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특별판)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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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냥 못 지나친다. 그래서 이 책을 뽑았다. 그런데, 판타지소설이다. 한번 읽어보자! 라는 마음이 움직였다. 혹자는 판타지 소설을 주류문학대열에 끼워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주류, 비주류는 고루한 분류방법이다. 문학작품에서 주는 영감이나 상상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화책을 즐겨 보다가, 소설가나 시인, 희곡작가도 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발터 뫼르소’ 도 시작은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로서 활동했다.

이 책의 원저는 차모니아 출신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라고 한다. 저자의 표현이다. 물론 허구다. ‘차모니아’ 라는 대륙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궁금하면 목차 다음에 그의 초상이 있다. 날개 달린 공룡이다.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는 머리를 좀 비워 놓아야 한다. 아니, 좀 내려놓아야 한다. 읽어가면서 황당하다는 생각이 멈춰지지 않으면, 별수 없다. 책을 덮어야한다.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것은 병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는 차라리 이 책을 다시 진열대 위에 놀려놓고 슬그머니 아동문고 쪽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온통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책 공화국 부흐하임을 향한 미텐메츠의 탐험 기이자 여행기록이다. ‘부흐하임에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의 수만 해도 무려 오천 개가 넘었으며, 대충 짐작하기로 완전히 합법적이지는 않은 소규모 서점들의 수도 천여 개는 되었다.’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등장 생물들(사람이 아님)의 입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희 같은 직업에서는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좋은 문학은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기가 드물지요.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조악한 작가들이 돈을 벌지요. 항상 그래 왔습니다. 다음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작가의 재능이 저 같은 에이전트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때쯤 가서는 저도 이미 죽어 없을 텐데요.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성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

“도덕적인 책이나 비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책이란 잘 쓰였든가 못 쓰였든가, 그게 전부다.” 
 

“우리는 독서를 하면 배가 부릅니다. 독서처럼 아주 고도의 정신적인 일을 하면 음식을 소화할 때와 같은 평범한 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어떤 책이 얼마나 잘 팔리고 팔리지 않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 혹은 얼마나 적은 사람들이 한 작가를 인지하는가 안 하는가는 전혀 상관없다. 그런 것이 규범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우연과 부당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내 말은, 네가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네 안에서 얼마나 환하게 오름이 타오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목적을 달성했다. 긴 여정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기로에서, 그 힘들다는 ‘오름’의 느낌을 느끼고, 찾고자 했던 『피비린내 나는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해피 엔딩!

“바로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오름의 힘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바람처럼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부흐하임의 불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머릿속으로 불어오더니 단어들의 소용돌이로 꽉 채웠다. 그러자 그 단어들은 잠시 흥분한 심장이 고동치는 사이에 문장이 되고, 페이지가 되고, 장(章)이 되더니 마침내 방금 그대들이 읽은 이 이야기가 되었다. 오, 내 충실한 친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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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 다츠지 - 조선을 위해 일생을 바친
오오이시 스스무 외 지음, 임희경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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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여러해 전, 대한극장이 리모델링되기 전 그곳에서 「쉰들러 리스트」를 보았다. 유태인들을 도와 그들을 단 한사람이라도 나치 치하에서 목숨을 구해주기 위해 혼신을 다했던 독일인 쉰들러. 그 영화를 보면서 나치의 잔혹한 행위에도 몸서리쳤지만, 나치 집단의 시야로 볼 때는 이적행위로 단정할 수밖에 없는 쉰들러의 목숨을 건 행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힘들고 위험한 상황 속으로 뛰어들게 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는 나의 이익과 반대되는 일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일상에 적응되어 있는 일이 다반사이다. 나 역시 나와 상관없는 일, 나의 이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는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어떤 생각이 그를 그렇게 이끌었을까? 그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은 곧 사라져버렸다. 밝은 불이 켜지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햇빛 속에 녹아버리는 눈송이처럼 그렇게 없어졌다.

그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되살아났다. 책 표지에는 조선을 위해 일생을 바친 후세 다츠지 라고 씌어있다. 소제목은 ‘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해’라고 되어 있다. 저자들은 4사람이다. 일본인 오오이시 스스무 외 재일한국인 고사명 그리고 두명의 한국인 교수 이형낭, 이규수이다. 2000년 2월 29일, 삼일절 기념일 전날 밤 방영되었던 MBC 프로그램 ‘일본인 쉰들러 - 후세 다츠지’가 한국인들에게 소개되었다. 
 

뒤이어, 같은 해 11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 〈후세 선생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2004년 10월 12일, 한국정부는 후세 다츠시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그때 나종일 주일 한국대사가 한 말이 후세를 간결하게 표현한 듯 싶다.

“다른 나라 국민을 사랑하는 자야말로 자국민을 사랑할 수 있다. 후세야말로 일본의 애국자다. 이 훈장 수여는 한일 발전을 기원하는 한국민의 맹세다.” 
 

변호사인 후세가 변호 활동과 사회운동을 한 때는 1905년부터 1953년까지 라고 한다. 이 시기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에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차별제도를 확립한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후세는 누구보다도 조선인을 사랑했고 최선을 다해 변호했다. 그 범위는 조선독립을 지향하는 학생과 애국지사부터 일본의 관, 민에게 토지를 빼앗긴 농부들, 위험천만한 술 밀조로 체포된 사람들에게까지 미쳤다. 특히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시기에 목숨을 걸고 조선인 구원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후세가 40세를 맞이하던 1920년은 후세가 새롭게 태어난 해로 기록되고 있다. 이미 후세는 변호사가 되고 난후 도쿄에서 손꼽힐만한 훌륭한 사무소를 차리고, 가문(家紋)을 새겨 넣은 인력거(아마도 승용차가 대량으로 생산되기 전인 이 당시에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을 듯)
를 맞추는 등 시민적 성공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부와 출세의 길을 스스로 끊은 것이 바로 1920년이었다. 마음속 중대한 결심을 내린 후세는 「자기 혁명의 고백」을 선언하면서 그 내용을 보도기관, 지인, 피고인들에게 보냈다.

“뚜렷하게 사회운동의 급격한 조류를 느끼는 바, 종래의 나는 주로 법정의 전사라고 불리던 변호사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요 활동장소를 법정에서 사회로 옮기고, 사회운동을 더욱 솔선수범하기 위해서 이와 같이 사무소와 주택의 차이를 구별하겠다. 한편 취급사건을 도쿄에서는   

1) 관권 등의 인권 유린에 우는 누명을 쓴 자의 사건.
2) 재벌의 횡포에 시달리는 약자의 사건.
3) 진리의 주장을 압박하는 언론범 사건.
4) 무산계급의 사회운동을 박해하는 사건 등.
사회적 의의를 포함한 사건에 한해, 지방에서는 사법제도 혁신을 위해 사건의 종류와 성질 여하를 막론하고 되도록 출장 변호 의뢰에 응할 것이다. 이리하여 사회운동의 첫 번째 기수로소 먼저 자기 혁명을 단행한다.
덧붙여 상세한 이유 및 무료법률상담, 사회시사 강연계획 등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서는 오는 6월1일부터 발행하는 잡지인 「법정에서 사회로」를 따라주길 바란다. 하여튼 이 통지까지다.      그럼 이만.
추가해서, 이미 맡은 사건은 사건의 성질에 관계없이 이전처럼 열심히 성실하게 처리해서 의뢰자의 기대에 부응하겠으니 안심해도 된다.      1920년 5월 15일    후세 다츠지

이와 같은 「자기혁명의 고배」후 후세는 이 혁명서 에서 밝힌 대로 그의 남은 생애를 그의 의지대로 불태웠다. 법정에서, 심지어 변호사 단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던 후세는 법정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리고 1933년 후세는 신문지법, 우편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금고 3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는다. 그 후로도 다시 징역 2년의 실형. 그리고 변호사 등록도 완전히 말소 된다.

후세의 에피소드 중 1948년 8월 아키타 지방법원에서 아키타 주세법 위반사건(탁주밀조사건)이 있다. 이 당시의 배경은 조선인의 일상생활은 의식주 모두 극한의 상태였다. 일본 정부는 애당초 귀국선을 준비하지 않았고, 해방되었다고는 하지만 모두들 조국으로 돌아갈 여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조국으로 귀국했다가도 이승만 정권의 혼란에서 도망쳐 일본으로 재입국하는 자도 많았다. 이렇게 조선인들은 차마 굶어 죽을 수 없어서 탁주 밀조를 시작했다. 이형낭 교수는 면밀한 실증에 기초해 미야기현에 있는 조선인의 70%가 탁주와 엿 제조로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추계한다. 아키타 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고작해야 주세법 위반 사건으로 당시 유일한 무장 집단이었던 경찰대를 동원해서 조선인 부락을 습격했다니 이는 도가 너무 지나쳤다.

이 사건후 후세가 변론하는 법정에서 경관을 증언 심문대에 세웠다. 
 

후세  “당신(증인)은 무장을 하고 수색했는가?”
증인  “무장을 하고, 라니...무슨 말씀입니까?”
후세  “무장의 정의는 가죽 행전을 두르고, 군화를 신고, 곤봉을 휴대하고 출동한 것을 말하는 거다.”
증인  “그렇다면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후세  “분명히 무장하고 조선인을 폭도 취급했지!” 
 

책을 읽다보면 후세 개인적 삶의 흔적은 물론 그 시대적 무대인 2차 세계대전 전후 상황이 많이 그려져 있다. 
 

좀 경우가 다른 이야기일지 몰라도 최근 우리나라는 점점 많은 외국 근로자들이 이 땅에 들어와 살고 있고, 다문화가정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머잖아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미국만큼은 아닐지라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공존해가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젠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의 정의에서 벗어났다는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단일민족’여부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인 후세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한국인들에 대한 사랑을 이제는 우리가 우리 땅,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급여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나 다문화 가정을 이루면서 오는 골 깊은 갈등과 문제점들을 매스컴을 통해서 알게 될 때 마음이 아프다.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후세 다츠지’의 삶을 통해서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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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글쓰기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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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우리의 복잡한 정신생활을 원활하게 조직하도록 보조한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심리적인 나침반이 방향을 제대로 가리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비록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글쓰기는 값싸고 간단하게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탁월한 수단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뇌수술을 받아서라도 그놈의 편두통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그런데 형님의 권고로 찾아간 통증클리닉의 70대 전문의가 그에게 좀 생뚱맞은 제안을 했다.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보세요.”

저자는 50년 넘게 일기를 쓰는 동안 이젠 몸과 마음을 보듬고 영혼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글쓰기로 발전했다. 글쓰기 전도사가 되어, ‘글쓰기 워크숍’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기쁨을 전해주고 있다.

“당신이 쓴 것을 읽지 말아요. 그냥 무조건 쓰기만 하세요.”

처음 저자에게 글쓰기를 처방해준 의사의 말이다. 어쩌면 내적치유를 위한 글쓰기에서 황금률처럼 적용해야 될 말로 생각된다. 저자가 글을 쓰면서 편두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본격적인 글쓰기를 한 다음부터 편두통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어디 편두통뿐인가? 내 안에 들어앉아서 나를 사정없이 찔러대고 힘들게 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을 무조건 내 안에서 쫒아내려 애쓰지 말고, 대하는 방법을 달리해보는 것도 한 지혜다. 

저자는 글쓰기의 효과가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힘을 주고 있다. 통합해서 글쓰기의 이점을 1) 글쓰기는 자신이 성취한 것들을 가치 있게 받아들이게 한다. 2) 글쓰기는 인생의 전환기를 더 주의 깊게 성찰하게 한다. 3) 글쓰기는 과거를 탐구하는데 도움을 주고, 좀 더 창조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글쓰기를 하되, 컴퓨터 자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노트에 글을 쓰는 것을 권유한다. 그 이유는 컴퓨터 자판으로 하다보면 수정이나 편집이 쉽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가 큰 글쓰기 방법은 당신을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대화 형식으로 쓰는 것이다. 그 사람이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다. 그와 대화하듯 글을 쓰다보면 그가 안전하고 편안한 길로 안내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계발서적에 숱하게 등장하는 테마이기도 한 ‘아직은 아니야’ 또는 ‘나는 결코 할 수 없을 거야’라는 말들도 일기장(굳이 일기장이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저 내가 잘 관리 할 수 있는 노트면 되지 않을까?)에 올릴 테마라고 한다. 즉, ‘왜 안 되지?’ 라고 스스로에게 당당히 따져 묻기를 권유하고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글쓰기 워크숍에서는 ‘아직은 아니야’의 목록을 작성한 뒤에 각 항목마다 ‘왜 안 되지?’를 쓰고, 그 아래에 ‘만약 이것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쓰게 한다고 한다.

저자는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매일 규칙적으로 명상을 할 것을 권유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하고 있다. 명상은 사실 우리 일상 중에서도 충분히 시도 할 수 있다. 눈을 감고 차분하게 호흡을 고르며, 흩어진 생각들을 모으다보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여기에 신앙을 지닌 사람들은 기도까지 겸하게 되면 그 마음이 천국이 되리라고 믿는다. 명상을 할 때는 눈과 귀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차단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 유언 쓰기와 죽음에 대한 글쓰기는 사실 실제 상황이 아닌 이상 일상적으로는 회피하는 주제이다. 저자는 죽음에 관해 쓰는 일은 걱정, 혼란, 스트레스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단계라고 한다. 아울러 용서와 화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보너스로 추가된다.

마지막 장은 ‘평생에 걸친 글쓰기’를 권유하면서 글쓰기 계획에 도움이 되도록 전체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놓았다. 꼭 일기 쓰기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담겨진 내용들을 꺼내는 과정 자체가 카타르시스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글 쓰는 재능까지 찾아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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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 <기막힌 존재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
조너선 플럼 지음, 유영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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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은 고통을 준다.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나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한다. 고난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다른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고, 다른 것을 다르게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린다. 고난은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고, 바라보는 관점을 깨뜨리며, 촉각과 청각을 깨뜨린다. 익숙함과 편안함이 깨어질 때 깨달음이 오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를 패러디한 것 같은 책 제목이다. 고래와 종이 물고기를 비교해보면 변화를 주는 대상이 고래는 타인이라면, 종이 물고기는 ‘나’이다. 하긴 칭찬도 내가 변해야한다. 내가 변하지 않고 남을 칭찬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변화의 주체는 ‘내’가 우선이다. 내가 변하지 않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이 바꾸어지길 원하는 것은 큰 어리석음이다.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고, 답 또한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종이물고기를 만나보자. 종이접기의 대가 다이신지는 심혈을 기울여 종이물고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종이물고기가 말을 한다. 외로워서 혼자 못살겠다고 , 한곳에 정착해 살아가는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다이신지는 종이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들과 어울려 헤엄칠 수 있는 세상을 종이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종이물고기는 아무리 헤엄을 쳐도 물에 젖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진짜 물고기처럼 살아갈 수 있는 바다로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다이신지는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과연 종이물고기는 어떻게 될까?

이 부분은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묘사가 되어있다. “종이물고기는 정말로 피와 살을 가진 물고기로 변신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아가미와 비늘도 진짜로 변했다. 마치 종이가 불에 타듯이 순식간에 피가 온몸으로 솟구쳤다. 종이 물고기는 죽을 듯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지만, 곧 그것은 기쁨에 겨운 외침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키워드는 고통과 기쁨이다. 변화는 고통스럽다. 공이 들어가야 한다. 꾸준해야한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살다가는 건 똑같다는 자괴감도 올 수 있다. 혼자만 유난을 떠는 것 같은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이 기쁨이 되는 맛을 못 본 사람의 삶은 참 무미건조할 것이다. 저자는 종이물고기에게서 5가지 변화의 비밀을 배우길 원한다.

자율(autonomy), 놓아주기(letting go), 교환(exchange), 협력(collaboration), 혁신(innovation)이 그것이다. 반대의 의미를 나열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타율’, ‘움켜쥐기’, ‘폐쇄’, ‘이기주의’, ‘보신주의’ 이다.


「자율」에 대해서 - 위대한 창조를 향한 변화의 시작. 자율성을 주는 기간에 팀원들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 만일 날마다 출근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다. 도심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 그것도 좋다. 팀원들이 정해진 시간이 지난 다음 회사로 돌아와 그 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제대로 프레젠테이션 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제한도 없음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놓아주기」에 대해 - 상상이 실현되는 소통의 과정. 일단 각자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후의 단계는 그 아이디어가 세상으로 나가도록 손을 놓는 일이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주고 그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생각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는 과정을 통해 경영자는 아이디어를 공통의 기반으로 삼아 팀을 형성할 수 있다.


「교환」에 대해 - 참된 변화를 일깨우는 경험의 공유. 이 지점은 친밀함의 장으로서, 사람들이 그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 영감, 즐거움, 두려움, 사랑까지도 교환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들을 때 마치 그 사람의 인생사 전부를 듣는 것처럼 진심으로 들어야한다.


「협력」에 대해 - 창의성을 완성시키는 집단적 노력. 협력은 어떤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저절로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가 아니라 그 진행의 궁극적인 목표다. 혁신에 대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쟁은 결코 협력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모든 사람이 항상 훌륭한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영감은 이유 없이 특혜를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해 - 변화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불꽃. 혁신은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는 과정이다.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기 위해 상상은 우선 창의적인 아이디어 단계를 거쳐야 된다. 상상을 실제로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상상한 결과물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단지 아이디어 단계에 머무를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창조의 꽃이 피어야 한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실 저자의 글보다 번역자의 ‘해제’가 더 맘에 든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잘 풀이해주고 있다. 저자의 글에도 많은 실제 사례(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이나 현존 인물)를 들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종이 물고기가 헤엄 칠 수 있는 이유는 바다가 요구하는 존재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그 자체가 순수할지라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전히 붉은 상자 안에 든 종이물고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적응을 하고 나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기능적이기도 하다. 실용성이야말로 생명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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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존재감 - 평범한 사람도 특별하게 기억되는 작은 차이
앤드류 리 지음, 안기순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자존감(자기존재감각)을 업시키고 싶거나..카리스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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