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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여성을 위한 운전기술
도쿠다이지 아리쓰네 지음, 임기상 옮김 / 보누스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운전면허증을 따고도 본격적인 운전은 엄두도 못 낸 건 순전히 남편 탓이다. "세상없어도 남편한테서만은 연수를 받지 말라"는 주위의 압도적인 여론을 무시한 채, 나는 평소의 그의 인격만 믿고 한 푼 아낀답시고 남편한테 연수를 받으려는 우를 범했다. 운전학원 강사처럼 가르쳐 줄 줄 았았더니 웬걸~사방 팔방에 차는 쌩쌩 달리는데 조수석에 앉은 남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무조건 "밟아!밟아!" 외치는 바람에 이 초보는 정말 난감했다. 도대체 뭘 밟으란 말인지,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두 어번 연수 받은 끝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잃은 것은 부부간의 금슬과 자신감이요, 남은 것은 운전에 대한 두려움만 태산더미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래도 운전을 해야만 하는 어쩔 수없는 기막힌 상황 아래 나는 도수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한지 6개월간은 꼭 가야만 하는 그 목적지를 항상 다닌 길만 겨우 왔다갔다했고, 그것도 힘들다고 그 다음날엔 몸살까지 나곤 했다.
책 리뷰를 쓰는 데 서두가 장황하다. 이 책을 만날 당시의 열악한 내 상황이 리뷰에 절대적 요소이기 때문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 책은 실용 도서이다. 실용도서로써 이 책은 굉장히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 내 평이다. 그렇게 초보 중의 왕초보로 길에 나가면 도로질서를 깨뜨리며 타 운전자에게 공포를 주던(^^:), 스스로는 운전 때문에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던 왕왕왕초보인 내가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운전경력 1년 1개월이 지난 현재 요즘은 운전이 제법 몸에 익어졌다. 즉, 내가 몸소 임상실험하여 검증까지 마친 셈이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공부한 것이 운전에 대한 기초였다면, 이 책은 면허를 딴 후 도로로 기어나온 병아리 운전자들의 자상한 지침서이다. 운전이 기술이기 때문에 오랜시간 숙련하면 잘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원론적인 이론을 먼저 바탕에 두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주먹구구로 운전하면서 세월만큼 저절로 터득하는 것과 도로에서의 실제상황과 자동차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로 면밀히 살피고 머릿속에 주입을 한 뒤 현실과 부딪치는 건 운전을 배우는 속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가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것은 주차이다. 직각주차, 평행주차, 전진주차, 후진주차 등 주차에 대한 테크닉이 아주 쉽게 나와 있다. "적당히 감으로"하는 것이 아닌 간단한 수학공식만 있으면 어디든지 자신있게 주차하는 방법을 배웠다. 운전학원 코스시험에서 평행주차가 없었던 건 아닌데, 그땐 주차하는 방법을 배웠다기 보단 면허에 합격할 수 있는 요령만 배운 것 같다. 나는 그 시험장의 가로등과 때에 따라서 장미나무 등등 이런 우리끼리의 암호로 삼은 표식물이 없는 상황에선 합격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평행주차할 때시작을 우측화단의 가로등에 내 사이드미러를 나란히 한 다음 핸들을 우로 2, 좌로 2, 백밀러로 장미나무 보이면 오케이~..뭐 이런 공식으로 합격했다). 요즈음 주차를 해 놓고 보면 내 차가 제일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 주차! 알고 보면 참 간단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차선변경, 브레이크 조작, 좌우회전시 주의점, 골목주행, 핸들조작 등 운전에 실질적인 기술이 큰 도움이 되었다. 초보운전자가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도로에 나가면 좀 더 침착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실질적인 지식과 함께 자신감을 준다. 문장마다 저자의 격려의 목소리가 참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살뜰하게 초보자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사기를 돋궈 주는 것은 책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원강사는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그렇게 못하고, 남편이나 이웃지인들은 목숨이 위경한 판에 성인군자답게 가르칠 수 만큼 수양된 사람이 드물지 않은가(흐흐..)
아무튼, 나는 요즘 운전이 즐겁다. 벚꽃이 난분분 흩날리는 강변을 달리는 기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