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장腸 여행 -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기울리아 엔더스 지음, 배명자 옮김, 질 엔더스 삽화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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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6

 

매력적인 장 여행기울리아 엔더스 / 와이즈베리

 

1. 우리의 장()이 정신건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까? 아니 굳이 장까지 갈 필요 없긴 하다. 새끼손가락에 작은 상처만 나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느끼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죽을병이 아닌가 걱정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2. 직장인들에겐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병명이 그리 낯설지 않다. 왜 그 인간하고 밥만 먹으면 설사가 나오는 건가. 아니 생각만 해도 배가 아파오는 것은 뭔 조화인가?

 

3. 우리의 장은 매우 독보적인 장기다. 장은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로 에너지를 만들며, 20여 종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은 의료인들에게 그리 좋은 대접을 못 받았다. 장에 대한 연구자들이 드물었다.

 

4. 이 책의 지은이 기울리아 엔더스는 독일에서 촉망받는 신예 의학자로 소개된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아 헤매는 동안, 학자들은 연구 결과를 밀폐된 회의실에 모여 토론하거나 논문에만 기록한다. 나는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널리 알리고자 한다. 장 질환을 앓는 많은 환자들이 의학에 실망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내가 기적의 묘약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장이 건강해진다고 해서 모든 질병이 낫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장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며, 이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5.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매력 돋는 장, 장의 신경체계, 미생물의 세계 등이다. 도브 시키로브라는 이스라엘의사가 대변을 볼 때 어떤 자세가 좋은가를 연구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웅크린 자세 혹은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배변의 성공률이 높았다(시간과 양의 비례). 좌변기에 꼿꼿이 앉은 자세에선 시간에 비해서 배출량이 적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이 꼿꼿이 앉은 자세에선 배변통로가 완전히 열리지 않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만성변비환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6. 알레르기의 오리진이 소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기억할만하다. “소장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지 않으면 단백질은 알갱이 형태로 남는데, 이것은 혈액으로 흡수되지 못한다.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는 아이가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엄청난 일을 벌이듯, 소장의 림프관이 그렇다. 분해되지 못한 알갱이가 지방 방울에 갇혀 림프관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주의력 깊은 면역 세포에게 발각된다. 면역 세포는, 예를 들어 땅콩 알갱이를 림프액에서 발견하면, 당연히 이 낯선 존재를 공격한다.”

 

7. 과민성 장증후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민성 장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장과 뇌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이 상당히 피곤할 수 있다.” 피험자의 장 안에 작은 풍선을 넣고 부풀리면서 뇌 사진을 찍었다. 건강한 피험자의 뇌 사진에선 이렇다 할 감정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뇌 사진에선 풍선의 팽창이 평소 불편한 감정을 담당했던 뇌 영역을 자극했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선 문턱을 넣지 못한 정보가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장에선 문턱을 넘고 뇌의 문지기도 통과했다. 장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그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8. 3부 미생물의 세계에선 장 미생물의 발달, 성인의 장에 사는 박테리아, 장 미생물의 역할 등 박테리아 이야기가 충만하다. 다소 딱딱해지기 쉬운 건강, 의학 관련 서적이지만 쉬운 문체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의 장()을 더 위하고 아끼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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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세대가 몰려온다 - 생산하고 소비하고 창조하는 새로운 10대의 등장
김경훈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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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5

 

모모세대가 몰려온다김경훈 / 흐름출판

 

1. ‘철딱서니 없는 것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 ‘통제 불능의 아이들등이 기성세대들이 십대들을 향하는 마음이 아닐까? 저자는 10대를 모모세대로 바라보면 우리가 몰랐던 잠재력과 가능성이 보인다고 한다.

 

2. 십대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그들의 미래가 보이고, 그들의 미래는 곧 인류의 미래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마음에 담는 시간을 가져본다.

 

3. 십대들을 다시 바라보면 이런 타이틀을 붙일 수 있다. 똑똑하고 깐깐한 소비자,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생산자, 안목 높은 평판 전문가, 탁월한 감각을 지닌 매칭 마스터, 복잡한 논리없이 경험을 감성으로 직접 수용하는 세대, 공감하고 공유하는 문제해결의 달인, 어릴 때부터 세상과 너무 친숙하다보니 보니 웃자란 경계인들 등이다.

 

4. 물론 이와 같은 호칭에 불편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십대들을 너무 치켜세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법하다.

 

5. 모모세대는 무엇을 칭하는가? 현시점을 보더라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선이 필요 없고 어디서나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거대한 가상세계에 접속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기술 환경의 진화는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모바일 네이티브로, 그 아랫세대로 내려가면서 계속 진행될 것이다. 곧 더욱 강화된 모바일 세상. ‘모어 모바일(More Mobile)’시대에 활약할 주인공인 모모세대를 의미한다.

 

6.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0대를 보는 관점의 변화로 시작해서 두 개의 뇌로 살아가는 아이들, 일상을 기록하고 기획하고 생산한다, 안목 높은 평판 전문가, 외모 가꾸기에 숨은 감각적 재능, 공유하고 공감하고 협업하기, 웃자란 경계인을 넘어 어른으로로 마무리 된다.

 

7. 십대들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분류하는 십대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총 6,123,041 명의 아이들을(20145월 기준) 가리킨다.

 

8. 그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모바일 시대라는 특별한 미래가 출발하는 환경에서 10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십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는 스마트폰이다. 보급률은 99.9%이고, 활용률은 92.7%로 통계된다.

 

9. 문제는 십대들의 성장이 낙관적인 환경에만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을 웃자란 경계인(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않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10. 완벽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도 아니고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갈 성인도 아닌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선 모모세대의 아이들. 그러나 이 모모세대는 신체적으로도 조숙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관심, 미적 감각의 숙련성, 소비자로서의 감각, 소비 영역에서의 영향력 등 시민이자 경제인으로서도 충분히 조숙하다. 십대들의 잠재력은 그들이 이십대, 삼십대가 되었을 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그때까지 기성사회는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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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당신을 위한 놀면서 하는 재테크
윤지경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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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4

 

놀면서 하는 재테크윤지경 / 흐름출판

 

1. 서점에는 재테크관련 책이 차고 넘친다. 베스트셀러도 제법 나왔다. 그렇다면 그만큼 재테크 성공자들이 많아졌는가? 모두 부자가 되었나? 의문스럽다.

 

2. 이 책 역시 같은 과 아닌가 의문을 품게 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좀 다르긴 하다. 중수에서 고수로 넘어가는 단계가 아닌 완전 초보자들을 위한 경제 가이드북이다.

 

3.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고 한다. ‘이 책은 악착같이 재테크할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 꾸준한 저축이나 가계부 쓰기에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들, 자신의 카드대금이 평균 얼마인지 잘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들, 막연하게 월급 말고도 돈 들어올 곳이 하나쯤 더 있다면 참 좋을텐데..하는 사람들, 재테크 목표를 대체 어떻게 세워야 하는 건지도 막연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4. 지은이 윤지경은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연세대 법학과 출신이지만 사회생활에선 단 한 번도 학벌을 써먹어 본 적이 없는 다양한 직종의 임상실험 경험자로 소개된다, 21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여 풍족한 대학생활을 했지만 음주가무에 능해 28살에 부모님께 파산 선고를 하며 본격적인 공부에 몰입한다. 그리고 4년여 만에 마침내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고, 돈이 자동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5. 지은이가 특허 출원한 캘린더 머니 저축법한 달에 한 번 쓰는 초간편 가계부가 흥미롭다. 시나브로 모으는 저축법이라고도 한다. 매월 1일에 1,000, 2일에 2,000, 30일에는 30,000, 다시 1일 되면 1,000...이렇게 매월 날짜에 0을 세 개 붙인 금액을 날마다 모은다면 1년이면 얼마나 될까? 대충 계산해서 300만원 이쪽저쪽? 정답은 5,738,000원이다. 가계부도 한 달에 한 번만 쓰는 것으로 지출과 수입이 관리되도록 고안했다.

 

6. 여자가 여자에게 맞을 각오로 날리는 일침이라는 꼭지 글에 시선이 머문다. ‘남성이 집을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외제차 모는 남자친구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라.’ ‘남성은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떠나라.’

 

7. 이 땅에 살아가면서 잘 벌고 잘 쓰면서 돈도 모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꿈같은 삶이지만 그 밑바탕 그림을 그리는 기회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지은이가 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한 재감(財感)이기에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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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부터 잡고 갑시다 - 잘나가는 사람들의 최강 컨디션의 비밀
송영민 지음 / MY(흐름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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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3

 

자세부터 잡고 갑시다송영민 / 흐름출판

 

1. 자세가 안 좋아서 몸이 아플까? 몸이 안 좋아서 자세가 나빠질까? 이 질문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따지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바른 자세를 갖고 지낸다는 것은 우리 몸의 근육과 골격을 잘 관리 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덜 아프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이 바라보는 ET의 이미지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무직 근로자의 작업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ET의 앞으로 튀어나온 머리와 얼굴 정면에 크게 달린 눈은 모니터를 잘 보기 위해 애쓰고 살아가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진화된 모습이며, 손끝이 길고 뭉툭한 것은 키보드를 빠르게 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또한 ET의 배가 볼록한 것은 거의 움직이지 않아 내장지방이 쌓인 것이며, 짧은 다리 역시 앉아서만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로 그렸을지 몰라도 왠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3. 요즘 거의 종일을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하는 근무자들이 몸 이곳저곳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자 서서 일하는 자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헤밍웨이도 허리 디스크 때문에 소설을 쓸 때 서서 타이핑을 했다고 한다.

 

4. 이 책 자세부터 잡고 갑시다는 모든 이들이 만성 통증에서 해방되고,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세전문가 송영민이 공을 들였다.

 

5. 책은 총 6챕터로 나눠진다. 당신의 자세는 정상인가? 왜 다리를 한쪽으로만 꼬고 앉을까? 업무 환경이 당신의 자세를 만든다. 바른 자세를 위한 1분 오피스 운동법. 하루 10, 21일 리프레시 자세 교정운동법. 내 몸에 맞춘 11 자세 트레이닝 등이다.

 

6. 바른 자세와 그렇지 못한 자세를 잘 못 쌓여진 상자라고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든다. 발목, 무릎, , , 머리 등의 각 상자들이 제 위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몸이 불안정하고 아픈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7.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찰되는 전신자세 유형은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거북목과 새우등, 일자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굽은등 전신자세’. 두 번째로는 거북목과 일자등, 일자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자세로 편평등 전신자세’. 세 번째로는 일자등과 과전만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과전만 전신자세가 있다. 그리고 거북목과 새우등, 과전만허리 자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후만전만 전신자세등이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불량자세를 우량자세로 교정하는 방법을 글과 사진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8. 근육과 골격은 쓰기 나름이다. 젊어서 관리를 제대로 못한 근육과 골격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해마다 달라지는 몸의 상태가 아니라 어제 오늘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바른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몸의 통증과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편한 자세에 적응되어있던 몸이 그렇게 쉽게 협조를 해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잘못 쌓은 벽돌을 다시 쌓는 것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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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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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2

 

해변 빌라전경린 / 자음과모음

 

 

이상한 동행

 

나의 이야기는 노부인과 나(유지)와 고모인줄 알았더니 나의 생모라는 이린과 내가 다니던 여중학교의 생물교사 이사경과 함께 떠난 해삼 잡이로 시작한다. 생뚱맞다는 것은 안다. 해삼을 잡으러가는 그림이라기엔 분위기가 어색하다. 나이 드신 분까지 낀 여자 셋에 남자 하나. 그날 해삼 잡이는 허탕 쳤다. 그날 배운 것은 노부인의 말마따나 세상도 바다도 꽃도, 해마다 조금씩 미묘하게 금을 벗어나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사 운이 필요한 것이라는 말도 이해가 된다.

 

 

피아노와 나의 존재감

 

(유지)의 벗은 피아노다. 나는 하교 후에 피아노 교습 가는 날을 제외하곤 곧장 집에 와서 부엌을 정돈하고 마루를 닦은 뒤 내 방에서 악보 책을 읽거나 그림 건반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연습을 하거나 숙제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피아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내 딴엔 맹랑한 음모를 벌였다. 내가 생부라고 확신하는 이사경 앞에서 말이다. 그즈음 나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세상의 중력이 내게만은 작용하지 않는 것 같았고 사람들 눈에 내가 보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특히 그에게 나의 존재감을 더욱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의 일

 

그 일(내가 꾸민 의도적인 돌발 상황)이후로 내 주변의 일상이 많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과 많이 부딪게 된다. 그들의 질문은 한결같다. “왜 그랬니?”

 

 

피아니스트

 

그 후로도 한참 나 유지는 피아노를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누가 피아니스트로 살아남을까?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야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연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피아노에만 해당될까?

 

유성

 

혹시 유성을 본 적이 있나요? 어느 날 밤 베란다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자다 깼을 때, 여전히 깊은 밤이었지요. 그날 난생 처음으로 유성을 보았지요. 그것은 하늘에 일어난 일 아니라, 내 눈 속에 일어난 사건 같았어요. 삶이란 바깥세상이 아니라, 모두 내 몸 안에서, 내가 일으키는 사건 같았지요.

 

 

사랑 그 후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 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 어느 물리학자가 그랬지. 사랑의 법칙은 푸앵카레의 비가역적 에너지론에 지배를 받는다고.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사랑의 끝은 생각지 않은 곳으로 삶을 옮겨 놓을 수 있다는 의미야.”

 

 

책장을 덮으며

 

전경린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아니, 뭐 꼭 표현해야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무엇을 느꼈나. 어느 폐해수욕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본다. 때로는 정물화처럼 움직임이 없다. 진짜 그 사람은 모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분명한 실상이 감춰져 있기도 하다.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정황만 있을 뿐 별 사건이 없는 소설.” 그러나 사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라 이름을 붙였다 떼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긴 한다. 갈등은 있으나 애틋하다. 진실은 있으나 굳이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시적이다. 그저 내 곁에 앉고 일어서는 이에 대해 관대하다 못해 무심하다. 그래도 그닥 나빠 보이진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을 작가가 담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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