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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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_이주윤 / 한빛비즈

 

 

 

어느 통계에선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비호감을 갖게 되는 첫 번째가 깨진 액정이라고 본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통계에선 맞춤법 엉망이라고 되어있더군요. 이번 대선처럼 남녀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여성이고 책 제목에 오빠를 위한이라는 문구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TV에서 자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지요? 좀 오래되긴 했지요? 처음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로만 생각했는데, 요즘 예능프로에선 자막이 대세입니다. 문제는 맞춤법입니다. 가끔 SNS에서 오가는 유행어나 표현은 봐줄만하지만 맞춤법 엉망은 봐주기가 힘듭니다. 방송작가님들 신경 좀 써주셔요.

 


맞춤법 참으로 어렵습니다. 세종대왕 나리께서 백성들이 편히 쓰라고 만들어준 한글이지만, 편히 못쓰고 있습니다. 나는 블로그에 간간히 올리던 북리뷰를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서 현재 2,000편이 넘었지만(은근 자랑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컴오피스 한글창을 띄워놓고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여전히 빨간 줄이 언뜻언뜻 눈에 띕니다. 그래서 왜 그러는데?” 하고 F8을 눌러보면, 예전에 비해 맞춤법은 많이 나아졌는데 띄어쓰기가 걸림돌입니다.


 

이 책의 저자 이주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 간호사, 백수, 소설가 지망생으로 소개됩니다. 저자는 이 책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외에도 책을 몇 권 썼으나, 부른 곡은 많아도 히트곡이 없다는 가수처럼 나 역시 들어본 적도, 만나본 책도 없습니다. 다행히 이 책이 효자노릇을 할 것 같군요. 초판이 201611월에 출간되었는데, 20218월에 초판 9쇄라고 되어있네요.

 


책은 핸디하면서도 흥미롭게 편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맞춤법 책이라 해서 재미없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갑니다. 기억하기 좋게 콕콕 짚어줍니다. 책은 크게 5파트로 구분됩니다. ‘이거 모르면 죽자’, ‘살다보면 틀릴 수도 있지’, ‘이건 나도 좀 헷갈려’, ‘맞춤법 천재가 된 오빠’, ‘뇌섹남으로 가는 길등입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몇 가지만 옮겨봅니다. 할게할께 ; 나도 가끔 헷갈립니다. 발음상으로는 ~께가 맞는데 한글 맞춤법 제 53항엔 –ㄹ, -, -세 등의 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다고 되어있답니다. 거야를 꺼야라고 쓰지 않듯이 ‘-가 정답이랍니다.

 


설거지설겆이, 베개베게, 찌개찌게 ; 역시 틀리기 쉬운 단어들입니다. 헷갈릴 때는 뒤에 새끼를 붙여보라고 합니다. ‘거지새끼, 개새끼, 개새끼말 되지요? 누군가를 생각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며칠몇일은요? ‘몇일이나 몇 일모두 틀린 표현이라고 합니다. 며칠이 정답입니다. ~고요~구요? 구요는 서울 촌놈들이 쓰는 서울 사투리라고 합니다. ~고요가 맞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민얼굴맨얼굴 중 어느 것이 옳을까요? 민얼굴이 정답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올린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리뷰에 코로나의 종식이라는 희망을 안고 이 봄 맘에 와 닿는 책이네요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기에, 답 글을 ...이제 그만 마스크를 벗고 잃었던 맨얼굴들을 찾게 되길 소망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라고 했는데, 수정해야겠습니다. 민얼굴로.. 국립국어원에서 말하길 은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음을 뜻하고, ‘은 다른 것이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좀 복잡한 설명이 뒤따르는데, 나는 그냥 민낯은 익숙해도 맨낯은 이상하니까, 맨얼굴이 아닌 민얼굴로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말엔 복수표준어란 것이 있습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입니다. 가엽다와 가엾다, 예쁘다와 이쁘다, 꺼림칙하다와 께름칙하다, 끼적거리다와 끄적거리다, 겸연쩍다와 계면쩍다, 귀걸이와 귀고리, 늑장과 늦장, 두루뭉술하다와 두리뭉술하다, 메우다와 메꾸다, 복사뼈와 복숭아뼈, 삐치다와 삐지다, 손자와 손주, 쇠고기와 소고기, 오순도순과 오손도손 등등 많이 있더군요. 결론은 두 가지 표현 다 맞다 입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 올린 자뻑글로 평을 대신합니다. 그 마음이 내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맞춤법을 통달하겠다는 사명을 띠고 책을 펼쳤다. 어떤 페이지는 너무 재미있어서 미소를 띠었고, 어떤 페이지는 너무 야릇해서 홍조를 띨 수밖에 없었다. 변태적 성향을 띤 책이긴 하지만 맞춤법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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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21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을 때는 아하 하면서 맞춤법에 이런 문제가.... 음 맞아 뭐 이러면서 읽었는데, 읽은지 1년이 지난 지금 세인트님 글을 보니 또 다 새롭습니다. 역시 맞춤법도 부단히 공부해야 기억하는 이놈의 머리 하면서 지금 제 머리를 쥐어뜯고 있네요. ㅠ.ㅠ

쎄인트 2022-03-21 18: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저도 읽은 내용이 얼마나 머릿속에 남아있을지요..
그저 꾸준히 읽고 쓰다보면...실패율이 줄어들겠지요..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 사람에게 한글은 모국어인데도 불구하고, 한글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쓰는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특히 맞춤법은 나에게도 여전히 어렵다. 띄어쓰기는 또 어떤가. ‘한컴오피스 한글’ 창을 띄워놓고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빨간 줄이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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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세계사 -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도미닉 프리스비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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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세계사 】 -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_도미닉 프리스비 / 한빛비즈




세금에는 두 가지 분명한 원칙이 적용된다. 한 푼이라도 더 거둬들이려는 입장과 한 푼이라도 적게 내려는 입장이 그것이다. 세금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1만 년 전 초기 수렵채집사회에서도 집단의 지도자는 이미 노동력과 생산물을 소속 구성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요구했다. 시대가 흘러 계몽주의 시대에는 세금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토론이 있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어떤가? 세금을 회계사에게 맡기면 그만일까?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금융 전문 작가이자 코미디언이라고 소개된다. 지금 러시아와의 전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평가 절하가 된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의 저자가 코미디언이라고 선입견을 갖고 책을 펼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사실 나도 그냥 가볍게 읽을 만한 세금이야기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깊고 방대하다(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문헌과 도서만 해도 수백이다).



이 책은 몇 해 전 저자가 영국의 애든버러 축제에서〈세금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라는 일종의 코미디쇼에서 선보였던 내용을 3년의 시간을 두고 정리했다고 한다. 저자는 세금의 관점에서 인류문명의 역사를 기술했다. 세금의 기원, 조세 저항으로 탄생한 대헌장, 세금과 근대국가의 형성, 제2차 세계대전과 세금, 20세기 세금은 더 많이 더 쉽게 걷히다 등등의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로 마무리 된다.



오늘날 봉건제도로 알려진 중세의 통치제도는 근본적으로 세금으로 엮인 구조였다. 꼭대기엔 왕이 있다. 신으로부터 통치권을 물려받았기에 부의 근원인 모든 토지를 소유한다. 토지의 일부, 약 4분의 1은 왕이 갖고 나머지는 교회와 귀족들에게 배분했다. 그 대가로 귀족들은 생산물, 수입, 노동력의 일부, 그리고 왕의 요구가 있으면 기사와 병사를 제공하며 충성심을 바쳤다. 그런데 1300년대 중반에 흑사병이 닥쳤다. 유럽 전역에 걸쳐 봉건제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한 통계에 의하면 영국의 인구가 60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3분의 2가 감소한 것으로 기록된다. 농노는 부족했고, 관리되지 않고 버려진 땅은 남아돌았다. 그 결과로 임금이 상승하고 지주의 수입은 감소했다. 많은 농노들이 돈을 내지 않고도 자유의 몸이 되었다. 영국 정부는 백년전쟁 기간 동안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두세를 실시했지만, 노동자 계층에겐 힘든 세금이었다. 농민의 난이 시작되었다. 두루 뭉실 ‘농민의 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농민들 외에 평범한 노동자. 기술자 그리고 소규모 자영업자도 포함되었다. 오늘날로 치면 중산층에 포함될 사람들이다. 지난한 시간을 거치면서 결국 농민의 난은 실패했지만, 그 영향력은 엄청났다. 의회는 임금한도를 폐지하고, 영주들은 점차 돈을 받고 농노들을 자유민으로 풀어주었다. 그 후로 300년간 영국에는 인두세가 없었다고 한다.



세금 내는 것을 즐거워하는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탈세는 사회악이지만, 사업가들은 절세와 감세를 위해 애쓴다. 인간의 자유와 세금은 상반되기 때문에 얼마나 과세할 것인가는 결국 세금과 자유를 보는 가치관에 딸라 달라질 것이다. 논쟁의 초점은 세금으로 거둬들인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로 귀결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민들의 혈세가 누군가의 비밀금고로, 또는 허망한 시설과 정책으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세금 문제를 다시 전면에 부각할 필요가 있다. 계몽주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세금을 공부하고 의논하고 토론해야 한다. 세금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역사는 어리석고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21세기에 맞게 새롭고 더 나은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조세개혁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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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3-20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점에서 요즘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을 마냥 나쁘게 묘사하는 뉴스를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듭니다. ^^

쎄인트 2022-03-21 09:32   좋아요 1 | URL
세금을 현명하게 내는 것, 거둬들인 세금을 지헤롭게 쓰는 것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니데이 2022-04-09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쎄인트 2022-04-09 09: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평안하신 주말과 휴일 되셔요~~

이하라 2022-04-09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쎄인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쎄인트 2022-04-09 09: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평안하신 주말과 휴일 되셔요~~

새파랑 2022-04-09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기계 쎄인트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젠 절세의 시대군요 ^^

쎄인트 2022-04-09 09:58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몸과 마음 늘 평안하셔요~~^^
 
세금의 세계사 -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도미닉 프리스비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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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해 전 저자가 영국의 애든버러 축제에서 〈세금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라는 일종의 코미디쇼에서 선보였던 내용을 3년의 시간을 두고 정리했다고 한다. 저자는 세금의 관점에서 인류문명의 역사를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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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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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_로날트 D. 게르슈테 / 한빛비즈




의학의 역사가 시작된 최초의 시간부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등 초기 선진 문명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오랜 꿈은 인체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고 어디에 증상이 있으며 어떤 기관이 병들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인체의 구조에 대한 의학적 지식은 오랫동안 매우 초보적이거나 요즘의 지식으로 판단할 때 완전히 잘못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해되는 부분은 많은 문화권에서 해부학 연구, 즉 인체의 각 부위에 관한 연구를 꺼리거나 심지어 (특히 종교적으로)죄악시 해왔기 때문이다. 신체에 관한 과학적 연구의 시작은 브뤼셀 태생의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가 1543년에 쓴 위대한 저서《인체의 구조에 관하여》이다. 이 책은 다른 유럽의 대학 도시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다 가톨릭교회의 입김이 그리 세지 않았던 까닭에 당시 과학서적 출판의 중심지가 되었던 스위스 도시 바젤에서 출간되었다.



눈으로 보고도 긴가민가했을 시대에 하물며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던 미생물(바이러스)의 존재는 한없이 당당했다. 요즘 전 세계는 COVID-19로 그 어느 때 보다도 손 씻기와 손소독이 습관이 되었다. ‘손 씻기의 역사’는 언제부터였을까? 19세기 중반으로 돌아 가본다. 출산열이라고도 불리는 산욕열은 고대부터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과 동행해온 인류의 숙명적인 골칫거리였다. 이 무렵 산욕열에 의한 사망은 빈부상태에 따라 차이가 컸다. 집이나 별장에서 분만하는 귀족이나 중상류층에선 100명당 한 명꼴이었다. 반면, 하찮은 부르주아나 하층민으로 분류되는 빈의 대다수 시민들은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병원의 의료진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거나, 전문가 집단에서 높은 존경을 받는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에서 산욕열로 사망하는 임산부들이 무척 많았다. 왜 그랬을까? 요즘의 생각으로는 기가 막힐 일이 무심한 일상으로 반복되었는데, 그것은 그 병원에 시설되었던 부검실에서 시체를 해부한 의사와 의대생들이 그 손 그대로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서 출산을 돕거나 막 출산한 산모들의 복부를 검진했다는 사실이다. “임신부와 산모에게 도움과 구원이 되어야 할 의료진이 알고 보니 산모와 신생아에게 죽음의 사신이었다니!” 다른 의료진들은 감염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의사가 있었다. 헝가리 태생의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이다. “오늘부터는 염화석회액으로 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야 분만실과 산부인과 병동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 한명의 예외도 없습니다.” 이 문구를 본 몇몇은 놀라고 몇몇은 분개했다(황당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 의료진과 학생들은 속으로는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복종했다. 소리 없는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한 때 산욕열로 인한 산모의 사망률은 18.27퍼센트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로 드러난 통계는 기적에 가까웠다. ‘손 씻기’하나로 산욕열 사망은 0가 된다.



이 책의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터는 의학과 역사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의학, 역사 분야 저널리스트 및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를 구성시킨 의학의 황금시대를 되돌아본다. 감염병, 유행병의 창궐과 감염병과 맞서 싸운 의사들, 에테르에서 클로로폼으로 이어지는 마취의 역사, 소독의 개념을 도입한 현대 의학의 선구자인 조지프 리스터, 안과학의 시조 알브레히트 폰 그레페, 라이벌 관계였던 독일의 코호와 프랑스의 파스퇴르의 연구과정, 기적의 국소마취제인 코카인, 수술용장갑의 탄생 등 의료현장에 얽힌 흥미롭고 격정적인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사실 의학의 역사는 발명보다는 발견이 더 많다. 현미경, 혈압계는 발명에 속하지만, 빌헬름 뢴트겐의 X-ray, 결핵균, 혈액형의 구분 등은 발견에 속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라고 되어있다.



의학의 역사를 주제로 했다고 해서 그리 딱딱하지 않다. 의학의 역사 역시 사회적, 시대적 흐름과 같이 가기 때문에 연대순으로 진행되는 역사적 상황을 들여다보는 계기도 된다. 부록으로 실린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건설작업자 이야기(화약 발파 작업 중 길이 1m, 무게 5kg의 철 막대기가 부비강을 통해 안면과 눈을 뚫어버린, 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외상 사건. 그는 사고 후 12년을 더 살았지만, 전두엽 손상으로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되었고, 그는 뇌과학자들과 의사들에게 ‘뇌의 지도’를 작성하게 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미국의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권총 피습을 당했지만, 그의 직접적인 사인은 총알보다도 의료진들이 총알을 찾는답시고, 씻지도 않은 맨 손가락으로 부상 부위를 헤집으면서 생긴 염증으로 인한 것이었다. 아울러 코끼리 인간으로 부르며 동물 취급을 받던 조지프 메릭을 당시 유명한 영국 외과 의사가 그를 쇼룸에서 구해내서 그의 남은 삶을 돌봐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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