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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이든 콜린즈워스 지음, 한진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_이든 콜린즈워스 / 한빛비즈
“인간은 대체로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지나치게 선하거나 항상 선한 사람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_조지 오웰
선하고 착하게 사는 것이 왜 이리 힘들까? 나 스스로 내가 선한사람이라고 단정하기엔 낯 간지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늘 갖고 있다. 나 죽은 다음에 주위 사람들이 “그 인간 잘 죽었어!” 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죽은 나는 그 말을 못 들을 수 있겠지만, 남아있는 나의 가족이나 친지들을 위해선 착하게 살다 갈일이다. 그러나 조지 오웰 말마따나 지나치게 선하거나 항상 선한 사람은 호구가 되는 것이 문제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인줄 안다.
4세기에 그리스의 한 수도사가 인간을 책임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확고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명석한 결론에 도달했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라는 그 수도사는 죄악을 낳는 유혹의 8목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 유혹 가운데 하나라도 가볍게 본다면 도덕적 의무를 무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 8가지는 다음과 같다. _탐식 _음욕 _탐욕 _낙담 _분노 _태만 _허영 _교만 등이다.
이 책의 저자 이든 콜린즈워스는 20대 때 유명 출판사 사장을 지낼 정도로 ‘출판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은 출판인이다. 인간의 인간다움, 예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저자는 중국 기업가들을 위한 서양 예절을 다룬 책(예상 되는대로 중국내에서 출간 과정 중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의 실수를 인정한다 I Stand Corrected》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어느 날 ‘도덕’이라는 주제에 꽂힌 저자는 각계각층의 사람(20여명)들과 인터뷰를 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인터뷰를 위해 투자를 많이 했다. 수시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인터뷰이를 만났다. 인터뷰이를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제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도저히 상대방과 시간을 조정하지 힘들 때는 전화나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는 가급적 겹치지 않은 직종이나 성향으로 고른 듯하다. 살인범을 시작으로 신경과학자, 작가, 나치 수용소에 살아남은 유대인, 미래학자, 경영 컨설턴트, 여성 경호원, 터키 대중가수 & 쿠르드족, 전 케냐 총리, 퇴역 장성,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를 타이틀로 하는 불륜사이트〈애슐리매디슨〉의 운영자 등등이다.
‘도덕’과 이웃하는 단어로 ‘윤리’가 있다. 책에 나오는 가장 근접한 정의를 그대로 옮겨 본다. “도덕은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지는 겁니다. 더 높은 명령이 무엇이든...., 개인의 내면에서 ‘이건 법에 어긋나진 않지만 그래도 하면 안 돼’하며 내면에서 작용하는 덕목이죠.” “윤리는 한 사회에서 행동에 일관성과 안정성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규칙이에요.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따르죠.” 문제는 도덕과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매우 호의적인 반면, 타인이 그 사람을 평가할 때는 정반대로 나타날까? 인터뷰이의 한 사람인 신경과학자이자 실험심리학자인 몰리 크로켓의 답변에 공감한다. “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타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명성도 소중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가 실제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사람들이 좀 더 (공감력과 이타심이 많고)도덕적인 성향으로 바뀐다면, 일간지 사회면이 사건, 사고보다는 미담기사로 채워지지 않을까?
현재 저자는 북경에 본사를 두고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콜린즈워스 어소시에이츠(Collinsworth Associates)를 세우고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도덕’이 무엇인가?를 다루는 인문학 도서는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도덕’의 개념을 들여다보는 계기와 함께 ‘도덕’, ‘도덕적’이란 의미를 되새김해보는 시간이 된다.