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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욤비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
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 이후 / 2013년 1월
평점 :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난민 욤비 토나의 이야기이다. 그는 2002년에 콩고민주공화국을 탈출했고, 2008년 소송까지 가서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웃길때 웃었고, 탈출할 때와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기나긴 시간에 손에 땀을 쥐었고, 그가 울었을 때 울었다. 그만큼 책이 생동감있게 서술되어 있고, 지루함 없이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위해선 콩고민주공화국이 어떤 나라인지, 역사적 배경과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한데, 그만큼 알지 못하고 우리의 관심 밖에 있던 나라이다. 이 책에서 지적하던 데로, 미국, 중국, 일본, EU 같은 투자 교역국(역시 돈에 관심이 많은)이외의 나라의 국제 사회 소식은 무관심한데, 콩고민주공화국 역시 우리의 관심에 한참 벗어나 있다. 그 나라의 지도자 로랑 카빌라, 모부투 정도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모부투는 최장기 장기집권 독재자의 하나로 자주 언급되던 이전 대통령이고, 로랑 카빌라는 성공한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로 이름 정도는 듣고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얼마나 단편적인지. 그 이웃 나라인 콩고공화국 과도 헷갈릴 지경이니.
전반부는 저자 욤비 토나의 태어나서 자란 가정 환경과 고등 교육 받기까지 어려운 환경과 정보국에 들어가고, 가정을 꾸리고, 정치적 어려움에 휘둘리게 되고, 부정한 정권을 고발하게 되고, 이 때문에 자신의 나라에서 가족을 놔두고 혼자 탈출하는 한 편의 소설같은 이야기로 이루어 진다. 가난하고 먼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이다.
중반부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입국하고, 정착하고, 난민으로 인정받고 가족을 불러 들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난민으로 인정 받기 어려움과 그 긴 과정에 대해, 그 불합리함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데, 내용이 상당히 따끔하다.
후반부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정착하는 이야기이다. 역시 예상한 대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흑인으로서, 후진국 출신의 외국인이 더군다나 난민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정체성과 그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들과 새터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들이 겪는 또다른 어려움이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수 많은 국가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나, 주로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OECD 국가들에서도 우리는 베푸는 쪽에선 후진국에 속한다. 내국민들의 인권이나 복지에서도 후한 편이 못되는데, 다른 나라 출신, 특히 후진국 출신에 대해 우리가 내리는 우리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아주 저렴하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누렸던 대접보다, 우리가 지불하는 댓가는 아주 저렴하다. 그 이유는 그 나라는 우리에게 단순히 돈이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천민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주는 주제가 아니라면, 그 문제가 인권이 됐던,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가 됐던, 어려움을 피해 긴급피난 나온 난민이 됐던, 그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회가 성숙하기도 전에 늙어 버린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배타적이고, 남에게 베푸는데 인색하다.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다고 희망이 아주 없는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몇몇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큰 숙제를 던져 주는데, 그 해결책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책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욤비 토나 씨는 지금 광주대 기쵸교양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가족들도 TV에 간간히 나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 지금도 열심히 살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