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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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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이 책이 주는 제목에 시선이 갑니다. '건축'과 '철학'이 어떻게 만나나 궁금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두 전문 그룹을 동시에 품에 안고 싶어하는군요. 건축학과 철학이라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둡니다. 사실 두 분야는 피상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건축이 건축이라는 범주에서 폭을 넓혀 건축예술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예술사, 작가, 작품론, 조형론, 형태론, 공간론, 요소론 등의 미학 및 철학적 접근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철학으로 시선을 돌리면, 건축 전공자의 학문에 대한 접근 방식과 분명 다를 것입니다. 철학은 다양한 논증의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그 글의 출처인 원전을 찾아 읽고, 다시 그 글을 재분석하도록 훈련받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여기에 깊은 사색까지 해야하는 수고가 더해집니다.


지은이 브랑코 미트로비치는 건축과 철학 박사학위의 소지자라고 합니다. 책 제목에 건축과 철학을 동시에 담고 있어도 자신있게 할 말이 있는 여건입니다. 지은이는 이 책의 목적이 독자들 - 건축가, 건축 실무자, 학생 -에게 설계 작업에서 맞닥뜨리는 더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선택된 철학적 견해들이 현대상황과 관계가 있는 건축 및 건축 이론 문제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등이 초대 되어있고, 낭만주의와 역사주의, 현상학과 해석학, 분석철학등이 뒤따릅니다. "어떤 철학적 견해를 체계적으로 세우는 것은 많은 점에서 집을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철학자가 자신의 주장에서 무심코 모순을 허용하다면, 그것은 건축가가 실제로 건축된 부분과 설계도면이 어긋난 것을 간과한 것과 같다."


플라톤은 '존재론'을 통해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과 그것이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이야기합니다. 이를 건축에 국한시키면 "건축 작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고 해야겠지요. 건축과 수학은 분리될 수 없는 학문입니다. 플라톤 역시 인간 사회의 일시적 유행이나 자연 사물의 비영구적 속성에 영향을 받지 않은 '그 무엇'을 수학에서 찾아냈습니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영혼의 기능과 그 인지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술한 최초의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감각 기관들이 보내온 정보를 '공통 감각'이라 부르는 중앙기관이 이를 통합하여 사물의 '심상'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의 스승 플라톤과 다른 점은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수학 대신에 생물학에 둔 점입니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르네상스 시대에도 대학의 철학과 자연 과학 분야에서 지배적 접근 방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쯤에서 건축과 건축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의가 있겠습니다. 

"건축가를 영어로 말하면 Architect 또는 Builder 라고도 한다. 이 구분은 건축(Architecture)과 빌딩(Building)의 구분만큼이나 분명하다. 보통 작가의 예술적 의지가 우선하는 작업을 '건축'이라 해왔고, 단순한 부동산의 가치로 짓게되는 것을 빌딩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아키텍트란 자신의 창의를 바탕으로 예술적 혼을 심는 자이고, 빌더란 건물을 이루기 위한 기술적 직능인을 주로 말한다."     "건축이라는 우리들의 사실 / 박길룡 / 발언"


이번에는 이마누엘 칸트를 만나보렵니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미학에 관한 견해를 발전시킵니다. 칸트는 하나의 미학 이론을 제시하는 대신 각각 별도로 다루는 게 좋은 다수의 이론과 깊은 통찰을 제시했으며 하나의 일관성 있는 미학 체계를 추구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책의 도입부에서 미의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미가 개인이 아름답다고 판단하는 사물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어떤 개념과도 독립적인 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칸트의 이 주장은 그 후 200년 동안 건축에 관한 논쟁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저자는 건축에 철학을 입힌 긴 글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철학은 최근 수십 년 동안 현상학과 후기 구조주의 학설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준비된 답과 건축 이론에 '적용할' 철학 이론을 제공하기보다는 건축가와 건축 이론가에게 질문을 하고 자신의 이론을 검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이론가와 건축 실무자 사이에 더 광범위한 철학적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을 쓴 주된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까, 숙제가 또 늘었습니다. 건축과 관련된 서적도 읽어봐야겠고, 얼마 전 구입해서 서가에 대기시켜 놓은 '현상학' 책도 봐야겠고, '해석학'이나 '분석철학' 분야도 섭렵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전체적인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 질 것 같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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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1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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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두 권의 책이  장편이었다면, 차일피일 미루다가 서가에 꽂혀있는 시간이 꽤 길었을 듯 합니다. 영미권 장르문학 대표주자 28인이 한 자리에 모였군요. 편집의도도 좋고, 기획도 그 만큼 값을 하는듯 합니다. 1,2권에 실린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템포가 빠릅니다. 소설을 통해서 영미 문화권 의식의 흐름이랄까, 경향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듭니다.


마치 28인의 작가들이 '나작'(나는 작가다)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경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의 작품에 콜을 하느냐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요. 미스터리, 크라임,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 유머, 페이소스 등 거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모듬 소설집입니다.


모든 작품을 소개해드리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1권과 2권에서 각기 한 편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각광 받은 범죄소설 작가 중 한 사람인 '스콧 필립스'의 [뱁스]. 스콧 필립스는 2000년 데뷔작 [The Ice Harvest] 로 뉴욕타임스를 통해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는 행운을 잡습니다. 그 해 캘리포니아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미스터리 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됩니다. 그의 소설은 발표된지 얼마 안 되어 영화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뱁스]

분위기가 매우 탁합니다. 무대는 라스베이거스입니다. 주인공격인 테이트는 몇 달 동안 위치타에 있는 새아버지의 스트립 클럽에서 바텐더로 일한 끝에 LA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의 부탁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를 건네 받아야 합니다. '뱁스'는 친구의 부탁으로 만나야 하는 스트립 댄서의 이름입니다. 테이트는 그 물건이 마약일 것이라는 100% 추측을 합니다. 그 추측이 맞습니다. 오호. 이 소설엔 동물이름, 숫자 등이 마구 뒤섞인 욕설이 난무합니다. 아마도 라스베이거스의 한 모퉁이에서 빈번하게 일어 날 만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이 짧은 소설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테이트가 뱁스에게 반했군요. 그 장소가 어찌 되었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곳도 좋은 느낌을 주긴 하지요.  


"시내로 향하면서, 이른 아침 하늘을 물들이는 저 명멸하는 휘황한 불빛들을 바라본다. 이젠 더 이상 앞길에 도사리고 있을, 불쑥 터져 나와 나를 휘어잡을 순간적인 졸음이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나에게는 생전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생겨났다."



좀 색다른 작가와 작품이 눈에 띕니다. 마틴 리먼이라는 작가를 소개합니다. 1968년 아직 십 대일 때 그는 처음 한국으로 왔습니다. 20간 미군에 복무하다 퇴역했고, 복무 기간 중 10년을 한국에서 보냅니다. 주한 미군으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미군 범죄수사관 조지 수에뇨, 어니 바스콤 콤비 시리즈를 썼고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7권이 출간 되었다고 하네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쓴다. 한국에 대해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미국 워싱톤주 시애틀에 살고 있습니다. 


[오 양의 정반대]

'다시는 그 둘이 만날 일 없으리." 한 현자가 말한 바 있다. 라고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현자가 말한 그 둘 이란, 사람이 아니라 동, 서양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시대적 배경은 60 년대 후반과 70 년대 초반쯤 되는 듯 합니다. 팔당 부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주제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오양. 오양은 다방 종업원입니다.  미 8군에서 범죄 수사관으로 근무하는 호르헤 수에뇨와 그의 파트너 어니 베스컴이 사건 수사를 위해 파견됩니다. 로텐버그 미 일병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한국 경찰에서 구금하고 있군요. 결국 사건의 전말은 밝혀지지만, 사건의 스토리보다도 지은이 마틴 리먼이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묘사한 대목에 시선이 머뭅니다. 


"하얗게 회를 칠한 건물에 '대한민국', 즉 한국의 국기가 차가운 아침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물방울 모양이 서로를 껴안은 듯한 태극 문양이 음과 양이 서로 꼬리를 문 모습으로 순백색 바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새로 온  미군 병사는 한국인들이 서로 잘 가라고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고는 어리둥절해진다. 손을 흔드는데 둘 중 누구도 어디로 가지를 않는 것이다. 사실은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손을 펄럭이는 그 동작은 이리로 오라는 뜻이다. 그러니 미국인의 눈에 '잘 가세요'로 보이는 것이 실은 '어서 와요'를 뜻한다."



이 책은, 책 읽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책 무섬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우선은 재밋고, 현학적이지 않고, 머리 아프게 생각을 하면서 안 봐도 되기 때문입니다. 넌지시 1권을 권해보고 반응을 본 후 2권을 건네주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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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인간을 읽다 - 마음을 들여다보는 20가지 뇌과학 이야기 It's Science 1
마이클 코벌리스 지음, 김미선 옮김 / 반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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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1세기의 가장 각광받는 과학 분야인 뇌과학은 동물 실험과 인간 뇌에 대한 컴퓨터 이미징 기술의 발전 덕분에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의 위치와 여러 형태의 기억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그 세세한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낸 사실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뇌과학. 인지과학등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도 먼 길입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 인간은 거만한(swollen-headed, 머리가 부은) 족속이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이 다른 모든 동물보다 똑똑하다고, 그리고 어느 인정 많은 신이 인간에게 아마도 유일무이하게 축복을 내렸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길 좋아한다는 이야깁니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언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식물도 서로 대화를 나눈다고 하지만, 인간들끼리 서로 교환하는 '언어'에 수준과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요. 우선 그들에겐 기록이 없으니까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인간의 언어가 너무 특별하므로 신이 내린 선물임에 틀림없다고 했습니다. 유물론을 믿는 과학자들조차도 때때로 어떤 기적적 사건이, 아마도 우연한 유전적 돌연변이와 같은 것이 일어나서 우리에게 '수다'라는 선물을 주었음에 틀림없다고 가정해왔지요.


인간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노엄 촘스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촘스키는 인간이 언어능력을 타고 났다는 가설하에 '언어 생득설'을 주창했습니다. 언어는 자극과 반응, 즉 훈련에 따른 행위일 뿐이라는 왓슨-스키너 등 행동주의 실험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촘스키는 단호하게 배격하고 있습니다. 인지신경과학을 주로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는 인간의 언어에 대한 기원을 손짓에서 진화했다고 생각한답니다. 손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지요. 이는 도구의 발달과 더불어 뇌의 크기도 극적으로 커졌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의 타이틀엔 '뇌(腦, brain)'가 등장하지만, 사실 심리학쪽에 가까운 글들입니다. 부제목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20가지 뇌과학 이야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 표현하길 '마음의 현대 과학이라는 모자이크를 다뤘다고 합니다. 이 글의 대부분은 [뉴질랜드 지오그래픽]에 칼럼으로 실렸던 글들을 고쳐 썼다고 하네요. 


이미 대중적인 지식이 된 좌뇌와 우뇌의 기능과 역할 차이. 거울 뉴론(mirror neuron), 왼손잡이에 대한 수수께끼, 욕설, 기억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내는 것을 심리학에선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은 남들과 공감하는, 그들의 기쁨이나 고통을 함께 하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이 바탕이 되지만, 우리가 남들과 더 복잡한 방식으로 때로는 교활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해주기도 한다는 설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1980년 [사이언스]에는 "당신의 뇌는 정말로 필요한가?"라는 기사가 실려서 사람들의 뇌가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뇌가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뒤이어 1982년에는 요크셔 텔레비전에서 같은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도발적인 질문의 기저에는 영국의 소아과의사 존 로버의 연구 결과가 거론됩니다. 그는 뇌수종 때문에 뇌의 내용물이 외견상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IQ가 126으로 측정되고 수학 학위까지 있는데도 뇌 스캔 영상에서 비치는 대로라면 뇌라고 할 만한 것이 아예 없는 어느 젊은 남자였습니다.


그 사례는 엄격한 검토와 연구 결과가 뒷받침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관심을 가져 볼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 사례들의 실질적인 뇌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단지 한 쪽으로 밀려서 작게 보였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따름입니다.


심리학에 국한 시켜 본다면, 19세기에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시작된 과학적 심리학이 20세기에 들어서 왓슨 - 스키너로 대변되는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발전합니다. 최근 들어 심리학은 뇌를 주목하게 됩니다. 뇌기능과 뇌과학, 인지과학으로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심리학은 사고에 관심을 주는 만큼 느낌 역시 중요하게 인식합니다. '뇌'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뇌손상과 질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뇌신경의학과는 차이가 있지요. 


이 책은 그리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책은 아닙니다. 

우리의 '뇌'와 '감정'을 이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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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잘나가는 여자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신지원 옮김 / 이지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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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잘 안 풀렸으면, 지금부터라도 잘 나가면 되지요. 

무려 47개의 직업을 거친 후, 지금은 일본의 직장 여성들에게 삶과 일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현실감 있는 조언을 주는 멘토로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리카와 마유미라는 여인을 만나보겠습니다. 아마 이 여인이 처음부터 잘 나갔으면, 멘토 역할을 하기엔 무리였을 것입니다. 이 여인의 지나온 삶의 흔적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몸과 마음으로 부딪는 일들이지요. 눈만 뜨면, 아니 꿈 속에서 조차 그 일을 좀 더 잘하고 적응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에게 보다 큰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대단한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일입니다.


"너 지금 잘나가고 있어?"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 볼 질문입니다.  일하는 건 즐거워?  성실하게 잘 하고 있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뿐이지?

이러한 질문에 선뜻 Yes~!! 가 나온다면 굳이 이 책을 들춰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대부분 이 질문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So, so~.. 그냥저냥 버티고 있어! 로 답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


"일에 관해서라면 선택지는 두 가지 뿐이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든지, 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든지."


쉬운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잘 안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매여 있다보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집니다. 아침에 출근 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기운이 없어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아마도 좋아하는 일, 즐기는 일, 더 나아가 놀이 같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사람이겠지요.  저자는 이렇게 권유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뿐입니다.


책은 지은이가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이 솔솔찮게 들어가 있어서 읽고 보는 재미가 있고, 여성들이 빽에 넣어갖고 다니면서 보기에도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디서든 통하는 나만의 매력이 있다."  매력이라는 것은 꼭 미코 출신처럼 미인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여성들은 '매력 있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인상이 밝고, 긍정적이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끔 생각납니다. 남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위의 열거한 점이 매력의 본질은 될 수 없지요. 지은이가 사람은 그 누구나 매력 포인트가 있다는 표현을 한 것에 주목하셨으면 합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의식한다.'  낮은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당장 내가 바라보는 나의 존재의 매력이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나는 나를 잘 못 보거든요. 나의 뒷모습을 내가 잘 모르듯이 말입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우선 타인, 직장 동료나 선, 후배 또는 주위 사람들의 매력을 찾아서 칭찬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이러한 점이 나의 '매력' 되고, 다른 사람들은 나의 '매력 포인트'를 찾아봐 줄 수도 있겠지요.


"운이 좋아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선택을 하면 운도 따라온다" 는 이야기를 하는군요. 바로 '직감'입니다. 같은 뜻이지만, 직관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직관이 잘 발달되어 있다면 훨씬 더 재밋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언급이 안 되었지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DNA 발견자인 제임스 왓슨은 직관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직관은 신비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일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를 알아채는 이면의 감각 같은 것으로 그 존재는 뇌 속에 숨겨져 있다. 직관은 논리적이다."  직관을 잘 개발해서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숙제인 듯 합니다. 


지은이는 이 '직감'(책에서는 직관이라는 단어보다 이 단어를 선호하는군요)을 더 갈고 닦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과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직감의 데이터베이스에는 '경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지요. 경험을 쌓은 만큼 직감은 더 잘 닦여 제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며 넘어지면서 배우고 터득한 삶의 지혜중에서 몇 가지 만이라도 내게 적용시켜본다면 나의 관점이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일에 대한 생각, 나에 대한 관점이 분명 달라질 것이라 짐작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더군요. 함께 가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지은이는 잘나가는 여자는 '모든 게 잘될 거야!'라는 생각을 잊지 말기를 권유하고 있군요. 물론 잘 되리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안 될거야. 될리가 있나? 택도 없어!'라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갖는 사람과는 시작부터가 다르지요.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이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일을 정성스럽게 꾸준히 해낸다면,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거예요. 모르는 사이에 스킬이 닦이게 됩니다. 그 후엔 자신에게 계속 동기부여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잘될 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결국에는 잘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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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윤동주 지음, 노승욱 엮음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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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序詩



이 詩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곧 부끄러워집니다. 한 점 부끄럼은 커녕 하늘의 별 만큼이나 오점 투성이인 나의 삶을 보며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여러 해 전 영화배우 출신의 모 국회의원을 사석에서 뵌 적이 있었지요. 나이가 드셨어도 여전히 매력 있으시고 멋스러움이 배여있는 그 분. 명함을 주시길래 받았습니다. 앞 면에는 그 분의 사진과 본명이 적혀 있었고, 명함 뒷 면에는 이 詩가 적혀 있었지요.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그 분에게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되어 안 좋은 소식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분 한테 '주어진 길'을 가고 있으신지 궁금해집니다.



"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 오늘도...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_ '새로운 길' 전문            1938. 5. 10


새로운 길을 찾고 떠나기엔 너무 옹색하기 만한 그 시절에 시인이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존경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내게 반복되는 일상, 출 퇴근 길이지만 시인이 그려주는 것처럼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이라는 마음을 심어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새로운 뜻과 생각을 세우며 살아 가야겠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여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_ '별 헤는 밤' 후반    1941. 11. 5


그렇습니다. 그의 무덤 주위와 이름엔 파란 잔디 정도가 아닌 흐드러진 장미꽃이 피어 있겠지요. 이미 시인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되었지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쓰다듬어 주고, 촉촉히 적셔주고 있지요. 아무리 詩와 거리를 두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시인의 이름 석자는 잊지 않고 있지요. 아마 앞으로도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봄이 血管속에 시내처럼 흘러 /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 개나리, 진달래, 노 - 란 배추꽃, //

三冬을 참아 온 나는 /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  즐거운 종달새야  /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처라. //  푸르른 하늘은 /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_ '봄'  전문    


봄이 혈관속에 시내처럼 흐른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고통스러웠던 몸 구석구석에 새 힘이 들어차는 기분입니다. 그 에너지는 생명력을 얻어 풀포기처럼 피어나는군요. 어느 이랑에서나, 어느 고통이나 어려움에서나 즐겁게 솟구치는 힘을 얻기 바라는 詩人의 바램을 내 것으로 만듭니다.


"年輪이 자라듯이 /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 가슴 하나 뻐근히 / 年輪처럼 피여 나간다."

            _ '달같이' 전문    1939. 9


 "바다도 푸르고 / 하늘도 푸르고  //   바다도 끝없고 / 하늘도 끝없고 //

  바다에 돌 던지고 / 하늘에 침 받고 / 바다는 벙글 / 하늘은 잠잠. "  

                         _ '둘 다' 전문


"넣을 것 없어 / 걱정이든 / 호주머니는 //

 겨울만 되면 / 주먹 두 개 갑북갑북."        _ '호주머니' 전문.




시인의 대부분의 시는 해방 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 1. 30)가 간행됨으로써 비로소 한국 문학사에 소개됩니다. 그는 직접적인 문단 활동의 체험이 없다는 이유로 문학사 서술에서 제외되다가 김윤식, 김현의 [한국 문학사]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사 범주에 편입됩니다. 그의 시가 위치한 1940년대의 문학사적 공간은 일제가 대동아전쟁을 선포하고, 황민화 정책을 추구하던 일제강점기 중 가장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암흑기 속에서 창작된 윤동주의 시는 단순히 민족적 자긍심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고백의 시학을 독창적으로 확립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엮은이 노승욱).


이어서 엮은이는 윤동주의 시에 나타나고 있는 고백은 복합적인 정체성으로 부터 말미암고 있다 합니다. 그는 시대적으로 식민지 청년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증조부 때부터 북간도로 이주해서 살아온 실향민의 후손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려서 유아세례를 받은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해집니다. 이러한 복합적 정체성은 그가 민족정신과 기독교 신앙이 조화를 이룬 고백의 시학을 구축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합니다.



꽤 여러 해전 중국 연변에 갔던 길에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용정중학교를 들렀었지요. 건물 한 켠에 마련된 시인의 초라한 기념관(기념실이라고 부를 수준)이 있었습니다. 기념관을 지을 기금을 모으는 모금함에 적으나마 정성을 담고 왔었습니다. 그 후 기념관이 어찌 되었나 검색해봤더니, 그 때와 다르게 건물도 말끔해지고, 학교 운동장에 있던 시비(詩碑)도 새로 세워졌군요. '윤동주 교실' 이라는 간판이 보이네요. 시인이 공부했던 책상 위엔 시인의 조각상이 놓여져 있다고 합니다.  연변에 다시 갈 기회가 되면, 꼭 들렀다 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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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尹東柱)  1917년 12월 30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윤영석과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규암 김약연의 누이 김용 사이에서 장남으로 출생.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 1942년에 도일. 일본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미션계 사립대학인 릿쿄(立敎)대학 영문학과 입학. 1943년 일본 특수 경찰에 의해 '사상범'으로 몰림. 어처구니 없는 죄목을 들어 징역 2년이 구형 됨. 독방에 갇혀 [영일 대조 신약성경]을 보며 옥고를 견뎌 내던 중, 일제는 그를 생체실험의 도구로 잔인하게 짓밟음. '이름 모를 주사'를 매일 맞아야 했던 윤동주는 결국 외마디 소리를 높게 지르고 옥중에서 타계. 

1945년 2월 16일.  조국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그의 나이 29세에 순교자적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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