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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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통해 작성한 리뷰 〉

 

 

《 어제의 세계 》 _슈테판 츠바이크(지은이), 이노은(옮긴이)

다산초당2026-08-28원제 : Die Welt von Gestern

 

 

슈테판 츠바이크는 내가 애정하는 작가이다. 츠바이크의 작품 중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니체를 쓰다』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에라스무스 평전』 『과거로의 여행』 『은빛 현』 등을 읽었지만, 아직 못다 읽은 책들이 많다. 츠바이크의 문장은 깊고 담백하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츠바이크가 가장 에너지를 많이 들인 저술이 평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의 평전을 쓴다는 것(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일수록)은 퍽이나 조심스러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 책 《어제의 세계》는 츠바이크의 회고록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제의 세계를 회상한다. 그 어제의 세계는 묵은 앨범 속 빛바랜 사진으로 남았다. 책의 전반부가 빛과 희망의 세상이라면, 후반부는 어둠과 절망의 시간들이다. 그 경계에는 전쟁이 있다. 츠바이크 개인의 기록이자, 한 시대를 덮고 지나간 문화의 시간들이기도 하다. 유럽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었지만, 단편적이나마 문화사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다.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 7월 28일 발발하여 1918년 11월 11일까지 전개된 역사상 최초의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사라예보 사건이 트리거 포인트가 되었다. 츠바이크는 ‘1914년 전쟁의 첫 시간들’이라는 글에서 1914년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1914년의 그 여름이 유럽의 땅을 덮친 재앙이 없었더라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그처럼 풍요롭고, 아름답고, 심지어 여름답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만한 여름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여름이었다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츠바이크와 동시대를 살았고 그와 교류했던 많은 학자, 문인들, 음악인들, 예술가들의 이름을 만나는 것이 반갑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릴케를 회상한다), 르누아르, 로댕, W. B. 예이츠, 폴 발레리, 프로이트, 로맹 롤랑(롤랑의 책 「새벽」을 읽고 츠바이크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독일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이 프랑스인은 누구인가?.” 결국 츠바이크는 자신의 저서 한 권을 롤랑에게 보내고, 롤랑은 츠바이크를 집으로 초대한다. 이외에도 토마스 만, 제임스 조이스, 라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브루너 발터, 토스카니니 등이 츠바이크의 집을 방문하거나 머물렀다. 이들과의 영적 교류가 츠바이크의 글들 어딘가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한다.

 



 



 

제 1, 2차 세계대전은 츠바이크에 마음에 큰 균열을 일으킨다. 그가 보기엔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하긴 전쟁은 정상과 비정상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은 다소 위험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영웅적이고 다분히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처럼 멋지고 흥분되는 일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쟁터로 향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은 어떤가? 현대의 전쟁은 어떤가? 무지비한 살상 그 외에 무엇이 남았는가? 상대방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안 봐도 된다.그저 더 이상 움직이지만 못하게 하면 된다. 츠바이크는 이 책을 통해 세계사적 사건들과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교차해서 기록했다. 그리고 전쟁이 태평양으로 확대되고, 일본이 싱가포르를 점령하면서 유럽의 전쟁이 세계 전체로 번져가는 암울한 시대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던 츠바이크는 아내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곧바로 츠바이크 부부가 다시 깨어나지 못할 깊은 잠에 빠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두 손을 서로 꼭 붙잡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삶은 막을 내렸다. 영의 세계에서도 두 사람은 함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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