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젊은 여성분들이 많다. 후배들이다. 생동감 넘치는 이 친구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젊음은 언제다 옳다.

 내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하니 요즘 무슨 힘든 일이 있냐는 뉘앙스로 질문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나는 이미 마흔으로 향하고 있는 중년 여성이고, 중년 여성이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이건 좀 심각한거다. 어떤 식으로는 내가 누구인지 감은 잡고 있어야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이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일뿐!) 나쁜 사람은 일관되게 나빠야 주변 사람들이 대처를 좀 한다. 무덤덤한 사람 역시 일관되게 무덤덤해줘야 본인이든 다른 사람이든 혼란이 덜하다. 하지만 스무살은 좀 다르다. 그 시절에 일관된 무엇인가가 보인다면......그는 참 안타까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일 것으로 추정된다. 내 경험상 그렇게 되기 힘들기 때문에....

 

 아마도 출판사에서 요구를 했겠지만 김수현 작가의 이화여대 경영학과 합격 이력은 꽤 흥미로우면서도 아쉬운 점으로 생각된다. 혜민 스님이 자신의 첫 책이 나올 때 꼭 '하버드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어야 겠냐고 몇 번을 말했다는데 출판사 측의 답변은 그래야 사람들이 당신의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였다고 한다. 나는 그 때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아쉽다'고도 생각했다. 출판사 편집자의 말은 맞다. 그 말이 맞는 우리 나라의 사회적 경향이나 문화가 아쉽다는 것이다. 장하성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라는 야심작을 펴냈을 때 출판사 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 기억이 남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조금 더 임팩트 있는 제목을 붙여야 독자층이 넓고 두터워진다는 출판사의 말을 끝까지 거절했단다. 자신의 소신 때문이다. 결국 그 때문에 책이 잘 팔리지 않았다고.....그는 웃었다.

 

 일러스트가 따뜻하다.

 김수현 작가의 당차보이는 점이 속 시원하다.

 요리책처럼 곁에 두고서 내 마음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잣대에 의해 흔들릴 때 펼쳐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내가 이 책을 한 30권 정도 사서 후배들한테 나눠주고 싶은데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요즘은 그럴 수가 없다고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는 것과 출판사에 직접 사는 것이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상하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책을 많이 살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상당히 욱하는 마음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나의 이 선한 마음을 이 자본주의 사회가 가로막고 있구나...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권을 더 주문하는 데 그친다.

 

 그나저나 이 책을 받아 본 후배들은 고맙다고 난리다.

 모두 자기 이야기 같단다.

 어떻게 서로 다른 다섯 명 모두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좋은 요리책은 밥을 먹고 사는 인간들에게는 모두 필요하듯

 타인에 의해 상처받고 평가되는 우리들도 모두들 이런 책이 필요한 것 같다.

 

 김수현 작가를 꼭 모시고 싶다.

 

 작가님의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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