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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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232

 

해변 빌라전경린 / 자음과모음

 

 

이상한 동행

 

나의 이야기는 노부인과 나(유지)와 고모인줄 알았더니 나의 생모라는 이린과 내가 다니던 여중학교의 생물교사 이사경과 함께 떠난 해삼 잡이로 시작한다. 생뚱맞다는 것은 안다. 해삼을 잡으러가는 그림이라기엔 분위기가 어색하다. 나이 드신 분까지 낀 여자 셋에 남자 하나. 그날 해삼 잡이는 허탕 쳤다. 그날 배운 것은 노부인의 말마따나 세상도 바다도 꽃도, 해마다 조금씩 미묘하게 금을 벗어나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사 운이 필요한 것이라는 말도 이해가 된다.

 

 

피아노와 나의 존재감

 

(유지)의 벗은 피아노다. 나는 하교 후에 피아노 교습 가는 날을 제외하곤 곧장 집에 와서 부엌을 정돈하고 마루를 닦은 뒤 내 방에서 악보 책을 읽거나 그림 건반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연습을 하거나 숙제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피아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내 딴엔 맹랑한 음모를 벌였다. 내가 생부라고 확신하는 이사경 앞에서 말이다. 그즈음 나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세상의 중력이 내게만은 작용하지 않는 것 같았고 사람들 눈에 내가 보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특히 그에게 나의 존재감을 더욱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의 일

 

그 일(내가 꾸민 의도적인 돌발 상황)이후로 내 주변의 일상이 많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과 많이 부딪게 된다. 그들의 질문은 한결같다. “왜 그랬니?”

 

 

피아니스트

 

그 후로도 한참 나 유지는 피아노를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누가 피아니스트로 살아남을까?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야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연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피아노에만 해당될까?

 

유성

 

혹시 유성을 본 적이 있나요? 어느 날 밤 베란다에서 이불을 둘둘 말고 자다 깼을 때, 여전히 깊은 밤이었지요. 그날 난생 처음으로 유성을 보았지요. 그것은 하늘에 일어난 일 아니라, 내 눈 속에 일어난 사건 같았어요. 삶이란 바깥세상이 아니라, 모두 내 몸 안에서, 내가 일으키는 사건 같았지요.

 

 

사랑 그 후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 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 어느 물리학자가 그랬지. 사랑의 법칙은 푸앵카레의 비가역적 에너지론에 지배를 받는다고.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사랑의 끝은 생각지 않은 곳으로 삶을 옮겨 놓을 수 있다는 의미야.”

 

 

책장을 덮으며

 

전경린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아니, 뭐 꼭 표현해야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그럼 무엇을 느꼈나. 어느 폐해수욕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본다. 때로는 정물화처럼 움직임이 없다. 진짜 그 사람은 모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분명한 실상이 감춰져 있기도 하다.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정황만 있을 뿐 별 사건이 없는 소설.” 그러나 사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라 이름을 붙였다 떼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긴 한다. 갈등은 있으나 애틋하다. 진실은 있으나 굳이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시적이다. 그저 내 곁에 앉고 일어서는 이에 대해 관대하다 못해 무심하다. 그래도 그닥 나빠 보이진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을 작가가 담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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