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특별판)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냥 못 지나친다. 그래서 이 책을 뽑았다. 그런데, 판타지소설이다. 한번 읽어보자! 라는 마음이 움직였다. 혹자는 판타지 소설을 주류문학대열에 끼워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주류, 비주류는 고루한 분류방법이다. 문학작품에서 주는 영감이나 상상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화책을 즐겨 보다가, 소설가나 시인, 희곡작가도 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발터 뫼르소’ 도 시작은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로서 활동했다.

이 책의 원저는 차모니아 출신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 라고 한다. 저자의 표현이다. 물론 허구다. ‘차모니아’ 라는 대륙 자체가 허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궁금하면 목차 다음에 그의 초상이 있다. 날개 달린 공룡이다.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는 머리를 좀 비워 놓아야 한다. 아니, 좀 내려놓아야 한다. 읽어가면서 황당하다는 생각이 멈춰지지 않으면, 별수 없다. 책을 덮어야한다.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것은 병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는 차라리 이 책을 다시 진열대 위에 놀려놓고 슬그머니 아동문고 쪽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온통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책 공화국 부흐하임을 향한 미텐메츠의 탐험 기이자 여행기록이다. ‘부흐하임에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의 수만 해도 무려 오천 개가 넘었으며, 대충 짐작하기로 완전히 합법적이지는 않은 소규모 서점들의 수도 천여 개는 되었다.’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등장 생물들(사람이 아님)의 입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희 같은 직업에서는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좋은 문학은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기가 드물지요.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조악한 작가들이 돈을 벌지요. 항상 그래 왔습니다. 다음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작가의 재능이 저 같은 에이전트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때쯤 가서는 저도 이미 죽어 없을 텐데요.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성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

“도덕적인 책이나 비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책이란 잘 쓰였든가 못 쓰였든가, 그게 전부다.” 
 

“우리는 독서를 하면 배가 부릅니다. 독서처럼 아주 고도의 정신적인 일을 하면 음식을 소화할 때와 같은 평범한 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어떤 책이 얼마나 잘 팔리고 팔리지 않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 혹은 얼마나 적은 사람들이 한 작가를 인지하는가 안 하는가는 전혀 상관없다. 그런 것이 규범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우연과 부당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내 말은, 네가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네 안에서 얼마나 환하게 오름이 타오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목적을 달성했다. 긴 여정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기로에서, 그 힘들다는 ‘오름’의 느낌을 느끼고, 찾고자 했던 『피비린내 나는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해피 엔딩!

“바로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오름의 힘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바람처럼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부흐하임의 불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머릿속으로 불어오더니 단어들의 소용돌이로 꽉 채웠다. 그러자 그 단어들은 잠시 흥분한 심장이 고동치는 사이에 문장이 되고, 페이지가 되고, 장(章)이 되더니 마침내 방금 그대들이 읽은 이 이야기가 되었다. 오, 내 충실한 친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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