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파일을 잘못 올리게 아닌가 싶겠지만 아니다. 이게 사실이다! 8월 한 달 동안 끝낸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솔직히 나도 깜짝 놀랐다. 세상에.
8월에는 코로나로 1년 반 동안 집에 있었던 엔양이 학교로 돌아가게 되어 스토리지에 넣어놓았던 짐을 꺼내 아파트로 옮기는 걸 도와주기도 했고, 막내가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는데 누나들과는 달리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게 되어 이런저런 준비로 마음이 부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책을 한 권도 안 읽다니?
실은 책을 안 읽은 건 아니었고 한 권을 내내 잡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전자책이었는데 기다리는 줄이 길어 대출 기간 연장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꼭 끝까지 읽고 싶었기 때문에 전자책 단말기의 와이파이를 끄고 책을 절대 덮지 않는 방법으로 읽느라 다른 책을 펼 수 없었던 것.
한 달을 잡고 있었던 책은 바로 <Empire of Pain>
이 책은 지금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opioid계 진통제인 옥시콘틴을 만든 새클러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의사에게 처방받은 진통제에 중독이 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다니?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가 어떻게 일반 처방이 가능하게 된 걸까? 의사들은 왜 그렇게 이 약을 많이 처방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열을 받아서 잠깐씩 숨을 골라가며 읽어야 했다. 중간중간 구글링으로 뉴스를 찾아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욕하고 싶어서 남편에게도 읽으라고 강권했고 남편이 읽는 걸 기다리며 같이 흥분하고 욕하며 읽다 보니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옥시콘틴의 회사 이름은 소유주 이름이 아닌 퍼듀 파마 (Purdue Pharma). 보통 소유주 이름이 어딘가 들어있지만 여기서는 아무데도 없다. 대신 새클러 가문의 이름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루브르 박물관, 구겐하임, 스미소니언 등 유명 박물관의 주요 기부자이며 그의 이름을 딴 방도 있다. 옥스포드. 캠브리지, 콜롬비아 등 대학에는 새클러 이름을 딴 연구소, 도서관 등이 있다. 자기네 이름을 쏙 뺀 회사에서 만든 약으로 사람들을 마약중독자로 만들고 죽음에 이르게 하고는 그렇게 번 돈은 자기 이름으로 기부하여 자선 사업가로 이름을 남긴다.
Opioid에 중독되었던 사진 작가 낸 골딘은 박물관에서 새클러의 이름을 빼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며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등 박물관에서 시위를 벌였다. 새클러 가문의 기부금을 거부하고 새클러 이름이 지우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9월 1일에 법원은 퍼듀 파마의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했다. 결국 새클러 가문은 또 이렇게 빠져나갔다!! 이들이 제대로 심판받을 날이 올까? 항소를 한다고 해도 쉽지 않겠지. 에잇 이놈의 더러운 세상.
이 책을 읽고 제대로, 자세히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미루다가 시간이 흘러버렸고 결국 이렇게 대충 쓰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쓰다 보니 다시 열 받네. 읽으면서 가끔 아니 자주 우리나라 재벌이 떠올랐다. 2세, 3세로 가면서 능력은 더 떨어지고, 탐욕과 갑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습하면 세상 어디에서나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