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 대하여

일단 나는 체질량 수치가 28인 경도비만자임을 밝히고 글을 시작하려한다.(‘시작하려 한다‘가 맞는 것일까 ‘시작하려한다‘가 맞는 것일까? 나는 왜이리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못하는 것일까?)

추석을 맞아 인근 온천을 찾았고, 암 환자임에도 두 딸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정성껏 세신작업을 했다. 물론 내가 아닌 두 딸에 대한 세신이다. 그런 후 나오려는데 언뜻보면 쌍둥이라 불릴만큼 똑 닮은 두 중년 여성분 중 한 분이 이런 멘트를 한다.

˝요즘 젊은애들은 뚱뚱한 애가 많아˝

뭔가 불쾌하고 못마땅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뉘앙스였다(당사자에게 물어보지 못했으니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라 해둔다)


‘요즘 젊은애‘라는 호칭이 나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일이라 음...나를 두고 한 말은 아니겠거니 넘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만‘ 자체가 폄하의 원인이나 근거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넘기기가 힘들었다.(그렇다고 그 분에게 뭔가를 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기분이 그랬었다는 것이다)

비만은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다. 나는 내 병의 일부도 비만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의 지탄이나 지적을 받을만한 사안(예를 들어 흡연이나 지나친 음주와 같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비만인 것인데.....

순간 나는 ‘가난‘과 ‘무지함‘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난‘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이들은 극히 예외적이며, 대부분은 자신이 일시적으로 ‘가난‘에 머물고 있고 조만간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로 살아간다. 즉 그것은 그들이 노력해서 얻은 것은 아니고 삶의 일정 기간에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무지함‘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차별하거나 그들에 대한 시선을 달리해선 안 된다. 그들도 충분히 힘들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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