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되돌아본 2012년
해가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주를 창조할 만큼의 세월', 다시 말해서 일주일이 흘러갔다.
작년 끄트머리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이라는 책을 읽은 탓일까,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심원한 시간'에 비해 우리가 꾸려나가는 삶은 지나치게 짧고도 순간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가 불과 며칠이 지났다고 새삼스레 이런 푸념까지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하루 하루를 '새날처럼' 살고 싶다는 희미한 결심을 떠올려 보면 약간의 경각심을 가져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해 말에 때맞춰 올리지 못하고 중단된 글이지만, 묵혀둬 봐야 무슨 독 안에 담긴 김치처럼 맛깔스럽게 익어갈 노릇도 아니고 해서 더 늦기 전에 땅 속에서 끄집어 올려 본다.
작년에 책으로 만난 인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 나오는 몇몇 구절들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새로운 나날'에 대한 기대와 결의를 조금쯤 보태더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 흠을 잡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을 잡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빈곤하더라도 그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비록 구빈원의 신세를 지고 있더라도 그곳에서 유쾌하고 고무적이며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 지는 해는 부자의 저택이나 마찬가지로 양로원의 창에도 밝게 비친다. 봄이 오면 양로원 문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인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런 곳에 살더라도 마치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한 마음과 유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68쪽)
참다운 독서
사람들은 장부를 기입하고 장사에서 속지 않기 위해서 셈을 배운 것처럼 하찮은 목적을 위해서 읽기를 배운다.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서의 독서에 대해서 그들은 거의 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정한 의미의 독서인 것이다.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150쪽)
고전 연구
때때로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더 현대적이고 더 실용적인 학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 고전이란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고전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유일한 신탁이며, 그 안에서 가장 현대적인 질문에 대하여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의 신탁이나, 도도나에 있는 제우스 신의 신탁도 밝히지 못한 해답들이 들어 있다. 고전 연구를 그만두는 것은 자연이 낡았다고 해서 자연 연구를 그만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145쪽)
탕왕의 욕조
중국 탕왕의 욕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날마다 그대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127쪽)
<1월>
태백산에 올랐었다. '새해의 멋진 일출'을 보리라 잔뜩 기대하면서 칠흙같은 어둠과 혹한의 겨울 새벽을 뚫고 용감하게 전진을 계속 했지만, 야속하게도 그날 자연의 신(神)은 단지 우리에게 '미광'만 부여하셨다. 그래도 좋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또다시 태백산을 찾았을 땐 태양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겨울산을 뒤덮은 눈에 반사되어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지만 새해 벽두에 느꼈던 깊은 감흥은 없었다.
- 生과 死의 경계는 어디에......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21:05
태백산의 겨울
<2월>
일본의 오키나와엘 갔었다. 대입의 관문을 용케 통과하느라 애쓰고 지친 아들 녀석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힐링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고, 한겨울에 훌쩍 초여름의 남태평양의 섬으로 다녀온 여행은 오래도록 잊기 힘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 조개를 줍는 아들과 아내
Shooting Date/Time 2013-02-01 오후 12:12:30
오키나와, 그 섬에 또 다시 가고 싶다
<4월>
대략 20년 동안 꿈꿔 왔던 히말라야를 찾았다. 아직도 히밀라야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 언젠가는 다시 히말라야를 또 찾으리라.
- 여기는 대략 해발 4,700m. 산소는 희박하고 숨이 몹시 가쁘다. 체르코리(4,984m)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Shooting Date/Time 2013-04-30 오후 6:10:16(한국시간)
5. 랑탕빌리지에서 체르코리까지
- 샤브루베시에서 다시 카트만두로 가는 길. 아찔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손바닥에 땀이 난다.
Shooting Date/Time 2013-05-02 오후 6:37:21(한국시간)
7. 샤브루베시를 거쳐 다시 카트만두로
<6월>
일찍 찾아온 여름을 맞아 영암의 월출산과 해남의 보길도 등을 다녀왔다. 여러 해 동안 찾으려 애썼던 월출산을 제대로 종주할 수 있어서 기뻤으나 마실 물이 너무 일찍 바닥이 나는 바람에 하산하는 내내 '타는 목마름'을 견디기 어려웠던 기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듯하다.
- 바위턱에 걸린 구름다리와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
Shooting Date/Time 2013-06-06 오후 12:18:32
- 보길도 예송리 앞바다를 찾은 여인들.
Shooting Date/Time 2013-06-07 오후 2:29:09
월출산과 보길도를 거쳐 미황사와 선운사까지
<9월>
지난해 여름엔 무얼 하고 지냈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거린다. 9월 하순에 찾은 하늘공원엔 벌써 바람부터 가을이다. 하루에 적어도 네 시간씩은 '산책'을 한다던 소로우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 가을의 속삭임
Shooting Date/Time 2013-09-25 오후 5:32:00
가을 산책
- 해마다 가을이면 다시 찾는 고향이지만 세월따라 사람도 바뀌니 고향 풍경도 해마다 달리 보인다.
Shooting Date/Time 2013-09-28 오후 12:08:32
고향의 가을 풍경_2013. 9.28
<10월>
해마다 8월 하순부터 10월 하순 무렵에는 일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만날 수 있는 때이다. 그만큼 나도 평소보다 훨씬 더 자주 호수를 찾느라 부산을 떨지만 지난 해에는 좀처럼 멋진 일몰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쩌면 지난 해엔 '태풍'이 심술을 부리지 않고 이 땅을 멀찌감치 비켜간 탓도 있었으리라.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3-10-10 오후 5:38:04
봄에는 푸르고 가을에는 노랗게 무르익어라
- 제법 불타올랐던 어느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3-10-21 오후 5:38:33
해 질 녘
- 경북 영덕의 칠보산.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채 쓰러져 조용히 썩고 있었다.
Shooting Date/Time 2013-10-26 오전 11:30:41
가을 산행
<11월>
한 해의 마감을 알리는 단풍들이 한낮 동안의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익히며 다가올 겨울을 조용히 준비하는 때이다. 언젠가 한때 '11월'이 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못 견디게 외롭고 우수에 젖어들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문득 되돌아보니 그런 '계절'조차 다 잊혀지고 말았다. 어쨌든 '자연의 가을'은 우리에게 슬프게 다가오기 보다는 대체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 가을 단풍
Shooting Date/Time 2013-11-03 오후 12:18:49
가을의 빛깔들
- 낙엽도 다 떨어지고 어느새 인적마저 드문 호숫가의 저녁 풍경. 2013년이 그렇게 영원히 모두의 곁을 떠났다.
Shooting Date/Time 2013-11-19 오후 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