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캉진 곰파에서 라마호텔로


어제 오후에 라마호텔(2,410m)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산병'이 아직 제대로 가시지 않았는지 어제는 저녁을 먹기 위해 한 숟가락을 뜨다가 속이 너무 울렁거려 그 자리에서 토할 뻔 했다.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감자를 두 개쯤 간신히 먹긴 했으나 나중엔 물조차 마시기에 역겨울 정도로 입맛이 영 돌아오질 않는다. 혹시나 잠을 자다가 배가 몹시 고프면 먹을 요량으로 삶은 감자를 두 개 챙겨들고 내 방으로 일찍 올라와 드러누워 쉬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삶은 감자 두 개는 나중에 카트만두에서 배낭을 정리할 때 툭 튀어 나왔다.)

간밤에 푹 자고 일어나니 아침은 한결 몸이 나아진 듯싶다. 아침을 먹을 때부터 조금씩 입맛이 살아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젠 히말라야를 내려올 만큼 내려왔고 오늘밤이면 다시 카트만두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쉽다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산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다 내려갈 수 없을까를 궁리해 보았다. 혹시라도 원하는 동참자가 있으면 뱀부(1,970m)에서 다시 툴루샤프루(2,210m)로 올라가 거기서 1박을 더 머문 후 다음날 아침 툴로바르쿠(Thulo Bharkhu, 1,860m)로 하산해서 카트만두로 들어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피력해 보았다. 다행히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이대표와 여전히 생생한 공이사가 '그게 좋겠다'고 합류할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우리 일행 셋은 포터 2명과 함께 (1박 2일간) 따로 움직이기로 하였다.

그런데 나머지 일행들이 오늘 밤에 카트만두로 들어가면 내일은 곧바로 '포카라'로 날아갈 예정이라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과연 여기서 하루를 더 머물기 위해 '포카라'까지 포기해야 하는가 싶었고, 세 명만 따로 이동하는 데 따른 교통편 등을 생각해 보니 따로 움직이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모두가 함께 오늘밤 카트만두로 복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라마호텔에서 샤브루베시까지 내려가는 길은 반나절이면 족한 거리였다. 그래서 모두들 '내일은 포카라에 간다'는 부푼 희망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길을 내려왔다. 하산을 마칠 즈음엔 빙하가 녹아내린 랑탕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그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다시 샤브루베시에서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위험스런 비포장도로도 걱정이었고, 카트만두로 되돌아가는 깜깜한 밤길 주행도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너무 늦지 않은 시각에 무사히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된 산행이 끝남과 아울러 고산병에서도 점차 벗어나 입맛까지 되돌아왔다. 늦은 밤 카트만두의 한국음식점에서 시켜 먹었던 '시원한 물냉면'은 정말 '온몸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눈물겹게 맛있었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롯지보다 훨씬 더 편안한 숙소로 되돌아와 말끔하게 샤워도 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더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제 고생은 다 끝났구나' 싶은 안도감과 함께 깊고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 이른 아침 라마호텔을 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들.



 - 포터들도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때가 가까워졌다.



 - 오늘을 끝으로 히말라야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다들 조금씩 아쉬운 느낌도 드는 듯...




 - 담배 피는 아저씨.
어릴적 할아버지가 피우시던 곰방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 다 큰 아들이지만 그래도 배낭을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주고픈 게 아빠의 심정.



 - 어제 하루종일 말을 타고 이동하느라 고생이 심했던 이상무의 모습도 오늘은 한결 나아진 듯.




 - 벌써 뱀부...... 




 - 체르코리를 오를 때 유일하게 마주쳤던 팀이자, 이번 트레킹을 통해 만난 유일한 아시아팀인 '말레이지아팀' 




 -흐르는 저 랑탕 콜라(Langtang Khola)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조금 더 참아 본다. 기회가 있겠지......



 - 이제 가파른 산길도 거의 다 내려온 듯싶다. 




 - 내려온 길을 되돌아보니 '설산'은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어느새 주위가 온통 푸르다.



 - 이젠 정말 다 내려왔다. 여길 지나치면 발 담글 곳조차 없다. 




 - 공이사는 아예 '온몸'을 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속에 완전히 담갔다. 물론 곧바로 튀어 나왔다. 덜덜덜 떨면서...



 - 다시 버스를 타고 샤브루베시를 떠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 여기가 아마도 '따망 마을'이 아닐까 싶다. 가파른 산비탈에 제법 많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 몹시도 좁은 도로이지만 서로들 용케 비켜 다닌다.




 - 높은 산속 읍내

 


 - 도로 한켠이 마치 읍내 장터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약장수가 '퍼포먼스'를 곁들여 무슨 물건을 파는 듯.




 - 저 멀리 우리가 떠나온 곳을 되돌아보니
아직도 여전히 '설산'이 보인다.




 - 위험한 비포장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 아이들은 이 길을 따라 등하교를 하는 모양이다. 모두들 책가방을 둘러멘 차림이다. 



 - 산길을 다 내려오니 이런 '평지'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산행을 끝내고 여기서 먹은 '물냉면'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동치미국물도 너무나 시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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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 '여행자의 천국' 포카라를 가다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7 
    열흘 남짓 '히말라야의 산길'만 죽어라 오르내릴 줄 알았던 우리 일행에게 '포카라에서의 1박 2일'은 예정보다 사흘씩이나 일찍 찾아온 고된 산행 후의 달콤한 휴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뜻밖의 여정'이었다.솔직히 나는 '포카라'에 도착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곳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단지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쪽으로 트레킹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도시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포카라에 도착하고 보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