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잇태리
박찬일 지음 / 난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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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특이하다. It!aly Eataly! 잇걸, 잇아이템에서 처럼 핫하다는 의미의 이탈리아와 음식 천국 이탈리아 둘다 포함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읽어보면 호불호가 갈릴 책이다. 박찬일의 책을 읽고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무턱대고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으로 읽는다면 실망할 책. 하지만 이탈리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책이다. 읽다가 이탈리아 이래하고 '와잎한테 물어보면 그렇다라는 대답에 헐!!!'(와잎은 일주일정도 여행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곰곰 뜯어보면 재미있는 정보들로 가득찬 책이다.

 

이탈리아라는 소재로 박찬일의 책은 든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다. 파스타를 만들어먹겠다고 생크림을 샀다가 삼일동안 매일 한끼를 크림 파스타로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파스타에 조금의 지식을 얻게 된 것은 이선균이 까칠한 쉐프로 등장한 드라마 '파스타' 때문이었다. 쉐프라는 직업이 절대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과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일종이라는 것 원래 파스타에는 피클이 없다는 등의 기본적인 상식을 그 드라마에서 배웠다. 그리고 사실 고백할 게 하나 있는데 이탈리아 전문 식당에서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하는 버릇도 그 드라마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된장, 지은이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밋밋한 파스타라 이야기한다. "한식으로 치자면 간장에 비빈 쌀밥에 진배없다. 그저 좋은 오일(간장)과 스파게티(밥)의 조화일 뿐이다. ... 딱 오일 세숟가락과 면 백그램, 마늘 두어 쪽만 가지고 만드니 재료비도 안 들어가고 게다가 미리 준비할 것도 없다. 그저 주문이 들어오면 오른쪽 손바닥으로 마늘을 탁, 으깨기만 하면 되는, 솔직히 요리라고 부르기도 뭣한 파스타가 아닌가.(148쪽)

 

책을 읽으면서 마트나 백화점에 간다면 이탈리아 생햄인 프로슈토를 사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다른책에서도 언급되기도 하는 프로슈토의 쓰임의 다양함 때문이디고 하다."이태리 요리를 규정짓는 수많은 이미지 가운데, 나는 과감히 프로슈토를 꼽는다.돼지 뒷다리를 생으로 절여 말리는 프로슈토는 가장 이탈리아다운 맛이다. 오직 바람과 시간, 소금으로 결정하는 맛이라니!' 그리고 파니니에 대한 정보까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세트메뉴로 곧잘 시켜먹던 그 파니니는 아주 일부일 뿐이고 파니니는 폭 넓은 일종의 샌드위치라는 걸. 그런데 문제는 빵이 좋아야한다는 점. 그리고 피자도 먹고 싶어진다. 가스불이 아닌 진짜 화덕에서 구운 피자이올로가 만든.

"첫째, .. 장작을 때는 가마가 있고, .. 나폴리식 피자는 좀 두껍고 그 대신 크기는 작은 편이다. ...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가스 불 피자라고 하더라도 제일 맛없는 장작 가마 피자의 중간에도 미칠 수 없다.

둘째, 확실한 기술자, 그러니까 피자이올로pizzaiolo가 있는가 하는 것다. 왜 식당은 좋은 셰프를 따지면서 피자집은 좋은 피자이올로를 따지지 않지? "(66~67쪽)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도 들을 만 하다. 특히 한국음식의 짠 맛에 대한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처럼 싱거운 음식도 없다. 그런 입맛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이탈리아 음식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중국 어디든 한국보다 짜게 느껴진다. 그런데 좀 특이한 배경이 있다. 통계를 보면 한국이 이들 국가 중에서 소금을 많이 먹는다고 한다. 무슨 조화일까. 바로 국물 요리 때문이다. 국이나 탕을 끓여본 사람은 안다. 소금이 어지간히 들어가서는 청계천 물맛처럼 시시하기 그지 없다는 사실 말이다. "(37~38쪽)

 

음식의 기본에 대한 설명도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샐러드를 시키면 왜 이탈리아 음식을 '간결'이라고 규정짓는지 알게 된다. 올리브유와 식초, 소금만 딱 뿌려서 나온다. 밋밋할 것 같지만, 그런 간결한 드레싱은 채소 고유의 맛에 더 집중하게 해 준다. 채소 하나하나 씹어보시라. 그 아삭하고 쓴 맛에 휘발성의 정유가 배어 있다. 상추에서는 상추 맛이 나고, 샐러리에서는 샐러리 맛이 난다. 그 맛을 음미하다 보면, 왜 샐러드에 드레싱을 왕창 뿌리지 말라고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77쪽)

 

박찬일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려면 북부지역을 여행해보라고 권한다. 로마-폼페잉,소렌토-피렌체-밀라노-베네치아가 이탈리아 여행의 에센스가 분명하지만 밀라노의 라이벌 토리노와 그를 중심으로 한 피에몬테 지역을 돌아보라고 추천한다. 토리노는 미식과 와인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스카나 남부 시에나 부터 드라이브를 해보라고 권한다.

 

책에서는 이탈리아 화장실의 불편함. 시간을 지키지 않는 대중교통, 아찔한 이탈리아 항공사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함께 있다. 처음 이탈리아를 다녀 올 사람이라면 이 책은 별 효용이 없다. 그러나 두번째라면 이탈리아를 좀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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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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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 간혹 연재되던 그의 글을 재미나게 읽은 것은 아니다. 사실 재미나게 읽었다. 일부만..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한달전쯤 생크림을 하나 사오고 크림 파스타를 만들었다. 이후 파스타 그리고 이탈리아 음식은 뭘까라는 궁금함이 생겼고, 그 때 바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박찬일이었고, 그가 한겨레에 연재했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를 집어들 때 기대와 우려 반반이었다. 사실 우려가 조금 더.. 단순 신변잡기식 글이라면 솔직히 시간낭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속에는 줄 서있는 책 목록과 독서주제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내용은 가벼웠다. 그런데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이 뒤에 숨어 있는 책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를 통해 시칠리아라는 이탈리아 남부의 섬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로 연결되는 끈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일단 플레이트에 그려진 예술과 달리 주방안은 전쟁터라는 것이 조금 흥미로웠다. 물론 드라마 '파스타'나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미드 '키친 컨피덴셜'에서 조금은 맛을 보았지만 그의 글을 통해 주방에서 일어나는 위계질서에서의 폭력과 시기 등이 낱낱이 보게 되었다. 유명한 셰프 고든 램지의 주먹에 이가 빠져버렸다는 이야기는 주방에서의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앞으로 식당에 가면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생을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들어 갑과 을의 문제가 대두되었는데, 나는 식당에서 되도록 이것 더 달라는 둥의 말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음식평은 삼가는 편이다. 일단 내 입맛을 의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건 남의 밑에서 일하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책을 읽다가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다. "이 식당은 내 거라구. 내가 주인이야. 손님이 주인이 아니야. 알아먹었어?"(101쪽) 저자가 일했던 시칠리 레스토랑의 주인이었던 주제뻬(이 책에 너무나도 많이 등장하는)의 이야기를 들으며 통쾌함이 든 것은 왠 일인지...

 

책을 읽다가 내가 만든 파스타를 반성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 잘 모르면서 마늘향 가득한 파스타를 만들었던 것인데,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달구고 슬쩍 칼집을 내거나 으깬 마늘 '딱 한 쪽'을 넣는다. 마늘향이 기름에 배어나오면 타기 전에 얼른 꺼내 버린다. 그렇다, 버린다. 마늘 그 자체를 먹는 게 아니라 향을 즐기는 향신료이기 때문이다. 이게 한국과 이딸리아 사이에 마늘을 쓰는 결정적 차이다."(83쪽) 생각해보니 내가 만든 파스타는 마늘향이 너무 강했다. 그 맛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본토 맛과는 꽤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래도 마늘향 가득한 파스타를 계소 만들겠지만...

 

책은 가벼운 이탈리아 경험기로 빠져 버릴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주제뻬라는 늙은 셰프에 이야기를 듣다보면 진정한 식당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본다. 지은이는 친절하게 마지막부분에 정리를 해주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내게 유전자처럼 심어준 건 요리하는 영혼이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나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라'는 요리의 삼박자를 깨우쳐주었다. 모양이나 장식으로 멋을 내는 줄만 알았던 서양요리, 이딸리아 요리의 진정한 승리는 이 삼박자에 있었다는 걸 그는 알려주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직접 구하지 않고 그저 전화통을 붙들고 배달받는 미슐랭급 스타 요리사를 경멸했으며, 멀리서 수입한 재료를 자랑하는 요리사에게 호통을 쳤다. 공장화·기계화되는 재료의 역사를 슬퍼했으며, 돼지나 닭이 항생제와 호르몬의 늪에서 신음하는 걸 참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사료가 되고 있는 현실을 분노했으며, 항상 지역 어린이들이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하는지 가르치고 연구하느라 머리를 싸맸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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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힘 -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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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안철수가 정치의 화두가 되면서 안철수를 주제로 한 책 세권 정도를 읽었다. 강준만이 안철수에 대한 책을 쓰자 주문만 해 두고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러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책장에 꽂혀 있던 안철수의 힘을 꺼내 들었다.

 

강준만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본다. 바로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적대성이다. 그는 이를 '증오의 정치'라 부른다. 책 <안철수의 힘>의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라는 부제가 이 책의 주제를 한눈에 보여준다.

 

"안철수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82쪽)

 

우리나라 정치는 선과 악의 논리가 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는 좋은 놈이고, 반대편에 있는 후보는 나쁜 놈이다. 그리고 다른 후보는 이상한 놈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논리속에 있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는 권력에 눈 먼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편을 지지한 사람들도 결국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지지했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는게 맞다라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맞냐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득표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 후보의 공약이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무작정 찍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보면 당파논리 보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주는 후보에 투표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증오의 정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승자의 독식행위도 상식을 넘는 수준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바로 안철수가 필요한 것 같다.

 

강준만은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세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안철수는 증오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다. 그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라고 말한다. 또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정치관련 발언은 거의 모두 이런 문제의식으로 가득차 있다.

둘째, 안철수는 공정국가를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다. 공정국가는 시장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시장을 지향하는 국가다. 시장논리를 백격하는 기존 진보적인 틀은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름답긴 하지만, 5000만 한국인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안철수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오래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경제 민주화의 가치라 할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왔다. 말로는 누군 그런 말 못하느냐고 일축하기엔 그의 지나온 삶이 그 정신의 실천에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다.

셋째, 안철수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다."(8-9쪽)

 

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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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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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에 대한 책읽기 세번째이다. 차베스 읽기는 여기에 한 권을 더 붙여 "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로 중남미 현대사를 대충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차베스가 1998년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베네수엘라의 기득권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고, 외국자본에 의한 자금에다가 언론마저 기득권이 장악한 상태였다. 영향력 없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만을 전달하던 국영방송을 제외하면 미디어는 여전히 기득권을 대변하고, 차베스를 비판하고 있었다. 게다가 노조 역시 자본편이었다.

 

기득권의 첫번째 반격은 2002년 쿠데타였다. 그들은 차베스를 체포하는데까지 성공했다. 조작된 유혈사태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쿠데타의 명분을 얻고자 했고, 차베스가 사임했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차베스가 사임하지 않은 사실이 CNN을 통해 알려지고, 쿠데타 세력내에서도 분열이 있었다. 게다가 기득권 세력의 쿠데타는 차베스를 석방하라는 전국적 시위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배후였던 미국도 중동, 아프간 사태로 직접적인 지원은 없었다.

 

기득권세력의 반격은 2002년 후반 한차례 더 발생한다.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으로 차베스 정권에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차베스가 국영화한 국영석유회사를 중심으로 파업이 일어났다. 기득권세력과 기득권과 함께 부를 나눠갖던 노조가 함께 파업을 조장하였고, 이 파업은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차베스에게는 이 파업이 기회가 되었다. 파업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업 주동자인 기득권세력과 그들과 결탁한 관리자들을 해고하면서 석유회사 국유화에 성공한다.

 

기득권세력의 마지막 반격은 주민소환투표를 활용한 것이다. 2004년 주민소환투표를 주도했지만 결과는 차베스에 대한 재신임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련의 기득권 세력의 공격을 보면 분명 차베스는 독재자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런 기득권 세력의 공격으로 좀더 확고한 지지와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독재와 언론탄압을 했었더라면 기득권세력의 쿠데타나 총파업, 주민소환투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차베스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빈곤층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정책으로 그는 강압이나 여론조작 없이도 국민들의 지지위에 재선, 삼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책은 이런 베네수엘라 상황을 보며, 한국사회에도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FTA, 비정규직 등으로 인해 중남미와 같이 경제적 파산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분명 잘못되었다. 중남미는 빈민층이 국민의 절반이 넘을 정도의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상당수의 중산층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중산층이 요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FTA나 비정규직이 아니라 부동산거품에 의해 대다수가 하우스푸어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들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지만 그것은 베네수엘라의 상황과는 분명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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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 - 차베스의 상상력, 21세기 혁명의 방식 새사연 신서 2
김병권. 손우정. 안태환. 여경훈. 이상동. 정희용. 한우림 지음 / 시대의창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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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베네수엘라가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쓴 것은 바로 선거로 혁명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20세기 혁명의 역사는 전반적으로 피로 이룬 혁명의 경우가 많은데 베네수엘라의 혁명은 그와 달리 선거혁명이었다. 선거혁명이 힘든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4.19 혁명을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에서 처럼 선거가 기존 세력의 시스템내에서 치뤄지는 관계로 상당부분 기득권 세력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엘고어가 부시에게 졌을 때 일부 선거 부정과 관련된 사건들이 대두되었었다. 그만큼 선거로 기존 틀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베네수엘라의 경우 1958년 푼토피호 협정이후 양당체제가 확고하게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40년 만에 양당체제를 깨고 차베스의 제3세력이 정권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이런 차베스를 두고 국내외 언론은 포퓰리즘이라고 말한다. 포퓰리즘의 대명사는 뮤지컬 에비타로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이 대표적인 인물인데, 국가의 상황과 상관없이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정책을 남발하며 사회혁신을 이루지는 않는 것인데 책에 따르면 차베스는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먼저 차베스는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였고, 이에 따라 소환투표를 당하기도 하였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장려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틀리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을 권력을 몰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도 않았다. 대다수 언론이 차베스에 반기를 들 정도로 언론을 장악하지도 않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차베스를 포퓰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내외 언론들의 정치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국내외 언론은 차베스를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으려 한다. 실제로 차베스는 '사회주의'를 말을 사용한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우리가 경험한 소련이나 다른 국가들의 사회주의와는 분명 다르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의 계획은 국가 통제 경제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경제도 아닙니다. 우리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국가의 보이는 손이 서로 맞잡는 중간지대를 모색합니다. 국가도 필요하고 시장도 가능합니다."(151쪽) 이에 대해서는 차베스의 경제정책은 사회주의 보다는 오히려 보수적이고 자본주의적이라고 말할수 있을 정도이다. 차베스가 집권하면서도 정상적으로 축적한 부에 대해서는 기업이건 개인이건 보장하였다. 부당하게 국각와 결탁하여 축적한 부가 아니면 정부가 간섭하지 않았는데 이는 바로 자본주의의 기본이 아닌가.

 

물론 차베스는 경제적으로 반대세력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무력에 의한 강압정책이 아니었다. 보수 언론과 외국세력과 결탁한 기업들 그리고 노동자들 보다는 권력자의 편에 있던 노조가 연합하여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벌인 장기간 대규모 파업의 결과로 그들이 자연스럽게 해고되면서 차베스는 효과적인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베네수엘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석유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5대 산유국이면서 매장량에서는 세계최대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 좌파 정권이 들어선 20세기 초반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정부주도의 석유정책을 펴왔지만 곧바로 정권을 잡은 우파정권은 석유산업의 민영화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 기업들에 석유 이권을 나눠 주었다. 이로 인해 석유산업의 호황, 침체에 따라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석유 이외의 산업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게다가 석유산업으로 인한 이득 역시 외국자본과 일부 국가권력의 나눠먹기 장이 되어 국민경제에 미치는 혜택은 크지 않았다. 국내외 언론은 차베스를 깎아내리기 위해 차베스의 뒤에는 석유산업이 있었음을 강조하는데 차베스가 집권한 10년 이상 석유산업의 성장률은 산업평균 성장률보다 낮았다. 차베스가 집권한뒤 경제성장율은 평균 10%에 가까웠지만 석유산업은 그 절반에 미칠 뿐이고, 제조업과 광업의 성장률이 높았다. 즉, 차베스는 단순히 석유에 의종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제조업과 그 제조업의 바탕에 있는 광업에 중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차베스 사후 많은 평가들이 오고 가고 있다. 그 어떤 평가에도 불구하고 차베스는 나라와는 상관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가지도자였음이 분명하다. 베네수엘라의 상황과 역사가 우리와 분명히 달라 동일한 정책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은 분명 우리와는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속에서 차베스를 배워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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