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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베스트 셀러를 읽는 일이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여자 연예인이 하고 나온 귀걸이를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최근 지냈었다. 어찌 책 한 권 탈고하는 일과 협찬받은 귀걸이를 차고 나오는 연예인의 행동을 비교하겠다는 생각을 했단 말인가...(그렇다고 연예인의 그 반짝반짝 예쁜 귀걸이가 나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난 81년생이고, 최근 인터넷 싸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자 할 때 생년월일 설정이 '1980'으로 되어 있어서 '흠칫' 놀라던 차에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 제목을 보니 뭔가 스산한 기운이 스윽~하고 아주 빠르고 깊게 가슴을 한구석을 지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이제 나는 그런 세대와 나이가 된 것이다.
김지영 씨의 삶을 추적하다보면 지금 30대 후반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대략 나온다.
소설이 아니라 르포르타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심한 과장일까?
내 친구의 일기를 한장한장 넘긴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대체로 평탄한 길만 걸었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에 살고 있다. 초,중,고,대학을 모두 이곳에서 졸업했으며 심지어 대학원 석,박사도 여기서 했다. 지금 나의 소원 중 하나도 지금 내가 머무는 곳의 대학에서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했고, 두 딸을 뒀고, 여름과 겨울이 되면 가족과 함께 제주도 혹은 가까운 해외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올 정도의 고정 수입이 있다.
이런 내가 글을 쓸 수 없고,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없는 건 어쩌면 정말 당연한 일이다.
나 자신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내가 왜 그런 의미없는 일을 하겠는가...객관적인 사실을 바라볼 수 있는...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에....이젠 객기 없이 말할 수 있다.
간절함과 치열함과 순수한 이상을 향한 열정과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의지 혹은 신념이 나에게 있을리가 있겠는가? 내가 원하는 편한 관계만을 골라 형성하는 나에게 복잡다단한 인연과 관계에 대한 이해가 기반되어야 할 소설 혹은 시에 대한 영감이 올 수 있겠는가?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었던 내가 진정으로 단 한 번이라도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위해 직접 몸으로 뛰어야겠다고 몸부림 친 적 있었겠는가? 위선자처럼 그저 희망*** 등등의 기부 단체에 한 달 3만원 정도의 돈을 내며 노블리스 오블리제 허세 부리지 않았던가...
82년 김지영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수많은 행운과 축복과 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수많은 조건들이 누군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상하게도 뉴스가 아닌 소설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는데....그 사실을 깨닫는 동안 이제는 제발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내가 되기를 기도했다.
나는 내 삶에 기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