지 못하면서 실제 정치에서는 배제된 것이 사실이다.

 

 2000년 5월 하버드대와 버클리대의 노동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열고 한국과 브라질의 노동운동가를 한 명 씩 초청하여 발표 하게 한 적이 있었다. 나(노회찬)는 한국측 발표자로 초청되었는데, 이 심포지엄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문제는 '한국과 브라질은 비슷한 시기에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되었는데, 왜 그 후의 과정은 전혀 다르냐' 하는 것이었다. 즉 브라질 노동운동은 곧바로 정치세력화로 활발하게 나아갔는데, 한국은 노동운동이 정치세력화나 제도 개선 보다는 임금 문제 등 개별 자본과의 투쟁에 매몰되어 있나 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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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결과가 아니라 민주화 과정에서 브라질 노동운동은 처음부터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여 1979년 브라질노동자당(PT)을 창당하였다. 브라질 민주노총 격인 CUT는 그 후 PT가 나서서 1983년에야 만들었다. ...
그러던 1988년 대통령 직선제가 챙취되자 대선에 도전하기 시작하여 결국 2002년 노동자당의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지금까지 네 번 연속 집권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도 브라질처럼 ... 정당을 만들어 정당으로 대응해야 했다. ... 하지만 노동운동이 이를 훗날의 과제로 미루고 경제투쟁에만 매몰됐다.
그러면서 노동문제를 보편적 문제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당사자 문제로 축소되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왜곡돼 힘 있는 당사자들의 문제, 싸울 수 있는 노동조합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 노조는 계속해서 좋아졌지만, 싸우기도 힘들고 노동조합 만들 힘도 없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방기됐다. 노동문제가 보편적 문제가 아니라 힘 있는 사람들의 '철밥통'을 지키는 운동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을 잃어버리고 자기 실리는 지키는 운동이 돼버렸다.   (75~76쪽)

 

아마도 진보진영이 정당화 되었다면 우리나라 정치 지형도 달라지지 않았을지 잘 모르겠지만, 진보정당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진보에 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진보는 무상보육 등의 의제를 내세웠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해 왔다. 진보정당이 표를 얻은 것은 민주진영이 정권을 잡았던 10년 동안에만 가능했다. 그리고 그 동안 진보정당은 보수진영이 아닌 민주정당 공격에 애를 썼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하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진보정당의 가치가 비로소 드러난게 아닌가 싶다.

 

 

시대의 변화를 봤을 때 노회찬의 생각처럼 진보에게 기회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외려 새누리(옛 한나라)대 새정치(옛 민주당) 구도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것 같다. 물론 자기들만의 생각에 갖혀 있는 사람들 생각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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